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누가 **을 죽였는가—
세포신곡 소설 번역
세포신곡 -Stay What That-
서장 —누가 **을 죽였는가—
ととり単(토토리탄)저
목이 없는 쥐가 이 쪽을 보고 있다.
목이 없는 그 생물을 쥐라고 형용하는 것도, 눈이 없는 그것이 이쪽을 보고있다 표현하는 것도, 혹은 그렇게 느끼고 있는 나마저도 위화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밖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것은 이 쪽을 보고있다.
이전 쥐였던 그것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어떤 생각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의 시야에는,
대체 무엇이 비춰지고 있는 것인가?
목으로부터 흘러넘치는 타르같은 검정색이 칠한다.
'그것'을.
사고를.
세계의 전부를.
"——3월 31일, 화요일입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맑습니다. 예년보다 기온도 높아 생활하기 좋은 날이 되리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내일 저녁 이후로 날씨가 악화되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럼 먼저, 상세한 오늘의 예보입니다."
알람의 저편으로부터, 명랑한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손을 더듬어 스마트폰을 찾아 작게 눈을 뜨는 동시에 흰 빛이 시야를 채운다.
"……이런, 잠들었던가……."
스마트폰의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킨 남자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제까지 바쁘게 일했던 것이 원인이겠. 거실의 소파에서 아주 잠깐 옆으로 눕는단 것이, 곯아떨어져버린 모양이다. 어젯밤, 집에 돌아왔던 때의 복장인 채로 옅은 색의 여기저기 헝크러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기지개를 펴니 몸의 곳곳에서 시원한 소리가 났다. 먹다 남긴 것이 보이는 도시락의 플라스틱 용기를 한번 쓱 쳐다보지만, 남자는 그것이 멋대로 정리되는 초능력같은 것은 갖고있지 않다. 크게 한숨을 쉰 후,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편의점 로고가 그려진 봉투에 기계적인 동작으로 용기를 집어넣던 도중, 쓰지않은 도시락 양념을 발견하곤 움직임을 멈췄다.
"뭔가… 뭐지? 꿈에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빛에 반사도어 반들거리는 검정색의 포장지. 꿈에서 본 그것은 이보다도 더욱 날카롭고, 어둡고, 빈틈없이 칠해진 듯한 색이었다. 기억의 실마리를 더듬어보지만, 떠오른 것은 그저 검정뿐이었다. 그 검정색 가운데, 가장 안쪽에는 무척이나 두려운—그러나, 눈을 돌리는 것마저 허락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 확신은 있다. 그것은 대체 무엇이었단말인가?
머리가 아프다. 주위의 소리가 점점 커지고, 사고의 흐름은 막힌다.
매우 중요한,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되는,
그렇지만, 그것은—
"계속해서, 이번 달 17일, 도쿄 도 XX 구에서 발생한 대형견에 의한 살상사건의 속보입니다. 경시청의 발표에 의하면, 대형견은 광견병에 걸려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귀에 흘러들어온 뉴스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화면에는 공원의 화창한 풍경이 보인다.
"아, 이 사건. 아직도 해결 안됐었나. 피해자가 꽤나 생기고 있다고 들었는데…."
심각한 표정의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해결에는 도저히 도움이 되지 않을 감상을 나눈다.
"어차피 나랑은 관계 없지만……."
무심코 그런 말을 하고있을 즈음엔 두통이 멈춰, 세계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검정색 소스 봉투는 조용히, 쓰레기의 가운데를 향해 떨어져간다.
남자는 시내에 있는 오토와 탐정사무소라는, 작은 탐정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집에서부터 직장까지는 차로 15분 정도지만, 지방 특징 상 통근 시간 대엔 길이 막히기 쉽다. 지각하는 것보단 빨리 도착하는 편이 낫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하노라면 사무소를 열기 전 시각보다도 꽤나 빠르게 도착해버리는 일이 있기도 하다. —오늘처럼.
소파에서 해소하지 못한 피로와, 집에 가지고 갔지만 전혀 진행되지않은 일을 양 손에 들고 사무소의 문고리를 돌리면, 생각치 못하게 문이 열린다.
"어라, 빨리 왔네, 아토? 좋은 아침."
비교적 둥근 체격을 더욱 둥글게 해 응접 공간의 탁자를 닦고 있던 여성이 몸을 든다.
"마루이 씨야말로, 오늘은 빨리 오셨네요. 좋은 아침입니다."
