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태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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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엔 저주받은 피가 흐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듣는다면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 물으시겠지만. 나는 이 저주가 아버지께 물려받은 성(姓)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내 의로운 최후를 기다리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의롭게 살다가 요절했다는 핏줄을 타고나 아무도 누군가를 위해 나서지 않을 때 제 목숨 아끼지 않고 행동하던 의로
아버지의 아버지가 폭군의 목을 자르고 그의 아들이 죄인에게 전기 왕관을 씌우기까지.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들의 물음에 신께서 피곤해 하시네. 아버지 정말 모든 생명은 가치 있습니까? 굶어 죽은 남자의 부모가 칼을 들고 일어서고 강간당한 여자의 어머니가 그의 죽음을 지켜보기까지 교수형 집행인의 딸들은 살기 위해 계속 물었어
아빠가 슈퍼맨이었다면 우린 딱 한잔만 마시고 시동을 건 남자에게 평생 사과해야겠지 강철같은 아빠 몸에 정통으로 부딛힌 차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찌그러져있을거야. 우린 예배일마다 남자의 머리에서 튀어나온 포도주와 빵을 마시며 남자의 무덤에 기도할거야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때로는 남자의 빈소에 가서 따귀를 맞고 정말 자기가 슈퍼맨인지
바다에 사는 이가 있다. 바다에 업을 두고 사는 이들도 있다. 뭍에서 찾아오고 떠나간 배 몇 척을 바라보니 문득 뒤쳐졌구나 깨닫게 되는데 어머니의 까맣고 흔들리는 눈동자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었다. 선택받지 못한 사람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 사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시시각각 바뀌는 세상에서, 적응하지 못한 자는 도태된다. 도태되는 자의 말로는
너를 이루고 있는 흔들림 사이에서 지저귐에 가까운 아우성은 청각이 아닌 시각으로 전해진다. 생기 없는 눈동자와 몸짓 . 목적을 잃고 보내는 모든 시간들 소리 없이 무너지는 가여운 네 영혼 우린 왜 그렇게까지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했을까 숱한 패배와 절망을 피해 도망쳐온 이 작은 지옥에서 나는 너의 언어로 나답게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