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그믐
현재 시각 오후 1시 반. 몇 시간 전과 다르게 주변 풍경을 볼 여유가 생겼다. 하늘이 새파랗다. 날이 참 좋다. 뭐, 그런 감상뿐이지만. 나는 지금 이번 학기 시간표를 환상적으로 잡아서 오전 수업만 듣고 바로 귀가하는 중이었다. 점심을 같이할 친구 같은 건 없어서. 하나 생긴 줄 알았던 친구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사실 나조차 걔
다자이 오사무는 이상한 인간이었다.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아.” “그럼 죽어버리지 그래?” “너무하네에-.” “맨날 죽고 싶다 염불하면서.” “혼자 죽긴 싫다니까…. 자네가 같이,” “그 말 한 번만 더 해 봐.” 아무튼…, 내 서늘한 말에 다자이가 목소리를 줄이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가는 눈으로 빤히 그 뺀질뺀질한 얼굴을 쳐다보자 눈을 한 바퀴 도르륵
어느날, 에도가와 란포의 손목에 글씨가 생겼다. 란포는 제 하얀 손목 안쪽에 쓰여진 글씨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보면서 생각했다. 이거 파내면 어떻게 되지? 그리고 파낸다고 하면 얼마나 깊이 해야 하지? 오늘 미술 시간에 썼던 조각칼이 아직 란도셀에 있단 걸 기억해낸 란포는 혼자서 불법 시술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 그전에 칼날 소독해야지. 감염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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