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백업

22.02.11~23.12.27

August8ight by Ros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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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1

와기 곰돌이 동혃 × 간택 당한 쮜송 = 동지

송은 국립공원? 이라고 하나? 쨌든 그런 곳에서 일하는 막내임. 덫에 걸린 야생동물들 치료해주고 산불 관리하고 그럼. 여느때와 같이 자기 구역 순찰 도는데 어디서 꾸잉꾸잉하는 울음소리 들림. 송이 관할하는 구역은 산세가 워낙 험해서 웬만해서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인데 웬 울음소리가 들리니까 엥 모지.. 하면서 험한 산길 휘적휘적 잘도 걸어감.

소리나는데에 가까워지면 웬 와기 곰돌이가 혼자 울고있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으니까 멀리서 상태 지켜보는데 딱봐도 영양실조가 심각해보임. 나이도 어려보이는데 왜 혼자있지.. 싶어서 지켜봄. 혹시 어미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몇시간이 지나도 어미가 나타날 생각을 안함.

송이는 순찰 마저 하면서 틈틈히 곰돌이 체크하는데 애가 계속 울다가 결국 픽 쓰러짐. 해도 저물어가고, 안되겠다 싶어서 가방에서 천 하나 꺼내서 곰돌이 감싸안고 본부로 돌아옴. 진정제 투여하고 링거 맞추면서 상태 지켜보는데, 애가 너무 말랐음. 송이는 자기가 직접 구조한게 이번이 처음이라 괜히 더 애틋하고 막 그럼.. 차마 발길도 안떨어져서 당직도 아닌데 밤새 곰돌이 옆에 있어줌.

담날 날 밝으면 곰돌이 울음소리 듣고 또 깸. 상태 지켜보느라 유리 케이지 앞에 의자 갖다놓고 웅크리고 자서 온몸이 뻐근한데, 애가 또 울어대니 스트레칭 할 시간도 없이 호다닥 먹이랑 물이랑 가져옴. 혹시 배고파서 그런걸까봐. 먹이 넣어주려고 케이지 문 여는데 와기 곰돌이가 냅다 송이한테 안김. 송이는 엥, 하면서 당황하다가 자기를 어미로 착각하는건가 싶어서 그냥 안은채로 밥 먹여줌. 근데 애가 진짜 너무 말라서 마음 쪼끔 아파짐.

하루 종일 붙어서 케어해주니까 금방 기운 차리는데, 애가 겁도 없는지 자꾸 케이지 탈출해서 여기저기 쏘다님. 송은 그거 따라다니면서 수습하느라 정신 1도 없음. 기운 쪽 빠진 송이 퇴근하려고 하는데 곰돌이가 케이지 안에서 애처롭게 바라봄. 그거 보고 송은 쫌 안타까웠지만 어제부터 제대로 쉬지도 못해서, 너무 피곤한 마음에 애써 곰돌이 시선 피하면서 퇴근함.

담날 출근했는데 선배들 난리났음. 송은 본부 들어서자마자 어제 당직 섰던 선배한테 끌려옴. 곰돌이 있는 방에 들어서니까 안에서 곰돌이 또 엄청 울어대고 있고 선배들은 앞에 서서 쩔쩔매고 있음. 송이 엥, 몬일이에요. 이러는데 목소리 들리자마자 곰돌이 울음 뚝 그치고 케이지 문 벅벅 긁음. 한 선배가 문 열어주면 곰돌이 잉챠잉챠 뛰어서 송한테 안김.

송이 없으면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계속 울어대는 탓에 결국 송이랑 같이 지내게 됨. 본부 내에도 당직실이 다 마련되어 있어서 송은 강제 당직..

시간이 흘러서 곰돌이 보내줘야 할 때 됐는데, 송이는 그게 넘 아쉬움. 같이 지낸 며칠동안 정 엄청 들어서 이름까지 햋찬이라고 지어줬음. 그래도 보내줘야하는거 아니까 숲 적응하라고 순찰 돌때마다 데리고 나가는데 애가 진짜 송이만 졸졸 따라다니고, 다람쥐라도  보면 엄청 놀람. 송이는 이런 애를 방사해도 되는 건가.. 싶음.

그러거나 말거나 방사하는 날짜가 됐고, 숲에 놓아줬는데 애가 자꾸만 본부로 돌아옴. 문열고 들어올 때도 있고, 안열어지면 문 앞에 철푸덕 앉아서 열릴 때까지 기다림. 아주아주 난감한 선배들과 쮜송.. 그래도 뭐 어떡해. 야생동물인데..

어느날, 햋찬이가 보이질 않음. 원래 쮜송이 출퇴근 하는거 쫄랑쫄랑 따라다녀서 송이 당직 서는 날에는 문앞에 죽치고 앉아있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없어서 뭔가 허전한 느낌.. 그래도 자연으로 돌아간건가 싶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가시질 않음. 그래서 괜히 순찰 돌고 온다면서 온 숲을 다 뒤지는 송. 그러다가 맨 처음에 햋찬이 발견한 장소에 가면 햋찬이 또 픽 쓰러져 있구..

송이는 원래 방사한 애들한테 다시 함부로 다가가면 안되는데 그것도 잊고 냅다 달려가서 햋찬이 데리고 본부로 돌아옴. 애가 뭘 잘못 먹었는지 열이 펄펄나고 기운도 없어 보임.당장 할 수 있는 검사들 다 해보는데 딱히 문제는 없다고 나와서 속 다 타들어감. 이번에는 아예 당직실에서 햋찬이 끌어안고 자기로 함. 괜히 눈물 뚝뚝 남.

어찌저찌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함. 북실북실한 털이 만져져야 하는데 웬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짐. 송은 잠결에도 이게 모지.. 하면서 눈 슬쩍 뜨는데 옆에 웬 남자가 다 벗고 누워있어서 비명 지르며 일어날듯. 악! 누구세요!! 이러면 남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송한테 안기려고 함. 송은 개깜짝놀라면서 저리 가라고 소리지르고, 남자 완전 상처받은 얼굴 함.

송은 대충 이불로 남자 둘둘 말아주고 국립공원에서파는 기념품 티셔츠랑 자기 여분 속옷, 바지 가지고 돌아옴. 남자는 멀뚱하게 앉아있다가 송이 다시 방에 들어오면 엄청 해맑게 웃으면서 이불 끌어안고 쫑쫑 걸어옴. 송은 남자한테 옷 주니까 주섬주섬 입기는 함. 좀 어설퍼서 송이 쫌 도와줌.

이 사람 몬가 싶은데 이제 보니까 엉덩이에 꼬리가..? 머리에도 곰돌이 귀가..? 송이 설마.. 하는 마음에 햋찬아..? 라고 부르면 남자가 엄청 좋아하면서 고개 끄덕거림. 알고보니 걍 곰돌이가 아니고 수인이었던 것.. 어제는 발현통이었던 것.. 인간 됐어도 똑같이 송이만 졸졸 따라다니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송이랑 살게 됨.

송은 갑자기 인간된 쟈근 곰돌이 햋차니가 좀 당황스럽지만 그동안 쌓은 유대감이 사라지는건 아니어서 그냥 받아들임. 인간 생활 알려주고 어쩌구저쩌구 다 알려줌. 햋찬이 겁나 똑똑이라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앎.

중간과정 스킵하고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은, 맨날 송한테 안기기 좋아하는 햋찬이가 송이 위험한 상황에선 송이 지켜주는거.

송이 순찰 나갈때 맨날 같이 나가는데, 전에는 다람쥐만 봐도 놀래더니 이젠 안놀람. 송은 그거 쫌 아쉬워함. 쨌든 험한 산길 척척 잘 가는데, 송이 덫에 걸리게 됨. 원래 사람이 잘 오는 곳이 아니라서 덫이 있을 줄 몰랐음. 순찰 막바지라서 해도 다 지고 있는데 큰일났다 싶었음. 심지어 곰덫이라 다리에서 피가 철철 나서 어지러움. 그나마 불량품인지 다리가 절단될만큼은 아니었음. 송이 안간힘 써가며 풀어보려고 해도 꿈쩍도 안하는데,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햋찬이 힘 쫌 주니까 콰직 부서짐. 송이 가방에서 구급약으로 대충 소독하고 지혈함.

다리 절뚝이면서 본부로돌아가는데, 오늘 무슨 마가 꼈는지 멧돼지 만나벌임.. 송이 주춤거리는데, 햋찬이가 그 앞에 딱 가로막으면서 송이 자기 뒤에 숨김. 그게 넘 안심돼서 햋찬이 손 꼭 붙잡는 우리 쮜송이. 햋찬이랑 멧돼지랑 기싸움 하다가 햋찬이가 먼저 공격하려고 준비하니까 멧돼지가 뒷걸음질 치더니 도망감. 송이는 그거 보고 긴장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고, 햋찬이는 그런 쮜송이 업어서 본부로 돌아옴.

마무리 어케 지어야할지 모르겠다. 뭐 이후로 송이가 햋찬이 남자로 보여서 사귀게 되겠죵ㅎㅎ


22.02.14

발렌타인데이 당일된 기념으로 짧썰 풀기

초코향이 나는 동혃 × 횽아 따라하고 싶은 쮜송 = 동지

보고싶은 장면만 써야쥐.. 혃이랑 송이는 미자 때부터 사귄 사이임. 나이는 1살 차이. 구래서 혃이가 먼저 성인 됐는데, 미자인 송이를 건들기엔 양심통이 어마무시하게 와서 송이 성인 될때까지 참음.. 사실 둘다 미자고, 혃이 수능 끝났을 때는 걸릴게 하나도 없어서 물고빨고 다 했는데 갑자기 성인된 남친이 자기 1도 안건드려서 쫌 짜증나는 송이.

분명 자기랑 똑같이 교복 입을땐 몰랐는데 성인됐다고 하니까 갑자기 더 잘생겨 보이고 성숙해보임. 그래서 좀 불안한 마음도 좀 있을듯. 대학 가서 인기 많을 것 같아서. 그래서 괜히 더 커플 아이템 많이 맞추고, 혃이 애장품 손민수하고 그럼. 혃이는 그런 모습도 귀엽게 보고 넘김.

