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촉촉물만두
길고 부드러운 손이 연고를 바르고 드레싱을 마무리하는 동안 하민의 시선은 예준의 손바닥에서 떠나지 않았다. 예준의 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선의 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노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나 소년의 마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일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왜 그랬을까. 또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되어버린 건 아닐까. 소년을 신뢰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소년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손바닥에 쥐었을 때와 강하게 박동한 코어의 일부가 살아있는 것처럼 소년의 혀끝에 감기고, 이내 숨길을 타고 들어갔다. 태양을 삼킨 것처럼 숨이 달아올랐다. 예준이 목을 그러쥐자 노아가 대번에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하민을 밀쳐내고 소년을 감싸안았다. “남예준!” 당장 입 벌려. 강한 힘과 함께 턱주가리를 움키는 손이 있어
세 사람의 위로 다정한 밤이 내려앉았다. 예준을 중심으로 창가에는 하민이, 거실 안쪽으로는 노아가 자리를 잡고 누웠다. 울었던 탓인지 하민이 가장 먼저 수마에 잠겼다. 이어 노아는 새근거리며 잠든 하민의 숨소리를 소년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준의 가슴팍에 가만히 손을 얹고 다독였다. 나 지금 재우려고? 조용히 하고 눈 감아, 준아. 아니, 나 혼자서
하민은 고집스러운 구석이 있다. 소년은 이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비는 내리고, 젖은 교복은 세탁기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하민이 몸을 일으켰다. 예준이 형, 우산 빌려도 돼요? 지극히 정중하고 상식적인 질문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준은 괜히 두 손을 등 뒤로 숨기며 고개를 흔들었다. 비가 많이 오니까. 날이 궂어진 만큼 가는 길도 멀고 외로울테니까.
나를 잊은 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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