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심연
바야흐로 여름의 절정이다. 열린 창틈으로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들어 작업실 안은 온통 습하고 눅눅하다. 이래서야 악기가 망가지기 십상이겠군, 생각하면서도 살리에르는 당장 그것들을 손보려 서두르지는 않는다. 적당한 시일을 골라 조율사를 부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지금은 우선 맡은 바 작곡에 충실해야 한다. 살리에르는 한참 동안 내버려 두었던 깃펜을 집어든다.
스테이지를 점검하던 ‘그’는 불현듯 느껴지는 기척에 눈살을 찌푸린다. 주역이 등장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이고, 무엇보다 이런 종류의 불유쾌한 예감은 평범한 인간에게서 비롯될 수 있는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몇 없다. 그는 귀찮은 표정으로 한 마디 뱉는다. “나오시죠.” 그러면 까만 중절모를 눌러쓴 청년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태연
창밖으로 길다란 인영이 추락한다. 곧이어 요란한 파열음이 들리고, 선잠에서 깨어난 백작은 흔들리는 커튼 너머를 흘끗 쳐다본다. 그러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을 살피는 대신 이불을 도로 뒤집어쓸 뿐이다. 졸지에 자살 명소가 되어버린 성벽에 붉은 얼룩을 덧칠한 이는 아마도 최근 며칠을 함께 보낸 남자였을 것이다. 보름이 되기 전에 죽어버리다니, 운이 좋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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