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amer] 「악역영애를 찾아서」 제1화
「오토메 게임의 악역영애」는 실존하는가? 90년대 오토메 게임에서 악역영애를 찾아보자
원제 : 「「悪役令嬢を探して」第1回:「乙女ゲームの悪役令嬢」は実在するのか? 90年代乙女ゲームから悪役令嬢を見出してみよう」
※쉬운 이해를 위해 원문의 문장이나 표현을 수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작품명 혹은 캐릭터 이름 등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실제 기사에는 글자색이 들어간 부분이 있으나 전부 볼드처리만 하였습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악역영애」물. 그러나 그 이미지 소스로 쓰이는 「오토메 게임의 악역영애」의 존재에 대해서는 지금껏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어왔다. 그럼, 오토메 게임의 악영영애는 사실 실존하지 않는 것인가?
이번 4Gamer에서는 게임 연구가인 무카에 슌스케向江駿佑 씨에게 의뢰하여 오토메 게임에서 찾아낼 수 있는 「악역영애」의 역사를 총 3회에 걸쳐 편찬받기로 했다. 제1화는 90년대, 제2화는 00년대, 제3화에서는 2010년대 이후를 다룰 계획이다. 「안젤리크」 이래 무수히 발매되었던 작품들 속에 존재하는 악역영애의 반짝임을,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꼭 확인해주시길 바란다.
2024년 3월 닌텐도 스위치용 소프트 「악역영애는 이웃나라 왕태자에게 익애받는다」 (오페라하우스) 가 발매되는 등, 「악역영애」의 인기는 의연하고도 건재한 듯하다. 다만, 지금은 이렇게 오토메 게임에 실제로 등장하고 있는 악역영애이지만, 2020년 「오토메 게임의 파멸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영애로 환생해버렸다… ~파란을 부르는 해적~」(아이디어 팩토리) 가 발매되었을 무렵에는 오토메 게임에 그러한 캐릭터는 없던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존재이자 최종적으로는 주인공과 화해한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이번 원고의 집필을 의뢰받고서 다시금 확인해보았지만 2024년 4월 현재도 이러한 부분은 바뀌지 않은 듯하다. 「『오토메 게임에서 약속된 악역영애』라는 집단환각(*1)」, 「오토메 게임에 악역영애가 없는 이유는 『남성을 라이벌 포지션에 두는 편에 이득』이니까? 『공략대상은 많을 수록 좋다』(*2)」 등등, Togetter(* 일본의 트위터 정리 사이트)에 정리된 과거 오토메 게이머들의 대화를 보면 극히 적은 예외는 존재하나 오토메 게임에서는 대체로 그런 캐릭터들이 존재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순정만화에서 나온 발상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게임의 경우, 라이벌 포지션을 남성 캐릭터로 하는 편이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쉽다」 같은 이유도 납득이 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Wikipedia에서도 악역영애 페이지가 작성되어 있는데 관련작품 리스트를 시작으로 꽤 충실한 정보가 적혀있다. 다만 여기서도 대부분 소설이나 만화의 예시만 나와있고 오토메 게임의 경우는 몇 개의 작품에 그친다.
그렇다면 사실 오토메 게임의 악역영애는 실존하지 않는 것일까? 시야의 정면에는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우리들의 시선 구석에 눈치채지 못한 「유령 악역영애」가 숨어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만약을 위해 말해두지만 대부분의 오토메게임 환생물이 실제 오토메 게임을 참고하지 않았으리란 의견에는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악역영애는 본 연재에서 다루는 작품처럼, 오토메 게임 속에서도 다른 매체의 악역영애와 비교 가능한 특징을 가진 캐릭터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후대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는 현 시점에선 명확하지 않지만, 「오토메 게임에서 악역영애라는 존재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는 시점에서 플레이해보니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재에서는 오토메 게임의 역사를 돌아보는 한편, 이제부터 이어질 총3화에 걸쳐 이러한 악역영애들과 바리에이션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타 매체와의 차이와 공통점에 대해서는 연재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정리하고자 하며, 우선은 이제까지 웹상에서 이루어진 의논에서 이름이 거론되었던 작품을 정리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1. 「악역영애」 논쟁
아래의 표는 앞에서 말한 페이지나 Wikipedia 등의 토론, 혹은 개인 블로그(*3) 등에서 악역영애가 등장했다고 거론된 작품이나 그 캐릭터에 대해서 필자가 정리한 것이다. (* 아래 이미지는 원본 이미지 내용을 번역한 것입니다.)
