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슈퍼맨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죽은 아버지에 대하여
작은 시 by 태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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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슈퍼맨이었다면
우린 딱 한잔만 마시고 시동을 건 남자에게
평생 사과해야겠지
강철같은 아빠 몸에 정통으로 부딛힌 차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찌그러져있을거야.
우린 예배일마다
남자의 머리에서 튀어나온 포도주와 빵을 마시며
남자의 무덤에 기도할거야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때로는
남자의 빈소에 가서 따귀를 맞고
정말 자기가 슈퍼맨인지 의심할거야.
그래도 생각하겠지
그의 기일이 일요일이 아니여서 참 다행이야.
아빠는 슈퍼맨이었어.
술 한잔 거절하지 못해
사람을 죽인 그와는 다르게
빈소에서 건내받은 수화기 너머
미안하단 한마디 겁내는 그와 다르게
그는 일요일마다 신에게 빌겠지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아빠가 슈퍼맨이었다면
뭔가 달랐을까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지라도
내 옆에 있어줬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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