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엘
외젠의 귀가가 늦다. 인터뷰라고 했던가. 이반은 문을 나서기 전의 외젠을 떠올린다. 적당히 단정한 차림새. 손에는 양장 공책. 가방은… 검은색 가방. 늘 같은 모습이다. 즉 평소와 같다는 거다. “늦군.” 외젠이 나선 건 시곗바늘이 12를 가리켰을 때다. 나서기 전에 문 앞에서 구두 앞코를 바닥에 두어 번 두드린 게 기억난다. 이어지는 말의 정보 값
뺨을 스치는 겨울바람이 차갑다. 코끝까지 얼얼하게 만든다. 하지만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이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실제로도 류천과 미나를 제외하면 사람이라고는 없다. 오로지 두 사람만 존재한다. 어쩌면 삭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옆에는 제 연인이 함께다. 파도가 발치까지 몰려왔다 물러난다. “안 춥나요?” 발걸음을 맞춰 걸어가던 연인이 묻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창, 창 너머에 보이는 정원. 푹신한 침대와 포근한 이불. 어떤 날이 찾아와도 기분 좋은 온도를 유지하는 방. 귀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음악. 정해진 시간이 되면 준비되는 차. 그렇게 시작되는 게르트루트 슈트롤로의 하루. 게르트루트는 생각한다. 쌓아 올리는 건 오래 걸리지만 모든 게 산산조각 나버리고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높은 위치에
지독한 악몽 속에서 가까스로 눈을 뜬다. 아직 어둡다. 발작하듯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자 차게 식은 손끝으로 반대 팔을 감싼다. 숨을 몰아쉰다.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쉰다. 진창 속에서 벗어나고자 알코올에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누군가가 옆에 있는 삶은 익숙하지 않다. 멜리시아의 인생은 그렇다. 부모를 모르고 혈육이 있는지도 모른다. 기억의 시작점은 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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