(표1. 이제껏 이름이 거론된 적 있는 작품과 캐릭터)
(※는 루트 분기에 따라 주인공과의 관계나 성격이 변한다.)
대표작만을 보자면, 일반적으로 오토메 게임의 조상이라 불리는 「안젤리크」(코에이 1994)를 시작으로 90년대, 00년대, 10년대로 대상이 되는 작품들이 각 세대별로 밸런스 좋게 분산되어있다. 전체적으로는 22년간 16작품이므로 2년에 한 작품 이상의 페이스로 어떠한 의미로든 악역영애로 간주되는 캐릭터가 등장했다는 뜻이 된다. (과거작 이식이나 리메이크는 제외)
이후로도 특히 스마트폰 타이틀을 중심으로 언급할만한 작품이 다수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현재 그러한 작품들은 상기한 게임기 전용 작품들과 같은 예시로서 논의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제3화에서 다루게 되겠지.
하지만 각 작품을 개별적으로 보자면 악역영애라고 잘라말할 수는 없는 캐릭터가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고 느끼는 독자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안젤리크」에서 주인공의 라이벌로 나오는 로잘리아는 앞서 말한 사이트를 필두로 필자가 확인한 대부분의 논의에서, 오토메 게임의 악역영애라고 「오해」받는 실제 예시로서 언급되고 있었다.
이후의 시리즈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보좌관이나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한명으로 조작가능해지는 것(*4)도 상관없이, 그녀가 악역영애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것은 「안젤리크」라는 작품 자체의 존재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상술한 바와 같이 본작은 일반적으로 최초의 오토메 게임으로 여겨지는 한편 2021년 시리즈 최신작 「안젤리크 루미너라이즈」(코에이 테크모)가 발매된 것도 있어 지금까지도 오토메 게임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더불어 이 작품이 순정만화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스탭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나와있으며 (*5), 표면적으로는 그러한 부분에서 악역영애의 모습이 반영되어있다고 생각된다. (그림1) 잡지나 웹 기사의 한정된 원고 매수에선 인물상을 심도있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나 플레이를 해보지 않은 경우라면 이러한 표면적인 이미지에 휘둘리는 것도 어쩔 수 없으리라.
(그림1. 로잘리아의 말버릇이나 행동은 알기 쉽게 암호화 되어있기에, 얼핏 오해하기 쉽다.)
( "역시, 나와 안젤리크 사이의 격차가 이렇게 드러나는군. 하긴, 당연하지만." )
그러면 전체적인 방향성은 어떠할까. 이쪽도 그리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초기에는 유럽계 귀족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 눈에 띄고, 서서히 아시아계 영애가 등장하는 흐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십삼지연의 ~언월삼국전~」 (아이디어 팩토리 2012)나 「여왕벌의 왕방」(PURE WOOL 2014)처럼 겉보기는 사람의 형태지만 동물이나 곤충인 캐릭터도 나오는 등, 세계관은 다양하다.
실제로 세간에 나오는 「오토메 게임의 악역영애」에 대한 개념은 긍정파·부정파 모두 어떤 통일된 정의를 가진 게 아니라 각 개인이 미묘하게 다른 판단기준을 가지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실정이다. 이것을 구분하기 위해선 먼저 「악역영애」가 내포한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2. 애초에 「오토메 게임의 악역영애」란 무엇인가
그럼, 이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타당할까. 일단은 「오토메 게임의 악역영애」를 통째로 분석해보자.
