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설

230606 M님 드림 4천자

HL 드림 (당일마감)

시골이란 소문이 빠르기 마련이다.

 

일주일 전, 역사수정주의자의 군세가 혼마루를 침범한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였다. 도검남사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캐릭터 3]의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슈와 하세베가 선봉을 막는 동안, [캐릭터 2]와 [캐릭터 1]는 빠르게 혼마루를 빠져나와 현세로 향한다. 때마침 그가 학교에서 일을 마무리할 시간이라 데려오는 것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결계를 뚫고 침범한 역사수정주의자의 군세는 상당히 취약해져 있었고, [캐릭터 3]가 가세하자 도검남사들은 그리 힘들이지 않고 그것들을 막아낼 수 있었다. 확실히 비상사태였지만, 막아낸 고로 잘 됐군, 잘 됐어. 그런 상황일 터였는데 – [캐릭터 3]에게 뜻밖의 일이 생기고 만 것이다.

 

“저희는 선생님이 결혼하신 줄 몰랐다니까요.”

 

일주일이 지난 오늘은 학부모 참관 수업의 날이었다. 몇몇 아이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에게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저희 아이가 말썽꾸러기라 죄송합니다. 아니면 저희 아이 잘 부탁드릴게요. 이런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어떤 어머니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맞아요. 반지가 없어서 몰랐는데, 요즘은 그런 부부도 있다고 하고…”

“…네?”

“스몰 웨딩…이라고 하던가요? 도회지에서 온 젊은이들은 그런 게 유행이라지요? 선생님, 참 알뜰살뜰하셔서.”

“남편분이 정말 훤칠하게 생기셨더라고요. 우리 그이랑은 완전 딴판이라니까요. 그만한 아이도 있으니 참 든든하시겠어.”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은데요…”

 

어디서 착각했는지 모르니 어떻게 시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캐릭터 3]의 생각이었다. 도검남사들이 돌아가면서 [캐릭터 3]를 맞아 혼마루까지 같이 가고는 했지만, 기척을 숨기니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던 중,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아, [캐릭터 2] 씨와 [캐릭터 1] 군이 찾아온 일주일 전인가. 그때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기척을 숨긴 티도 나지 않았어. 역시 시골이란 소문이 빠르기 마련이다. 학부모들의 반응을 보면 시정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가 퍼진 것 같았다.

 

“그건 그냥…”

 

뭐라고 말하지? 동거인? 아니, 그러면 더 이상한 오해를 받을 것 같지? 그러면 학생? 아니, 초등학생이라기에 [캐릭터 2] 씨도 [캐릭터 1] 군도 너무 커다랗다. 아, 아무튼 그런 거 아니에요. [캐릭터 3]는 두 손을 저으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결혼했으면 미리 말했겠죠…반지도 끼고요.”

“아휴, 선생님.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반지 깜빡 잊으셔서 그래. 남편분이 섭섭해하겠네요.”

 

그러나 착각은 단단히 뿌리박힌 것 같다. 그들 사이의 결론은 이미 나왔고, 단순히 [캐릭터 3]에게 통보하는 과정인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하지…학부모들이 떠나고, 일이 끝나고, 터덜터덜 노을 진 거리를 걷는 그에게 낯익은 기척이 느껴진다. 아, 오늘은 카슈가 데리러 오는 날이었지. 귀여운 목소리로 주인, 하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겨웠다.

 

“무슨 고민 있어?”

 

숨겨도 소용없어, 주인 기분이라면 다 알고 있으니까. 카슈가 콧소리를 내며 으쓱댄다.

 

“고민이라면 고민이고, 아니면 아닐 것 같은데…”

“실수라도 했어? 주인 귀가 새빨개서, 부끄러운 것 같네~”

“…나, 그렇게 유부녀처럼 보이나?”

 

그 말에 으쓱대던 카슈 키요미츠, 얼음장처럼 굳어버린다…누가 주인에게 그런 말을 했는데? 아니, 화내지 말고 들어봐. [캐릭터 3]가 식은땀을 흘리며 싸해진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일주일 전에 말이지.”

“역사수정주의자가 쳐들어왔을 때?”

“응, 그때 카슈는 싸우고 있었다고 했고 - [캐릭터 2] 씨와 [캐릭터 1] 군이 날 찾으러 왔잖아.”

“그게 왜?”

“그때 나한테 오는 걸 누가 본 것 같아…그거 때문에 착각해서, 소문이 이상하게 퍼져버린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캐릭터 3]가 말했다. 카슈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러게, 진짜 어떡하지. 본인들에게 해명하라고 할 수도 없고, 해명한다고 어떻게 들려 줄 방법도 없고…칼 하나와 사람 하나가 동시에 한숨을 쉰다.

