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예
태후가 머무는 거처인 수강전은 아키라로서도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황후였을 시절에 살았던 영수궁에는 몇 번 가보았으나 수강전까지는 가보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고모가 꺼려져서 황궁으로 가는 아버지와 동행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어쨌든 수강전은 영수궁과 규모는 비슷하나 한결 단정되고 기품 있는 모습이었다. 어쩐지… 가끔은, 환갑이 넘은 나이
56세, 황위에 오른지 20년 만에 황제는 죽음을 맞이했다. 2년 간 시달린 병환으로 잔뜩 지친 표정을 한 사내는 저를 데리러 찾아온 사신의 닦달에 못 이겨 차마 감겨지지 않는 눈을 감았다. 그 뒤를 이어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옥좌에 오른 루카와 카에데는 사내이면서도 회임을 할 수 있는 음인이었다. 미열 서장. 수도에서 ‘센도 가의 도련님’
- 싸우거라, 카에데. 이 나라는 너의 것이다. 절대 센도 가에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싸우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라.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네가 상처 입어 만신창이가 되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황제란 본래 가장 깨끗하면서도 가장 더러운 자라이니라. #1. “…재미있군.” 센도 아키라는 황제의 명을 전한 미야기
#2. 격노한 모습으로 입궁했던 아버지는 불과 몇 시간 후, 비를 흠뻑 맞은 쥐새끼마냥 풀이 죽어서는 돌아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간인데도 제 방에 틀어박혀 독한 술을 뱃속에 퍼부어댔다. 본래도 술에 약한 편이라, 곧 잔뜩 취해서는 꼴사나운 난동을 벌였다. 혀가 꼬여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지껄이며 제 곁을 따르는 시종을 때리고 닥치는 대로 물건들
#3. 황제가 나간 후로 홀로 남은 아키라는 밤새도록 잠들지 못했다. 잊자, 다 잊자. 황제가 한 말 따위는 다 잊고 일단은 자자. 그런 마음으로 찢어진 마음을 추스리고 아키라는 혼례복을 벗었다. 지친 몸을 침상에 뉘이기는 하였으나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아니면 황제에게서 그런 모욕을 받고 분해서인지 자꾸만 눈이 떠졌다. 그 덕분에 본래는 둘이 누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