우선 「오토메 게임」에 대해서인데, 필자는 현재 문화청이 운영하는 만화·애니·게임·미디어 아트 등의 정보 사이트 「미디어 예술력 렌트 콘텐츠」에서 오토메 게임의 역사를 검증하는 원고를 기고하였으며, 그 속에서 오토메 게임의 정의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6)
단적으로 말하자면 (1) 여성향으로 제작·통용되고 있을 것, (2)여성 주인공과 남성 캐릭터간의 연애가 게임의 목적 중 하나일 것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RPG 게임에서 부분적으로 이러한 묘사를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본 원고에선 그것을 오토메 게임으로 카운트하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자면 이 두 가지 요소가 포함된 게임은 「오토메 게임 정리(*7)」, 등의 온라인 소스나 「B’s-LOG」같은 오토메 게임 전문 잡지에서 언급되지 않더라도 오토메 게임으로서 다룬다. 만화나 애니의 파생작품이나, 90년대에 자주 보이던 주인공을 남녀 2명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각자의 이성 (일부 동성도) 공략대상이 존재하는 남녀공용 연애 게임 등이 그 대표다.
다음은 악역영애인데, 이 이야기는 또 한 번 「악역」과 「영애」의 두 가지 요소로 나뉜다.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포인트가 되는 것은 전자가 의미하는 바를 확인하는 것이겠지. 밑줄을 긋고 생각해보자.
│「악역」과 「악인」
애초에 오토메 게임에 악역영애가 (거의) 없다는 의견은 이 두 가지 단어가 드러내는 범위가 애매하기에 생겨나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언어에선 두 단어가 분리되어있다. 예를 들어 다이지린大辞林(* 일본의 단어 사전)의 「악역」 항목에선 「연극에서 악인을 연기하는 역할」이라며 어디까지나 역할임을 강조한다. 또한 유의어로서 「적 역할敵役」이 제시되어있어, 악인보다는 적, 혹은 라이벌이 악역의 의미에 가깝다.
게임의 경우 전자는 용어의 관계상 주인공 사이드에서 봤을 때 적 진영에 속하는 캐릭터를 의미할 뿐이지만, 후자라면 그 내면까지 악으로 물든 이미지가 떠오른다. 거꾸로 말하자면 아군 사이드에 악인이 있는 것도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안젤리크」에서 주인공의 라이벌(=적) 포지션인 로잘리아는 분명 주인공에 대해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게임 내 세계관에서 보면 함께 우주의 위기를 해결하는 입장이다. 또한 도처에 주인공을 염려하는 언동을 보여, 플레이 과정에서 연적이 되는 일이 있다 한들 그걸 악인으로 규정하는 건 억지스럽다.
본 원고에서도 이 구분법을 채택하여, 그 캐릭터의 내면보다 그녀들과 주인공의 관계성에 주목하여 얘기를 진행시키고자 한다. 오토메 게임에도 라이벌이 등장하는 작품은 적잖이 있으므로, 이렇게 생각하면 악역영애의 대상범위도 단숨에 넓어질 것이다.
│악역과 라이벌
그렇다곤 해도 친구 사이기도 하면서 함께 경쟁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기에, 모든 라이벌이 악역인건 아니다. 엄밀한 구분선을 긋는건 어렵지만 상술한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작품을 분리해보다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등장할 때부터 클리어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기에서 주인공과 다른 진영에 속해있다
(2) 본인이 주인공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우호적이다
(3) (플레이어블의 방법이 어떤지에 관계 없이) 실제로 주인공의 목적을 직접적·간접적으로 방해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캐릭터는 악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지. 「도키메키 메모리얼 Girl’s Side」(KONAMI 2002, 이하 「도키메모GS」)의 스도 미즈키처럼 게임 내에서 함께 놀러갈 수 있는 영애는 라이벌이긴 해도 악역 느낌은 옅다.
각 조건에 대해 보충설명을 하자면, 우선 1의 다른 진영이란 주인공 사이드와는 이상이나 이해관계가 다른 조직, 같은 조직내의 별도 파벌, 혹은 사회계층이나 계급에 따른 구분 (이건 「영애」와도 관련된다) 등이 있다. 리스트 내의 작품도, 아마 대부분이 이 중 하나에 속할 것이다.