송이는 으른 형아의 향수를 되게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혃이가 젤 많이 뿌리는 초코향? 향수 되게 좋아함. 혃이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 뭔가 초코향 나니까 친근해서. 그래서 맨날 향수 뭐 쓰냐고, 향 너무 좋다고 말하는데 혃이 절대 안알려줌. 그럴때마다 송이는 볼뿝뿝할듯.

중간과정 스킵하고 송이 으른 됐을때 혃이가 향수 선물해준다고 할듯. 그러면 송이는 냅다 그 초코향 향수 사달라고 함. 혃이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알았다고 하고. 송이는 그거 생일선물로 받는 줄 알고 기다리는데 생일 선물은 다른거였음.(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송이는 쫌 어리둥절하지만 뭐, 까먹었을 수도 있징. 하고 넘어감.

그리고 발렌타인데이에 혃이가 향수 줄듯. 송이는 초코향이라 발렌타인데이에 주는 건가 싶어서 방방 좋아함ㅎㅎ 참고로 송이는 곰돌이 모양 초콜릿 직.접. 만들어서 혃이 줬음.

혃이 자취방에서 초콜릿 까먹으면서 있는데 혃이가 대뜸향수 뿌려보라고 함. 그럼 송이는 고개 꾸닥이면서 어설프게 손목에 칙칙 뿌리고 목덜이 같은데 묻힐듯. 근데 은은하게 올라오는 플로럴 향기에 송이 엥? 함. 형이 잘못 사줬나봐ㅜㅠ 하지만 이것도 향 좋아ㅠ 이러고 있음. 초코향 안나는게 되게 아쉬운 눈치.

손목 코에 가까이 대고 향 맡고 있는데 혃이가 송이 당겨서 이마에 뽀뽀쪽 할듯. 그럼 간지러운 느낌 때문에 송이 배시시 웃으면서 혃이 밀어내는데, 혃이 절대 안밀리고 눈 감아봐 이럼. 송이가 눈 딱 감으면 혃이가 얼굴 여기저기에 뽀뽀 막 하다가 입술 살짝 깨뭄. 그럼 송이 놀라서 눈 반짝 뜨고, 혃이는 웃으면서 눈 감아야지 이럼. 그리고 자기 손으로 직접 눈 덮어서 감겨줄듯.

송이는 갑자기 이런 무드 잡힌거 때문에 심장 두근두근 하는데 혃이가 송이 입술에 뽀뽀 몇번 하다가 혀 밀어넣으면서 키스하면 목덜미까지 빨개져서 심장 터질 것 같음. 그리고 스멀스멀 풍겨오는 초코향. 혃이가 그 향 맡자마자 입술 떼고 송이 바라봄. 눈 덮고 있던 손이 치워져서 송이도 눈 슬며시 뜨는데, 혃이가 송이 보면서 잘 먹을게, 초코. 이러면서 다시 키스하고, 송이 밀어서 침대에 넘어트리고.. 더보기


22.02.26

결벽증 동혃 × 유일한 예외 쮜송 = 동지혁성

혃이는 어렸을 때부터 결벽증이 좀 있었음. 그냥 남들보다 손 열심히 닦고, 먼지 열심히 치우고.. 진짜 쫌 있는 편. 근데 고등학교 다니던 어느날을 기점으로 그게 좀 심해진 거임. (이유는 천천히 생각하고..) 사람끼리 숨결이라도 닿으면 너무 불쾌해해서 스스로 아싸가 되어감.

성격도 점점 까칠해지고, 애가 쫌만 가까이가도 질색을 하니까 주변사람들도 진절머리 치면서 떠나갈듯. 처음엔 자책도 많이 하고 꾹 참으면서 사람들이랑 섞여보려고 노력도 했는데, 그게 맘처럼 되지가 않음.. 오히려 불쾌한 감각만 갈수록 심해져서 결국 다 포기하고 혼자 다닐듯.

그렇게 대학교 가게 되는데그냥저냥 컴공과 같은데 가서 프로그래밍이나 깨작대며 다님. 여기는 혼자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남일에 그닥 신경 안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나마 마음 놓이는 혃.

혃이 맨날 볼캡에 마스크 쓰고, 심지어 장갑도 끼고 다님. 옷도 맨날 후드나 저지 이런거 입고 다녀서 사람들은 공대생1 정도로만 기억할듯. 쫌 가까이서 봐본 사람들은 애가 눈만 내놓고 다니는데, 그 눈이 삼백안이라 좀 소름끼친다고 생각함. 그런 얘기 도는거 알아도 그냥 스루하고 넘어가는 혃이. 지금까지 저런 얘기를 한두번 들은 것도 아니고, 혼자 다니는 것도 제가 선택한 일이라 뭐라 하기 좀 그럼..

그러다 들어온 신입생 박쮜송군.. 여기 과는 2학년 슨배님이랑 1학년 신입생이 멘토멘티 하는데 혃이랑 송이랑 매칭됨. 자기가 1학년일 때는 관심 쥐뿔도 안주는 슨배님이랑 매칭돼서, 공부 셀프로 다 해야했던 혃이는 얘를 어케 해야할지 모르겠음.. 가르치다보면 가까이 붙기 마련인데 그게 안되니까 겁나 막막한 혃이..

이와중에 송이는 약간 주변 사랑 만땅으로 받는 애라 혃이랑 매칭됐다는거 듣고 걱정 엄청 받음. 공대에도 인싸는 있을테니까 그런 형들한테 둘러싸여서 멘토를 바꿔달라고 하라느니, 차라리 제가 알려주겠다느니.. 그럴때마다 송이는 아하하 웃으면서 괜찮다 그럼.

어찌됐든 멘토멘티는 해야하니까 혃이랑 송이 처음 만나게 되는데, 송이는 말로만 듣던 그 주인공(?)을 보니까 쫌 신기함. 소문으로는 되게 음침하고 괴팍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냥 좀 조용한 사람인듯? 역시 소문은 믿을만한게 아닌가봐 이럼. 혃이도 송이 소문 쫌 알음알음 들어와서,대충 좀 살가운 성격인거 알고 있었음. 그래서 애가 스킨십에도 스스럼이 없을까봐 개쫄려있었는데, 애가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글치 예의 바르고, 웬만하면 터치도 잘 안함.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공부 알려줌.

하지만 어쨌거나 사람끼리 가까이 지내는데 어떻게 터치할 일이 하나도 없겠음. 중간고사 기간 다가올수록 공부량도 많아지고, 그만큼 붙어있는 시간도 많아지게 됨. 그 사이 많이 친해진 둘은 멘토멘티 아니더라도 같이 어쩌구 하는 일도 생겼는데, 송이는 진짜 혃이랑 지낼수록 소문이랑 영 딴판이라 의문스러움. 어쩌다 그런 소문이 퍼진 거야? 하지만 따로 묻지는 않음. 혹시 상처일수도 있으니까.

학교 밖에서 만날 때에는 맨날 편한 옷만 입던 혃이가 각잡고 꾸미는데(이와중에 볼캡이랑 마스크, 장갑은 안벗음) 송이 그런 모습 볼때마다 쫌 두근대서 자기 볼 찹찹 때림. 눈도 삼백안이라 무섭다는데, 자기가 볼때는 눈매가 둥그러서 귀엽다고 생각함. 이때도 볼 찹찹.

쨌든 송이는 마음속으로 점점 호감도 쌓여가니까 전에는 안하던 스킨십도 은연중에 나오게 됨.. 멘토링실에서 공부하다가 혃이 머리에 실밥 묻은거 보고, 말도 없이 손 뻗어서 떼주는 거임. 혃이는 빡공하다가 갑자기 머리에 손 닿으니까 완전 깜짝 놀라서 손 쳐냄. 갑작스런 상황에 송이도, 혃이도 당황스러워 하면서 서로 바라봄..

혃이가 먼저 미안, 하고 자리에서 일어섬. 모르는건 톡으로 물어보라고 하면서 방 나가버리는 혃이 보면서 송이는 왠지 서러움ㅜㅠ 아니 그렇게까지 싫어할 일이야? 괜히 기분 축 처지는.. 공부고 뭐고 때려치고, 다른 형들이랑 술마시러 가는 송이. 형들은 오랜만에송이랑 술마시니까 좋기만 함.

거기서 송이가 되게 우중충하게 물어봄. 동혃선배 뭐냐고.. 멘토링실에서 있었던 일 고대로 말해주는데, 형들이 그러게 걔 별로라지 않았냐 막 이럼. 그나마 혃이에 대해 좀 아는 형이 걔 결벽증 심해서 그렇다고 말해줌. 송이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이러면서 아차싶음. 이미 호감에서 좋아하는 마음으로 넘어간지 오래인 송이는 술마시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가보겠다며 뛰쳐나감. 형들은 좀 얼탱이 없지만 송이는 귀여우니까 넘어가줌. 사랑받는 박쮜송군..

한편, 혃이는 자취방에 틀어박혀서 머리 쥐어뜯고 있음. 그렇게 크게 반응할 일이 아니었는데 왜 그랬지! 이와중에 송이 손이 분명 닿았는데, 불쾌감이 전혀 없었던 것 때문에 혼란스럽기까지 함. 이러고 산지가 벌써 몇년째인데 그게 말이 돼? 고딩때부터 사람들이랑 멀어졌던 혃이도 사실 사람들이 그리웠던 거임.. 그래서 그나마 친해진 송이가 되게 소중했는데, 자기 때문에 멀어질까봐 애타는 혃이.

괜히 아까 손 닿았던 머리 매만지고 있는데, 톡 알림 울림. 선배 어디세요! 할말 있어요! 그거 보고 혃이는 올게 왔구나 싶고.. 멘토멘티 끊겠다고 하면 어쩌지 이러면서 자취방이라고 주소 보냄. 송이가 곧 가겠다고 답장 옴. 대학교 와서 처음으로 자취방에 다른 사람 초대해봄. 그리고 치울 것도없으면서 괜히 청소 한번 더 함.

진짜 얼마 안돼서 초인종 소리 들리고, 문 열면 뛰어왔는지 숨 몰아쉬는 송이 있음. 혃이는 머뭇대다가 들어오라고 함. 송이는 혃이가 결벽증인거 이제 아니까 손사래치면서 사양함. 그거 보고 괜히 마음이 무거운 혃이..

