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회색도시1 허건오 드림 메인 서사
2023 03 11
첫만남
2023 03 11
두번째 만남
2023 03 13 (만화로 그렸는데 내용 뭐라는지 모르겠어서 백업 안함) / 2023 11 26 (글로 다시 옮김)
악몽
이제 기억도 가물한 어릴적 일이다.
언제나 첫 시작은 파란 하늘과 귀 찌를듯 들리는 매미소리, 그리고…
"병 옮기지 말고 썩 꺼져!"
어른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차 한대 다니지 않아 조용하기 짝이없는 시골에 큰 소리는 꽤 드문 일이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몇 없는 마을 사람들이 처음보는 외부인을 빙 둘러싸고 화를 내고 있다. 외부인은 얼굴에 아주 큰 혹이 나 있는, 우울해보이는 여자였는데 사람들이 말하는걸 들어보면 결혼을 해서 마을을 떠났다가 가족을 잃고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완전 외부인은 아니라는 뜻인데 그럼에도 저렇게 날을 세운다.
여기는 아주 오래된 작은 마을이다. 학교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폐교되었고, 아이라곤 나밖에 없는 곳에 나를 두고 어머니는 이곳을 떠났다. 제대로 작동하는 가로등 하나 없고, 지나가는 길목마다 폐가와 무덤만 가득한 이 마을은 버려지는 사람만 모인 탓인지 낯선 것을 꾸준히 배척했다. 아마 그 큰 고함소리는 전적으로 이 마을 사람들이 원인일 것이다.
욕이란 욕은 다 해놓고 웃긴 말이지만, 그런곳에서 10살도 되지 않았던 나는 마을사람들에게 꽤 많은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어린시절 나는 굉장히 제멋대로였고, 사람을 잘 믿었으며, 또... 친절한 어른들에게 약했다.
...
운이 나빴다면, 그 당시 내가 자주 가던 놀이터에 가려면 그 외부인의 집 앞을 지나가야 했다는 점이고,
동시에 운이 좋았다 하면... 이 마을은 나의 제멋대로인 그 점을 나쁘게 이용하는 어른이 없었다는 것이다.
평균 연령이 50은 거뜬히 넘어가는 이곳에서 10살도 안된 내가 있으니 눈에 띄었던 탓도 있겠지. 그 외부인은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같은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마주칠 때마다 사탕을 주었는데... 나는 또 그게 좋았다. 어느날은 왜 늘 사탕을 주냐 물었더니, '친해지고 싶어서─' 라는 답을 들었고, 그 뒤로 다른 마을 사람들 모르게 나만 아는 비밀장소에서 자주 같이 놀았다. 둘 다 혼자였던지라 나이대에 상관없이 꽤 빠르게 친해졌던 것 같다.
...그래, 나에겐 첫 친구였다.
한여름에도 긴팔 긴바지를 고집하며, 긴 머리를 묶지 않고 늘어뜨려 얼굴을 가리던 친구는 멀리서 봐도 알아차리기 매우 쉬웠다. 같이 몰래 놀던 날이 길어지면서 나는 내 친구가 마을에서 배척받는 '외지인' 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지 꽤 되었다. 할머니가 중간에 뭐라고 말을 해줬던것 같지만, 혼내는 투가 아니었기에 한 귀로 흘렸던 탓도 있겠다.
...그땐 어른이면 전부 강한 줄 알았다. 왜 몰랐을까?
가까이 가면 늘 옅은 피 냄새가 났는데.
핑계를 대자면 나는 어렸고, 어른들에게 미움받는 것을 무서워했다. 그 상황에 끼어들만한 용기가 없었고, 화가 잔뜩 난 어른들을 멈출 수 있는 힘따윈 없었다. 나는 마을 사람들이 내 친구를 왜그렇게 싫어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잔뜩 화난 시선이 나를 향하게 되는것이 더 두려웠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얌전하다 한들, 어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어린아이였을 뿐이다.
그 뒤로 오랫동안 친구를 찾아가지 않았다.