2는 그 캐릭터가 소속된 조직이나 그룹이 주인공에 대해 적대적인가 어떤가 하는 것보다 당사자 본인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가 중요하다. 「지속적」이라는게 어느 정도의 기간을 가리키는지는 개인별로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이것도 1과 마찬가지로 등장 장면의 대부분이라는 의미가 되겠지.
다시 말해 게임 내에서 반드시 최후까지 적대적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도중에 「개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타이밍에 따라서 적과 아군의 비중 중 어느 쪽이 실질적으로 높은가가 정해진다. 이와 같이 악역인가 어떤가는 단순한 이분법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이런 이분법이 아니라 그때의 인상을 그라데이션으로 생각했을 때 보이는 것도 있겠지.
3에 대해서는 만화나 소설과 같이 이야기의 흐름과 함께 공격이나 방해 행위가 이루어지는 (=플레이어가 개입할여지가 없는) 경우와, 게임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를 공격해오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대부분의 노벨 게임(예를 들어 「AMNESIA」(아이디어 팩토리 2011) 등)에 들어맞고, 후자는 그 외의 많은 장르 ─오토메 게임에서 본다면 특히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테이블 게임 ─ 이 해당된다.
이에 대해서도 조금 더 파고들어보면 주인공에게 직접 액션을 취하는 패턴과 공략대상 캐릭터에게 주인공에 대한 마이너스한 화제를 불어넣거나, 그를 독점하여 주인공과 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등, 간접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되도록 만드는 패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영애의 조건
악역에 대해서는 이런 느낌이겠지. 또 하나의 영애 쪽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표1로 돌아가보면, 이에 대한 2가지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그녀들이 가진 높은 사회계급과 금전적 부유함이다.
전자는 유럽형 외모를 가진 캐릭터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으로, 「판타스틱 포츈」 (후지쯔 1998)의 미리엘 폰 로젠베르크처럼 실존하는 귀족(*8)에서 이름을 빌려왔음을 짐작케하는 케이스도 있다. (다만 후술하겠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과 악역영애의 관계는 다른 작품과 상당히 다르다) 이것은 특히 귀족사회나 판타지한 세계관과 얽힌 서양식 무대와 상성이 좋다.
후자는 유럽계 영애에게도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일본계 영애가 보이는 프라이드의 근거로 쓰이곤 한다. 리스트 업 된 작품 중에서는 「도키메모GS」의 스즈키나 「소녀적 연애혁명★러브레보!!」(인터채널 2006)의 토죠 유리카가 그렇겠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일본이 무대인 작품에선 현대사회 (특히 학원생활)이 그려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혈통보다 경제적인 지표가 격차를 드러내기 쉽고 스토리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악역인가 어떤가를 별개로 둔다면 현대 일본에도 다양한 타입의 영애가 존재하고 있으며, 같은 토죠東条 성씨라도 「VARIABLE BARRICADE」 (아이디어 팩토리 2019)의 주인공 토죠東条 히바리는 유럽형 영애들처럼 명문가의 혈통과 재력을 모두 가지고있다.
│3. 90년대의 악역영애(?) 들
이렇게 악역영애라 하더라도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다. 다만 좁은 견식으로 보자면 이러한 차이가 논의의 도마 위에 올라오는 일은 거의 없다. 기출된 정보를 이러한 기틀 위에서 재고찰해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질 것 같지만, 이번 회에선 아직 이름이 나오지 않은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싶다.
연재 제1화에선 90년대, 제2화에선 00년대, 제3화에선 10년대를 다루고, 시기별로 각 작품의 악역영애를 분석해나간다. 대강 후보가 추려진다면 연재 마지막에서 서두의 표를 갱신하여 다시 한 번 악역영애의 계보를 돌아보자.
상술한 바와 같이 필자는 현재 오토메 게임 역사의 재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거기서 찾아낸 소프트의 실물이나 뒷받침을 위한 관련 자료를 10년에 걸쳐 (때로는 생활비를 줄여가면서) 수집해왔다. 이것에 대해선 현재 제3화 (1995-2004년)를 집필중인데, 여기까지 이르는 시기에 발매된 타이틀만으로도 거의 70작품(이식·리메이크판을 포함하면 조금 더 늘어난다)을 플레이해본 게 된다.
