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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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 기반 창작 겜벨 프리퀄


* 신청자 분의 1차 BL 설정을 기반으로 오리지널 게임 설정을 덧씌웠습니다. 이름을 가리지 않은 것들은 전부 저의 창작입니다.


‘미쳤다.’

 

202X년, A, 18세.

 

3년 전 혜성같이 나타나 PC방 순위를 갈아치우고, 그다음에는 세계의 e스포츠 판도를 바꿔버린 그 게임, ‘시뮬라르크’ - 약칭 ‘시뮬’.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기업 국가의 가상 전쟁을 다루는 이 게임은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 혁신적인 플레이로 유저들을 사로잡는다.

 

아무리 체대 입시 때문에 바쁘다지만 주변 유행에 휩쓸리지 않을 수가 없는 시기. A 역시 틈만 나면 PC방에 가서 친구들과 시뮬을 한다던가, 프로 경기를 본다던가,

 

또는,

 

‘말도 안 돼.’

 

유투브의 편집본을 본다던가. 지금 A가 눈여겨보고 있는 프로 선수는 ‘렛츠 트레이서즈’의 주장, 이윤하다. 아슬아슬하게 매콤한 화법, 가끔씩 터지는 ‘뇌절’이 재미있다. 시청자와 투닥투닥하는 것도 볼거리다. “내가 레전드 가도 이윤하보다 잘할 것 같으면 개추”는 일종의 밈이었다.

 

그렇다고 이윤하가 진짜 X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규리그 2위 팀의 주장을 해먹고 있겠는가? 카메라로 보이는 이윤하의 표정은 어이가 없어서 정신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1킬 5데스 0어시.

 

이게 이윤하의 이번 판 성적이었다.

아무리 천상계라지만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아무것도 못 할 수가 있을까? 채팅창은 “이윤하보다 잘할 것 같으면 개추”로 도배가 되었고, 이윤하는 상대 하야부사가 올 때마다 비명을 지르기 바빴다.

 

“아니, 저 하야부사는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오-!!”

‘형이 제일 만만해서’

‘내가 이윤하보다 잘할 것 같으면 개추ㅋㅋ내가 이윤하보다 잘할 것 같으면 개추ㅋㅋ내가 이윤하보다 잘할 것 같으면 개추ㅋㅋ’

‘트레이서즈는 2등이 딱이야 트레이서즈는 2등이 딱이야 어 왜 2번 쳐지지?? ㅠㅠ 윤하형 미안~’

 

상대의 에이스가 잡은 캐릭터는 하야부사.

 

시뮬라르크에서 유일한 근접 암살자로, 원거리 견제기가 하나도 없어 파고들 여지를 만들려면 손도 머리도 팽팽 돌아가야 하는 매우 어려운 캐릭터다. 그런데도 멋진 배경 설정, 일본도와 양복이라는 조합 때문에 소위 말하는 ‘충’이 꼬이는 캐릭터기도 하고.

 

이윤하는 신위를 잘하지는 않지만, 못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하야부사 앞에서 맥을 못 추고 계속 죽어 나간다. 그의 멘탈이 터진 나머지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않자, 채팅창의 대화 주제는 하야부사의 파일럿으로 옮겨간다. 닉네임이…뭐더라, Fantasy라고?

 

‘근데 누구임?’

‘천상계에 저런 애가 있었음?’

‘존X 잘하네. 어디 연습생인가?’

 

그 이야기는, 채팅 매니저가 다른 인물 언급하는 건 금지라고 공지를 띄워도 계속되는 바람에, 오늘 몇 명의 눈치 없는 놈들이 그의 방송에서 밴을 먹었고 이윤하는 그대로 방종각을 세웠다.