겨우 숨 다 고른 송이가 혃이 바라보면괜히 둘 다 긴장됨. 진짜 미안해요. 송이가 허리 숙여서 사과하면 어, 어어.. 내가 미안하지.. 이럼. 송이는 선배가 그런 줄 몰랐다면서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고 말함. 멘토링.. 안끊을 거야..? 엥, 당연하죠! 다행이다.. 이러고 잠시 정적. 뭔가 민망해진 송이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가보겠다고 말함. 혃이는 그게 퍽 아쉽게 느껴지지만, 애를 붙잡을 구실도 없고.. 그냥 잘가.. 이러고 보냄.

그리고 닫힌 현관 앞에서 잠깐 멍때리는데, 이제야 뭔가 허전한거 알아챔. 집 오자마자 갖다버린 마스크가 눈에 들어온 것.. 마스크도 안쓰고 송이랑 얘기했는데 진짜 불쾌하고 뭐고, 아쉬운 마음밖에 안들어서 스스로 이해가 안되는..

한편, 송이는 혃이랑 얘기하고 겁나 빨리 걸어서 혃이네 자취방 벗어남. 숨도 겨우 고른 참인데 다시 숨찰 정도로 빨리 걸음. 이번에 혃이 맨얼굴 처음봐서 심장 터질 지경인 송이. 저 얼굴을 왜 가리고 다니지 싶다가, 저 얼굴을 저만 보고싶다는 욕심으로 바뀌게 됨.

다음 멘토링 시간에 다시 만난 둘은 좀 어색하게 멘토링실에서 공부 깨작대고 있음. 솔직히 둘 다 공부에 집중 하나도 안하고 눈치만 보는거. 그러다가 혃이가 먼저 시험 끝나고 밥 사줄게 이럼. 송이는 혃이가 억지로 먹자고 하는 걸까봐 좀 머뭇대는데, 그렇다고 거절을 하진 않음.

그렇게 얼레벌레 멘토링 하고 공부하고 과제하고 어쩌구저쩌구 하다가 중간고사가 끝나버림. 솔직히 둘다 속으로 긴장 오지게 할듯. 송이는 혃이가 무리하는 걸까봐 걱정하면서도 이 기회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전전긍긍하고 있고, 혃이는 송이가 자꾸 생각나고 신경 쓰이는데 이와중에 송이랑은 닿아도 괜찮으니까 그걸 확실히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임. 그날 이후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사람 가까이 가본적이 있는데, 여느때와 같이 불쾌함만 잔뜩 느껴져서, 송이도 착각이 아니었을까 싶은 거임..

송이가 시험 딱 끝나자마자 혃이한테 연락하면, 혃이는 자취방으로 송이 데려감. 밖에서 먹는건 아무래도 못할 것 같아서.. 식사 대접하기로 했으니 혃이가 직접 음식 만들어주는데, 송이는 그 사이에 얌전히 앉아서 눈동자만 도록도록 굴리면서 방 구경함. 공간을 가득 메운 혃이 향기도 넘 좋고, 혃이의 취향껏 꾸며놓은 방도 넘 좋은 송.

그렇게 식사 하는데, 혃이는 이번에도 역시 마스크 벗고있는데도 전혀 불쾌하지 않아서 이제야 확신함. 송이는 마스크 벗은 혃이 때문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먹고 있음. 끄앙 잘생겼어!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만 내면서 식사를 마침. 이제 밥도 먹었고, 딱히 할일도 없어서 송이가 안절부절 못하면서 가야하나.. 이러고있으면, 대충 설거지 끝낸 혃이가 와서는 송이 가까이 붙어 앉음. 송이는 혃이가 이렇게 다가온거 처음이라 숨참음..ㅋㅋㅋ

🐻 내 얘기 들었지..?

🐹 네? 몬 얘기요?

🐻 결벽증..

🐹 아, 네..

🐻 내가 확인해보고 싶은게 하나 있는데.. 괜찮을까?

🐹 아, 네네! (뭘..?)

이렇게 어색하혃이가 송이 손 덥썩 잡음. 송이 내적비명 지르면서 심장 쿵쾅거리고, 혃이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쫌 두근거려서 손 놔버림. 송이는 역시 아무래도 불쾌하신가ㅜㅠ 이러고 있는데, 혃이는 뒤로 발라당 누워버림. 그리고는 마른세수 막 하다가 웃음. 송이는 어리둥절해서는 혃이 바라보고,혃이가 또 벌떡 일어나서 송이 손 덥썩 잡음. 뭔 상황인지 모르는 송이만 물음표 백만개 띄우기..

혃이는 부드럽고 큰 손을 쪼물딱대면서 막 웃고있음. 한참동안 그러고 있다가 송이한테 대충 설명해줌. 그러면 송이는 자기가 약간 혃이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아서 기뻐함.

실제로도 송이는혃이에게 오직 유일한 예외임. 그래서 둘은 전보다 더더더 가까워지게 됨. 그러면서 고백각 재고 있는 송이. 혃이는 자기가 송이한테 느끼는 감정이 그냥 유일한 예외이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음.. 송이도 그런 혃이 알아서 치밀하게 각재는 중임.

둘은 혃이네 자취방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데 앙큼한 박쮜송군.. 혃이네서 영화 보기로 했는데, 아무거나 고른척 하면서 분위기 좋고 약간 야릇한 영화 냅다 틀어버림. 나란히 앉아서 영화 보다가 조금씩 분위기 야릇해지면 혃이는 괜히 민망해하고, 송이는 손끝으로 혃이 손 은근히 터치함. 자꾸 톡톡 건드려오는 송이 보면서 혃이는 뭔가 기분이이상함. 그래서 송이 손 부드럽게 쓸면서 잡을듯.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빔프로젝터 켜놓고, 손 꼭 잡고 있으니까 진짜 분위기 묘해짐. 영화고 뭐고 눈에 하나도 안들어오고, 맞잡은 손에 온 신경이 다 쏠리는 혃이. 송이가 영화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냥 입 꾹 닫고 앞만 보고 있음.

사실 송이는 혃이 슬쩍슬쩍 보면서 각 재다가 영화에서 키스신 나오면 혃이 쪽으로 몸 기울임. 진짜 영화처럼 뽀뽀할듯이 가까워지면 혃이는 숨 멈추고, 송이는 작게 속삭임. 저 형 좋아해요. 뽀뽀하고 싶어요. 연하의 직진이라는게 이런건가.. 정신 아찔해지는 혃. 혃이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으니 송이는 샐쭉 웃으면서 몸 뒤로 빼려함. 이번 작전은 실패인가.. 하면서 다른 작전 짜는데, 혃이가 송이 잡아당겨서 입술에 뽀뽀쪽함. 진짜 손 잡을 때부터 심장 두근대더니 뽀뽀하니까 심장 곧 터질듯한 혃이.

이제야 자각한 거지만 자기도 송이 좋아하는거 알아챔. 송이는 눈 깜빡깜빡 하더니시선도 못맞추는 혃이한테 냅다 돌진해서 뽀뽀 왕창 해줌. 그리고 사귀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송이랑 사귄다고 결벽증이 사라지는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하고 접촉은 못하고, 송이는 그거 아주 흡족해함.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저 얼굴 본다고 하면 좀 싫을 것 같거든. 혃이는 송이 쫌 배려한다고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려볼까 싶은데, 송이가 절대 안된다고, 형 얼굴 나만 볼거라고, 막 이래서 안하기로 함. 귀여운 애인이 하지 말라면 안해야지 뭐.. 원래는 혃이가 좀 집착? 하는 것도 보고싶었으나 더 쓸 기력이 없다..ㅎ 행복하렴 동지혁성


22.03.06

하 참나ㅎㅎ 친구 얘기라고 하면 누가 믿어ㅎㅎㅎ 으이구 귀여워 동혃 × 엥;; 진짜 친구 얘긴데요;; 저 형 안좋아해요;; 쮜송 = 동지혁성

같은 지역 학교들의 연합 봉사동아리 부원인 도림고 2학년 이동혃군과 도시고 1학년 박쮜송군.. 연합 동아리니 타학교와 부원을 섞어서 하는 활동이 자주 있는데 거의 매번 같은 조로 편성이 되어 어찌저찌 친해짐.

죽이 잘맞는다고 해야하나 시너지가 좋다고 해야하나.. 살갑고 애들 잘 이끄는 혃이랑 형들 말 잘 듣고 온순한 송이는 많은 부원들 중에서도 제일 친하게 잘 지냄. 학교끼리도 거리가 가까워서 동아리 활동 외에도 종종 만나서 놀거나 밥 먹고 그럴듯.

여름방학에는 단체로 1박 2일 봉사를 가기로 함. 봉사도 봉사지만 사실 놀러가는 느낌이 더 강해서 부원들도 거의 다 참석하는 행사임. 올해는 유기견 센터 같은 곳으로 가게 됐는데, 작은 강아지도 어쩔 줄 몰라하는 송이를 혃이가 쫌 챙겨주면서 봉사활동 함. 하지만 혃이가 계속 붙어있을 수도 없는거고.. 혼자서 뭐 하다가 다쳐버리고마는 송이. 어디 손 끼어서 피나는거 혃이가 보자마자 냅다 뛰어가서 손 씻기고 소독하고 약 발라줌.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어찌저찌 잘 마무리된 봉사활동..

하지만 송이가 그날을 기점으로 혃이를 피해다님. 애초에 다른 학교라서 만날 일도 동아리밖에 없는데, 애가 쫌 보려고만 하면 바쁘다 뭐다 하면서 피하니까 진짜 방학 끝날 때까지 못만남. 혃이는 처음엔 진짜 바쁜가부다 하고 넘어갔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니까 좀 이상한 거임.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싶음. 좀 섭섭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동아리 활동 있는 날에 다시 만나는데, 송이가 진짜 어색하게 혃이를 또 피함. 그거보고 혃이는 뭔가 뿔이 나서 송이 붙잡고 물어봄.

🐻너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네? 아, 아녀??

🐻그럼 나 왜 피해? 연락도 안받고?

🐹아, 그, 암것도 아녜요!

혃이 손 냅다 뿌려치고 도망가는 송이.. 혃이 진짜 얼척이고.. 혃이도 이젠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서먹하게 지냄. 어느날, 송이가 먼저 연락을 보냄. 형, 잠깐 얘기 좀.. 혃이는 이제야 얘가 말하려고 그러나보다 하고 약속장소로 나감.