그 속에는 지금껏 전문 잡지나 웹 미디어 특집기사등에서 다뤄진 적 없는 타이틀도 있으며, 그 안에서도 악역영애스러운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약 2000년대에 발매된 타이틀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1) 「if 2」(액티브 1993)
오토메 게임에서 최초로 악역영애스러운 인물을 확인할 수 있는건 PC-98용 비주얼 노벨게임 「if 2」(액티브 1993)이다. 본 작품은 3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있으며, 그 중 하나인 「결전은 학교에서」는 여성주인공과 남성 캐릭터의 멀티엔딩 연애 노벨 게임이다.
일반적으로 동 시리즈는 남성향 미소녀 게임으로 다루어지지만, 「2」에는 이외에도 「역시 바라(* 일본에서 남성 동성애를 비유하는 말)가 좋다」는 BL스러운 내용의 에피소드가 포함되어있기에, 어느 정도 여성 플레이어를 의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림2)
(그림2 「if 2」의 타이틀 화면. 각 에피소드는 독립되어있다)
필자가 발견한 것 중에는, 본작에 등장하는 이가라시 아야카가 오토메 게임에 등장하는 악역영애 제1호다. (그림3) 앞서 서술한 악역영야의 조건과 맞춰보면, (1) 주인공과 다른 진영 (사회계급·클래스 내 파벌), (2) 처음부터 끝까지 적대적, (3) 직접·간접적인 방해 (멀티엔딩이기에, 그녀가 공략대상을 빼앗아가는 배드엔딩도 있다) 등, 그야말로 완벽한 악역을 재현하고 있다.
(그림3. 웃음소리도 전형적이다)
( 아야카 "호~호호. 도련님인 신페이군에게, 당신같은 서민 소녀는 어울리지 않아요.")
2) 「신비한 나라의 안젤리크」 (코에이 1996)
(그림4. 클리어 직전의 미니게임. 본작 최대의 난관이다.)
악역영애의 계보를 본다면 초대 「안젤리크」만이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이쪽에서 그야말로 「악역」으로서의 로잘리아를 느낄 수있다. 본작의 높은 난이도는 당시의 플레이어들도 지적한 것으로, 특히 클리어 직전의 마지막 미니게임은 익숙하지 않은 경우 꽤나 어렵다. (*9)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몇 번인가 재도전하게 되는데, 그때의 상대측이 그녀다. (그림4)
이 작품의 스토리는 초대 「안젤리크」의 하루를 따온 것이기에 본편같은 보좌관 엔딩은 없고, 선택지에 따라서는 그녀의 메이드에게서도 매정한 취급을 받게 되기에 악역 느낌이 한층 늘어난다.
3) 「프리케라Pocket2 남친개조대작전」 (아틀라스 1997)
이 작품은 여태껏 전문 잡지나 웹 미디어에 소개된 적이 없는 것으로, 90년대에 유행한 시뮬레이션 형태의 오토메 게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에게 처음부터 남친이 있다는 점은 꽤 성질이 다르지만, 멀티엔딩 형식으로 이성 관계를 추구하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오토메 게임과 별 차이가 없다.
본작에 등장하는 「시라토리」 또한 "정통파" 악역영애다. (그림5) 그녀의 경우 직접(주인공이 그녀의 악담을 눈치채면 미니게임이 발생한다)·간접(그림6처럼 그녀의 보디가드를 대상으로 한 슈팅 게임이 시작된다)을 가리지 않고 주인공에게 공격을 가해오는 점에서, 게임 캐릭터지만 그 모델이 1987년부터 1992년까지 고단샤 잡지 「mimi」에서 연재된 「시라토리 레이코라 하옵니다!」임을 알 수 있다.
