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설

Siren

라스트맨 미나신←쿄고

신타로는 섬세하고 순진한 아이였다. 나이를 먹어도 달라지지 않아. 적어도 쿄고의 눈에는 항상 그랬다. 피해자의 아픔을 이해하기에 정의를 관철한다. 순진하고 일직선이기에 구부러진 타인과 부딪친다. 그랬던 신타로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미나미 히로미와 버디를 맺은 이후부터? 그 남자가 신타로와 함께한다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타로의 본질을 바꿔놓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신타로는 무엇이었을까.

쿄고는 생각했다.

“고도 씨에게는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동생이 폐를 끼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미나미 히로미와는 가끔 술잔을 기울였다. 어디까지나 업무의 연장선상이었다. 그것이 업무가 아닌 제로섬 게임으로 변모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신타로와 긴밀해진 이후부터? 눈이 보이지 않기에 미나미의 다른 감각은 필요 이상으로 예민했다.

“고도 씨는 차장님이 말씀하신다면 언제든지 저와 갈라질 텐데요.”

가끔은 독심술이라도 쓰는 건가, 싶을 때도 있었다.

“제가 무슨 권리로 그러겠습니까. 미나미 씨 덕분에 신타로 녀석이 밝아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Oh, No. 차장님, 툭 터놓고 이야기해 보죠. 저를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지 않나요? 제가 어째서 일본에 왔는지 알고 계시는 차장님 아닙니까.”

그리고 잠깐 미나미가 와인으로 입을 적셨다. 쿄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나미를 바라보았다.

“진실도, 고도 씨도 제 몫으로 가져가도 당신은 다행이라고 할 겁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무엇도 미나미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쿄고는 진실 따위 모른다. 그러니 그 정도는 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신타로를 자기 색깔로 물들인 그에게는 자신의 것이라면 아무것도 넘기고 싶지 않아. 저도 모르는 사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음에도 미나미는,

“잘 알겠습니다.”

라는 말을 던지는 것이다.

“형제간의 우애가 좋아 보여 다행이군요. 신타로 씨는…”

“… ….”

“아, 실수. 고도 씨가 좋다면 ‘저도’ 좋거든요.”

그 말을 남기고 미나미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쿄고는 그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 제 와인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텅 빈 미나미의 것과 비워지길 기다리는 자신의 것. 마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는 상념에 잠겼다.

쨍그랑,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손님.”

현실이었을까?

“손님, 손님-”

그것은 현실의 소리였을까.

“손님, 그렇게 잔을 붙잡으면 깨져요! 손 괜찮으신가요? 당장 처치를…”

“…필요 없어.”

쿄고는 한숨을 쉬며 제 손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낸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멱살을 붙잡았어야 했다.

보자마자 당장.

‘신타로 씨는’.

그 목소리가 가증스러워서,

‘아, 실수. 고도 씨가 좋다면 ‘저도’ 좋거든요.‘

그 목소리로 신타로를 홀렸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화가 치민다.

신타로를 울리지 마. 한쪽 손을 다친 채 호텔로 가는 길은 착잡했다. 만약 그 자식이 신타로를 건드렸다면, 이 손을 보여줄 셈이었다. 결국 와인을 마실 수는 없었다.

하지만, 피로 채울 수는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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