🐹그.. 제 얘기는 아니고 제 친구 얘긴데요. 제 친구가 같은 동아리 선배가 자기를 되게 많이 챙겨준대여. 그래서 썸인가? 싶은데 또 보면 다른 애들도 다 쫌 비슷하게 챙겨주는 것 같고.. 근데 또 다치거나 하면 젤 먼저 뛰어와서 막 챙겨주고.. 그 친구는 그 선배가 좋다는데 형은 어떤 것 같아요? 그 선배도 그 친구를 좋아하는 걸까요?

송이 말 들으니까 혃이는 괜히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걸 억지로 내리고 있음. 저거 친구 얘기 아니고 자기 얘기 같은데? 저 선배는 설마 난가? 으이구 귀여워라. 이러고 있음.

🐻음, 내가 볼때는 그 선배도 백퍼 걔 좋아해. 다쳤는데 젤 먼저 뛰어간다? 이거 백퍼거든~

사실 혃이는 송이를 좋아하고 있었음. 그래서 다른 애들보다 좀 더 챙겨준 거임. 고백할 마음은 없었고 그냥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음. 근데 송이가 먼저 저렇게 말을 한다? 그럼 못참지. 그런 혃이 말에 송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임. 뭔가 해결된 듯한 표정에 혃이는 또 흐뭇하바라봄.

그렇게 서먹한 사이 잘 해결하고 다시 전처럼 친하게 잘 어울려 다니는데, 혃이는 이게 좀 이상함. 동아리 활동할 때도 그렇고, 그냥 따로 만날 때도 그렇고, 자꾸 A라는 친구를 데려오는 거임. 혃이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그냥 둘이서 있기에 부끄러워서 그런가? 하면서 또 짜식 귀엽긴 이럼.

이런 혃이의 생각을 와장창파장창 박살낸 일이 생기게 됨. A가 혃이한테 고백을 한 거임. 혃이는 그냥 같은 동아리 부원1 정도인 애가 갑자기 고백을 하니까 당황하면서 거절하는데, A가 진짜 화난 얼굴로 박찌성.. 이러는 거임. 혃이는 이게 뭔 상황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있음. 여기서 송이 이름이 왜 나와? 하지만 뭘 묻기엔 이미 A는 가버리고 없음..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생각하다가, 그냥 송이한테 전화 걸어봄.

🐹여보세.. A야?

A 너 진짜 짜증나는거 알아?

🐹왜, 무슨 말이야..

A 동혃 선배가 나 좋아한다며. 백퍼라며.

🐹어, 어..?

A 오늘 고백했는데 거절 당했어. 너 때문에 🐹그럴리가..?

A 하여튼 너 전부터 동혃 선배랑 친하게 지내는 것도 짜증났어. 재수없는 새끼..

🐹A야! 잠시만! 아.. 갔네.. 어, 여보세요??

🐻..어,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아, 네.. 제가 형 있는데로 갈게요.

근처에 있었는지 금방 도착한 송이를 동혃이 아무말도 없이 빤히송이는 자기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대충 눈치만 살피고 있음.

🐻형이.. 아까 너랑 A랑 하는 얘기를 뭐 어쩌다 들었거든? 설명 좀 해줄래?

웃으면서 친절하게 물어보는데 어딘가 날이 서있는 목소리에 송이는 눈치만 보다가 슬쩍 얘기를 해줌. 여름방학 봉사가 있던 날.. 사실 다친 사람이 송이만 있었던게 아니었음. A도 넘어져서 다쳤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혃이가 와서 부축 좀 해주고, 밴드랑 연고 챙겨줬음.

그 전부터 혃이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던 A가 혃이랑 친한 송이한테 이런 얘기 털어놓으면서 잘되게 도와달라고 한거임. 송이는 흔쾌히 알았다고 하고 혃이랑 거리 좀 두게 됨.아무래도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너무 어울려다니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배려심 넘치는 쮜송이..

송이가 이렇게 배려해준 것치고 혃이랑 아무런 진척도 없으니까 A가 혃이한테 함 떠봐달라고 부탁해서 송이는 들은 말 그대로 전했을 뿐이고.. 혃이는 그걸 또 오해해서 그렇게 답한 거임..다 듣고나니까 진짜 얼탱이가 다 빠지는 혃이.

🐻뭐야, 그럼 너 나 안좋아해?

🐹엥;; 제가 형을 왜 좋아해요;;

확인사살까지 당하고나니까 기운이 쭉 빠지는.. 하지만 혃이는 무너지지 않음.

🐻나는 너 좋아해.

🐹...네??

🐻A가 다쳤을때 내가 간건, 주변에 나밖에 없었기 때문야. 하지만 네가 다치면, 주변에 누가 있든 내가 제일 먼저 뛰어갈 거야.

🐹.....

🐻그러니까 앞으로 나랑 잘되게 해달라는 부탁은 받지마. 난 너 좋아하니까.

벙쪄있는 송이 머리 함 쓰다듬어 주고 혃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남. 진짜 고백 안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좀 후련한 기분임. 혃이 고백 이후로 진짜진짜 서먹해진 둘은 그냥 같은 동아리 부원정도의 거리로 지내게 됨.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좀 섭섭한 혃이.. 그래도 자기보다 송이가 더 불편할거 아니까 선뜻 전처럼 대하지 못함.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2학기가 끝나게 됨. 연합 동아리는 3학년은 활동을 할 수 없어서 혃이는 동아리를 나가게 되는데, 학기 마지막 동아리 활동날에 송이가 혃이 먼저 불러세움. 혃이는 진짜 오랜만에 둘이서 있는 자리라 좀 기분 좋으면서도 긴장됨. 얘가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나..

🐹저 진짜진짜 고민 많이 했는데요. 그.. 저.. 아직 저 좋아해요?

🐻...아니. 이제 안좋아해.

🐹아.. 음.. 상황이 좀 달라졌지만 저도 용기내서 얘기할게요. 저, 형이 좋아요.. 형 좋아해요.

송이 말에 혃이가 좀 놀란 표정을 짓더니 하, 하하.. 하하ㅎ하하하ㅎㅎㅎㅎ 하고 웃음. 진짜 얘를 어떡하면 좋아.

🐻미안.

🐹아녜요! 저도 저번에 그랬는데요, 뭘..

🐻사실 거짓말했어.

🐹...?

🐻사실 아직 너 좋아해. 좋아하고 있어.

🐹아..?

🐻껴안아도 돼?

🐹..네.

혃이가 송이 와락 껴안음. 자기보다 약간 큰 키도, 포근하게 풍겨오는 향기도, 머뭇거리다가 허리를 감아오는 큰 손도, 목 언저리에 닿는 작은 숨도, 다 너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음.

🐻너는 무슨 고민을 이렇게 오래 하냐.

🐹미안해요..

🐻농담ㅋㅋㅋ 느려도 되니까 제대로, 확실하게 말해줘. 진짜 많이 좋아해.

🐹..저두요. 형 좋아해요.

이러고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나중에 투닥거릴 때마다 송이가 엥;; 제가 형을 왜 좋아해요;; 이랬던거 끄집어내는 혃이랑 이제는 좋아한다니까요? 하면서 뽀뽀쪽 해주는 송이~~


22.03.07

노래 커버 뉴튜버 동혃 × 1호팬 쮜송 = 동지혁성

고등학생 시절, 어릴적 꿈에 따라서 노래 커버 뉴튜브 시작했던 혃이는 입시 현실에 따라 뉴튜브를 접고 평범한 학생을 졸업하여 평범한 회사원이 됨.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은 이제 이따금씩 코노에 가서 노래 한곡 부르는 정도임.. 현생이 너무 바쁘고 힘든 탓에 음악할 여유가 없어진 거. 구독자수는 적었지만 하고싶은 노래 마음껏 하던 그 시절이 그리운 혃이.

그래서 진짜 몇년만에 자기 뉴튜브 채널 들어가봄. 별다른 기대는 없었고, 문득 떠오른 김에 한번 들어가 본 건데 몇개 없는 영상에 댓글이 좀 달려있는 거임. 그냥 광고 댓글이겠거니 싶지만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봄.햋찬님 목소리 너무 좋아요.

햋찬님 커버가 제일 좋아요.

햋찬님 노래 진짜 잘 부르세요.

햋찬님 영상 보면서 매일 힘내고 있어요.

햋찬님 목소리가 힘든 날에 큰 위로가 돼요.

햋찬님 영상 존버중

햋찬님 언제든지 돌아와주세요. 제가 기다릴게요.

간결한 문장이지만 애정이 느껴지는 댓글이 최근까지 엄청 달려있었음. 게다가 더 놀라운건 그 많은 댓글이 다 한 사람이 단 댓글이었다는 거. 햄찌팤은 혃이가 첫 영상 올리자마자 바로 구독 시작한 진짜 오래된 1호팬이었음.

혃이는 몇년이나 방치된 채널인데도 불과 이틀 전에 달린 댓글 보고 괜히 마음이 뭉클해짐. 아직까지도 자기 목소리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눈물 왈칵 쏟음.

그래서 진짜 오랜만에 장비들 꺼내서 노래 녹음하고 영상 편집하는 혃이. 고등학생 때 산 싸구려 장비들이고, 영상 안만진지도 엄청 오래 돼서 진짜 엉성한데 혃이는 자기 기다려준 햄찌팤을 위해서 눈 딱 감고 영상 올림. 영상 올라가고 10분도 안돼서 조회수 1 올라가고, 바로 댓글 달리는데, 당연스럽게도 햄찌팤임.

햋찬님! 기다렸어요! 돌아와주셔서 기뻐요. 너무 감사해요. 여전히 햋찬님 목소리 너무 좋고, 분위기도 좋아요.

혃이는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가슴에, 다시 뉴튜브 시작하기로 함. 장비도 새로 사고, 영상 편집도 다시 배웠음. 물론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으니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1~2주에 한번씩 영상 올리는 것밖에 못하지만, 그것마저 행복하기만 함. 그리고 매번 1등으로 예쁜 댓글 달아주는 햄찌팤에게 고마움 이상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혃이.