한동안 방에 틀어박혀 울거나 멍하니 창문만 봤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까지 사람이 사람을 싫어한다는게 이해되지 않았다. 얼굴에 난 혹도 옮는게 아니라 했다. 할머니에게 물어봐도 이 마을이 이상한거라는 답 말곤 얻을 수 없었다. 괜히 찾아가기엔 꺼려져서, 또 마을 사람들에게 들켰을때가 무서워서... 등등의 핑계를 대며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다가 글을 어느정도 다 익혀갈 무렵, 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되기도 해서 이사가 결정됐다. 꽤 먼곳으로 갈 예정이기도 하고,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으로 인사정도는 하고 싶어서... 아니, 솔직히 그런건 내 핑계고 어떻게 살고있는지 궁금해서 어른들 몰래 찾아가기로 했다. 끝까지 제멋대로에 염치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해가 뜨면 칼같이 일어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섰다. 늘 다녔던 익숙한 길이어서 가로등 없이 희미한 달빛으로도 충분했다. 첫만남, 여름의 더위가 무색하게 이젠 겨울철 눈이 발목까지 쌓여 온통 차가웠다. 흰 숨을 내쉴때마다 하얗게 흩뿌려져 시야를 가렸다. 동그랗고 작은 발자국이 생겼다가 지워지길 반복하며 도착한 그곳엔... 당연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자고 있는 시간이라 그런걸까? 별 생각 없이 잠깐 대문 앞에서 기다리다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드렸는데, 녹슨 음과 함께 문이 그대로 스르륵 열렸다.
" 아줌마~ 연화에요, 없어요? "
눈이 그리 거세지도 않았는데 누가 소리를 차단하기라도 한 것 마냥 고요했다. 그때의 나는 두꺼운 외투에, 목을 감싸는 니트, 긴 목도리, 귀마개... 등등 얼굴을 반쯤 가릴 정도로 두껍게 입고 있었는데, 그래서 내 소리가 닿지 않은 것이라 생각해 별 생각 없이 현관문쪽으로 다가갔다. 현관문에 입을 가까이 대고 귓속말하는 것처럼 다시 장난스레 인사하려는 찰나,
난생 처음 맡는 끔찍한 냄새가 났다.
현관문을 가볍게 밀어보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맥없이 문이 열렸다. 문단속 안하냐고 핀잔 줄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안쪽에서부터 났다. 꽤 오래전부터 사람 손이 닿지 않은걸 보여주듯 곳곳에 벌레시체와 먼지로 가득해서, 신발 벗을 생각도 안하고 홀린듯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벌레가 들끓는 목 맨 시체.
꽤 오래됐는지 머리카락과 손발톱이 다 빠져서 생전 모습을 알 수 없음에도 내가 찾던 사람이란 것을 알아챘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다. 어릴적 일이라 잊을만도 한데, 이맘때쯤 늘 이 꿈을 꾸니 잊을 수가 없다. 뒤돌아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오면, 그제서야 꿈에서 깬다. 눈을 떠 익숙한 천장을 올려다 보면 온 몸이 땀범벅이다.
내가 그때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다시 말 걸 용기가 있었다면, 설득할만한 힘이 있었더라면, 하다못해 적어도 어리지 않았다면─…. 어른이 되면 뭔가 달라질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내 탓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지나간 길에 '만약'을 꿈꾸게 된다. 그때의 흉터는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기억속을 헤짚는다.
나는 어떤식으로든 그 이상한 마을을 떠났을거라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 외부인의 발길이 끊긴 외딴 시골 마을. 평화로워 보이지만 단절된 곳인 만큼 '다른'것을 끝없이 배척한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머리론 그리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만약을 생각한다는 건, 역시 후회한다는 거겠지. 모른척 했다곤 하지만 그렇게 홀로 죽길 바란 것은 아니다. 죽어가는 마을의 기분나쁜 문화를 끊어낼 힘이 없었음을, 그들의 질타가 자신을 향하게 될까 두려워 한번의 용기조차 내지 않았음을 후회한다. 그 날 이후로 대화 한번 걸지 않고 도망치기만 했던 것에 끝없이 미련이 남는다. 아마 어린시절의 나도 어렴풋이 알고있었을 것이다. 여름에도 늘 긴팔에, 감출 생각도 없어 보이는 피냄새. 내 첫 친구는 죽기 위해 그 마을에 왔다.
... 죽음을 가까이서 접하는 사람은 비슷한 냄새가 난다. 늘 이맘때쯤 도망치는 꿈을 꾸니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다.
내 첫 친구와 전혀 다른 말투와 성격을 가진 그 사람은 웃기게도 내 친구와 가장 비슷한 냄새를 가졌다. 그래서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걸까?
'처음에... 어쩌다 대화를 하게 됐더라.'
2023 03 15
하루 늦은 화이트데이?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주는거지만 어쨌든.)
아무튼 날을 핑계로 첫번째 사탕.
2023 03 11
그냥 낙선데 빼고싶지 않았음... 화이트데이 전에 그린거지만 아무튼 흐름상 여기가 그나마^^ㅋㅋ
2023 03 17
두번째 사탕.
2023 03 19
통성명
2023 03 25
오지랖
2023 05 14
답례1
2023 05 16
답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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