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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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텐데도 괜히 세상이 빙 돌았다. 강의실 한켠에 몸을 구기고 앉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벽에 머리를 슬며시 기대었다. 잠시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느샌가 무거운 눈꺼풀이 감기고 고개가 책상을 향해 곤두박질했다. E는 정신없이 꾸벅 졸다가 불현듯 흩어진 의식을 수습했다. 으… 무릎 위에 다소곳이 놓았던 손으로 얼굴 한 쪽을 문질
모르겠다. 원한 살 일을 하면서도 방심했던 나와 인간의 심성을 악용해서는 남의 팔목에 주삿바늘이나 꽂아 넣는 비열한 작자들 중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를. 오른팔의 불거진 핏줄에 차가운 은제 바늘이 찔러들어오면, B 의 흐트러졌던 시선이 대번에 확 튄다. 발목을 구속하는 억센 힘에 잠시 주의력을 뺏긴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투박한 힘으로 주사기 든 손을
치과 특유의 향내가 아직까지도 코끝에 맴도는 듯하다. 아프면 오른손 들라는 말은 대체 왜 한 거야. 식사 후 집까지 짧은 거리를 비척비척 걸어가며 머리를 헤집었다. 각종 기구로 건드려 놓은 어금니가 얼얼했지만 마취 효과가 이어지느라고 아프지는 않았다. 새벽 내내 관자놀이에까지 번졌던 통증이 조금은 가시니 그나마 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좀 살겠다는 얼굴이
눈을 막 뜬 직후엔 스스로가 얼마나 오래 잤는지 판단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어 불 꺼진 방안이 어두웠다. H는 오랜만에 정말로 오래 잔 것 같다고 느꼈다. 개운하다기보단 온몸이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둔했다. 분명 밤에 잠들었건만 어쩐지 오후라도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여전히 누운 채 무거운 눈꺼풀 깜박이며 어쩌면 열다섯 시간쯤 자버린
지끈. 침대 매트리스가 그를 아래로 잡아끄는 듯하다. 보통 몇십 분이면 끝난다는 악몽 속을 몇 시간 동안이나 밤 새도록 헤맨 K는 인상을 구기며 눈을 떴다. 온몸이 식은땀에 젖어 찝찝했고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체온이 높음을 스스로도 알 지경이었지만 신기할 만큼 한기가 들었다. 추워. 겨울 이불을 품에 그러모아 멍하니 누워 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