(그림5. 용량에 여유가 없어 인물의 내면을 그려내기 어려운 레트로 게임에선 암호화된 표현이 중시된다)
( "허세부리는 것도 참 무의미한 일이네요! 호─홋홋 실례하겠사와요…" )
(그림6. 이후의 미니게임이 본편의 분기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그녀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다)
( "내가 귀여워해주도록 하죠! 얘들아! 해치워버려!" )
그렇게 본다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악역영애물이 순정만화에서"만" 발상을 얻은 것인지가 미묘해진다. 후자에서 영감을 얻은 오토메 게임이 소녀만화스러운 악역영애 인물상을 흡수하여 자체적인 스타일로 발전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악역영애물 중에서도 한 바퀴 돌아 그쪽을 조명한 작품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던 간에 그 검증을 위해선 오토메 게임의 그녀들이 어떤 식으로 묘사되었는지를 알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손패를 확보하는 작업을 계속하자.
4) 「미사의 마법이야기」 (사미 1998)
필자는 사실 이 게임의 존재를 몰랐으나 작업용으로 작성한 리스트를 본 친구에게서 듣고, 이번에 처음으로 플레이해 보았다. 과거 오토메 게임 관련 정보잡지나 웹 미디어를 확인해봐도 일절 언급이 없어 놓쳤던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도 이바라 시마라는 이름의, 분기에 따라선 악역영애스러운 위치가 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녀는 공통 루트에선 주인공 일행과 함께 행동하는 국면이 많고 악역 느낌이 적지만, 이제까지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캐릭터 중에서 가장 어린 악역영애다. (그림7)
애초에 본작의 주된 무대는 중학교이며, 타겟이 되는 플레이어 층도 대부분 그 언저리의 연령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저연령 타겟의 오토메 게임에도 악역영애가 등장하며, 00년대 이래 그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그림7. 본작은 주인공의 능력치에 따라 이야기가 크게 분기한다. 이미지는 공통 루트의 초등학교 시절)
( 시마 "어머, 칸바라씨… 또 시시한 이야기로 들떠있나보네." )
5) 「판타스틱 포츈」 (후지쯔 1998)
이 작품은 이제까지의 의논에서 대표작으로 숱하게 언급되었는데, 그럼에도 굳이 선택한 것은 다른 소프트에서는 그닥 볼 수 없는 어떤 특징 때문이다. 그건 주인공이 놓인 입장이다.
본작의 주인공은 3명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인 디아나 엘 서클릿은 왕녀이며 국왕과 왕세자 오빠를 제외하면 모든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높은 사회계급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도 악역영애가 등장한다.
그녀, 미리엘 폰 로젠베르크는 왕위계승전에 얽힌 유력한 귀족의 딸로 지위는 왕녀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첫 만남부터 주인공에 대한 적의를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등, 악역영애에 부족하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 (그림8)
이것이 시사하는 건 악역영애가 반드시 주인공보다 상위 계급이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악역」이 주인공의 입장과 대립하는 것에 비해 「영애」쪽은 캐릭터의 속성이지 주인공과의 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림8 미레일과의 첫 만남 (이미지는 PS판)
(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리 우쭐해하지 않는 편이 좋겠네요." )
6) 「élan」 (비스코 1999)
이 작품은 90년대에 유행한 남녀 혼용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남녀 중 어느 한쪽의 주인공을 선택해도 등장인물의 표정은 변하지 않고, 동성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각각의 개별엔딩 있음) 주인공은 혹성탐사선 「엘란쉽」에 탑승하기 위해 10명의 라이벌과 경쟁한다. 그 중 한 명인 리코는 「고압적이고 자신감 과잉이지만, 실력이 따라주기 때문에 이렇다할 말도 꺼낼 수 없다. 명문가에서 태어난 탓인지 자존심이 강하다.」고 소개되며 본작의 악역영애에 속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림9)
이 해에는 「성 발렌타인 학원」 (DIGITAL MISSION 1999)이나 「BOY×BOY~사립 코우료 학원 세이신 기숙사~」 (킹레코드 1999)가 발매되는 등 BL게임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여성간의 개별엔딩이 있는 게임은 상당히 드물었다.
다시 말해 본작은 게임의 목적으로 악역영애를 「공략하는」것이 가능한 초기 세대 오토메 게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0) (다만 주인공을 포함한 타인을 낮잡아보고 있지만, 연적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방해해오는 일도 없기에 이제까지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악역 느낌은 옅다.)
