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눈 소식은 놀라울 것 없는 일이었지만, 수도권에서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와 봤자 얼마나 쌓이겠냐고 대수롭잖게 생각했고, 서울에 말뚝 박고 산 지 오래된 양시백의 생각도 비슷했다. 몇 년 만에 전국적으로 엄청난 폭설이 예상된다고 말은 했지만 기껏해야 3cm에서 5cm 정도 쌓이겠거니 생각했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니..관장님, 그
서재호의 집을 나선 양시백이 도장으로 돌아가는 길의 날씨는 점점 매서워질 겨울인데도 그날따라 푹하다고 해도 될 만큼 따사로웠다. 양시백이 골목길을 꺾어가며 몸을 움직이자 목에 걸린 인식표가 서로 맞물리며 짤랑 거리는 소리를 냈다. 양시백이 하고 있는 군번줄 목걸이는 오래된 물건이었다. 10년 전쯤, 직업소개소에 흘러들어갔다가 아닌 밤중의 홍두깨마냥 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