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말에 정신을 차린 후린의 아들은 사납게 쏘아붙였다. ‘난 벨레그 곁에 머물 겁니다. 신실치 못한 목소리여, 내게 그를 떠나라 하지는 마십시오. 만사가 허무하군요. 아 검은 손의 죽음이여, 그대 내게로 가까이 오라! 후회가 그대를 감화할 수 있다면, 나를 애도에서 해방시켜, 패배한 채 그의 차가운 가슴에 안기도록 하라!’ 그러자 귄도르의 공
“우르웬!” 다급한 외침이 방 안에 울리기 무섭게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나동그라진 수틀이 저만치 굴러가다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잘못 가눈 바늘에 가운뎃손가락에 피가 맺혔다. 그러나 그녀는 상처를 살필 새도 없이, 허겁지겁 방으로 달려든 형제의 어깨를 붙잡고 간신히 눈을 맞추었다. 검은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빠! 오라버니,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