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퍼고
- 긴히지 트친오락관 - 하나하키 소재 세상은 바야흐로 사랑을 앓고 있었다. 관념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남모르게 품고 있던 감정은 어느 순간 구체적이고도 생동적인 형태를 얻어 피어났다. 둥근 봉오리로 웅크린 그것이 한껏 만개하는 순간, 사람들은 꽃잎을 토했다. 붉고 푸르고 노랗고 흰 연약한 이파리들이 하늘하늘 에도의 거리를 수놓았다. 혀
- 두유 님께 드립니다. - 현대 AU - 긴토키 고양이화 어쩌면 변덕이었을지도 모른다. 저녁 식사로 해치우려 했던 참치 통조림에 불현듯 손이 가지 않게 된, 꼭 그 정도의 변덕. 현관문 앞에서 나직하게 울고 있는 고양이를 실내로 들이며 히지카타 토시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동물을 향해 이렇다 할 애호심을 품어본 적은 이제껏 없었으나 그날은 유난히 빗줄기
우연이 중첩되면 운명이라고 하던가. 낭만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카부키쵸의 거주민들이었으나, 사카타 긴토키와 히지카타 토시로의 ‘자칭’ 우연한 조우는 주변 사람들로서는 영 납득하기 어려운 횟수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운명 같은 비상식적인 개념이 아니고서는 그들의 은밀한 고의로밖에 해석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어느 쪽이든 간질간질하기 짝이 없
눈이 아리도록 새파란 하늘이 있었다. 몸이 마비되기라도 한 건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사카타 긴토키는 전장 한가운데 주저앉아 망연히 고개를 올렸다. 불길하게 심장이 쿵쿵 울렸다. 눈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녀석의 등이 있다. 적과 자신의 피로 흠뻑 젖어 위태롭게 곧다. 상처 입은 오른팔을 움켜쥐고 숨을 몰아쉬던 그가 천천히 팔을 늘어뜨렸다. 직
- 원 썰에서 자잘하게 수정·보완함(http://tl.gd/n_1snejoe) - 은유적 카니발리즘 주의 - 사망소재 주의 “오늘따라 유독 모래가 많네요.” 한참을 먼지떨이로 부산을 떨던 신파치가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폈다. 신파치의 발치에는 사무소 곳곳에서 끌어다 모은 정체불명의 새하얀 가루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다시마 초절임을 씹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