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유 수 로그
우당탕,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오르골이 바닥에 내리꽂혀 산산이 조각난 것이었다. 분명 저 오르골을 준 사람은 어머니였으리라. 안광이 사라져 있던 눈은 그제야 별 모양 안광을 찾았다, 그리고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확히는 만들어 낸 것이었다, 보라. 큰 소리에 고용인이 다급히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나. 긁힌 자국 하나 없는 손을 한 손으로 가려 가슴 앞에 가져다 대며 놀랐다는 표정을 세팅한다, 아가씨! 소리에 네, 네! 하고 놀란 척 대답한다. 문이 열리면 고용인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다. 세상에, 어쩌다 이러셨어요. 소리에는 미안하다는 표정과 목소리를 하고 한 마디를 매끄럽게 흘릴 뿐이었다. 미안해요, 책을 꺼내려다가 오르골을 떨어뜨려서…. 사실 속으로 느껴지는 미안함은 없었다. 단 하나도 없었다, 집의 살림을 관리하며 월급을 받는 처지라면 이런 것도 치워줘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뭐, 귀찮은 일을 생기게 한 건 조금 미안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손은 안 다치셨어요?”
“네, 괜찮아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치울 동안 잠시 나가 계시겠어요? 고용인의 목소리에는 고개를 끄덕인 후 거실화를 신은 발을 움직여 방을 벗어난다. 어머니가 아시면 뭐라고 하시려나, 분명 ‘공부만 열심히 하면 오르골 같은 건 몇 개든 사줄 수 있단다.’ 라고 하시려나? 사실 궁금하지는 않았다. 어머니의 행동을 예측할 정도의 뇌 속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르골 따위는 필요 없어, 간섭도 필요 없고. 안광이 꺼진 눈을 하고 거실 소파에 푹 앉았다. 롱 스커트를 입은 채 다리를 꼬았다. 허리는 꼿꼿이 펴고, 팔짱을 끼고, 누가 봐도 명실상부 아가씨의 자세를. 어머니께서 그러셨다. 절대 웅크린 듯한 자세를 취하지 말라고. 얕보인다고 했나, 뭐라고 했나. 가슴을 펴고 살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말하는 사람이 어머니여서인지 반항심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굳이 반항할 이유는 없어. 집 안에서의 입지를 아슬아슬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가씨, 방을 다 치우긴 했는데…. 혹시 모르니 맨발로 다니시지 마세요.”
“그럴게요, 고마워요~. 치우느라 고생 많았어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손은 이미 허벅지 위에 모아놓은 채다. 그리고 들리는 도어락 소리, 이제 정말 아가씨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은 어머니 뿐이니까. 이내 익숙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구두 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수야, 집에 있었니? 목소리에 소리 없이 빠른 걸음으로 현관으로 나간다. 다녀오셨어요, 엄마? 가방은 제가 대신 받아드릴게요! 별 모양의 안광이 반짝인다. 싱긋 웃으며 가방을 받아들고 안방으로 걸어간다, 지랄 시작, 개 크게 시작, 빵빠레 불며 시작….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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