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오토로지
로지. 애정을 담은 목소리가 들린다. 로잘리는 웃으며 몸을 돌리니 화사한 꽃다발이 품에 안겨진다. 그토록 찾고자 했던 공백이다. 채워진 공백이다. 이제는 공백이 아닌 오토가 로잘리의 곁에 있다.
“…… 로지. 퇴원 축하해.”
“오토.”
오토는 로잘리에 웃음에 따라 웃음을 보인다. 입술이 말려 올라가고 딱딱하게 굳은 눈가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하지만 로잘리는 오토의 눈매가 떨리고, 입가가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어쩔 수 없는 웃음이 새어나간다. 로잘리는 품에 안은 꽃다발을 바닥에 내려둔다. 그리고 힘껏 오토를 안는다. 품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무게감이, 온도가 살아있는 자만이 가진 온기가 맞닿은 부분마다 전해진다. 비로소 다시금 오토는 깨닫는다. 그의 로지는 살아있다는 사실을.
“당신, 표정이 굳었어.”
눈가를 찌르는 손길이 느껴진다. 부드럽지만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남은 손바닥이 오토의 뺨을 문지른다. 오토는 손바닥에 고개를 기댄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순간이다. 그렇기에 오토는 힘겹게 입을 연다. 하지 못한 말이 있다. 그의 ‘로지’에게 반드시 전해야만 하는 말이 있다.
“당신에게 꼭 해야만 하는 말이 있어.”
오토의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죄책감과 죄악이 들러붙어 있다. 저로 하여금 발생한 모든 일이 그를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는 건 명백하고도 분명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죽기 전까지 몰아넣은 그 사실은 영영 사라지지 않으니. 로잘리의 얼굴을 볼 때, 로잘리의 미소를 마주할 때, 로잘리의 몸 군데군데 남아있는 흉터를 볼 때. 로잘리와 함께하는 순간마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는 로잘리를 떠날 수가 없다. 로잘리를 사랑한다. 그 사실만은 절대 변하지 않기에…… 그는 로잘리의 곁에 나타난다. 마치 위성처럼.
“로지, 난…….”
“쉬.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토의 입술 위로 로잘리의 손가락이 올라간다. 로잘리는 고개를 내저으며 오토를 바라본다. 오토도 로잘리를 바라본다. 작은 탄식이 새어 나온다. 일순간 그는 깨닫는다. 조각조각 흩어진 파편이 온전한 하나가 된다.
로잘리는 강인한 사람이다. 오토 자신보다도 훨씬.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생사의 고비에 쳐해도,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얻어도, 필요한 순간 곁에 있지 못해도. 로잘리는 강인하다. 그런 그를 오토는 사랑한다.
“로지, 난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
로잘리의 어깨에 오토는 고개를 파묻는다. 시야가 뿌옇다. 로잘리는 그의 등을 천천히 두드린다. 오토는 그 다정한 두드림에, 온기에 파묻힌다. 사랑해. 작은 목소리. 오토는 고백을 토해낸다. 로잘리는 익숙하게 그 목소리를 알아채고 답한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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