"왜~ 그랬잖니. 오늘은 아침부터 손님이 오는걸로 했으니까. 청소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소장님이 시끄러우니 참. 참아주기 힘들었단 말이지~"
쾌활하게 웃으며 대걸레를 흔드는 마루이 씨께 쓴웃음을 돌려주고, 아토는 로커로 향한다. 반쯤 열려있는 옆의 로커를 눌러 닫으며 자신의 로커에 열쇠를 꽂아 문을 열어 입고있던 엷은 코트를 옷걸이에 걸고 있으니, 떠올랐다는 듯이 마루이 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아토, 오늘 아침 뉴스 봤니? 도쿄의 그거. 뭐시기 공원의 개 사건."
"아, 봤어요. 낙상공원의 사건 말씀이시죠? 그다지 진전이 없다하던가."
"그래. 키우는 주인도 모른다던데. 무서운 일이야… 우리 집도 말이지, 옆집이 큰 개를 키우는데 말이야. 옆 집 사람, 꼼꼼한 편이니까 설마 있을 리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뉴스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집 손자도 아직 어리니까. 어휴, 무서워서 말이지."
"그렇구나…… 그런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불안하겠네요."
남일이었던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대화가 머리에 스친다. 가까운 지인의 문제인 만큼, 마루이 씨의 경우가 더욱 위기감을 안겨다 준다. 누군가가 입은 재난이 자신에게도 닥친다는 것을 많은 인간들은 상상치도 않는다.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이 아닌 이상, 정말 큰 일이라 할지라도 픽션과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단 것은, 정말로 감사할 일이죠."
광견병의 무서움에 관해 와이드 쇼에서 들은 듯한 지식을 늘어놓던 마루이 씨께 그렇게 맞장구를 치곤, 아토는 로커의 문을 닫았다.
탐정사무소 근무라고는 하지만, 항상 사원들이 조사하러 나가는 것은 아니다. 사무소 내에서 고객에게 제출할 자료를 만들거나 조사에 필요한 정보수집을 하는 등, 의외로 데스크 업무가 많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남들보다 체력엔 자신이 없는 아토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무의미하게 사무소와 집을 왕복했던 자료의 폴더를 열어,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켜 보고서 포맷을 불러온다. 전날 정리가 끝난 참의 안건에 관해, 기억과 자료를 의지해 문장을 입력하기 시작하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고생한 이것저것이 기억나서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보고서에 사적인 감정을 넣지 않기 위해 머리를 흔드는 모양새를 봤는지, 정면 데스크에서 영수증을 구분하고있던 화려한 갈색 머리의 청년이 빙그레 웃는다.
"아토 씨, 표정! 엄-청 무서운 얼굴 하고있으신데요!"
서랍의 최상단으로부터 꺼낸, 개별 포장된 초콜릿 과자를 아토에게 던져 건네곤 자신은 서류의 산 사이로부터 껌을 빼낸다.
"고마워, 테츠토라."
"별말씀을! 무슨 일 있으신가요, 전 날 술을 너무 마신건가요? 안색이 나쁘시구만요. 제대로 아침밥 먹고있습니까? 시간 없다고 밥을 먹지 않으면 체력이 낮아져서 반대로 시간을 버리게 된다던데요! 그러니까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악!"
의자의 등에 체중을 싣고 앞뒤로 의자를 흔들며 말하고있던 테츠토라의 정수리를 두꺼운 파일이 때린다.
"시간을 버리고 있는 건 그 입 아닌가? 응? 다른 사람 말을 자랑스럽게 갖다 쓸 만큼 한가하다면, 그 시간에 손이나 움직이시지, 손."
꼬리를 밟힌 고양이같은 비명과 함께 굽힌 등에 한 번 더 파일의 네모난 부분이 재차 타격을 가했다.
"등 펴라. 그리고 너, 이 정도 회사 다녔으면 이제 좀 존댓말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거기 줄서있는 교본은 신참의 인테리어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겠지."
"죄삼다."
"옳지."
입을 삐죽거리는 테츠토라의 옆 책상에 파일을 던져두는 올백머리의 남자는, 부소장인 카치야다. 전에는 해군에 소속되어있었단 모양이지만, 사고로 오른눈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을 계기로 퇴직하여, 이 사무소에 오게 되었다.……라고, 소장인 오토와로부터 들었다. 그 불운이 불러온 생활의 불편함 등이 전혀 느껴지지않는 일처리에는 많은 사원들이 신뢰하고있다. 그런 카치야 씨가 손수 키우고 싶다며 데려온 신입 사원이 테츠토라다. 다소 상식에서 벗어난 언동이 보일 때도 있지만, 이 나고야 영업소의 분위기 메이커로써 애써주고 있다.
"배움이 적은 만큼 흡수력이 좋고, 사건에 대한 직감력—냄새를 맡는 능력과, 악운이 좋은 점이 천하일품."
