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존재
메타 AU
🎵 https://youtu.be/sGelwuGN-ro?si=EEAP-FXNSBoAHU8B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인 미카가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갖게 되는, 메타성이 짙은 AU입니다. 미카가 원작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속성을 좋아하여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
읽으시는 분의 성향에 따라 조금 불편한 소재일 수도 있으니 열람에 주의를 요합니다.
#기시감
미카는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무슨 꿈인지 떠올리려 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불쾌한 기분만이 마음에 들러붙어, 떨어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비척비척 일어나 세수를 하러 세면대에 당도한 미카는 자신의 이목구비가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잠이 덜 깨서 그럴 것이라며 몇 번이고 세수를 해 보아도 그대로였어요. 미카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드디어 제정신이 아니게 되었구나. 분명 그 꿈 때문일 거야! 그 꿈 때문에 늘 머리가 아팠다고. 아니, 언젠가 비슷한 꿈을 꾼 적 있었나?……
#방황
미카는 문을 박차고 나가 무작정 대로변에 나섰습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미카처럼 희미한 이목구비를 한 채 정처 없이 걷고 있었습니다. 자신만 이상하게 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려던 차, 미카는 문득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이는 이를 목격합니다. 어렴풋 기억이 날 것도 같습니다, 걸즈 밴드로서 무대에 올랐던 멤버 중 한 명이었죠. 미카는 그에게 말을 걸어 보려 무작정 뒤쫓았지만, 어느 순간 놓쳐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골목 어귀에서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이는 아야를 마주쳤습니다.
#조우
🍎 마루야마 씨! 괜찮으십니까? 별일 없었나요?
🍓 아, 미카 씨! 좋은 아침이에요. '스태프 일'을 하러 가시나요? (설명: 뱅드림의 플레이어 설정은 '라이브 하우스의 신입 스태프'입니다.)
미카는 아이돌로, 스태프 일 같은 건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되물었지만 아야는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 대학에 다니는 건 익숙해졌어요. 아직도 강의실을 조금 헤매곤 하지만, 늘 새로운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아이돌 활동과 병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냐고요? 가끔 어려움도 있지만, ……
미카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분명 아야는 자신의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 그 시선은 자신이 아닌 그 너머의 어딘가를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미카는 두려운 마음에 뒤돌아 도망치다가, 골목을 돌기 전 아야를 보았습니다. 그는 여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할 말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 스태프 일도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오늘도 힘내요, 미카 씨!
#아무것도 아닌 존재
미카는 이후로도 온갖 장소를 배회합니다. 어째서인지 갈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라이브 하우스 근처, 쇼핑몰, 재학한 적도 없는 학교들…… 그 밖으로 나가려 해도 길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바깥으로 나왔다고 생각하면 익숙한 장소로 되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미카는 혼란스러워져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습니다.
🍎 이봐요!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아는 분이 계십니까?
이목구비가 흐릿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간혹 이목구비가 있는, 걸즈 밴드 멤버들은 미카의 존재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쳐 갔습니다.
그러던 중 행인 하나가 미카에게 무어라 말했습니다. 모두와 똑같이 웃는 얼굴로 입모양이 바뀌지 않은 채 말하는 것이 기괴했습니다.
👤 소용 없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배경과 개연성을 성립시킬 뿐, 그 이상의 존재는 될 수 없으니까…….
#무의미한 것
여러 장소를 전전하며 미카는 점차 잔혹한 진실과 가까워졌습니다. 자신은 원작 속의 인물이 아닌, 편의를 위해 생성된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써내려 간대도 결코 원작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미나세 미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못합니다. 아니,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은 그저 '캐릭터 설정'일 뿐입니다.
그러니 마루야마 아야를 떠올릴 때마다 빠르게 뛰는 이 심장도, 그저 자신의 설정값 중 하나일 뿐인 겁니다.
자포자기한 채 앉아 있던 미카에게 아야가 말을 걸어 옵니다. 천천히 눈을 마주치거든 아야는 미카를 올곧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미카 씨. 이 시간선은 얼마 가지 못할 거예요. 캐릭터가 세계의 진실을 알아내다니, '있어서는 안 될' 시간선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아야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습니다. 자신을 가여워하는 것 같았어요. 세차게 뛰는 심장을 모르는 척하며 미카는 먼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푸르던 하늘이 검어져 갔습니다. 배경을 이루던 건물이며 가로수 따위가 하나씩 사라져 갔습니다. 세계관이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겁니다.
🍎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해도 마루야마 씨에게 닿을 수 없겠군요,
🍓 …….
🍎 전부 무의미한 것이었어요. 나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마루야마 씨를 생각하는 이 마음도…….
#존재 기반
🍓 그렇지 않아요, 미카 씨.
아야는 미카의 곁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세계는 그저 편의로 구축되었을 뿐이라는데, 곁에 앉은 사람의 체온은 눈물이 나도록 따뜻했습니다.
🍓 이 세계관은 말이죠, 저와 제 주변의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어요. 아무도 좋아해 주지 않는다면 이곳은 존재할 수 없게 돼요.
🍎 …….
🍓 좋아하는 마음이 모이고 모여 우리는, 저는 이곳에 존재할 수 있어요. 미카 씨의 존재는 결코 무가치하지 않아요. 저를 존재하게끔 하는 마음 중 하나가 되니까.
존재해서는 안 되는 시간선이 사라져 갑니다.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기 전, 나직한 목소리가 미카의 귓가를 간지럽혔습니다.
🍓 그러니 우리, 서로의 존재 기반이 되어 오래도록 함께해요…….
……
…
#기시감
미카는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무슨 꿈인지 떠올리려 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불쾌한 기분만이 마음에 들러붙어, 떨어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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