햄찌팤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답글 달아봄. 듣고싶은 노래가 있으면 말해달라고. 그랬더니 이번엔 5분도 안돼서 답글이 달림. 햄찌팤이 신청한 노래가 예전에 자기가 엄청 자주 불렀던 (하지만 커버 영상은 올리지 않은) 노래인거 보고 혃이는 이 노래 엄청 오랜만에 불러보네..함.

그 다음 주말에 영상 찍고 편집해서 올렸는데 그 노래가 대박을 침. 조회수랑 좋아요가 역대급으로 올라가고, 구독자도 갑작스럽게 몇십만명이 생기게 됨. 조금 얼떨떨하면서도 내심 기분 좋음. 혃이는 이 모든게 다 햄찌팤의 덕분이라고 생각해서 수많은 댓글 중에 햄찌팤 댓글 찾음.

햋찬님 목소리는 햇빛이 가득 찬 느낌이에요. 따듯하고 예쁜 목소리로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되어 기뻐요.

이번에도 1등으로 달린 댓글을 보는데, 갑자기 뭔가 떠오르는 혃이. 사실 혃이가 뉴튜브를 시작하게 된건 아주 오래 전에 옆집에 잠깐 살았던 동생 때문이었음. 혃이가 중3 여름방학 때 옆집으로 이사온 그 아이는 낯을 많이 가리긴 했으나 혃이를 잘 따르는 귀여운 동생이었음. 이사 떡 돌리러 왔다가 마주쳤는데 귀염뽀짝한 외모에 혃이가 퐁당 빠져버려서 친해진 거임.

그때 당시에도 혃이는 노래 부르길 엄청 좋아하고, 꿈도 가수였는데 옆집 동생이 혃이의 노래를 엄청 좋아했음.거의 사귄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썸 타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이사를 가버림.. 그래서 이제는 연락조차 되지 않지만.. 그때 그 아이가 가장 많이 해주던 말이

'형 목소리는 햇빛이 가득 찬 느낌이야. 너무 따듯하고 예뻐.'

이거였음. 그래서 이름도 햋찬이라고 지었던 거였고. 그거 떠오르자마자 그때 그 아이임을 알아챈 혃이는 바로 답글 남겨서 만날 약속 잡음.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반가우면서도 왠지 긴장되는 혃이. 무슨 소개팅 나가는 사람마냥 차려입고서 약속 장소로 감. 공원 시계탑 아래에 서있는 남자를 보면서 점점 걸음이 빨라짐. 

지셩아!!

혃이 목소리에 송이도 혃이 발견하더니 활짝 웃어보이는데, 예전에 그 아이 좋아하던 마음이 다시 피어나면서 저도 모르게 와락 껴안아버림. 조그맣던 아이는 이제 자기보다 훨씬 커졌지만, 와락 껴안았을때 살짝 허리를 감아안는 버릇이 그대로임.

형 진짜 보고싶었어.

나도.. 진짜 보고싶었어.

마무리 어케 짓냐.. 둘이 극적으로 다시 만나서 전에 못했던 연애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22.03.18

이런식으로 오백번 고백하고 오백번 거절하는 동지혁성 보고싶은 12시 50분

🐻 좋아해. 사귀자.

🐹 아.. 형 미안해요. 저는 강아지상이 좋아요.

🐻 oO(그동안 사귄 놈들은 강아지상이 아니라 개새끼였으면서..) 나도 초코푸들 같다는 소리 많이 들어.

🐹 아.. 진짜 미안해요. 저는 대형견이 좋아요.

🐻 oO(그래서 대형 개새끼들만 만낫냐)

어찌저찌 사귀고 난 후

🐹 와 방금 봣어요? 겁나 잘생긴 사람 봣어요.

🐻 왜, 또 강아지상 미남 봣냐?

🐹 어떻게 알았지;

🐻 하 참나 진짜 취향 어디 안가네.

🐹 그러니까 형도 노력 좀 해봐요.

🐻 그걸 어떻게 노력하냐;;


22.03.20

술 취해서 혃이한테 데리러 와달라고 연락하려다가 시간 보니까 새벽 4시라 꾹 참는 송이.. 폰 그냥 주머니에 넣고 설렁설렁 걸어서 집감.. 엄청 오래 걸려서 집 도착하면 5시 넘음. 대충 씻고 침대에 누우면 혃이한테 연락 와있음.

늦은 시간에도 괜찮으니까 연락해도 된댔지. 집 잘 도착했어송이가 채팅방 들어가서 메세지 확인하는 순간, 전화옴.

🐻 잘 도착했어?

🐹 웅ㅎㅎ 넹ㅎㅎ

🐻 새벽이어도 연락 좀 해

🐹 넘 늦은 새벽에 연락하면 민폐자나여..

🐻 너 연락만 기다리는 사람한테는 민폐 아니야

🐹 우웅.. 알앗어요. 나 졸려

🐻 얼른 자고 일어나면 연락해

🐹 잘자아~~

송이는 그대로 잠들고, 혃이는 끊긴 전화 계속 붙들고 있다가 옷갈아입음. 사실 송이랑 같이 술 먹은 친구들이 송이 취했다고 연락 먼저 줘서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송이한테 연락 온거 아니라서 꾹 참고 있었음.. 이유는 전에 송이가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거 소름끼친다고 말해서.

정작 본인은 기억도 못하는 흘러가는 말이었는데, 그거 신경 쓰여서 송이한테 데리러 와달라는 연락 오기만을 기다리는 혃이. 송이는 민폐라고 생각해서 새벽에 절대 연락 안함.. 그럴때마다 애타는건 혃이 몫임.

이라는 내용의 동지혁성 보고싶음.


22.03.21

방금 뮤직스페이스 봤는데 햋찬이 해석이 그렇구나 그럼 내가 그걸로 썰 한번 풀어볼게 #동지혁성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에 겉옷만 챙겨서 뛰쳐나온 혃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송이 보면서 천천히 속도 늦춰서 다가감.

오늘은 또 무슨 일이야.

턱끝까지 차오른 숨 숨겨가며 괜히 더 장난스런 말투로 물으면, 송이가 그제야 고개 들어서 혃이 바라봄. 누가봐도 울었던 것 같은 얼굴에 혃주먹 꽉 쥠.. 그가 네 마음을 아프게 했니. 물을 수도 없는 질문 속으로 삼키면서 아직 쌀쌀한 날씨에 송이 손 끝 얼어있는거 보고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따듯한 커피 하나 뽑아서 손에 쥐어줌. 춥지도 않냐, 그러면 송이는 작게 웃어보이면서

고마워요. 형은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이럼. 그런 송이 말에 혃이는 애매한 표정을 지음. 연인이 있는 너를 아직도 포기 못하고 이렇게 주변을 맴도는 내가 과연 좋은 사람일까. 당장 네 눈물을 닦아줄 수도, 안아서 달래줄 수도 없는 내가 좋은 사람일까. 혃이는 그냥 웃어보이며 알면 잘해 이러고 말음.. 송이가 술에 취해서 커피 든채로 까무룩 잠들어버리면 송이 업어서 집에 데려다줌.

혹시 기억해? 저번에 내 친구가 우리 학교 놀러왔을때, 너랑 나 보고 연인같다고 막 그랬잖아. 그때 넌 그냥 웃어넘겼는데, 사실 나는 못그랬어. 그날 나 밤 다 샜어. 너랑.. 그렇게 보인게 너무 좋아서. 그냥.. 그렇다고. 네가 지금 행복하다면 나도 좋아.

잠든 송이가 절대 듣지 못할 말들 다 쏟아내고, 송이 자취방에 잘 눕혀주고 혼자 털레털레 걸어가는 혃이..

다음날 송이한테 미안하다는 연락 와있어서 괜히 마음 들킨 것 같아 찔리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미안하면 밥 사라는 답장만 띡 남김.

수업 들으러 학교 가면 저멀리서 송이가 애인이랑 있는모습 눈에 들어오고.. 괜히 마주치기 전에 방향 틀어서 빙 돌아감. 아직 학생이고,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저와는 다르게, 번듯한 직장도 있고 비싼 차 몰고 다니는 저 남자가 송이를 더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백 한번 못하고 주변 맴도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짐..

오늘 저녁에 밥 사주겠다는 송이한테 약속 있어서 안된다고 대충 둘러대곤 동기들 몇 데리고 노래방이나 가는 혃이. 죠은사람 노래 부르는 혃이한테 지겹다고 야유 보내는 동기들 싸그리 무시함. 이 노래만큼 자기 심정 대변하는 노래가 없거든.. 오늘따라 노래 부르다 울컥해서 전화 받는척 나와버림.

골목에 쭈그려 앉아서 한숨 푹푹 쉬고 있는데, 안쪽에서 말소리 들림. 작았던 목소리가 커지면, 그게 송이 목소리라는거 알아채고.. 혃이는 저도 모르게 굳어버림.

알아서해! 내가 안해주면 아무것도 못해?! 네가 저지른 일들을 왜 내가 처리해줘야 하는데! 우리가 연인 행세 한다고 진짜 연인 같아?

그 뒤로 몇마디가 더 오가는 동안에도 혃이는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음. 통화가 끝났는지, 반대편으로 발걸음 소리가 멀어진 후에야 정신 차리는 혃이. 그리고 송이네로 달려감. 집에 막 들어서려는 송이 이름 부르면, 송이가 좀 놀란 얼굴로 혃이 바라봄. 어, 형. 웬일이에여? 아까 통화할 때랑은 확연히 다른 목소리에, 혃이는 혹시 다른 사람이었나 고민하지만.. 오늘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해보려고함.

디송아, 혹시 작년 내 생일날 기억해? 너랑 나랑 아는 애들끼리 모여서 파티했잖아. 그때 너 좀 취해서.. 애인이 데리러 왔을때, 나한테 인사 시켰었지?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

송이가 아무말도 없이 저를 바라만 보고 있으면, 혃이가 먼저 말함.

네가 그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거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널 울리는 사람한테 너 잘 부탁한다고밖에 못하는 내가 정말 싫었어. 그리고 네가 슬퍼하는데, 말뿐인 위로밖에 못하는 내 처지가 너무 슬펐어. 내가.. 널 좋아해.

혃이의 말에 송이는 시선을 피해버리고.. 혃이는 슬프게 웃음. 저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서..

