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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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 스트레이 독스 오다자 NCP

*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코호쿠구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탐정이니 마피아니 소란스러운 요코하마에서 매우 조용한 축에 속했다. 그러니 요코가 미와쵸에 자리잡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두 세력이 자리 잡은 니시구와는 카나가와구를 사이에 낀 만큼 거리가 있고, 베드타운의 브런치 카페 오전 아르바이트인 만큼 업무는 한가하다. 지금의 일상은 안정적이다. 과거를 잊을 만하다. 요코는 자기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 사건이 터진 것은 3월 중순쯤이었다.

 

출근하려고 내려와 보니 – 요코는 카페가 자리한 건물 3층 원룸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 어느 미남자가 사장과 말싸움을 하고 있더랬다. 그 이유도 참 기가 막히는 게, 자기 커피에 약을 타 달라는 부탁을 무시했다나 뭐라나. 곤란한 부탁을 하시면 어떡하냐고 요코는 남자의 어깨를 가볍게 잡고 제지했다.

 

“오오, 여기서 일하시는 분인가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다혈질인 사장과 떼어놓을 셈이었는데,

 

“…어, 일단은요.”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저와 같이 동반자살 하지 않을래요?”

 

…글쎄, 일이 더 커지고 말았지 뭔가.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사장은 더욱 화가 난 것 같고. 요코는 작게 한숨을 쉰 뒤, 싫다는 양 고개를 저었다. 남자의 몸이 축 처진다. 만약 꼬시려고 이런 멘트를 친 거면 최악인데.

 

“이름이 뭐죠?”

“요코에요. 성은…딱히 없고요.”

“요코, 요코…아!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싶은데. 아쉽네요. 사장님께서 제가 여기 있는 걸 원치 않으시는 것 같아서…좋아요. 나중에 또 올게요. 다음에 봐요, 요코 양!”

 

그 말과 함께 미남자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아마 좀 더 있었더라면 사장은 남자의 머리에 부지깽이를 갈기고 말았으리라. 떠난 자리를 치우는 요코에게 소금을 뿌리는 게 좋겠다며 사장이 호통을 친다. 그런가요…어정쩡하게 웃은 요코는 식탁보 아래에서 작은 종잇조각을 발견했다. 남자가 흘리고 간 명함일까? 다른 사람 눈에 보일라, 그것을 주머니 속에 쏙 넣는다. 그리고 사장의 명대로 매장 앞에 소금을 뿌렸다. 아침의 소동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저녁이 되어 퇴근하자, 요코는 치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종이조각을 살펴보기로 했다. 얼굴은 말끔한데 팔에는 붕대를 칭칭 감았고 그럭저럭 중견 브랜드 옷을 걸치고 있던 그 남자. 예상대로 그 종이는 명함이며, ‘무장탐정사 / 다자이 오사무(이능력자 조사원)’이라는 유려한 글씨가 적혀있었다. 무장탐정사, 무장탐정사…니시구의 항구 언덕에 위치해 있다는 탐정 조직이다. 마피아와는 달리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합법적인 조직이라고, 뭔가 뒷세계에 얽힌다면 제일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이라지만…

 

‘그런 사람이 어째서?’

 

왜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는가. 요코는 생각했다. 소름이 끼쳤다. 잊고 살던 과거의 무언가가 스멀스멀 제 발목을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건 ‘우연이겠지’라고 넘어갈 만한 일이 아니었다.

 

6년 전, 요코하마 전역을 뒤흔든 88일간의 대규모 항쟁.

 

어떤 호사가가 표현하기를, 그것은 ‘한 이능력자의 죽음과 5천억 엔, 그로 인해 벌어진 유혈과 살육의 축제’라고 하던가. 정부는 ‘손대기도 전에 이미 끝났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며 ‘컬렉터’ 시부사와 타츠히코의 투입을 마지막으로 모든 폭력 행위를 묵인했다. 어쩌면, 그걸 이용해 암흑세계를 일소하려는 속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도 모르고, 각자 용의 머리가 되고자 치열하게 싸워댔다.

그런 것도 모르고, 뱀의 꼬리에서 모두 고통받았다.

 

요코는 살아남았다.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총에 맞아 죽고, 맞췄다며 신나서 달려오던 누가 칼에 찔려 죽고, 칼에 찔린 사람이 저 멀리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알에 맞아 죽고…그런 꼴을 보면서 살아남았다. 여기는 죽이고 또 죽이고 죽이려는 놈들밖에 없다. 하루빨리 빛을 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88일을 살아남았다. 피 맛을 본 사람은 영원히 피를 빨며 살아갈 수밖에 없어. 그게 방랑 끝에 알아낸 사실이었다.

 

오다 사쿠가 구한 아이 중 요코만이 울고 있지 않았다. 울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를 잃은 것도 아니고, 마땅히 슬퍼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래, 그가 용의 아가리 속에서 구한 아이들은 정확히 6명이었다. 코스케, 신지, 유우, 사쿠라, 카츠미…요코.

 

피 맛을 본 사람은 영원히 피를 빨며 살아갈 수밖에 없어.

 

프리덤의 2층에는 오다 사쿠가 수류탄과 총기, 탄창을 숨겨둔 방이 있었다. 자신을 살려주고 여기까지 봐준 그는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지만, 이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물건이다.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난 그 사람을 믿을 수 없어. 짐이라고 해봤자 가방 하나에 다 쑤셔 넣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모두가 잠든 사이, 요코는 프리덤을 빠져나와 멀리 도망쳤다. 오다 사쿠가 절대,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프리덤의 점주가 죽고, 5명의 고아가 붙잡힌 차가 폭발하고, 오다 사쿠가 자살에 가까운 죽음을 맞이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였다. 당연하지만 요코는 그들의 마지막을 알지 못했다. 알 의무도, 의리도 없었다.

