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엘
로지. 애정을 담은 목소리가 들린다. 로잘리는 웃으며 몸을 돌리니 화사한 꽃다발이 품에 안겨진다. 그토록 찾고자 했던 공백이다. 채워진 공백이다. 이제는 공백이 아닌 오토가 로잘리의 곁에 있다. “…… 로지. 퇴원 축하해.” “오토.” 오토는 로잘리에 웃음에 따라 웃음을 보인다. 입술이 말려 올라가고 딱딱하게 굳은 눈가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하지만
오…… 이런. 맙소사. 작은 탄성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간다. 전화기를 쥐고 있는 손이 미끄러워진다. 뒤를 잇는 말들은 바깥으로 꺼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문다. 전화기를 들지 않는 손은 스피커를 턱하고 막는다. 전화가 끊긴 걸 알았지만 ─심지어 전화를 끊은 사람은 그였다!─ 어쩔 수 없는 행동이다. 왜? 뻔하다. 그가 방금 전까지 통화를 한 상대는
외젠의 귀가가 늦다. 인터뷰라고 했던가. 이반은 문을 나서기 전의 외젠을 떠올린다. 적당히 단정한 차림새. 손에는 양장 공책. 가방은… 검은색 가방. 늘 같은 모습이다. 즉 평소와 같다는 거다. “늦군.” 외젠이 나선 건 시곗바늘이 12를 가리켰을 때다. 나서기 전에 문 앞에서 구두 앞코를 바닥에 두어 번 두드린 게 기억난다. 이어지는 말의 정보 값
뺨을 스치는 겨울바람이 차갑다. 코끝까지 얼얼하게 만든다. 하지만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이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실제로도 류천과 미나를 제외하면 사람이라고는 없다. 오로지 두 사람만 존재한다. 어쩌면 삭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옆에는 제 연인이 함께다. 파도가 발치까지 몰려왔다 물러난다. “안 춥나요?” 발걸음을 맞춰 걸어가던 연인이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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