..미안해요. 아직은 안돼. 조금만 기다려줘요.

알 수 없는 말이었으나, 혃이는 고개를 끄덕임. 얼마든지 기다릴게. 혃이의 대답에 송이는 끝까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가버림.

이후로 송이는 한참이나 연락이 되지 않았음. 우연히 마주치는 일조차 없었음. 혃이는 점점 걱정이 되고.. 늦은 새벽까지 송이 연락 기다리는게 익숙해질 무렵, 또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옴.

형, 나 좀 데리러 와줘요.

혃이는 또 겉옷만 챙겨서 뛰쳐나오고.. 지난번처럼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송이에게끝까지 달려감.

금방 왔네요.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은 송이가 작게 웃어보이면서 혃이 바라봄.

그거 알아요? 사실.. 지난번에 형 친구한테 우리 연인 같다는 말 들었을때, 그냥 웃어넘기는척 했는데.. 사실 나 너무 좋아서 그랬던 거였어요. 애매하게 숨겨봤자 더 이상해보이니까 그냥 웃었어요. 이제 나 애인 없는데. 형이 내 애인 해주면 안돼요?

송이 말에 혃이는 송이 옆에 풀썩 앉음. 전속력으로 달려오느라 땀에 절은 겉옷 벗어서 옆에 두고, 송이 가만히 바라봄.

좋아한다고는 내가 먼저 했는데.

그러니까 사귀자고는 내가 먼저 하는 거죠.

평소에 보던 예쁜 웃음 짓는 송이 보면서저도 모르게 푸스스 웃어버리는 혃이.

그 남자랑은 헤어진 거야? 그래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나 못기다릴뻔

이 정도도 못기다리면 저랑 못사귀죠. 그 사람은 뭐.. 그냥 집안끼리 엮은 파트너같은 거였는데, 걔가 워낙 망나니라 그거 까발리고 파혼했어요.

머,뭐, 파혼?

결혼 직전이었는데 다행이죠?

어엉.. 그거 참 다행이네..

연애는 제가 먼저 시작했으니까 결혼은 형이 하게 해줄게요.

야,야, 진도가 너무 빠르지 않냐.

둘 다 시덥잖은 소리 하다가 손 꼭 잡고 송이네로 걸어감. 송이 집앞에 도착하면, 혃이가 송이 꼭 껴안고 입술에 뽀뽀쪽 해줌.

진도 빠르다더니?

결혼에 비하면 느린 편이쥐~행복하게 연애 하다가 결혼 하렴.. 맨날 마무리 못지어서 얼레벌레 끝나는 도로시 썰..ㅋㅋㅋㅎㅎ 죠은사람 노래 넘 슬픈 곡이라 햅삐엔딩으로 바꿔봄.. 행복해라 동지혁성


22.03.21

립밤에 좋아하는 이름 쓰고 바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열심히 바르는 송이..

사귀기 전

🐻 엥 박디송 입술 왤케 번들거리냐

🐹 아.. 입술이 좀 터서..

🐻 ㅋㅋㅋ적당히 발라~ 많이 바르면 더 안좋다~

🐹 oO(누구 때문에 이렇게 바르는데..)

사귄 후

🐻 요즘은 립밤 안바르네?

🐹 아.. 네.. 뭐.. 네.. 그냥요. oO(이제 바를 이유가 없지)

🐻 일루와 너 입술 다 텄어.

🐹 아 괜찮,

🐻 (립밤 잔뜩 바르고 뽑뽀해줌)

🐹 ...저 여기 안발라졌어요.

🐻 웅~ 일루왕 쪽쪽쪽쪽😚😚😚😚


22.03.23

혃이는 라디오 디제이고, 송이는 평범한 직장인임. 둘이 3년 넘게 사귄 커플인데, 그동안 50번 넘게 헤어졌다 다시 만남. 진짜 시덥잖은 일로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일이 많다보니 주변사람들은 얘네 둘이 헤어졌다고 해도 하나도 안믿음.

둘이 꽁냥꽁냥할때는 송이가 맨날 혃이네 라디오로사랑노래, 봄노래 이런거 보내고, 둘이 헤어졌거나 싸우면 이별노래 이런거 보냄. 그래서 주변사람들 라디오 들을때마다 얘네 연애 상황 다 아는..ㅋㅋㅋ

특히 혃이랑 죽도록 싸우고 헤어지면, 며칠 뒤에 혃이한테 미안하다는 메세지 받고 송이가 엥싵티도림 GO 신청곡 보냄. 그게 니 선택이면 결과도 니가 책임져야지. 이 가사 보고 양심 좀 찔려보라고 보내는건데 혃이는 화났어도 신청곡 보내주는 송이 때문에 그냥 웃기고 좋기만 함. 그래서 라디오 끝나면 바로 전화해서 애교 엄청 피우면서 화 풀어줌.

그렇게 예쁘지는 않지만,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사귀던 동지.. 피치못할 사정으로 헤어지게 됨.. 맨날 감자에 소금을 뿌리냐 설탕을 뿌리냐 이런걸로 싸우고 헤어졌었는데, 이번엔 카페에 마주보고 앉아서 진지하게 헤어짐..

하나씩 시킨 아아메랑 아이스초코가 미지근해질때까지 아무말도 없이 서로 바라만 보다가, 송이가 결국 울면서 헤어지자고 함..혃이는 송이 사정 다 알아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먼저 자리뜸. 송이는 남아서 한참 더 울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갈듯.

사실 혃이는 이번에도 붙잡고 싶고, 송이 일 해결될 때까지 곁에 있어줄 수 있지만, 송이의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함. 만약에 송이가 나중에라도 붙잡는다면 당연히 붙잡힐 마음도 있음. 하지만 그 전까지는 송이 마음 함부로 흔들지 않게 자기검열 엄청 많이 할듯.

따로 럽스타그램 같은거 만들지 않았어서, 그냥 서로 태그했던거 하나하나 지우니까 서로의 흔적이 하나도 남질 않았음. 사진도 다 삭제하는데, 그건 또 너무 많아서 5분 넘게 걸림.

동지 진짜 평소에 가볍게 헤어졌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해서 주변사람들은 눈치도 못챌듯. 좀 눈치 좋은 사람은 해라에 송이 신청곡 안올라오는거 보고 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지만, 섣불리 판단은 안함. 그렇게 몇 주? 정도 지나서야 사람들 얘네 진짜 헤어졌다고 믿음.

그때쯤, 송이 사정 더 어려워짐.. 아예 번호도 바꾸고, 이사도 가버린 상황인데, 해라에 사연 하나 올라옴. 지금 너무 힘든데 해라 덕분에 산다, 뭐 그런 내용임. 이런 사연 한두개 오는 것도 아닌데 혃이는 이게 어쩐지 송이일것만 같은 느낌임. 그래서 사연 보낸 번호 뒷자리 기억해둠..

그리고 다음날, 오프닝 멘트.

(중략)만족스러운 선택을 할수도 있지만 때론 후회가 남는 선택을 할수도 있어요.(중략)선택하느라 모두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라디오 끝나면, 낯선 번호로 전화옴. 근데 뒷자리가 어제 기억해뒀던 숫자임.. 혃이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전화 받음. 그럼 상대방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작게 우는 소리밖에 안들림. 그럼 혃이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함.

내가 갈게. 지금 어디야?

그럼 상대방은 우리 헤어졌던 그 카페라고 말하고.. 카페에 도착하면 송이가 혃이 기다리고 있음. 혃이는 송이 보자마자 냅다 끌어안음. 송이는 혃이 품에 안겨서 엉엉 울고..

나랑 다시 만나주라. 내가 네 곁에 있게 해주라. 내가 너 없으면 못살겠어서 그래.

혃이가 이렇게 말하면 송이는 더 울면서 고개 끄덕임. 사실 자기가 먼저 혃이한테 다시 만나달라고 빌러 온건데 혃이가 먼저 말해주니까 진짜 감정 복잡한 송이..

그렇게 둘이 다시 만나고, 송이 일은 어찌저찌 해결되고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이후로 송이가 헤어지자는 말을 가볍게 받아들이질 못해서, 툭하면 헤어지자고 말하는 못된 버릇도 고쳤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22.03.24

최연소 교수밈 디송이랑 수강생 동혃이로 연반 동지혁성

맨날 알아먹지도 못할 강의 때문에 멍때리다가 문득 교수님이 햄스터 같다는 허무맹랑한 생각함. 그러다가 점심시간쯤 과제 관련해서 교수연구실 찾아가는데 교수님은 안계시고 해씨 냠냠하고 있는 햄스터 한마리 발견함. 급한 일이라 전화 함 걸어보는데 폰도 연구실에 있고.. 금방 오겠거니 하면서 햄서터 밥 먹는거 구경하는데, 햄서터가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굳어있음.

🐻 박디송 교수님이랑 닮앗네.. 진짜 박교수님 햄서터인거 아님?ㅋㅋㅋ

이러고 혼잣말 하는데

🐹 어, 언제부터 알앗어요..?

갑자기 사람으로 변해서 동혃이 쳐다봄. 이동혃 이거 몰카인가 생각함. 어디 떠들고 다닐만한 얘기도 아니고, 말해도 믿을만한 말도 아니라 혃이는 걍 넘어가려고 했는데 쩔쩔매는 박교수 보니까 괜히 놀리고 싶어짐. 놀릴거 다 놀리고 얼레벌레 사랑해서 사귀겠지 뭐..


22.03.26

동지혁성 하나하키 글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서 풀어보는 썰

벚꽃 흩날리는 어느 봄날, 갑자기 목 근질거리는 느낌에 디송이 감기인가, 미세먼지인가 심각하게 고민함. 뭔가 칼칼하고 뭐 걸린 것 같은 이물감에 켁켁 목 긁어서 소리 내봐도 나오는거 암것도 없음. 하필 토요일 저녁이라 병원도 못감.. 금방 괜찮아지겠거니 여기면서 물 2리터씩 마심.

일욜 점심에 느지막히 일어난 디송이, 눈 뜨자마자 폰 들여다보는데 동혃이한테 톡 와있음. 오늘 할일 없음 만나자~ 디송이 괜히 목에 이물감 심해지는 기분이라 감기기운 있어서 안된다고 하고 다시 디비 잠. 동횫이 자느라 연락 안되는 디송이 진짜 아픈줄 알고 종합감기약 같은거 바리바리 사다가 디송이네 문에 걸어놓고 약 먹어라~ 톡 남기고 감. 오후 늦게 일어난 디송이는 그거 보고 감동..

