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아주 오래 전 미련 없이 버리고 떠난 그 곳에서의, 아주 오래된 명절. 그저 쉬는 날. 누군가의 생일이 큰 도움이 되는 날. 집에서 뒹굴고 친구와 놀고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 중 가장 큰 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로 했다. 어젯 저녁에 함께 식사를 하며 길잡이가 모두 모여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잠에 든
정확히는 4번째인, 그 아지랑이를 본 생에서 그녀는, 아니 그 애는 처음 세계를 엿보았다. 아무것도 없던 그저 수풀 사이의 공간에 누군가의 옷이 걸려 찢긴 듯한 검은 부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그 애 또한 휙 보고 지나갔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바삐 발을 옮기면서도 그 애는 생각을 놓지 못했다. 펄럭거리는 옷가지가 아니라 어떠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