테츠토라에게 있어 처음의 사건을 함께한 카치야 씨는, 테츠토라를 그렇게 평가했다. 당시에는 일개 프리터였던 테츠토라를 카치야 씨가 억지로 데려와 중도채용되었기 때문에, 입사 당시에는 다들 낙하산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본인이 개의치않아했기 때문에 금새 잠잠해졌다. 주위의 시선이나 평가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테츠토라의 모습을 보고, 이 젊은이는 크게 될지도 모른다, 라고 예감했던 것을 아토 자신도 기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카치야 씨나 테츠토라가 2인1조로 행동하는 것과 같이 아토에게도 도와주고 있는 후배가 있지만, 오늘 아침은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느다.
"시나노 씨, 늦네요. 늦는다는 연락은 없었습니다만, 아토 씨는 뭔가 알고 계신가요?"
약국의 봉투를 들고 예의 후배인 시나노의 책상 앞을 지나던 여자가, 부드럽게 굽이치는 긴 흑발을 휘날리며 돌아본다. 길거리에선 십중팔구 발을 멈출 그녀의 아름다움은, 히오키(日置)라는 따뜻한 느낌의 성씨로부터는 상상하기 힘든 차가운 눈동자와 유머러스하지 못한 성격 덕택에 질나쁜 남자들에게서 지켜지고있다.
히오키가 사무소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이차가 적네요, 하고 무난하게 겉치레를 건넬 셈으로 말했지만, "적어서 어떻단 건가요?"하고 진지한 얼굴로 물어왔던 기억은 지금으로써도 아토의 안에서 응어리져 히오키라는 사람은 약간 어렵게 느끼게 하는 인식으로 자리잡았다.
"아니, 제게도 아무런 연락이… 늦잠이려나요?"
약간 뻣뻣 느낌의 뺨을 억지로 들어올려 미소를 머금으며, 가능한 한 친숙한 목소리로 아토는 대답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웃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아, 네, 그렇네요……."
아무래도 이번에도 히오키의 벽을 돌파하지 못한 것 같다. 구두 소리를 드높이며, 히오키는 발길을 돌려 로커의 쪽으로 걸어갔다. 안도와 후회가 뒤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자켓의 주머니로부터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해봐도, 역시 시나노에게는 온 연락이 없다. 오토와 탐정사무소는 플렉스 제도를 채용하고있어, 코어타임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꽤나 짧다. 출근시간의 자유도가 높지만 사무원의 업무 개시 시각인 오전 9시 이후에 플렉스 출근하게 될 경우, 전날 혹은 당일 오전 8시까지는 상사나 사무소에 연락하는 것을 추천하고있다. 늦잠 상습범인 테츠토라는 제쳐두고, 시나노로부터의 연락이 없는 것은 아토가 아는 한 처음인 일이다. 벽시계는 오전 8시 55분을 가리키고 있다.
'늦잠인가……? 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시나노는 본래, 도쿄 본부에서 중도채용된 사원이지만, 특수한 사정으로 나고야 영업소에 옮겨왔다.
본부로부터의 지령을 받아, 현장에서의 임무를 완료한 수 일 후, 휴가중에 실종. 7일간의 소식불통 후, 나고야 영업소가 있는 카시바이 시의 역에서 발견되었다. 발견된 떄, 시나노는 실종 전후를 포함해 반년 정도의 기억을 잃어, 그것은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는 듯 하다. 본부는 어떠한 사건에 얽혔을 가능성—구체적으로는, 실종 직전에 시나노가 담당하고있던 사건—과의 연관성을 의심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허사로 끝났다. 어째서 도쿄 본부에서 근무하고있던 시나노가 카시바이 시에서 발견되었는지, 기억상실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 어떤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바쁜 본부 대신 나고야 영업소가 시나노의 신병을 맡게 된 것이다.
시나노를 맡고 나서부터 일주일 간, 아토가 봐온 그에게는 큰 문제는 없다. 소소하게 건망증이 있다던가, 다른 사람보타 방향치라던가, 극단적으로 개를 무서워한다는 것. 그 정도다. 기억상실에 관해서도 그다지 크게 생각하는 모습은 없고, 아토 쪽이 맥이 빠질 정도다. 사무소장을 시작으로, 사정을 알고있는 사원으로써는 언젠가는 기억이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떠나가겠지, 하고 이야기하고있다던가.
"좋은 아침. 마츠이 씨, 손님께 차를 부탁하지."