동혃이가 사다준 약.. 먹진 않았지만 그 대신 물 많이 마셔서 이물감 좀 사라진 디송이는 1교시 수업 들으러 학교감. 월요일 1교시 수강신청 한 스스로를 원망하면서 털레털레 강의실 나오는데 뒤에서 동혃이가 와락 어깨동무 걸음. 디송이 잠깐 휘청 하다가, 동횫이가 균형 잡아줘서 엉거주춤하게 서는데 동혃이 얼굴 보자마자 우욱, 하더니 입덧하는 와이프마냥 냅다 화장실 달려감. 덩그러니 남겨진 동혃쓰.. 자기 얼굴보고 헛구역질 하는 디송이 때문에 쫌 마상 입음.. 그래도 걱정은 돼서 화장실 앞에서 기다림.

디송이는 변기 붙잡고 꽃 토하느라 정신 1도 없음..ㅋㅋㅋ 이게 뭔지 당황스럽기만 한 디송이.. 어찌저찌 해결하고 화장실 나오는데 문앞에 서있는 동혃이 보고 또 목 근질근질함. 꽃이 또 올라오려는거 억지로 참고 있는데 동혃이가 또 앵겨옴.

박디송 뭐야~ 어제 감기기운 있다더니 술 마심? 왜 내 얼굴 보자마자 그르냐~ 나 쫌 상처?

이러고 우는 소리하면 디송이 아하하; 미안해요. 속이 좀 안좋아서.. 이러고 말음. 동혃이는 디송이 안색이 진짜 안좋아보여서 걱정하고.. 디송이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동혃이 밀어내고 또 냅다 도망감.

이후로 동혃이 볼때마다 꽃 올라와서 대놓고 피해다니는 디송이 때문에 동혃이 진짜 상처.. 그러다가 진짜 어처구니없게 들키면 좋겠당ㅎㅎ

디송이 비염 있어서 간절기나 먼지 많은 곳에 취약한데, 어쩌다보니 동혃이랑 창고 갈 일 생김.. 동혃이는 디송이 그런거 알아서 창고는 자기만 들어가고디송이는 문앞에 세워만 뒀는데, 동혃이만 들여보낸게 신경 쓰인 디송이가 창고 안으로 고개 빼꼼 넣음. 환기도 하나도 안되고 방치되어 있던 창고에 먼지가 얼마나 많겠음.. 디송이 숨 한번 들이쉬자마자 재채기 오백번 함..(이거 경험담임..)

대충 물건 찾고 나오던 동혃이가 창고 앞에서 재채기하는디송이 보고, 디송이가 재채기할 때마다 후두둑 떨어지는 노란색 꽃도 봐버림. 엥 저거 내 탄생화인데. 옛날에 누가 알려줬던거 기억하고 있는 동혃이. 그거 보자마자 귀 발갛게 물들이고는 재채기 때문에 정신없는 디송이 손 붙잡고 창고 벗어남. 동혃이가 손 잡는 순간 꽃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22.03.29

사람들의 감정이 물방울로 보이는 동혃이 보고싶다. 그냥 감정도 아니고 호감이나 우정, 성욕 뭐 그런거.. 동혃이한테 호감을 느끼거나 좋아하면 분홍색 물방울, 우정은 초록색 물방울, 성욕을 느끼면 붉은색 물방울이 보이는 동혃이. 그 감정이 클수록 물방울도 커짐.

맨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다가 시간 지나면서 대충 의미 알아챔. 그래서 자기 좋다는 사람도 만나보고, 친하게 지내고, 성욕은 좀 피하고.. 나름 잘 활용하면서 살듯.

하지만 활용하는 거랑은 별개로 어딜봐도 물방울이 보이니까 신경 거슬리기도 함. 관심이 지대한 사람은 그만큼 물방울도 크니까..

물방울이 보이는건 상대방이 동혃을 인식하면 보임. 그래서 최대한 존재감 없이 다니면 물방울도 안보이는데, 뼛속부터 인싸재질 동혃이.. 그게 가능할리 없음ㅋㅋㅋ 본인의 숙명이라 받아들이고 그냥 살음.

여기서 디송이랑 만나야 하는데.. 디송이는 동혃이 대학 후배라고 하자. 동혃이한테 디송이 되게 특별한 존재임. 왜냐면 디송이 주변에 가면 물방울이 안보이거든. 신경 거슬리게 하는 물방울이 안보이니까 동혃이 괜히 디송이랑 더 붙어다니고 그럼.

좀 급전개 같지만 보고싶은 장면을 함 써보자면.. 여느때처럼 수업 끝나고 캠퍼스 돌아다니던 동혃이가 저멀리 디송이 동기랑 얘기하는거 보고 몰래 슬금슬금 다가가는데, 동기가 동혃이 알아보고 눈인사 하면 디송이도 뒤돌아서 동혃이 보고..

디송이가 형! 하고 웃으면 디송이 머리 위에서 물방울 포로롱 생김. 진짜 아침이슬마냥 완전무결 투명한 물방울이 엄청난 크기로 커지는거 보면서 동혃이 어어?? 하면서 괜히 얼굴 빨개짐. 저렇게 투명하고, 저만큼 커다란 물방울 처음봄. 사실 맨날 디송이 동혃이 의식하고 있었고, 디송이 물방울이 너무 크고 투명해서 다른 물방울들을 다 가려버렸던 거였음. 완전 순수한 마음으로 동혃이 좋아하고 있던 디송이.를 알아버린 동혃이 보고싶었음ㅎ


22.03.29

일주일에 한두번정도 불규칙하게 지하철 나가서 네잎클로버 파는 디송이. 계단 옆에 작은 간이 테이블에 흰 테이블보 펼쳐놀고 이쁘게 코팅한 네잎클로버 팜. 째끄만 간이 의자에 쪼그려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하고 있으면, 디송이만 기다린 사람들 텤마머니 하면서 네잎클로버 사감. 얘가 언제 나오는지도 모르고 맨날 주머니에 2천원 품고 다니는 사람들..ㅋㅋㅋㅋ 맨날 나오면 30분만에 품절되서 주섬주섬 짐 챙겨서 돌아가는 디송이.

약간 단골들만의 비밀이 있는데 디송이한테 가서 '좀 더 특별한건 없나효..'하고 말하면 디송이가 비밀스럽게 품에서 이쁜 네잎클로버 꺼내줌ㅋㅋㅋㅋ 모양이 이쁘고 색이 선명한 네잎클로버🍀 가끔가다 다섯잎클로버도 있고 그럼. 이런건 3천원ㅋㅎㅋㅋ 무슨 게임에 나오는 클로버 파는 상인 npc 같아서 사람들 디송이 겁나 귀여워함.

동혃이는 디송이 단골임. 도대체 어케 알고 오는지 디송이 나오는 날에 맨날 1빠로 나타나서 젤 이쁜 네잎클로버 사감. 디송이도 내적친밀감 오지게 생겨서 동혃이 보면 개귀엽게 웃으면서 특별히 이쁜 네잎클로버 골라줌. 특별히 동혃이는 2천원만 받음ㅋㅋㅋ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처럼 1빠로 네잎클로버 사가던 동혃이.. 품에서 겁나 소중하게 뭐 꺼내는데 금낭화임ㅋㅋㅋㅋ 꽃 찌부러질까봐 겁내 소중하게 꺼내서 디송이 손에 쥐어주고 도망가는 동혃잉ㅎㅎ 그리고 하트모양 꽃 보고 뾰로롱 귀 빨개지는 디송잉ㅎㅎㅎㅎ 개귀엽게 썸타다가 사귀면 좋겠당ㅎ


22.03.31

지난번에 술마시면 연락 절대 안하는 디송이 얘기했었는데 이것도 너무 어울리자너?? 술마시면 당연하게 동혃이한테 연락하는 디송이랑 당연하게 데려다주는 동혃이


22.03.31

요즘 모양 렌즈? 뭐 많이 보이더만 렌즈는 아니고 조건이 충족되면 하트동공이 되는 디송이 보고싶다. 근데 조건이 완전 쉬운데 함부로 하기는 어려운 거여야 함. 예를 들면  입술 밑 점 만지기나 아니면 귓볼 만지기 같은 연인 아니면 거의 안하는 행동..

동지 안사귀는 상태인데 동혃이가 어쩌다 우연히 조건 충족시켜서 하트동공된 디송이 보고 오해했음 좋겠다 이 말입니다.

입술 밑에 점 만지기가 조건이면.. 원래도 주변 잘 챙기는 동혃이가 칠칠맞게 다 묻히고 먹는 디송이 보고, 엄지로 입가 삭 닦아주다가 (중요☆ 노림수 아님, 여우짓 아님) 점에 살짝 닿는 거임. 그러면 얼굴에 열 오르면서 하트동공 뿅 나옴. 그 상태로 동혃이랑 눈 마주치고.. 3초간 정적.. 디송이 얼굴 빨개져서 도망가고, 남아있는 동혃이도 얼굴 빨개지면 좋겠당ㅎㅎㅎ 디송이는 그냥 하트동공으로 변하는게 쪽팔려서 도망간건데 동혃이 오해하는 거임. 얘가 나 좋아하나..? (안좋아함) 괜히 머리 복잡해져서 뒷머리 긁음.

조건이 귓볼 만지는 거면.. 디송이 귀 안뚫었는데 맨날 멋부린다고 뭐.. 이어커프나 피어싱처럼 보이는 스티커? 뭐라 그래 쨌든 그런거 하고 댕김. 그래서 주변 사람들 다 디송이 귀 뚫은 줄 아는데, 어느날 완전 후리한 옷 입고 편의점 가다가 동혃이랑 마주치는 거임. 집앞에 잠깐 나온거라 그냥 편한 옷에 모자 푹 눌러쓰고 마스크에 안경까지 쓰고 나온 상태임. 당연히 귀에도 암것도 없음.

