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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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단단한 사람인들 교묘하게 목을 죄고 주무르다 보면 필히 정신이 나가게 마련이다. 지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굳이 꺼내어 들추지 않는 사실이지만, 라이너 오플린은 학창 시절부터 사람 하나 작정하고 묻어 버리는 취미가 있었다. 라이너는 자기가 쥔 권력의 힘을 무척 잘 알았고, 단순히 더럽고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하나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
오레스테는 거절에 죽자고 덤벼드는 법이 없었다.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라고 강요하는 게 얼마나 싫은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에게 그만큼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쩌면 자신의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친구를 눈앞에 둔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오레스테는 베아트리스가 진창의 흙에 숨이 막히거나, 더 깊
무르자고 말하지는 않네. 그렇다면 여전히 결정권은 오레스테의 손에 있었다. 오레스테는 요한의 말을 곱씹었다. 내가 불행해지길 원치 않는다. 그 말인즉 결국 자기를 따라가면 불행해진다는 말이 아닌가. 대관절 그런 걸 대체 왜 하고 있는 건가 싶다가도, 문득 무엇이 눈앞의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인가에 생각이 미쳤다. 언뜻 보면 삶의 의지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렉스 블레어를 고소합니다….” 오레스테는 목이 새빨개질 정도로 술에 꼴아서 양팔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테이블에 거의 정수리를 박을 듯 기울어 있는 고개를 보니 렉스는 비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야, 월드 시리즈 졌지 네 인생 망했냐?” “네가 월드 시리즈 같은 거 얘기만 안 꺼냈어도 나 이런 꼴 안 됐어!” 잠시 미국 물 먹었던 렉스가 메이
「신경 돌릴 곳이 필요하면 천문탑으로 와.」 라이너 같은 사람이 저애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관심의 계기가 거기서 비롯되었음은 부정하지 않겠다. 무엇보다 친구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속앓이하고 있을 것이 신경 쓰였고, 자꾸 까끌까끌한 무언가가 목구멍을 꽉 막는 듯한 기분에 이름도 적지 않고 죄책감을 털어 내듯 손을 내밀었다. 어쩌면 언제부턴가는 오
* 편지와 조율에 기반한 가스라이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레스테는 제집 문을 열자마자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비어 있어야 할 방에 웬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현관을 바라보는 인영은, 뜻밖에도 눈에 익은 것이었다. “오랜만이구나, 오레스테.” 라이너는 기척 하나 없이 고요하게 앉아 있었다. 오레스테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더니 사고 회로가 그대로
“오늘은 또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실까.” 아침부터 부엉이를 보내 난리 난리를 치면서 펍으로 가자고 하는 것부터 이상하더니, 눈앞의 스물세 살짜리는 평소의 그와 상당히 다른 기색을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흑맥주를 앞에 두고도 그랬다. 오레스테는 뭐든 쉽게 결정하고 쉽게 해결했다.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은 아예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
*수위 있는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열람 시 유의 바랍니다. 오레스테는 격언을 떠올렸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그리고, “어, 어어, 이 미친놈들이 사람 죽인다! 사람 죽어요!” “다리 잡아! 뭔 놈의 힘이 이렇게 세?” “팔 부러져요! 살려 주세요! 씨발, 이거 안 놔!” 원수 새끼 모가지는 언젠가 떠내려오게 되어 있다.
※ 약한 수위의 학교폭력 암시와 가스라이팅을 포함한 언어폭력을 다루고 있사오니 열람 시 유의 바랍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오레스테의 연애는 5학년 초입부터 시작되었다. 상대는 딱히 놀랍지 않게도 머글 태생 마법사였고, 그리핀도르 1년 선배 렉스 블레어라는 신상정보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널리 유포되었다. 그 오레스테 오플린의 연애다. 소식을 들은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