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어디까지 날아볼까?

듀스 스페이드 드림

* 23년도 듀스 생일 기념 연성. 생일 축하해 절친아 너는 정말 짱이야.

하츠라뷸은 정기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날의 파티가 열리는 기숙사다. 즉, 과거 어떤 삶을 살아왔든지 본래 성향이 어떻든지.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익숙해 진다는 게 아무렇지 않다는 뜻은 아닌 탓이었을까.

달이 뜰 무렵 즈음. 듀스는 제 생일파티를 너무 신나게 즐긴 탓에 갑자기 몰려온 피로를 못 이기고 푹신한 소파에 늘어지고 말았다.

 

“후우, 피곤해.”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어.’ 작게 중얼거리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친구들과 선배들의 축하. 생일 기념 인터뷰와 버스데이 로드의 비행. 선물을 풀어보며 즐거워 한 시간과 케이크를 나눠 먹다 에이스와 가볍게 다툰 일까지.

오늘 하루를 찬찬히 돌아보는 그는 선물 받은 빗자루를 가볍게 끌어안고 좀 더 편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듀스, 아직 옷 안 갈아입었어?”

 

한창 휴식을 취하는 그를 찾아온 건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트레이였다.

너무 편한 꼴로 쉬고 있던 듀스는 갑자기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클로버 부사감! 죄송합니다, 곧 갈아입고…….”

“음? 아냐, 아냐. 아직 자정까지 시간도 있고. 어차피 이 시간에 자러 가지도 않잖아? 그런 일 때문에 부른 거 아냐.”

“그……,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지. 어깨의 힘을 뻔 듀스는 비뚤어진 모자를 고쳐 쓰며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참.’ 트레이는 한 손만으로 모자의 각도를 고치는 후배를 도와 매무새를 대신 고쳐주더니, 동생을 챙기는 형처럼 인자한 얼굴로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이렌이 널 찾아왔어. 그걸 알려주려고 온 것뿐이야.”

“아이렌이요?”

 

그 이름을 듣자 긴장과 머쓱함으로 다소 굳어있던 표정에 갑자기 화색이 돈다.

트레이는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솔직하다면 솔직한 후배의 반응에 웃음이 터지려는 걸 꾹 참아야 했다.

 

“감사합니다! 금방 다녀올게요!”

 

잔뜩 들뜬 듀스는 들고 있는 건 두고 가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 손에는 빗자루를 쥐고, 다른 손으론 모자를 눌러 잡고 뛰는 듀스는 육상부 부원답게 놀라운 달리기 솜씨를 보여주었다.

 

“아이렌!”

 

옷차림이 흐트러지지 않게 잘 부여잡고 온 덕분에, 듀스는 달려온 속도와는 달리 제법 멀쩡한 꼴로 아이렌 앞에 나타났다.

장미의 미로 앞에서 활짝 핀 장미들을 구경하고 있던 아이렌은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듀스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져,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아주었다.

 

“듀스, 바쁜데 불러내서 미안해.”

“아냐! 하나도 바쁘지 않았어! 인터뷰도 끝났고 버스데이 로드를 나는 행사도 끝났고, 어, 어쨌든! 할 일은 다 해서 케이크를 먹으며 쉬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럼 다행이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준 아이렌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봉투 하나를 꺼냈다.

편지 봉투보다 약간 큰 크기의 종이 봉투의 겉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자, 이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당장 전해줘야겠다 싶어 급히 왔어.”

“응?”

 

혹시 편지인가. 듀스는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렌이라면 수신인과 발신인을 제대로 적어 둘 거란 생각에 금방 고개를 저었다.

열어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이는 아이렌의 신호를 놓치지 않은 듀스는 마른침을 꾹 삼키고 봉투 내용물을 확인했다.

 

“우와.”

 

안에 든 건 자신이 찍힌 사진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까 전, 버스데이 로드를 날아갈 때 모습이었지. 각각 다른 각도로 찍힌 5장의 사진 속 제 모습은,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당장 몇 시간 전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듀스는 손가락을 세워 사진을 매만져 보았다.

 

“이거, 네가 찍은 거야?”

“응. 요즘은 다 데이터로 남기다 보니 사진 인화는 잘 안 하지만, 나는 아날로그가 좋더라고.”

 

확실히 요즘 사진을 직접 뽑아서 간직하는 경우는 드물지. 제 주변에선, 기껏해야 루크 정도가 사진 인화에 관심을 보이던가. 대다수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거나 메시지로 보내는 시대에, 이렇게 직접 사진을 인화해서 전해주는 사람은 드문 게 당연하다. 그것도 오늘 전해주고 싶어, 몇 시간 사이에 급히 인화해 준 게 얼마나 감동적인지.

어쩐지 마음이 간질간질해진 듀스는 손등으로 코밑을 훔쳤다.

 

“고마워, 멋있게 잘 찍어줘서.”

“이 정도쯤이야. 듀스의 생일인데, 사진이라면 몇 십 장이든 찍어 줄 수 있어.”

 

눈 하나 깜빡 않고 단내 나는 소리를 한 아이렌은 듀스가 들고 온 꽃빗자루로 시선을 돌렸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찬찬히 살펴보던 그는 마법이라도 걸린 건지 아직도 생생한 꽃잎을 톡톡 건드려보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멋있네, 버스데이 로드 비행이라는 거. 나도 마법사였다면 직접 날았겠지?”

