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닮은 하늘이 계절을 증명하듯 온기를 쏟아낸다. 매미 소리가 창공을 찢어놓고 하얀 햇살이 눈 앞을 가리는 시기. 한여름의 얼굴이란 이리도 잔인한 표정을 짓고 있었나. 페퍼는 시계(視界)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듯, 그저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위가 그녀의 침묵을 깨는 바람에 잠깐이나마 시선이 흔들리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