 

“그래도 둘에게 말해두는 게 좋겠지…그런 오해를 받고 있다면 기분 나쁠 거 아니야.”

“그쪽은 모르겠고…주인이 걱정이긴 하네. 기분, 나쁘지 않아? 현세의 사람들 시야가 많이 텄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는…”

“…소문은 이미 퍼질 대로 퍼진 것 같아…”

 

역시 돌아가서 말해보는 게 좋겠다. [캐릭터 3]가 고개를 푹 숙였다. 카슈는 힘내라는 듯 그의 어깨를 툭툭 쳤고…

 

“핑계라면 같이 생각해 줄게. 하숙생이라던가, 그런 설정은 어떨까?”

“우리 집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니라 믿어줄지 모르겠는걸…”

이야기를 나누며 발을 옮기니 어느새 집이었다. 오늘 당번 들어가기 전에 두 사람에게 말해둬야겠다. 혼마루에 들어오니 도검남사들이 바쁘게 오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활기에 조금은 고민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아. 둘에게는 정말 미안해.”

 

[캐릭터 3]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주인은 혼자 사니까 현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 이즈미노카미 [캐릭터 2]가 머리를 긁적이며 가볍게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우리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그렇지, [캐릭터 1]. [캐릭터 2]의 손이 [캐릭터 1]의 머리 위로 툭, 떨어진다. [캐릭터 2]의 가벼운 ‘변명’과 달리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응,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렇다잖아. 변명도 같이 생각해 줄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아~ 앞으로 현세에 나갈 때는 주의해야겠는걸. 저번에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신경 쓰지 못했단 말이지. 멋있고 강한 내가 그런 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니 좀 부끄럽긴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먼저 당번 간다. [캐릭터 2]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자리를 피한다. [캐릭터 3]는 그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의 발소리가 조금 기분 좋은 것도 고민 탓에 모르는 걸까. 그러나 [캐릭터 1]는, [캐릭터 2]의 말에 동조한 것치고 고민이 많아 보였다. 아무래도 [캐릭터 1] 군은 [캐릭터 2] 씨보다 섬세한 성격이니까…그렇게 생각하며 달래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저기, 주인 씨.”

 

[캐릭터 3]가 말을 걸기도 전에 [캐릭터 1]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온다. 혹시 이번 일로 화났다던가, 실망했다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하지 않을까? 다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그런 오해를 받게 해서 정말 미안 –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럼 우리는 부부인 건가요?”

“응?”

“그 사람들, 많이 큰 애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 응.”

“카네 씨는 저보다 많이 크니까.”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우리를 부부라고 생각한 거네요. [캐릭터 1]가 내린 결론에 [캐릭터 3]는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설마 지금까지 생각하던 게 그거였어? 겨우 떼어진 입으로 말했다. 네, 아무래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칼 하나와 사람 하나 사이에 영원과도 같은 정적이 흐른다. (적어도 [캐릭터 3]는 그렇게 느꼈다) 그의 표정을 본 [캐릭터 1]는 그다지 반성하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농담이에요.”

“그렇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캐릭터 3]는 낚아챈다. 그렇겠지, 응, 그렇겠지. 그리고 또다시 정적. 어쩔 줄 모르는 분위기는 [캐릭터 1]의 말이 떨어지기까지 계속되었다. 역시 그다지 반성하지 않은 표정의 그는,

 

“그럼 슬슬 당번하러 가볼게요”

 

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는데,

 

“… …”

 

부부,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끝없이 떠도는 나머지, [캐릭터 3]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 것이다. 정말 그러고 싶다는 건 아니고, 정말 그냥 지나간 이미지일 뿐이지만 – 백정장을 입은 [캐릭터 1]와 신부 드레스를 입은 자신이 빰 빰빠밤~ 하는 소리에 발맞춰 나아가는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생각 하면 안 돼. 무너져 내린 채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것을 흐느끼는 [캐릭터 3]가 제 볼을 팍팍 쳤다.

 

한편, 당번 일을 나온 두 칼은,

 

“주인이랑 무슨 이야기 했어?”

“아니, 별말 안 했어.”

“기분 나쁘다고 말한 건 아니지?”

“카네 씨도 참, 내가 그런 말을 할 것 같아?”

“그건 아니지만.”

“알았으면 눈앞의 잡초 뽑는 거 부탁해.”

 

…[캐릭터 3]의 절망 아닌 절망을 뒤로 한 채 밭에서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알았다니까. 투덜대는 [캐릭터 2]의 등을 바라보며…

 

‘나와 주인 씨는 부부고, 카네 씨가 아들…하긴, 아들 같기는 하지. 손이 많이 가니까.’

 

…[캐릭터 1]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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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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