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셋리버스
세상이 마치 슬로 모션처럼 흘러간다. 아마 그건 가로막을 수 없었던 죄책감이 원인일 거라 생각한다. 나는 왜 여기 있지? 그러니까, 왜 하필 너였지? 누가 내 마음을 읽고 있다면 혼란스럽지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하나부터 열까지 엉망진창이니까. 무엇보다도 놀랐던 건 그게 정답도 오답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였다. 누가 뭐라
두 사람의 첫 ‘관계’는 엉망진창이었다. 낭만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키스는 다급했고 애무는 조잡하며, 뭐든 억지로 끼워 맞추는 느낌. 고된 전투 끝에 살아남았다, 또 당신을 볼 수 있다 – 드물게 흥분에 젖은 신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레나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지금 거절하면 자길 걱정한답시고 몇 달, 어쩌면 몇 년 동안 거리를 둘지도 모르니까. 두 사람
당신도 티바트 대륙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야기. 일곱 도시 국가가 각자의 개성을 갖춘 만큼 지역마다 다른 전승이 있지만, 기본적인 틀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천대받던 아가씨가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것을 되찾는다. 그리고 왕자님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정말? 화려한 무도회는 ‘착한 아가씨’의 무대인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이래서야 ‘
카페는 한참을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마루키의 말은 자꾸만 뇌 내를 헛돈다. 지금 나는 아케치에게 어떤 눈으로 비치고 있을까. 아마미야 렌은 영리했다. 영리한 만큼 상대가 어떤 말을 할지 뻔히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말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리 없지만… “나는…” …분명 그럴 리 없지만. 뜸을 들이던 아케치가 말을 이었다. 죽음
https://youtu.be/qMUoWTEIGx4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몰라요? 가깝다. 너무 가까워. B는 생각했다. 기분 좋게 내리쬐는 태양을 맞으며 풍경 좋은 정원 벤치에 앉은 두 사람. 이름 모를 유니폼을 입고 소년은 웃는다. 그때도 느꼈던 좋은 향기, 물결지어 휘어진 눈매, 복슬복슬하게 덮은 머리, 서울 애들은 다 이런가? 싶
“공무원에 의한 고문 및 잔학한 형벌은 절대로 이를 금지한다.” 일본국 헌법 제36조는 일본국 헌법 제3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조문 중 하나이다. 여기서 ‘절대로’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헌법 조문으로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최고재판소는 1948년의 판결에서, “교수형은 일본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잔학한 형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전국에 계신 게임 팬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스타디움의 열기가 굉장합니다! 네, 그렇겠죠. 에이스 결정전에서 맞붙는 두 선수, 이력이 참 특이합니다!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죠…형제인데 라이벌이에요! 맞습니다, 형제끼리 맞붙는 셈인데, 서사도 실력도 심지어 외모조차! 어디 꿇리지 않는 선수들입니다. 소개합니다! 청팀, 판다바 소속 아르주나 대 백팀
“꼴사납다고 생각해?” 케테르 생츄어리, 지상의 마을 변두리. 라디리나의 말에 로로와는 깜짝 놀라 고개를 젓는다. 낡은 모포 위에 누운 그의 몸은 엉망이다. 몸 전체적으로 찰과상 다수, 왼쪽 다리에 열상, 그리고…마수와 싸우면서 이리저리 구른 탓이겠지. 천상의 높으신 분들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파천의 기사가 한바탕 난리를 피워주지 않으려나, 한숨을
* 신청자 분의 1차 BL 설정을 기반으로 오리지널 게임 설정을 덧씌웠습니다. * 리네이밍하지 않은 인명, 설정은 전부 저의 창작입니다. 이 세상은 우리에게 기회를 준 적이 없어. 그러나, 하나 간과한 게 있지. 뛰는 심장만큼은 우리의 것이야. 멈출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최정상에 설 때까지, 신민들이여. 목숨을 바쳐라. 그대들의 심장을 딛고 이
* 신청자 분의 1차 BL 설정을 기반으로 오리지널 게임 설정을 덧씌웠습니다. 이름을 가리지 않은 것들은 전부 저의 창작입니다. ‘미쳤다.’ 202X년, A, 18세. 3년 전 혜성같이 나타나 PC방 순위를 갈아치우고, 그다음에는 세계의 e스포츠 판도를 바꿔버린 그 게임, ‘시뮬라르크’ - 약칭 ‘시뮬’.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기업 국가의
*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코호쿠구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탐정이니 마피아니 소란스러운 요코하마에서 매우 조용한 축에 속했다. 그러니 요코가 미와쵸에 자리잡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두 세력이 자리 잡은 니시구와는 카나가와구를 사이에 낀 만큼 거리가 있고, 베드타운의 브런치 카페 오전 아르바이트인 만큼 업무는 한가하다. 지금의 일상은 안
아무도 몰라. 나 같은 거, 없어져도 몰라. 사람이 아냐. 여기 있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을 줄은 몰랐다. 옷차림부터 예사롭지 않은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러지 말고 옆에 앉지 않겠냐고 말했는데…아, 깜빡 넘어갈 뻔했다. 이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당연하지. 내가 누군지 알면 경멸하고, 도망치고, 미워할 거야.