 

 


 

 

“이런 건 받을 수 없어요.”

“그럼 나랑 데이트 해 줘.”

 

동반 자살도 좋고. 미남자 - ‘다자이 오사무’의 말에 요코는 한숨을 쉬었다. 팁이 담긴 봉투는 보기만 해도 지폐가 빵빵하게 차 있을 것 같다. 저번부터 이런 느낌이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받아들였는데 알고 보니 정말 꽉꽉 찬 진짜 지폐여서 얼마나 놀랐는지! 그러니까, 이번에는 절대 안 받을 거야. 노력해서 벌지 않은 돈은 무조건 불행을 불러온다고. 요코는 입 안의 살을 살짝 씹었다. 무언가를 결심할 때의 버릇이었다.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그리고 팁을 받을 만한 서비스를 해 드린 기억은 없어요.”

“딸 같아서 그렇다면 좀 그런가?”

“다자이 씨는 암만 봐도 20대 초반이에요.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 거잖아요. 그러면.”

“오, 내가 남겨둔 선물을 찾은 건가? 자네, 관찰력이 제법이군. 우리 탐정사에서 일할 생각은 없나?”

“…위험한 일은 싫어요.”

 

어두운 일에 얽히는 것도 싫다. 그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얽히는 것도 싫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요코의 그것은 결벽증 또는 심약함에 가까웠다. 그렇구나, 그것참 아깝다며 다자이는 혀를 찼다.

 

“우리는 비능력자 사원의 안전은 절대적으로 보장한다고 말해도, 요코 아가씨에게는 들리지 않겠지. 실제로 위험한 꼴 여러 번 보였으니 할 말이 없어. 내 제안은 없던 걸로 해주게. 그 대신-”

“그 대신?”

“성의를 무시하지는 말아줬으면 하는데.”

 

그가 돈 봉투를 손가락으로 튕겨 요코의 치마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골~인! 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이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요코는 당근을 썰던 칼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다자이의 앞에 올려놓았다. 좀 더 단호하게 거절해야겠다.

 

이런 호의는 바라지 않는다고.

 

“저기요, 다자이 씨…”

“하나만 말해도 되겠나?”

“네?”

 

그리 생각하며 한마디 쏘아붙이려는 순간, 다자이가 주먹을 꾹 쥐고 숨을 들이쉬었다. 진지하게, 무언가 진지하게 말하려는 것 같아 압도당하는 기분. 요코는 침을 꼴깍 삼키며 귀를 기울였다.

 

“이 돈은 내가 주는 게 아니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요코는 어정쩡하게 웃으며, 칼자루를 검지로 쓱 쓰다듬었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여기서 도망치고 싶고…아, 그다음은 말하지 말아 주세요. 듣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했으면 다자이는 말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요코는 말하지 않았다.

 

“오다 사쿠노스케라는 남자를 알고 있나?”

 

말하지 않았기에 그의 이름이 여기까지 쫓아오고 말았다. 검지로 쓸던 칼자루가 균형을 잃고 바닥에 뚝,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쨍, 소리가 부엌을 울리고, 요코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서, 그저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다자이의 진지한 눈을…

 

“네?”

 

바라보지 못했다.

 

“내 친구인데.”

“… …”

“최고의 친구였어.”

“…그게 뭐 어쨌다는 거예요?”

“죽은 다섯 명의 아이 말고, 남은 한 명이 있다고, 죽어가면서까지…”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요.”

 

요코 자신도 놀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였다. 다자이는 그 말에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은 것인지, 그냥 덤덤하게 그의 말을 경청한다.

 

“당신에게나 좋은 친구고 감동적인 유언이지, 나에게는 그 사람이나 당신이나 다 똑같은…”

“… …”

“다 똑같은…언젠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들이라고요…”

 

피 맛을 본 사람은 영원히 피를 빨며 살아갈 수밖에 없어. 그리고 사람을 죽인 사람은 언젠가 또 사람을 죽인다. 한 번 저지른 일은 두 번 저지르기 얼마나 쉬운지. 그게 사람의 본성이다. 88일간의 항쟁 동안 요코가 보고 들은 것은 그러했다.

 

오다 사쿠는 좋은 사람이었다. 좀 서툴긴 하지만 대체로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5명의 아이와 요코를 구하지 않았겠지. 요코가 두려워한 것은, 사실 오다 사쿠가 돌변하여 자신들을 죽인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요코가 두려워 한 것은 오다 사쿠가 그 좋은 성격 때문에, 무력한 자신들 때문에, 누군가를 죽이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도망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본 오다 사쿠는 과거가 어떻든 그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더 나아지기를 선택한 사람이었기에…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

 

“당신에게나 좋은 친구죠.”

 

정말 비극적이게도,

 

“당신에게나 맡긴 거겠죠.”

 

나오는 말은 이런 것 뿐으로,

 

“나는 그렇게 해 달라고 한 적 없다고요…허접한 죄책감 같은 거, 가져달라고 한 적 없단 말이에요!”

 

자기 자신이 미워질 정도로 잔인한 말들뿐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다.

다자이가 오다 사쿠에게 품은 감정은 통용되지 않는다.

타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럴 의무도 없고.

 

이 아가씨의 반응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니시구는 항구와 중화가를 낀 행정구로, 탐정이니 마피아니 소란스러운 요코하마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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