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2
까마귀 방앗간 by 사장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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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에.“
밤바다란 원체 변덕스러운 법이다. “하핫, 소원을 너무 빌었더니 별님 달님들한테 밉보였나.” B의 헤픈 웃음 너머로 슬며시 섞여 있는 실망감. 그 탓인지 아쉬운 김에 오늘만 봐달라며 담배 한 개비를 무는 A를 구태여 말리지 않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무거운 공기가 짜디짠 바다의 내음을 짓누른다. 점멸하는 라이터의 작은 불빛을 반사하는 모랫바닥 위의 물체. B는 A의 담뱃불을 광원 삼아 그것을 주워들었다. 작은 유리병이었다.
“A 씨는 편지를 써본 지 엄청 오래됐다구 하셨죠.”
아직도 메모지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구나, 그것 또한 너답다고 B는 생각했다. 너는 쓰지 않냐는 말에 작은 병은 한 명분의 소원밖에 담을 수 없을 테니 양보하겠다는 말까지 포함해서. B는 찢은 종이의 거스러미를 갈무리한 뒤, 글을 적고 돌돌 말아 병목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사이에 어디선가 찌그러진 플라스틱 병뚜껑을 주워 온 A가 그것으로 병의 입구를 막고는 라이터로 녹여 단단히 밀봉했다. 그러고는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다.
“내용 안 물어 봐아?”
푸하핫, 결국 터진 B의 웃음이 파도 소리에 섞여 모래를 때린다. 고전 영화의 클리셰 같은 밤. 이 또한 낭만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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