후드둑, 창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내 마음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서둘러 그녀에게 가려던 것을 멈추고는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자, 어느새 그 비는 나의 마음에도 촉촉하게 내려 여유 있고 설레는 감성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 여보세요..? "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목소리 너머 내가 있는 곳과 동일한 빗
화사하게 뽀얀 얼굴의 어린신부. 오늘, 내 딸에게 드레스를 주었습니다. 예쁘게 땋아 틀어올린 머리카락 아래로 드러난 목의 라인이 정말 사랑스럽군요. 한땀 한땀 정성스레 레이스를 수놓은 웨딩베일을 머리 위에 쓰워주니 정말 순백의 천사같은 그 모습에 딸 아이의 몸 위로 분홍빛 장미꽃잎을 뿌려주었습니다. 그러다 닿은 딸의 얼굴이 왜 이렇게 차가울까요? 조금 더
당신은 시들어 그 아름다운 빛을 잃고 바스라졌지만 당신이라는 전설은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꽃말로 다시 태어나 사그라들지 않는 영롱한 빛을 발했다.
" 당신에게 진지한 의미는 뭔가요? " 내 귀에 이 질문이 들려왔다. 내가 그렇게도 가벼워보이기만 했던가? 물론, 내 행동이 가벼워보였을 것이라는 데에는 어느 정도 나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 매사. 나는 매사에 진지해. 진지하지 않을 때가 없었지. ..이런, 내 말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나보군. " 내 대답이 못마땅했는지 상대의 미간사이가 깊게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그녀는 누구나 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진작에 만나러 가지 않았을까? 이제는 더 이상 풀 수 없는 시험지를 들고 있는 학생처럼 제 치맛자락을 구겨 꽉 쥔 그녀의 마음에 허무하고도 낙담적인 감정이 요동쳤다. 소식을 전해준 이가 저를 부르는 말소리는 그녀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바보같이. 그게 뭐가 중요하
당신을 발견한 나는 곧장 그대에게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 두 다리는 바닥 위를 내딛은 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 마음은 늙지 않았는데, 당신을 향한 나의 감정은 그때 이후로 조금도 녹슬지 않았는데, 한 걸음 조차도 당신에게 내딛을 수 없었다.
하루 하루 시간이 흘렀다. 벽에 걸린 시계는 째깍이는 시침소리를 내며 분주히 움직였지만 몇 일이 지나도 제자리만 연신 돌 뿐, 새롭게 변화하는 것은 없었다. 그에게 삶이란 그것과 똑같았다. 제 할일을 다 하고 있지만 그 뿐, 의미 없이 돌아가는 깊이 없는 삶이였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얼굴엔 웃음도, 슬픔도, 분노나 따분함도 보이지 않았다. 태엽의 움
네 앞에 손을 뻗은 간절한 외침이 들려오지 않는가? 그의 심장이 불안함으로 요동쳐 끊임없이 적막을 깨며 고막을 찢을듯 울려대는 소리를 어찌 들리지 않는다 외면할 수 있는가? 돌아봐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시들은 꽃잎처럼 그는 부서져내려 바스락 밟히는 소리를 끝으로 더는 네 앞에 아무소리도 낼 수 없을 것이였다.
가까이 마주한 네 숨결이 내게 닿았을 때, 그대가 내 곁에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한 숨, 또 한 숨 내쉴때마다 그 감격은 사랑스러움으로 또 소중함으로 다가와 그 숨결에 내 숨을 더하고 당신이 내쉬는 그 숨에 섞여들었다.
오늘..난 오랫동안 사귀었던 사람과 헤어졌다. 그는 울면서 나에게 물었다. “후회안해..? 난 아직도 널 사랑해..” “응..후회하지 않아.” 그는 더이상 나를 붙잡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서 한발짝, 한발짝 멀어져갔다. 그가 안보일때까지. 그가 안보이자 그 사람은 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봤지만 울었다. 후회하지 않아..아니 사실 후회해.. 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