그 사람,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벌떠벌. 내 정체를 알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던가. 그것도 뭐, 언제나처럼 가볍게 던진 말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당신이 없어도 우리는 바빠요. 죽은 클랜원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새 클랜원을 받으러 가는 게 무슨 망자들의 행진 같네요. 가끔
* 노콜 과거 날조 있습니다…19금은 아닌데…아무튼 있습니다…약간의 노곤←노기 있습니다… 그는 특별히 바깥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고 내가 물어다 주는 정보에만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감시 대상으로서는 이렇게 편할 데가 없었지만 – 기분이 이상했다.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나의 아버지 노곤 베키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일본의 정
이걸로 다섯 번째다. 처음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만 해도 지도를 제법 소중히 잡고 있던 라디리나는 분노에 찼는지 그걸 바닥에 패대기치고 있었다. “그 망할 데몬, 거짓말을 친 게 틀림없어!” 라디리나의 말에 모모케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둘 – 정확히는 휴먼 한 명과 플레임 드래곤 한 마리가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불씨에 공포를 느낀 로로
시골이란 소문이 빠르기 마련이다. 일주일 전, 역사수정주의자의 군세가 혼마루를 침범한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였다. 도검남사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캐릭터 3]의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슈와 하세베가 선봉을 막는 동안, [캐릭터 2]와 [캐릭터 1]는 빠르게 혼마루를 빠져나와 현세로 향한다. 때마침 그가 학교에서 일을 마무리할 시간이라 데려오는 것은
모든 해결사 협회의 정점, 하나 협회에 직접 의뢰를 넣기란 만만치 않다. 그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최소 도시 악몽 정도는 되어야 말단 하나를 보낼까 말까 하는 수준이니. 도시의 재해에 대한 위험도를 매기고, 사무소와 해결사 전원의 등급을 관리하는 중추 – 그런 만큼 이 의뢰가 특별한 것이다. 한낱 도시 질병이 1급 해결사 두 명의 관심을 끌다니… “최악
신타로는 섬세하고 순진한 아이였다. 나이를 먹어도 달라지지 않아. 적어도 쿄고의 눈에는 항상 그랬다. 피해자의 아픔을 이해하기에 정의를 관철한다. 순진하고 일직선이기에 구부러진 타인과 부딪친다. 그랬던 신타로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미나미 히로미와 버디를 맺은 이후부터? 그 남자가 신타로와 함께한다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타로의 본질
나의 악성을 두려워하듯, 차마 손댈 수 없는 당신을 두려워한다. 당신의 본심을 나는 알 수 없고 건드릴 수 없다. 고도 가문에 입양되었을 때, 좋았던 것은 나 따위가 정의의 아군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당신의 존재였다. 내면의 악과 반목하는 내게 당신은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존재였다. 그런 당신보다 눈에 띌 수는 없다. 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조연 1]이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만 재미있어 보이잖아!” 그에 굴하지 않고 [조연 2]가 소리를 높였다. 오는 14일은 연인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라나 뭐라나. [조연 1]처럼 꼰대(?) 같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좋겠지만 말이다. 소위 ‘화이트데이’라는 것이 다가오는 요즘, [조연 2]과 여러 오퍼레이터들은 작당하
죽음은 { B }의 곁을 걷지 않는다. 부모님과 동생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니 슬프다. 형이 그렇게 되었다니 상상도 못 했다. 안타깝다. 스쳐 지나간 모든 죽음을 { B }은 덤덤하게 인식했다. 죽음은 그의 곁을 걷지 않으니까. 자기 일인데도 자기 일처럼 여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 B }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었다. 타이밍을 놓쳤다
이 편지를 읽을 그대 행복하여라. 그리고 이 편지를 읽지 못할 그대 역시 행복하여라. 이 마음을 그대의 심려 없이 내려놓을 자신이 없기에 나는 먼 길을 떠나려 한다. 가장 먼 곳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고,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을 믿고 싶다. 누군가 받아줄 거라 믿고 밖으로 뛰어내렸던 그날의 너처럼, 나 역시 엉뚱한 장난을 해보려 한다.
우리가 모두 바다에서 태어났으니, 언젠가 바다로 돌아가겠지. 물거품이 되어도 좋아. 바라던 바야. 그 광경을 처음 본 때는 언제였나. 여행의 끝자락이었나, 별장에 다다랐을 때였나. 푸른 물결이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것이 돌아갈 곳임을 알았다. 부조리한 고깃덩이를 씹으며 살아온 것이 원망스러웠다. 어쩐지, 죽고 싶었다. 한때 머릿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