시곗바늘이 오전 9시를 가리키기 바로 조금 전, 등 뒤로부터 클라이언트라고 생각되는 남자를 동반하고 오토와 소장이 사무소의 문으로부터 나타났다. 남성의 안내를 마츠이 씨께 맡기고, 빠른 발걸음으로 소장의 책상에 향한 오토와를 쫓아, 아토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소장님, 실은 시나노가 아직 —"
"죄송합니다 ! 늦었습니다 !"
아토의 목소리를 덮어 씌우듯이 들려오는 말에, 빵을 물고 늘어지려고 하던 테츠토라도, 인쇄를 하고 있던 히오키도, 클라이언트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던 마츠이 씨도, 감사하다고 말하려 입을 열고 있던 클라이언트도, 아토를 돌아보려 발을 멈췄던 오토와도, 물론 아토 자신도 움직임을 멈추고,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목을 돌렸다.
"어…… 어라? 저, 지각……"
카치야 씨가 연주하는 가볍고도 강한 키보드 소리를 배경으로, 거의 모든 사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시나노가 눈썹을 내렸다.
"정말, 고객님도 웃어버렸다고! 에이 쨩, 해내버렸네."
"우우, 죄송합니다……. 지각이다! 하고 생각했더니, 저는 이제, 아니 어쨌든 사과해야 한다고 엄청 당황해버려서……."
"전화로 연락하면 끝날 일이었잖습니까."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단 말이에요."
마츠이 씨, 히오키 씨와 함께 응접실에서 점심을 먹는 시나노의 목소리에는 피로함이 묻어난다. 책상에 엎드려 잠자기 위해 자세를 취하며, 아토는 그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아까까지 카치야 씨와 테츠토라가 뭔가 말다툼을 하고 있었지만 둘이서 편의점에 가기로 결론이 났는지, 앞다투어 외출했다.
"왜 지각했니? 늦잠?"
"아니요. 제대로 일어나서 평소처럼 집에서 나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데?"
히오키의 목소리다. 시나노가 대답하지 못하고 삐걱거리고 있다. 힐문당하는 것 같아 대답하기 힘든 거겠지. 아토는 그 기분 알지…하고 마음 속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개가,"
"개? 아, 에이 쨩, 개를 무서워했었지."
"네. 왜인지는 몰라도, 엄청 무서워서……. 마츠이 씨, 옆 집에서 개를 키우는 거 알고 계신가요? 이이-렇게 커다란……"
"그만큼 커다란 개는 도사견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아타루 쨩도 참. 그 얘기잖아요. 그 개. 무슨 하운드? 털이 길고 걸레자루같은, 커다란 놈."
"아프간 하운드 말씀이신가요? 확실히 대형견이네요."
"종류까지는 잘……. 그래도 그, 커다랗고 털이 긴 개가 마당에 나와있어서."
간간히 이야기의 주제를 벗어나면서도 시나노가 말한 내용은 이렇다.
평소에는 마당의 개집에 쇠사슬로 묶여있는 대형견이, 오늘만큼은 풀려있어 대문까지 나와있었다. 시나노의 집부터 영업소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그 길을 지날 수 밖에 없어서, 키우는 주인—마츠이 씨 댁의 옆 집 사람—이 나와 개를 끌어당기기 전까지 짖고있는 개와 한 발 전진과 한 발 후퇴의 공방을 반복하고 있었다…… 는 얘기다
아토로써는 참으로 쓸데없고 형편없는, 늦잠의 변명같은 이야기지만, 시나노에게 있어서는 생사의 문제였겠지. 마츠이 씨께 웃음거리가 되고 히오키 씨의 한숨을 뒤집어 쓰면서도, 죽을 기세로 그 개의 압력과 무서움을 말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 개한테 물리기라도 한건가? 그런거, 보통 트라우마가 된다고들 하지……'
멍하니 그런 것을 생각하며, 세 명이 빚어내는 훈훈한 담소의 베일과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고 고하는 난방의 은은한 바람에 휩싸여, 아토는 꾸벅꾸벅 낮잠에 빠져들어간다.
문득 눈을 뜨니, 주위는 심연이나 다름없는 검정으로 덮여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소파에서 꾼 꿈도 이런 느낌의 칠흑으로 칠해져있던 것 같다. 상하좌우, 전후조차도 판단 불가능한 세계에서 아토는 천천히 일어났다. 빙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에 희미하게 흰 빛의 등이 켜져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편의점의 전등에 빨려들어가는 벌레처럼, 무의식적으로 아토의 발이 그 빛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심혈을 기울여 들여다보니, 그 빛은 스크린 같이 생겼다. 칠흑의 공간 속에, 직사각형으로 구분되어있는 흰색의 가운데에는 윤곽이 흐릿한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무의식이 발하는 신호에 호응하여 아토는 발을 멈췄다. 그 풍경은 아토에게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볼을, 물방울이 타고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가까이 가고싶지 않아. 보고싶지 않아. 『잊은 채로 괜찮아.』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은 꿈이다. 알고 있다.