시뮬을 잘하냐, 못하냐. 따지자면 A는 잘하는 편에 속했다. 시뮬의 랭크는 브론즈부터 레전드까지 여러 등급이 있었는데, A는 다이아 상급으로 꽤 높았다. 마스터도 노려볼 수 있을 정도. 프로게이머 연습생은 최소 마스터, 프로는 마스터의 상위 레벨인 레전드 유지는 해야 ‘아, 그렇구나’ 소리를 들으니까, 프로게이머와 일반인의 사이쯤 될까.

 

‘이윤하와 매칭되는 거 보면…레전드구나.’

 

멍한 얼굴로 꺼진 방송 화면을 바라본다. 하야부사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는다. 주로 힐러를 하는 A는 아미타나 이카루가 같은 캐릭터를 하고, 하야부사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하야부사충들이 이미지 망쳐놓은 것도 한몫한다. 그놈들은 힐러 귀한 줄 모른다) 그런 사람이랑 게임을 한다면 전담 힐러로 쫓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뭐지.

 

‘나는 게임 플레이에 설렌 건가?’

 

반쯤 밤을 새운 다음 날,

 

자주 보는 시뮬 정보 채널에 눈길을 끄는 영상이 올라왔다.

 

‘리그의 악동, 정체 모를 천재에게 무릎을 꿇다!?’

 

‘리그의 악동’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지금으로서 이윤하밖에 없다. A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담아 영상을 터치했다. 늘상 보던 오프닝이 지나가고, 대충 재미도 영양가도 없는 서론이 지나간다. 그런데 이게 참 이상했다. 그 판에서 Fantasy와 플레이했다는 천상계 유저의 증언이었다.

 

“…마침 그 게임에 참여했던 ‘렌렌카이쨩렛츠고’ 유저가 제 지인이라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보통 인게임 보이스톡 키면서 게임을 하잖아요? 그런데 Fantasy는 채팅이랑 퀵챗만 사용했다네요. 덕분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고…제 지인은 ‘이 자식, 하야부사충 아니야!?’라고 생각했다는데, 하하. 캐리를 해버려서…”

 

…그 이후로는 별 얘기 없었다. 프로필을 보니까 하야부사는 그 판만 잠깐 한 것 같았고, 주픽은 라멘트나 밀그램 같은 히트스캔 사수. 그런데 밀그램의 승률이 천상계치고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점. 이런 유저가 왜 눈에 띄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 정도…

 

“이게 하야부사다! 내가 졌다. 인정. 내가 졌어! 내가 졌어요! 기본스펙 낭낭한 근접 암살자가 레지스트 키고 쉴드, 점프 있고요! 반사뎀 있고 심지어 근접 칠 때마다 쿨감 있고 심지어 궁 키면 쿨 초기화에다가 패시브는 고정피해가 들어가며 그다음에 특성 찍으면 스킬 가속이 생기고! 그 이익-으아아아아악!”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윤하의 개인 방송에 들어가 봤지만, 어제 하야부사에게 된통 당한 것 때문에 하야부사의 사기성에 대해서만 목청을 높이고 있다.

 

“다시는 그 녀석 보고 싶지 않아! 구단주님 보고 계시죠? 반드시 Fantasy를 저희 팀에 스카우트해서 제가 안 보게 해주세요~ 알겠죠? 너는 내 라면 담당이야, 알겠어!”

 

그 사람, 다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부터 막무가내로 티어를 올릴 수는 없다. 대학에는 가야지. 인생을 말아먹을 수는 없잖아. 심지어 내년에는 수시 치느라 바쁠 거고. 부모님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이 없을까. 이윤하의 비명을 들으며 A는 턱을 매만졌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채팅이 하나 있었다.

 

‘윤하횽 많이 유명해지셨네용’

 

그런가. 그런 건가. 차라리 내 쪽이 유명해지면 되는 건가. 프로게이머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인 치고 괜찮게 플레이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입담도 좋은 편이다. 방송 장비는 어찌저찌 구비할 수 있을 것 같다. 포트폴리오를 쌓는다는 핑계를 대면 어찌저찌 할 수 있다.

 

게임 스트리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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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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