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내와 아들이 장을 보러 간 사이 깜찍하게 찾아왔다네. 어떤가. 차 한 잔 없이 늙은이를 내치진 않겠지?" "......." 수사국장이자 치안감 하성철은 그리 유복하지 않았고, 집 역시 다소 외지고 거친 길목을 지나야만 다다를 수 있었다. 아마도 차가 들어올 수 있는 데까지는 차를 타고 오고 남은 길은 장희준이 노쇠한 몸을 이끌고 직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얇게 떨어져 길을 덮을 시기에, 장희준은 경호원과 거리를 둔 채 공원을 산책했다. 적이 많은 지라 경호원 없이는 잘 다니지 않았으나 이 작은 공원에서는 종종 거리를 두고 거닐곤 했다. 겨울로 접어드는 늦가을, 가끔 짬을 내어 사람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사색에 젖어드는 것도 한가롭고 나쁘지 않다고
"생신, 축하드립니다." 하성철은 박근태의 말에 눈을 깜빡인 채로 대답이 없었다. 일견 무표정하게 보였지만 오랜 시간 그 옆에서 함께한 박근태는 그 얼굴이 무시가 아닌 의아함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 생일을 인지하지 못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벌써 날이 그렇게 됐나?" "국장님의 생신은 딱 한 해를 열흘 남긴 날이어서 일정을 체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