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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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 아니 이제는 청년이라고 칭해야겠다. 그는 참 선량하게도 일 년에 한 번씩 나에게 짧은 안부 편지를 보내왔는데, 편지를 받을 때마다 병원에서 보았던 그 소년이 흔들림 없이 그대로 큰 것 같아 대견하고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아내 줄리아와 나누었던 것이 기억난다. 유순하면서도 강단 있는 이였다. 두 개의 단어가 합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2007년 11월 30일, 아킬리즈 헤르모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문 스크랩이라는 것을 했다.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 지난 일자의 신문을 한켠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굳이 하나의 글을 오려내서 따로 보관하는 것.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영웅이에요.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심장이 간지러웠다. 권능, 둥근 방패들이 대열을 갖추고 일제히 돌격
밤 9시, 약초상 <카멜리아>는 영업을 종료한다. 아킬리즈는 카운터 정리를 마치고 청소를 한 다음 선반 아래에서 큼지막한 보스턴백을 꺼내 열었다. 바로 지난주에 에버펠디에서 마을 한복판을 집어삼킨 징조가 하필 교통사고 현장을 덮쳤던 터라, 그 아수라장을 수습한 가방 속은 거의 비어 있었다. 그래도 몇몇은 구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 서랍을 연 아킬리즈는
어쩌면 이 비극적인 멸망의 징조는 기회다. 마법사 사회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사를 쓸 수 있는 기회. 혈통을, 종족을 넘어 평등하게 들이닥친 재앙 앞에서, 타인과 손을 잡고 함께 맞서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기를. 그 새로운 페이지를 쓸 자격이 내게 있다면 결코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그리 하고자 한다. 참으로 치기 어린, 순진한 문장이었다. 몇 년의
아킬리즈는 검고 곧은 지팡이를 겨눈 채 눈을 깜빡였다. 옷장이 열리는 음산한 소리, 어둠 속에서 그가 나타나자 저마다 재잘재잘 떠들거나, 훌쩍이거나 하고 있던 학생들은 저마다 아킬리즈의 어깨 너머를 빼꼼 바라보았다. 쟤는 뭘 겁내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대체 보가트가 어떤 모습이 될까? 의외로 평범한 걸 무서워하면 웃기겠다! 글쎄, 사실은 쟤도
나의 짧은 지식으로나마 생각하기에, 마법의 역사는 마법 그 자체와는 달리 신비롭지도, 다채롭지도 않다. 아킬리즈는 과제 첫머리에 꽤나 도전적인 문장을 썼다. 글자 역시도 그의 표정처럼 한 자 한자 고집스레 꾹꾹 눌러서. 어쩌면 이 과제를 낸 후에 교수님께 불려가서 면담을 받아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행히―아킬리즈에게 자각이 있든 없든 간에― “새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