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설

M님 중꺾마 4천자

Fate/Grand Order 인도형제 양날개 드림 프로게이머 AU

전국에 계신 게임 팬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스타디움의 열기가 굉장합니다! 네, 그렇겠죠. 에이스 결정전에서 맞붙는 두 선수, 이력이 참 특이합니다!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죠…형제인데 라이벌이에요!

 

맞습니다, 형제끼리 맞붙는 셈인데, 서사도 실력도 심지어 외모조차! 어디 꿇리지 않는 선수들입니다. 소개합니다! 청팀, 판다바 소속 아르주나 대 백팀, 카우라바 소속 카르나…

 

방심하지 마라, 최초의 1인이 모두를 침몰시킬 수 있다.

포기하지 마라, 최후의 1인이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다.

 

 


 

 

“맵은 쿠룩셰트라로 정해졌다. 어떠냐, 아르주나!”

“문제없습니다. 질 수 없으니까요.”

 

장비를 연결하는 아르주나를 보며 비마가 통쾌하게 웃었다. 상황은 반반. 판다바의 아르주나와 비마가 1승씩, 카우라바의 두료다나와 카르나가 1승씩…전적은 2대2 – 남은 것은 에이스 결정전. 이 한 판으로 정규 시즌 1위가 결정된다. 5판 3선승제인 리그에서 마지막 5경기까지 갈 경우, 각 팀에서는 이미 나온 선수도 포함하여 1명을 자유롭게 출전시킬 수 있다. 이것이 5경기 엔트리를 비우는 이유이며, 이것이 에이스 결정전…

 

…즉 이 경기로 오늘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것이다!

 

판다바 난공불락의 에이스 아르주나와 카우라바의 연습생 신화 카르나. 둘은 프로게이머로서 걸어온 길조차 반대였다. 명문 팀에서 축복받은 환경으로 연습에 몰두한 아르주나와 달리, 일개 길드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팀도 자신도 정상으로 이끈 카르나. 이런 서사에 어떤 게임 팬이 열광하지 않을 수가 있나? 심지어 이부형제라는 것까지 완벽하게 대비되어,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를 두고 온갖 명품 헤드라인이 쏟아져 나왔다.

 

“여어, 카르나. 이 몸의 분석에 따르면 쿠룩셰트라는…”

“불리하지만 이길 수 있어. 걱정하지 마라, 두료다나.”

“그래? 그럼 그런 거고…”

 

게임 부스 속 카르나는 일찌감치 장비는 다 연결하고 가볍게 손목 운동을 하고 있었다. 에이스 결정전까지 왔으니, 너만 믿는다! 유쾌한 말을 던지고 떠난 두료다나. 이겨야 한다. 팀의 정규 시즌 우승을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정말 안 맞는 두 사람은 드물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만큼 달아오른 에이스 결정전이니, 영광스러운 MVP 인터뷰는 이번 경기의 승자에게 주어질 것이다. 즉…

 

‘나은 양과 이야기 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나은이란 처자는 누구인가. 본래 기상캐스터였지만, 어떤 인연으로 분석 데스크 아나운서에 합류한 리그의 초신성. 프로게이머들의 여신. 아리따운 외모와 사근사근한 성격.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무슨 질문이라도 대답하고 싶어진다.’, ‘MVP 인터뷰를 따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나은 양이다.’ - 같은 이야기가 온갖 팀에서 나오기까지! 나은이 프로게이머들의 여신이라는 건 아르주나와 카르나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그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만나기만 하면 스타디움이 뒤집어진다는 두 사람은 숙적답게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인터뷰, 너한테만은 안 넘긴다! 비마와 두료다나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떤다. 뭔가 부스 근처에서 한기가 느껴지지 않았던가…?


 

 

경기는 일진일퇴를 반복하다 아르주나의 승리로 끝났다. 판다바 팀의 팬들은 열광했다. 정규 시즌 1위도 모자라 이만한 명경기를 보여주다니, 역시 에이스 아르주나! 비마와 아르주나가 기쁜 얼굴로 청팀 게임 부스를 나가고, 두료다나가 백팀 게임 부스로 들어가는 모습이 비친다. 패배가 쓰라린 카르나의 어깨를 두드려 격려하는 훈훈한 모습처럼 보였지만…

 

“브라흐마스트라를 까먹으면 어떡해!”

“…정신이 없어서 까먹은 모양이다…”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다니…주장인 이 몸도 감독에게 쪼이겠다고! 하, 미치겠네…그건 그렇고, 좀 내려오지 그러냐?”

“…볼 낯이 없다.”

“누구를?”

“나은 양을…”

 

…같은 멍청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두료다나는 카르나를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나와 대기실로 돌아간다. 아, 패배했어도 사이가 참 좋네요. 아쉽지만 카우라바, 정규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합니다! 캐스터의 칭찬에도 몇몇 팬들은 ‘하필 져도 판다바한테!’라며 울분을 터뜨렸지만.

 

“잘 됐잖냐, 아르주나.”

