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설

230220 H님 1천자

 

우리가 모두 바다에서 태어났으니, 언젠가 바다로 돌아가겠지.

 

물거품이 되어도 좋아. 바라던 바야. 그 광경을 처음 본 때는 언제였나. 여행의 끝자락이었나, 별장에 다다랐을 때였나. 푸른 물결이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것이 돌아갈 곳임을 알았다.

 

부조리한 고깃덩이를 씹으며 살아온 것이 원망스러웠다. 어쩐지, 죽고 싶었다. 한때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혐오감은 부서지는 파도에 밀려 사라졌다. 어떤 의미에서 바다는 이 생명을 구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이 목숨 헛되이 쓰지는 말아야지.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더라도 저 적막한 존재를 닮아보자. 바랄 것 없는 삶에서 바랄 것 있다면 그나마 이런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집요하게 바다를 쫓았던 것 같다.

 

파도치는 소리 외에는 말 없는 이라고 구태여 말하지 않고, 말없이 모든 것 감싸는 이라고 많은 것들을 사랑했다. 사랑을 몰라준다고 한탄하는 이가 아니기에 타인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바다에 물감 한 방울 떨궈도 변하지 않듯 그 무엇도 나를 고통스럽게 할 수 없다. 그것이 참으로 편안했다. 그것이 참으로 좋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래.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을 끝내는 방법만은 안다. 삶이 슬픔의 원인이라면 삶을 끊어내면 될 것이다. 끊어내는 과정이 두렵다면, 떨리는 손을 붙잡아 줄 수 있다. 그게 나의 상냥함이다. 그게 바다로부터 배운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모두 바다에서 태어났으니. 떨지 마라. 바다는 언제라도 우리를 차갑게 맞아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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