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네 유지로 로그

싫어하는 사람은 끝까지 싫어할 건데요?

눈을 뜨고 멍하니…. 안광 없는 붉은 눈을 깜빡인다, 졸려. 더 잘까. 하지만 더 자면 큰일나겠지. 1교시 수업은 사람의 컨디션을 죽여놓기에 충분했다. 수강신청을 거하게 말아먹은 것도 아닌데, 필수로 들어야 하는 전공이 1교시일 뿐이었다. 게다가 3시간 연강, 교수님…! 저절로 교수님의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월요일 오전 9시 3시간 연강 강의. 이 지옥 같은 시간표를 좋아하는 대학생은 단언컨대 한 명도 없을 터였다. 수공강이 있으니 오늘과 내일만 가면 학교는 쉬는데, 월요일부터 넘기기가 힘들었다. 아, 힘드네…. 대학생활 쉽지 않네, 겨우 대학교 1학년인 자신은 이 생활이 고등학교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보통 대학교 하면 열 시, 열한 시, 아니면 오후. 그렇게 수업해야 하는 거 아닌가? 대체 카이토 선배는 이런 생활을 어떻게 하고 계신 거야? 생각하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이불 대충 개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와 양치 하고, 아침은 딱히 당기지 않았다. 어제 친구들과 저녁을 거하게 먹은 탓이었다. 내가 미쳤지 그걸 다 먹고…. 아무튼 배가 고프지 않아 빈둥거릴 시간은 벌었다. 잠옷을 벗고 옷을 갈아입고, 셔츠에 가디건을 걸친 후 검은 슬랙스를 입었다. 왜 이런 복장이냐고요? 아침부터 수업 시연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은 이런 날 복장에 예민하시지.

[선배, 저 오늘 1교시 3시간 강의래요]

[월요일 아침부터 수업 시연 가능할까요?]

우는 고양이 이모티콘과 함께 짧은 라인 두 통을 보냈다. 물론 라인과 달리 약한 마음은 가지지도 않았지만, 일단 가능이고 불가능이고 해야만 했다. 동기들 앞에서 수업 시연을…. 어차피 다 해야 하는 거지만…. 아직 1학년이니 동기들 앞에서 그러는 게 조금 어색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르겠다, 동기들과 교수님이 말하는 감자라고 생각하자. 한숨을 쉬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가는 길에 학교 안 카페에서 딸기라떼 한 잔 사 마시고 준비하면 되겠지, 연습을 아예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교수님도 너희 선배만큼의 수준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부담 없이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와 나, 진짜 오늘 수업 시연만 끝내면 샐러드에 드레싱 왕창 뿌려 먹을 테다.

수업 시연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문제 풀이를 하고 말로 해결을 보면 되는 것이었다.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수업 시연 도중에 감을 잡았으니 조금 늦게 잡았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넌 실전파라는 부모님의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 싫어하는 동기에게 까다로운 문제를 풀게 시키는 것도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고. 이 날을 위해 이를 갈아온 건 아니지만 싫어하는 동기들은 각자 까다로운 문제를 하나씩 풀어야 했다. 아, 즐겁다. 내가 싫어하는 애들이 머리를 싸매는 게. 미래 교사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어쨌든 3시간 강의도 그렇게 끝이 났다.

“너 일부러 나한테 그 문제 풀이 시켰냐?”
“그럴 리가요~. 까다로운 문제라 머리가 좋은 시노하라 씨가 잘 풀 거라고 생각했죠.”

“흠.”

-그럼 됐어, 거짓말로 동기를 상대한 후 강의실 건물 계단을 내려갔다. 아, 점심시간이네. 카이토 선배 이 시간에 강의 없지 않나? 수업 시연을 끝내고 나니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했다. 아, 샐러드는 저녁에 먹고 점심은 일반식 먹을까?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내 라인을 보내는 동안 발걸음을 잠시 멈춘다.

[선배, 선약 없으시면 같이 점심 먹을까요?]

[그리고 수업 시연 잘 끝났어요.]

따위의 라인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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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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