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레칼의 요나》 자각
프롤로그 3화와 4화 막간의 이야기
트위스테 메인 스토리 내용에 익숙치 않은 분들을 위한 부연 설명을 하자면 '주인공(=드림주)이 언급한 생소한 지명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서 도서관으로 이동하는 중에 있었던 일'이라는 뜻입니다.
내용은 대단한 건 없고 그냥 '빙의물 주인공이 자신이 빙의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을 우리 요나 버전으로 보고 싶어서 쓴 글이에요.
요나 본명이 '하연하'라서 아직 요나라는 이름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은 본문에서는 연하로 지칭됩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을 이끌고 기숙사로 돌아간 뒤 텅 비어버린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의 복도에 두 쌍의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유서 깊은 마법사 양성 학교…라고 했던가. 연하는 앞장서서 걸어가는 이 곳의 총책임자, 자신을 학원장 디어 크로울리라 소개한 까마귀 가면을 쓴 남자의 뒤를 따라가는 한편 아까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주변 풍경을 곁눈질로 힐끔대면서 속으로 납득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유럽의 어딘가에 지어진 오래된 성을 방문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돌을 깔아 만든 석조 바닥 위에 길게 깔린 융단은 딱 봐도 고급품이었고, 바깥을 향해서 탁 트이도록 설계된 복도 한쪽 면 너머로는 잘 손질된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반대편 벽에 끝없이 늘어선 묵직한 나무문들과 그 사이를 장식하는 고풍스러운 액자들, 그리고 거울….
"어?"
시야 한구석에서 선명한 자홍색이 시선을 사로잡아 무심코 고개를 돌린 연하는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
대체 거울에 비친 얼굴이 어떻게 낯설 수가 있지?
연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말이 될 법한 경우를 떠올리려 애쓰면서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 모습에 어딘지 집어 말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는 상황도 아니다. 선명한 호박색 눈동자와 윤기나는 갈색 피부, 스쳐지나듯이 보기만 해도 시선을 잡아끄는 화려한 자홍색 머리카락은 그냥이 아니라 KTX를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그의 것일 리가 없었으니까.
거울이 고장이라도 난건가 싶어 황망히 거울 표면에 손을 가져다 댄 연하는 그제서야 퍼뜩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거울에 비친 것과 똑같은 갈색 피부의 낯선 손이다. 즉, 거울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평범한 거울이며 이상이 있는 것은 바로 제 몸이라는 뜻이다.
"내 몸… 내 얼굴이, 아냐…?"
이게 뭐지.
이게 뭐야?
이 빙의물 도입부 같은 상황은 대체 뭔데!
자신의 몸이 아닌 타인의 몸에 들어왔다는, 평소 즐겨보던 웹소설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 자신에게 현실이 되었단 걸 깨달은 순간 밀려 들어오는 위화감에 연하는 현기증을 느꼈다. 아까까지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미묘하게 달라진 눈높이라던가 몸의 균형감각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빙의물 주인공들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몸이 통째로 바뀌는 일을 당하면서도 태연했던 걸까.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져들 뻔한 연하를 다시 현실로 불러들인 것은 크로울리의 목소리였다.
"요나 군, 안 오고 뭐하나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연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짜증이 왈칵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요나, 그 놈의 요나. 발음을 정정해 줘도 연하가 아니라 곧 죽어도 요나란다. 요나가 아니라 연하라니까! 이쪽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새대가리 가면 외국인에게 짜증을 듬뿍 담아 대꾸하려던 그녀는 멈칫했다.
자신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주려는 사람에게 대뜸 짜증을 내는게 현명치 못한 행동인 것은 둘째치고, 제 몸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몸 속에 들어와있는 자신을 과연 '하연하'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존재론적인 의문이 불쑥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의문으로 인해 짜증이 가라앉음과 동시에 방금 전까지 느꼈던 혼란도 진정되었다. 그래, 이곳은 말하는 동물이며 마법이 존재하는 별천지다. 어쩌면 그녀가 처한 상황도 이 쪽 세계 기준으로는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을지도 모른다. 연하는 머쓱하게 웃으며 학원장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곧 갈게요."
그리고 우선 당분간은 요나라고 불리는 일에 태클 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저만치 앞서가 있는 학원장을 따라잡기 위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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