『—가 가능해. 그런데도——』
낯선 목소리가 고막을 흔들고, 하얗게 빛나는 스크린이 아토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곳에 비춰지는 청년을, 아토는 모른다.
그 표정은 격앙에 차서 지금이라도 고함을 지를 듯 일그러져 있었다. 눈가에 희미하게 빛나는 눈물은 분노 때문일까? 불보다도 선명한 적의를 느끼는데도, 그 모습에 왜인지 연민을 느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도 못한 채, 그저 스크린을 바라본다.
이윽고 청년은 고개를 숙이고,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아, 끝난다.』 체념인지 안도인지, 그러한 말이 뇌리에 떠오른 순간,
하얀 빛이 확 꺼졌다. 아토의 주위를 또다시 어둠이 닫아낸다. 그와 동시에 아토의 몸은 끈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무너진다. 전신으로부터 식은 땀이 난다. 무거운 압력에 허덕이는 뇌가 산소를 요구해, 호흡이 거칠어진다. 지금 본 것은—대체 뭐지? 어째서 보고싶지 않다고 생각했지? 그 남자는 누구지? 이것은 꿈이 맞는가?
꿈이다. 그저 꿈. 『자신』의 꿈이다.
사고 처리 속도가 쫓아가지 못한다. 동요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왜? 보지도 못하는 환각의 풍경에, 왜 이 정도로 흔들리지?
차츰 감각이 멀어져 간다. 기다려 줘. 아토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외친다. 이건 대체 뭐지. 아토에게 있어서는 『의미없는 것』. 몰라. 모르겠어. 이건—
『나 뿐만의 추억(물건)』
"아, 아토 씨……?"
"—헉!"
어깨에 닿은 열의 무게에 엎드려있던 고개를 든다. 휘감기는 무언가를 뿌리치듯이 몸을 뒤틀자, 당황한 듯이 몸을 움츠리는 시나노가 큰 눈동자를 유난히 더 둥그렇게 뜨고 아토를 처다보고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토의 가느다란 몸을 짓누르는 듯한 무거운 어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얕게 호흡을 반복하는 자신의 어깨도, 조금씩 떨리는 땀에 젖은 손바닥도, 무엇도 변한 기색이 없다.
—현실이다.
인식한 순간, 확 피로감이 몰려온다. 길고 긴 한숨을 내쉰 이후, 아토는 허둥지둥 시야에서 움직이는 시나노에게 쓴웃음을 건넨다.
"미안. 기분 나쁜 꿈을 꿔서 그랬어."
"괜찮으신가요? 엄청나게 괴로워보이셨는데……"
"괜찮아. ……그저 꿈일 뿐이야."
자신에게 타이르듯 중얼거리며, 등을 돌린다. 옆 자리에서 시나노가 사무실 의자에 걸터앉아, 그래도 납득이 가지않는다는 듯이 아토의 쪽을 쳐다보는 기색이 든다. 다시 눈꺼풀을 내리고 문득 한숨을 내쉬며, 아토는 시나노를 돌아보았다.
"진짜로 괜찮다니까. 너, 너무 걱정하네."
"그도 그럴 게…… 아, 그러고 보니 아토 씨! 저, 어제 아토 씨가 마음에 들었다던 홍차 발견했어요. 내일 사올게요!"
"아, 응, 고마워…… 느닷없네. 그렇지만, 그거 얘기한 거 꽤 오래전인데도 잘도 기억하고 있네."
"에헤헤, 저, 아토 씨 관련이라면 무엇이든 기억해버리니까요!"
"그만둬라, 무서워."
"헤헤헤"
"칭찬한거 아-니거든."
시나노의 부끄러워하는 듯한 웃음에 이끌려, 아토의 볼도 자연스럽게 풀어진다. 모니터의 전원버튼을 누르고 등을 늘여, 어깨를 돌리고 있으니, 사무소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내며 테츠토라와 카치야 씨가 밀려들어오며 갑자기 사무소 안의 공기가 번잡해졌다. 시나노를 끌어들여, 신제품이라는 과자 중 어떤 쪽이 더 맛있는지 말다툼을 하는 두 사람에게 히오키가 말로 철퇴를 내린다. 마츠이 씨는 웃고, 오토와의 권위 어린 한마디로 모두가 각각 업무로 돌아간다.
이것이 아토의 일상이었다.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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ソース袋 대체 뭐라고 한국말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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