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5성 소환은 이랬을 것 같다
튜토소환 서번트+클래스별 1st 서번트
소환술식 위에서 번쩍거리며 빛나는 그것은 여태까지의 소환보다는 조금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전례없던 마력 반응 탓인지 다빈치도, 로마니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차에 잠시 뒤 모든 것이 진정되고 고요해진 순간 들려온 목소리는 앳된 소년의 것이라, 그녀는 소환진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새하얀 백색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검은색의 복장과 신발. 목에 걸린 십자가. 특정 종교에서 종사하던 이였을까-싶던 생각을 날린 건 소년의 자기소개였다.
“서번트 룰러, 아마쿠사 시로 토키사다.”
일본계 서번트였던가. 선교라도 했던가. 복장으로 유추해보면 어쩐지 그럴 것 같다는 실없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누군가와 닮았다면, 타인의 닮은 꼴이라는 거겠죠.”
부드럽게 미소짓는 소년을 두고, 소환실을 모니터링하던 스태프 측에서 임의로 매긴 별점으로 따지면 5성급에 달하는 서번트가 소환되었다며 환호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유키 시에서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지크프리트와 카밀라도 4성급에 달하는 이였고, 다윗이나 메피스토도 3성급으로 판정되었으며 인연으로 소환된 캐스터 클래서의 쿠 훌린이나 그 뒤를 따르듯 소환룸에서 나온 디어뮈드도 3성급으로 그쳤었다.
첫 번째 버서커인 에릭은 2성급에, 그 뒤를 이어서 나왔던 다른 서번트들도 하나같이 1성급부터 3성급을 오갔는데, 갑작스럽게 5성급이라. 운이 좋다면 좋은 거렸다. 석양의 색을 품은 눈동자가 소년을 훑었다. 저보다 약간은 큰 키이긴 해도, 외견만 보면 동갑내기 혹은 그즈음 전후 되는 나이였다.
“당신이 제 마스터인가요?”
그것에 긍정하니 소년은 “그렇군요.” 따위의 답변을 하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칼데아 소속으로 간단한 등록을 마치고, 칼데아 데이터 베이스에도 문서화로나마 남기기 위한 영기-정보-등록을 마친 뒤 소환룸을 나오니 문앞에서 신입이 올지 말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던 최초의 서번트들이 모여있다가도 그녀와 그녀 뒤를 따르는 새로운 낯을 마주했다. “신입이네!” 산뜻하게 미소를 지은 첫 번째 아처인 다윗이 손 하나를 들어올리고 인사라도 하듯 흔들었다.
“전력을 늘린다고는 해도,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맞아, 요근래 좀 많이 소환했잖아.”
어차피 칼데아의 소환 시스템과 전력에 의존해서 행하는 소환이니 그녀에게는 크게 무리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적어도, 아직은. 괜찮다는 뜻을 내비치자 마슈가 그렇다면 다행이라며 미소를 내비쳤다.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미소인지라, 그녀의 시선이 잠시 연보라색 빛을 띤 이에게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다양한 클래스가 한 곳에 모여계시는군요.”
“혹시라도 광화 스킬이 높은 버서커가 소환되는 경우를 대비한 거다.”
“아하. 이해 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모여있다가 신입이 오면 클래스별로 맞춰서 안내를 해주게 되어서 말이야.”
그제서야 아마쿠사의 시선이 모여있는 이들을 천천히 훑기에, 그녀가 서번트 한 기, 한 기의 이름과 클래스를 입에 담으며 소개했다. 룰러 클래스로 소환된 이니까, 딱히 쓸모없는 소개일 수도 있겠지마는 어떤 습관과도 같은 것이라.
첫 번째 세이버인 지크프리트에, 첫 번째 아처인 다윗과 첫 번째 어쌔신인 카밀라와 첫 번째 캐스터인 메피스토펠레스. 그 후에 텀을 조금 두고 소환된 첫 번째 랜서인 디어뮈드와 첫 번째 라이더인 부디카와 첫 번째 버서커인 혈부왕. 물론 에릭의 경우는 어쩌다보니 약간의 통제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마는.
“7기사 서번트 외에는 실더인 저 뿐이었습니다만, 다른 클래스가 온 건 처음이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기합이 들어가있는 마슈의 인사에 아마쿠사는 빙긋 웃으며 본인의 소개를 반복했다. 룰러인 클래스 명을 밝히고, 진명을 밝히고. 인사를 나누고. 칼데아 소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다가도 마슈가 괜찮다면 마스터인 그녀가 칼데아를 안내하는 동안 옆에서 보조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기에 그녀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행을 승낙했다.
칼데아의 시설 자체는 아직도 복구중인 부분이 있어, 그런 구간은 돌아가면서 안내를 이어갔다. 그 외에도 칼데아 내에서 서번트들끼리 암묵적으로 정해진 생활 규칙이라거나, 식당의 이용이라거나, 시뮬레이션의 이용이라거나 하는 부분들도.
“아마쿠사 씨는 첫 번째 룰러라, 이후로도 룰러가 소환되면 선배로써 칼데아를 안내하시게 될 테니, 그 때가 오기 전까지 모르는 게 있다면 저나 선배에게 말씀해주세요!”
“네, 그러겠습니다.”
“-아아, 리츠카 쨩, 혹시 방송 들리면 관제실로 와줘. 다음 레이시프트 전에 스케쥴 조정을 해야 할 것 같아.”
때마침 안내가 끝나자마자 호출이라. 마이룸으로 돌아갈까 하던 그녀는 후배와 새로 소환된 서번트에게 양해를 구한 뒤 둘을 두고 느릿하게 몸을 돌려 관제실로 향했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던 마슈가 보라색의 시선을 옮겨 소년을 올려다봄에, 아마쿠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유지한 채 왜 그러느냐 물었다.
“어쩌다보니 암묵적으로 정해진 게 하나 더 있어요.”
“그런가요.”
“이유는 몰라도 선배는 ‘첫 번째’ 서번트를 많이 신경써주고 계세요.”
깜빡. 그의 눈동자에 의문이 깃든 채 눈꺼풀이 움직였다.
“물론 칼데아가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여태 소환된 모든 분들이 힘내주셨지만 각 클래스별로 첫 번째 소환자가 있다면… 스스로는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신경을 많이 써주고 계세요.”
“그렇군요.”
“그래서 아마, 아마쿠사 씨는 최초의 5성급 서번트기도 하고, 첫 번째 룰러이니…. 선배가 많이 신경쓸 거라고 생각해요.”
“참고하도록 하죠. 그래서,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알려줄 건가요?”
“…편애라고 인식해도 상관없지만, 뜻을 두진 마세요. 선배에게 물어보지도 말고요.”
물어보지 말라는 건, 편애로 인식될 정도의 태도에 대해 묻지 말라는 것이렸다. 아마쿠사는 연보랏빛 색채를 지닌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데미 서번트라지만 가장 첫 번째로 마스터와 계약한 이가 왜 갑자기 울적해졌을까. 물어보지 말라는 것에 힘을 줘서 말했던 건 어째서였을까. 아마쿠사가 그 뜻을 알게된 건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고 난 뒤, 그가 칼데아에서 고참 서번트로 분류될 무렵이 되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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