 

얼핏 들어도 그 목소리엔 부러움이 느껴졌다. 듀스는 제 빗자루에 온 신경이 쏠린 상대의 모습에, 빠른 속도로 날아갈 때처럼 가슴이 울렁거렸다.

아이렌은 제가 마법을 쓰지 못하는 점에 큰 유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 다른 이를 지킬 힘이 없어서 한탄할 때나 파트너인 그림에게 실전 수업을 전임해야 할 때 빼고는 마법사가 아닌 걸 그리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딱 하나 예외인 순간이 있었으니, 그는 비행술 수업 때만큼은 조금이나마 마법사들을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도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좋겠다며, 빗자루를 가만 바라보곤 했지.

 

‘분명, 아이렌의 생일 때는 옥타비넬 선배들이 대신 태워줬다고 하던가.’

 

이번 해의 4월, 아이렌의 생일날. 사람들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아이렌은 일부러 아침 일찍 인터뷰를 마치고 비행은 생략하려 했지만, 상황을 예측하고 온 옥타비넬의 2학년 트리오가 각자 한 명씩 아이렌을 태우고 버스데이 로드를 날았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이는 소수고, 자신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지만, 듣자 하니 굉장한 비행이었다고 하던데. 플로이드는 아이렌의 안전을 생각하는 게 맞나 의심 될 정도의 곡예비행을 보여줬고, 제이드와 아줄은 거의 땅에 붙어서 날았다고 하던가.

어느 쪽도 마음 놓고 즐길 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자, 듀스는 이유 모를 책임감을 느끼고 엄청난 결심을 내렸다.

 

“그, 아이렌.”

“응?”

“혹시 괜찮으면, 내가 태워줄까?”

 

주어가 확실하지 않은 말이었지만, 아이렌은 금방 문맥을 읽고 되물었다.

 

“태워준다니, 빗자루 말이야?”

“응. 네 생일 때 이미 타봤겠지만,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는 말도 있고!”

 

제 제안이 꽤 매력적이었던 걸까. 아이렌은 곧바로 거절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잠깐 고민했다.

그러나 제일 먼저 튀어나온 건, 지극히 현실적인 반응이었다.

 

“허가 없이 날아도 되는 건가?”

“윽, 그건 그렇네.”

“흐음.”

 

이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아이렌이 한쪽 입꼬리만 씩 올려 웃었다.

 

“듀스, 그거 알아? 거짓말은 들켜야 거짓말이 되는 거.”

“어?”

“안 들키면 거짓말도 잘못도 없던 일이 되는 법이지. 혼낼 사람이 없잖아?”

 

완곡히 돌려서 말하고 있지만, 듀스는 지금 아이렌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금방 눈치챘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어느새 듀스도 아이렌의 어법에 꽤 익숙해진 덕분이었다.

몰래 둘이서 야간비행이라. 상상만 해도 두근거리긴 하지만, 들키면 귀찮아질 것 같다.

하지만 상대 말대로 들키지만 않는다면, 분명 멋진 추억이 되겠지. 그건 절대 부정할 수 없었다.

 

“……아이렌 너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음? 어떤 점이?”

“어떨 때는 지극히 모범생 같다가도, 어떨 때는 선배들도 놀랄 엄청난 소릴 한다던가…….”

“하하.”

 

뜻 모른 웃음을 지은 아이렌은 은근슬쩍 듀스의 팔에 제 팔을 걸었다.

서슴없이 밀착해오는 상대의 대담함에 잠깐 숨을 멈춘 듀스는 뺨이 닿을 정도로 다가온 얼굴이 묻는 말에 얼어버렸다.

 

“그래도 이런 나도 나쁘지 않지?”

 

이건 반칙이다. 원래도 나쁘다 생각하지 않긴 했지만, 누구든 이런 상황서 네가 나쁘다 답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고장 난 기계처럼 삐걱거리던 듀스는 아까보다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외쳤다.

 

“다, 당연하지. 넌 좋은, 그, 좋은 친구야!”

“하하, 그래. 미움받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지 뭐.”

“미울 리가!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아. 뭔가 단어 선택이 지나치게 직설적인데.

그걸 눈치챘을 땐 이미 말이 튀어나온 후였다.

듀스는 새빨개진 얼굴로 제 팔을 안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이렌은 방금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지그시 눈을 맞추고 있다가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도 좋아해, 듀스.”

“…….”

“이렇게 귀여운 듀스를 누가 감히 미워하겠어. 있으면 내가 때려줘야지.”

“하, 하하.”

 

지금 이거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 몰라서 저러는 거야?

하지만 일단……. 제 본심이 들키지 않았다면 그걸로 된 거겠지.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아이렌이 방금 그러지 않았나.

자신은 절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지만, 이 감정은 지금 드러내 봐야 좋을 게 없으니, 지금은 굳이 설명하지 말아야지.

현명한 선택을 한 듀스는 헛기침 후 슬쩍 팔을 빼고, 아이렌의 손에 제 빗자루를 쥐여주었다.

 

“그럼 가자, 어디까지 날아볼까?”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HL
커플링
#드림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