(그림9. 첫 만남에선 붙잡을 여지도 없지만…. (이미지는 élan plus)
(리코 " 난 당신들과 친해질 생각 없어! 그 부분은 오해하지 말라고!" )
(그림10. 친밀도를 높여가면, 병문안을 와주는 등 주인공에 대한 언행이 바뀐다.)
( 리코 " 따, 딱히, 걱정되서 온 게 아니니까!" )
7) 「머나먼 시공 속에서」 (코에이 2000)
이 작품의 악역영애는 주인공과 적대하는 세력인 「오니」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시린이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주인공과 명확하게 대립하며 또한 적극적으로 방해해오기 때문에, 지명도가 높은 작품 속에서는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악역영애 인물상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1) 리메이크판 「머나먼 시공 속에서 팔엽초」에서는 그녀가 사모하는 적의 두목 아크람이 연애대상에 추가되어, 악역영애에게서 연인을 빼앗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그림12)
(그림11. 그녀의 태도는 마지막까지 일관적이다.)
( 시린 "내 이름은, 시린. 내 이름을 알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해." )
(그림12. 그녀는 이쪽의 연애대상을 홀리려드는 한편,
아크람 이외에는 연심을 가지지 않기에 그를 공략할 수 있는 주인공과 비대칭성이 두드러진다)
( 시린 "아크람 님을 위해서라면… 시린은 어떤 일이라도 수행하겠습니다." )
이상으로 이번 화에서는 90년대를 중심으로 한 7가지 타이틀 (+악역영애 7명)을 소개했다. 각각의 악역도, 혹은 영애도에는 차이가 있어 일괄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러한 분류를 행하는 것으로 「악역영애」 되는 자의 범위가 넓은 것을 확인하였다.
눈치채신 대로 뒤에 나온 작품일수록 그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다양해져 대립일변도가 아닌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다. 이런 성향이 이후로 어떻게 전개되어나갈지, 다음회는 2000년대 작품을 다뤄보겠다.
( *1 ) 「오토메 게임의 약속된 악역영애」라는 집단 환각 ( 「乙女ゲームでお約束の悪役令嬢」という集団幻覚)
( *2 ) 오토메 게임에서 악역영애가 없는 이유는 「남자를 라이벌 포지션에 두는게 이득」이니까? 「공략대상은 많을수록 좋다」
(乙女ゲーに悪役令嬢がいない理由は「男をライバルポジションに置いた方がお得」だから?「攻略対象は多い方がいい」)
( *3 ) 예를 들면 미츠모리三森 (2016) 「악역영애의 역사·근본을, 만화나 게임에서 고찰해보았다.」 아오네코 문구상자 등.
( *4 ) 전자는 「안젤리크 Special2」 (1996) 이나 「안젤리크 천공의 진혼가」 (1998), 후자는 「안젤리크 듀엣」 (1998)이나 「스위트 안제」(1999) 등.
( *5 ) 주인공과 로잘리아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 「꼬마 마녀 메구짱」 (1974-1975)의 히로인과 라이벌이 베이스가 되어있다. (루비 파티, 1996 「안젤리크 메모라얼 북」 코에이, P.35) 하지만 본래 소재인 라이벌 쪽도 반드시 악역이기만 한 건 아니다.
( *6 ) 무카에 슌스케 (2023) 「오토메 게임 30년의 궤적 제1화 「오토메 게임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퍼져나갔는가?」」 미디어예술력 렌트 콘텐츠
( *7 ) https://w.atwiki.jp/game/
( *8 )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독일에 존재했던 레벤슈타인=빌헬름=로젠베르크 후작가 등이 있다.
( *9 ) 무카에 슌스케 (2024) 「오토메 게임 30년의 궤적 제2화 이상의 「여성향 게임」을 찾아 : 「네오로망스」가 쌓아올린 기틀 (1985년~90년대)」 미디어 예술력 렌트 콘텐츠
( *10 ) 「안젤리크」에선 여왕 엔딩이나 보좌관 엔딩에서 로잘리아와의 인연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녀 자신이 공략대상으로 설정되어있는 건 아니다. 「알바레아」에서도 파나와의 개별 이벤트가 있지만, 그건 3명의 후보자 우정 엔딩 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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