“아직 플레이오프가 남아있으니까요.”

“아니, MVP 인터뷰는 따놓은 당상 아닌가? 지금이라도 인터뷰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것 같은데?”

 

한편 판다바 팀 대기실은 분위기가 좋다 못해 절정이었다. 비마는 평소 아르주나의 마음을 이렇게 콕 집어 말하지는 않았다. 다른 팀원들도 ‘나은 양과 인터뷰하게 되다니, 역시 에이스다!’라며 그를 놀리는 대열에 합류했고, 아닌 척 하지만 아르주나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른다. 정규 시즌 1위 다음은 플레이오프에서의 우승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면, 이번에야말로 고백한다! 이게 아르주나의 계획이었으니…

 

자꾸만 뻗어가는 미래 계획과 달리, MVP 인터뷰에서의 그는 꽤나 침착해보였다. 원래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선수기도 하고, 좋아하는 그 사람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주장 비마보다도 조리 있게 말하고 우아하게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지 설명하는 아르주나의 모습은, 판다바 팬들에게 있어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어떻게 보면 도박이었네요? 역시 아르주나 선수는 승부사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너무 멋있다. 다들 박수 부탁드려요~”

 

아, 그러다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이렇게 귀엽게 말하는 건 반칙 아닙니까.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아르주나는 ‘멋지고 쿨한’ 자신을 유지한다. 쿠룩셰트라 맵은 많이 연습하셨어요? 나올 거라고 생각했구나. 음음, 그렇죠~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거나, 자기 볼을 콕 찍거나, 그런 행동 안 하면 안 되나? 끌어안고 싶다…자기 안의 검은 욕망을 추스르기가 한계에 달했을 무렵, 꿈같은 인터뷰는 끝났다.

 

‘플레이오프 우승…꼭 하자…’

 

장비 가방을 가슴에 꼭 품은 채, 아르주나는 생각한다. 이대로 퇴근하면 완벽한 하루겠지. 자신의 사랑이 담긴 반지를 받고 ‘어머!’ 하면서 얼굴이 달아오를 나은 양만 생각하면 정말…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기고 싶을 정도다! 비마가 대기실 밖에서 부른다. 먼저 간다! 다른 팀원들과 먼저 팀 전용차에 가 있겠다는 뜻이다. 거기서 아르주나는, 뭔가를 잊고 온 척 슬쩍 스태프 대기실 쪽으로 향한다. 한 번만 더 나은 양을 보고 간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

“나은 양.”

 

같아서?

 

아르주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잊으랴. 일생일대의 숙적, 이부형제라는 악연, 카우라바의 신화 – 카르나! 카르나가 왜 스태프 대기실에서 알짱대는 거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르주나는 장비 가방을 품에 안고 구석에 숨었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건 설마…’

 

…반지 하나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자그마한 함이다. 카르나의 주머니 속에서 저런 게 나왔다는 것은, 설마, 설마, 먼저 고백하려고!? 아르주나가 상상한 대로 ‘어머!’ 하면서 얼굴이 달아오른 나은 양, 당장 대답할 필요는 없고 자신이 이기적인 거라 쓰잘머리 없는 소리를 하는 카르나!

 

“카르나…”

“기다리겠다, 언제까지나…”

“뭘 기다리겠다는 거냐, 카르나!!!”

 

복도 구석에서 훔쳐보던 아르주나는 그 말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정규 시즌 우승도 놓치고, 플레이오프도 자신에게 박살 날 예정이면서, (확정은 아니지만) 무슨 뻔뻔한 얼굴로 게이머의 여신 나은 양에게! 손을 댄단 말인가! 아르주나가 상상하던 아름다운 미래 계획이 인생에 한 번도 도움이 된 적 없는 카르나의 존재로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 아르주나 선수…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붉히는 나은. 제법 뻔뻔한 면상의 (사실 지금의 아르주나에게는, 카르나가 무슨 표정을 지어도 ‘뻔뻔하다’ 여겨질 것이다) 카르나!

 

“에이스 결정전은 내게 패배하고, 정규 시즌 우승은 놓친 네가! 무슨 면목으로 나은 양에게 고백하는 거지?”

“…시즌 마지막이니 어떻게 될지 몰라서 오늘 고백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뿐이다. 에이스 결정전이나 정규 시즌 결과는…아쉽지만, 오늘 마음을 전하기로 한 것과 관련이 없고…”

“그러고도 프로인가! 프로라면 정점을 노려라! 그것이 카우라바의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겠나!”

“저, 저기…”

 

형제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긴 나은이 자그맣게 소리를 낸다. 언성을 높이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순한 양이 되어 나은의 말만 기다린다.

 

“…그럼 아르주나 선수도, 고백…하려고 한 거예요?”

 

정곡을 찔린 아르주나, 역시 그랬다는 표정의 카르나. 두 분이 저를 좋아하신다니 기뻐요! 그러다 이런 말 하나에 또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이부형제. 과연 사랑을 쟁취하는 쪽은 어느 쪽일까?

 

그것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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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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