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행정국 신입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행정국 대피통제반에 새로 들어온 에밀리 카츠야라고 해요!

저는 블록 D에서 왔어요! 행정국 본부와는 조금 먼 곳에 있지만 하얀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매우 아름다운 곳이죠‼ 아, 아무도 제 고향에 대한 이야기는 궁금해할 것 같지 않으니까 일단 이쯤까지만 해둘게요. 일단 제가 일하는 대피통제반이 뭐하는 부서인지 설명해볼까요? 우리 대피통제반은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범인의 동선을 파악하여 봉쇄해 포위망을 만드는 일을 해요! 그리고 사건이 종료되면 봉쇄를 풀고 사건 여파를 정리하고 시민들을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게 한답니다. 당연히 현장에서 직접 구르느라 그만큼 위험도도 높은 부서기도 해요.

대피통제반은 주로 인류성보존연합(그냥 연합이라고 할게요!)이라는 행정국 산하 기관과 연계를 하는 일이 많아요. 왜냐하면, 사실 우리들이 직접 움직일 정도로 큰 사건은 대부분 식인 능력자의 살인 사건이거든요. 저희는 범인의 퇴로를 막고, 연합의 전투원 분들은 포위망 안에서 범인을 사살하는 거죠.

연합의 전투원 분들도 능력자들이에요. 유능하다의 그 능력자가 아니고요, 초능력의 그 능력이에요. 다들 강력한 능력을 사용해서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하시는 분들이죠. 사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능력자는 다 위험한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네, 저도 대피통제반 반장님을 포함해서 여러 행정국 선배들에게서 그 얘기를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들었어요. 지금은 목줄을 찬 개처럼 얌전하겠지만, 언젠가는 날 잡아먹을 거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다들 좋은 분인 걸.

사적인 이야기를 좀 하자면 저는 어릴 때 능력자 친구가 있었어요. 정말 상냥한 친구였죠. 저와 제 친구는 시간 날 때마다 둘만이 아는 비밀 장소에서 능력으로 피운 꽃으로 꽃밭을 가꾸며 놀았죠. 만약 능력자가 태어날 때부터 식인을 하는 존재였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겠죠. 네? 그 친구는 어떻게 되었나고요? 그러니까… 어느 날 비밀 장소를 어른들에게 들킨 일이 있었어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어른들은 제 친구를 무작정 어디론가로 끌고 갔죠. 제가 하지말라고 애걸복걸해봤지만 소용없었죠. 그리고 그 이후로… 그 친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그 아이가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1년 뒤 그 아이의 해진 옷자락이 바닷가로 떠밀려 오기 전까진.

…너무 어두운 이야기를 했네요. 미안해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능력자들 중에서도 좋은 능력자들이 많다는 이야기에요. 그냥… 그게 다에요. 그럼에도 행정국은 연합 소속 능력자들에게 너무 모질게 대하고 있어요. 몇몇 전투원 분은 행정국 직원의 가혹행위 때문에 화상을 입었다고 들었어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같이 일하는 동료잖아요. 모든 능력자들이 사람을 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상부에 연합의 능력자들을 배척하는 이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집어넣어서 보고서를 올린 적이 있었어요. 그 때마다 반장님한테 “보고서에 개인 사상을 집어넣지 마라” 라며 혼나곤 했죠. 뭔가 이야기가 꽤나 두서없게 되긴 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행정국은 이상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새 임무가 들어왔네요. 만약 이 녹취 파일을 발견하신 분이 있다면,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마세요! 분명 또 반장님한테 혼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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