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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의 핸들러는 이구아수의 동행을 승낙했다. 둘은 인포서를 부수고, 심도의 더 깊은 곳으로 내려앉았다. 레이저 장벽의 제너레이터를 망가트리고, 시간 제한이 따라붙는다. 시설 내부로 뛰어든 무인 AC를 다시금 파괴한다. 이페메라, 그렇게 이름붙여진 AC는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 기체였다. 루비코니언 기술연구소의 유산이자, 지금은 푸른 빛이나 이전엔 붉게 빛났을 코랄 병기인 그것. 이명이 드물게 웅웅거렸다. 상대도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렴풋이 아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꼴인지.”

이구아수는 보급된 식량을 입에 욱여넣으며 한탄했다. 행성 외부의 음식. 들개가 먹는 것은 레드 건의 것보다 형편이 좋았다. 그런 것을 먹고는 있지만 앞으로 있을 일에 착잡해 무슨 맛인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곧 루비콘 기술연구도시다. 그리고, 이는 아르카부스가 발람을 밀어버리려 손을 쓸 시간임을 뜻했다.

때마침 들개의 앞으로 의뢰가 두어 개 들어온다. 핸들러의 통신을, 녀석은 이구아수에게 공유했다. 하나는 해방 전선으로 부터 온 베스퍼 대장 둘의 제거. 그리고 다른 하나는… 레드 건 부대의 대대적인 섬멸. 아르카부스의 의뢰였다. 으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이구아수는 들개를 바라본다.

의뢰의 보수를 받을 시간이었다.

*

들개는 핸들러로부터의 통신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이명이 크게 울린다. 코랄로 인한 재밍, 나중에 그는 이리 변명할 터였다.

“——이구아수, 제 이름은 에어에요. 루비코니언, 에어.”

고저없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때려박힌다. 코랄에게도 이름이 다 있군, 이제와서 하는 통성명에 헛웃음이 났다.

“하, 참고하도록 하지.”

이제까지도, 앞으로도. 이구아수가 그녀를 부를 일은 없을 터였다.

*

심도 초입으로 돌아온 둘. 며칠만에 본 레드 건은 분위기가 바쁘다. 포토맥과 미시간은 라이거 테일을 조정하느라 분주했고, MT 부대원들도 이후에 있을 미답 영역의 조사에 대비해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중엔 레드의 기체인 허밋도 보였다.

“G5, 소식은 들었다. 최근 강아지와 붙어다니느라 바쁜가 보군?”

심도 한켠에 임시로 마련된 간이 개러지. 조정이 진행중인 라이거 테일에서부터 낄낄거리는 미시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구아수는 한층 피곤한 얼굴로 전방 카메라가 있을 미시간의 헤드 파츠를 올려다보았다.

“어이 영감, 나쁜 소식을 하나 들려주지.”

“…아르카부스가 레드 건의 섬멸을 원한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MT에 타지 않은 파일럿들의 시선이 따갑다. 이미 행동이 빠른 몇몇 놈들은 권총을 꺼내어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그 사이로 익숙한 얼굴도 보인다. 레드, 녀석은 허리춤에 찬 권총을 뽑아들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를 아직도 고민하는 중인 듯 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웃고 있는 이는 미시간 하나 뿐이었다. 이구아수는 들개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오해 받을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 들개 새끼야…”

이미 AC에서 내린 몸이다. 이구아수는 두 손을 들어 무기가 없음을 내보이며 말한다.

“곧 이리로 베스퍼가 올 거다. 훈련도 조정도 때려치고, 다들 더 깊은 곳으로 꺼져.”

미답 영역도, 기술연구도시도 그들에게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일 터였으나 AC 하나에 몰살당하는 것 보단 그게 나을 것이었다. 코랄을 지키고 있을 아이비스와 C병기들보다 베스퍼의 늑대 한 마리가 더 위험했다.

“이구아수, 못보던 사이 자신감이 넘치는군?”

라이거 테일의 코어가 열렸다.

“총대장님, 조정 중에 내리시면—”

포토맥이 말릴 새도 없이 미시간은 콕핏 바깥으로 몸을 내밀고, 뛰어내린다. 금속제 발판이 굉음을 내며 떨렸다. 미시간은 들개의 코앞에 서서 놈을 내려다본다.

“기껏 나와줬는데, 정말로 덤빌 생각은 없었나 보군 G13?”

미시간이 들개의 어깨를 툭 친다. 웃고 있지만 조금은 실망한 것도 같았다. 진짜 노망난 영감이라니까,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자, 다들 들었겠지! 소풍이다! 레드 건은 더 깊은 곳으로 진출한다!”

미시간의 목소리는, 마이크 없이도 심도 내부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것으로, 분위기는 정리되었다. 레드 건은 미시간의 뜻을 전적으로 따랐고, 미시간은 둘의 행동을 용인했다. 파일럿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기체를 찾아 콕핏 안으로 몸을 던졌다.

“G13, 나중에 한 판 놀아보자고.”

미시간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말하고선 라이거 테일을 향해 뒤돌았다. 곧 대심도의 초입은 빈다. 이구아수는 들개를 향해 눈짓했다. 가자, 이젠 우리도 대비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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