편의점 딱 들어가면 계산하려고 서있는 동혃이랑 딱 마주침. 대충 눈인사만 하고 살거 골라서 계산대로 가는데, 동혃이가 기다렸다가 그거 다 사줌. 디송이 괜히 후줄근하게 입은거 뻘줌해서 동혃이 뒤에 서있다가 계산 끝난 자기 먹을거 들고 동혃이한테 고맙다고 인사함. 그러면 어엉~ 이러던 동혃이 뭔가 평소랑 달라보이는 디송이 빤히 쳐다보고..

그러다가 어!! 너 귀 뭐야! 이러면서 훅 다가와서 봄. 귀 뚫은 자국 없는거 자세히 본다고 귓볼 딱 만지면 하트동공 뿅 나옴. 디송이 자기 동공 바뀐거 느껴져서 얼굴 완전 빨개져서 먹을거 후두둑 다 떨구고 동혃이 밀치고 도망감ㅋㅋㅋ 동혃이 당황해서 디송이가 떨군거 다 주워서 쫓아갈듯ㅎㅎ

🐻 야, 잠만 멈춰봐! 너 그거 뭐야! 너 나 좋아해!?

🐹 아 머래여! 쫓아오지 마요!

남들이 볼땐 사랑의 추격전..💗

조건이 뭐든간에 처음엔 동혃이가 오해하는걸로 시작함. 동혃이가 디송이 의식하게 되고.. 신경 쓰게 되고.. 그러다 사랑하게 되고.. 고백하는 거지 뭐.. 그리고 동혃이가 그럴수록 디송이도 의식하게 되고.. 신경 쓰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고백받는 거지 뭐..ㅎㅎ 결론이 왜이랰ㅋㅋㅋㅋ


22.03.31

성냥불 정령 동혃 × 눈요정 디송 = 동지혁성

디송이 눈요정임❄️ 근데 눈 조절하는거 서툴러서 째끄만 눈송이밖에 못만듦ㅠㅠ 맨날 연습한다구 얼굴에 눈부스러기 묻히고 다니구ㅜㅠ

여느 때처럼 눈송이 만들면서 연습하는데 옆에 있던 동혃이가 갑자기 왁 화냄. 디송이 완전 깜짝 놀래서 쳐다보면 동혃이 씩씩대면서 디송이 노려보고 있음.디송이 겁내 쫄아서 왜 그러세여ㅜㅠ 하면 동혃이 소중하게 품고 있던 째끄만 불씨 보여줌.

🐻 너때매 내 불 꺼질뻔 햇자나!

동혃이는 불의 정령인데 얘도 서툴러서 성냥불 밖에 못만들어ㅜㅜ 그래서 구석쨍아리에서 불 만드는거 연습하는데 디송이가 눈 뿌려서 꺼질뻔 한거였음ㅠㅠ

디송이 그거 보고 일단 사과하구.. 좀 떨어진 곳에서 다시 연습 시작함. 뭔가 동질감? 같은거 느껴지고 그래서 이날을 기점으로 맨날 비슷한 시간에 나와서 같이 연습하는 동지.

원래 눈이랑 불이랑 상극이라 사이 안좋은데 둘은 뭐가 그리 좋은지 맨날 붙어다니고 같이 놀고 연습하고 그럼.그렇게 서로한테 스며들듯 사랑하게 되는 스토리.. 되게 좋아함ㅎㅎ

디송이는 눈요정이라 몸이 항상 차갑고, 동혃이는 불정령이라 몸이 항상 뜨겁..?다고 해야하나 쨌든 그러니까 둘이 꼭 붙어다녀서 미지근해지면 좋겠당ㅎㅎ 자기도 모르게 체온이 비슷해지는 거임ㅎㅎ

뭐 그러다가 눈이랑 불이랑 결합해서 불타는 얼음같은거 만들어서 두 종족? 간의 평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어도 좋고ㅎㅎ 뭐라고 끝내야할지 모르겠네


22.04.01

개인적으로 연하 이동혃? 불도저 그 자체일듯. 솔직히 2살 차이는 차이난다고 생각도 안할 것 같으니까 한 4살 ~ 많게는 6살 정도 차이난다고 생각하면 더 좋음.. 그 이상 차이나는건 내가 안좋아함..

동혃이가 디송이한테 플러팅 오지게 해도 연상 디송이는동혃이를 아예 연애 상대로 보지도 않고 그냥 애라고 생각할 거라는 점이 좋은 거예요.. 심지어 미자 때부터 알던 사이? 그럼 진짜 선 딱 그어버릴 성격이라는 점이 넘.. 좋네요..

하지만 룰은 깨라고 있는 거고 선은 넘으라고 있는 거인 동혃이 절대 포기 안함. 진짜 성인되기만 기다렸는데 막상 성인 되니까 디송이는 더 어른 되어있는 거임.. 동혃이가 성인 되어서도 애라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성인이라는 생각이 좀 박혀있긴 해서 (급전개 같지만) 회식 끝나면 동혃이한테 연락하면 좋겠음.

데리러 와달라는 디송이 연락에 냅다 뛰어오면 직장동료로 보이는 남자한테 부축받고 있고..동혃이 괜히 질투나서 동료한테 디송이 뺏어서 업고 척척 걸어감. 술 왜케 많이 마셨냐, 아까 그 사람 누구냐, 많이 친하냐, 어쩌구저쩌구 혼자 엄청 구시렁대는데 술취한 디송이 대답할리 없구.. 그러다 현타와서 진짜 나 애같네.. 이럼. 그러고 디송이 집 도착할 때까지 말도 없이 그냥 걸을듯.

동혃이가 말 멈췄을 때쯤, 디송이 슬슬 정신 차리는데 자기가 누구 등에 업혀있어서 좀 당황하지 않을까. 그러다가 동혃이한테 연락한거 기억나서 안도함. 주변 보니까 집도 거의 다 왔고.. 솔직히 아직 술기운 좀 있어서 제대로 걸을 자신이 없음. 그래서 그냥 가만히 업혀있는데 동혃이가 디송이 배려한다고 많이 안흔들리게 조심조심 걷는 것도 느껴지고.. 마냥 어린애처럼 보였는데 등도 생각보다 넓고 팔도 탄탄함. 숨찬 기색도 안보이고, 방금 씻고 나왔는지 포근한 로션 냄새.. 그런거 너무 잘 느껴져서 술기운인지 뭔지 얼굴에 열 오르는 듯한 이상한 기분임.

그날 이후로 동혃이 좀 피해다니는 디송이.. 어린 애(맞긴한데..)한테 심장 떨린게 좀 양심에 찔려서.. 동혃이는 그것도 모르고 디송이가 자기 피하니까 속상함ㅜㅜ 그때 애처럼 굴었던거 디송이가 다 들었나 싶고..

그러다가 못참고 찾아가는 것도 동혃이겠지. 연락없이 찾아가면 또 애취급 할까봐 시간 장소 정해놓고 만나기로 함. 디송이도 이렇게 피해다닌다고 해결될게 아니라는거 알고 있어서 약속 잡을듯.

그렇게 며칠만에 다시 만나면, 디송이 진짜 예전에는 못느꼈던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얘가 언제 이렇게 컸지? 싶으면서 진짜 애가 아니라 남자로 보이는 거임. 그날의 기억도 떠오르고.. 그래서 또 심장 떨려서 동혃이 똑바로 보지도 못함. 그러면 동혃이 진짜 상처받음.. (커봤자 아직 어린거 맞음ㅜㅜ)

🐻 형이 나 어리게 보는거 아는데, 나 이제 성인이야. 진짜 나는 안돼? 내가 얼마나 형 좋아하는지 알잖아.

이러고 말하는데, 디송이 움찔함.저 말이 동혃이가 성인된 이후로 시도때도 없이 했던 말인데, 이번엔 뭔가 진짜 마지막으로 하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임. 그렇지만 디송이 결국 대답 못하구.. 동혃이 알았다면서 그냥 가버림..

이번엔 동혃이가 디송이를 피하는 상황이 벌어짐.. 디송이는 자기가 자초한 일이라 함부로 동혃이한테 연락도 못하고 며칠이 지남. 계속 이어진 심란한 마음에 동료랑 술한잔 하다가 또 취해서 동혃이 부름. 안올 것도 각오하고 불렀는데, 얘가 또 나오는 거임.. 그래서 동료한테 부축받던 디송이가 먼저 동혃이한테 가서 안김. 동혃이 좀 당황하는데 디송이 절대 안놔줌.

🐻 형 취했어, 집에 가자.

🐹 동혃아! 사실 나 아직도 너 어리게 보여!

🐻 어.. 알어..

🐹 근데! 조금씩 남자로도 보여.. 그러니까 좀만 더 노력해주라..

이러고 안겨서 잠드는 거임. 동혃이 얼떨떨하게 디송이 안고 있다가, 어찌저찌 집에 데려다줌. 그리고 다음날부터 이어지는 불꽃 플러팅과 난감해하는 디송이..

그럴때마다 동혃이 상처받은 눈으로 날 희망고문 했어!! 이러고 뛰쳐나가는척 하면 디송이가 붙잡고 미안하다고 함ㅋㅋㅋ 그렇게 며칠 뒤에 사귀겠지ㅎㅎ 연하한테 단단히 코 꿰여서 백년가약 맺겠지ㅎㅎ 졸려서 내용이 산으로 간 것 같지만 뭐.. 행복해라 동지혁성


22.04.03

아이스 디송이가 진짜 너무 인상적이라 눈요정으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봄이니까 목련 요정도 어울릴 것 같애.. 봄꽃 요정이라 추위 많이 타서 군밤모자 쓰고 다니는데, 애가 하얗고 포근포근하게 생겨서 다들 눈요정으로 착각하는 거임. 봄꽃 요정으로서 째끔 속상한 디송이..

봄 되면 목련 피우러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그러다가 동혃이랑 마주치면 좋겠당ㅎ (갑자기동지혁성) 동혃이는 그냥 인간인데, 요정을 볼 수 있는? 그런 인간임. 그래서 볕 따땃한 날에 포로롱 날아다니는 디송이 보게 됨.

디송이는 목련 피우러 다닌다고 쫌 지쳐있는 상태.. 쉴 곳 찾느라비실비실 날아다니고 있는데, 결국 쉴 곳 못찾아서 픽 떨어짐. 그거 동혃이가 받아주면 되겠당ㅎㅎ 그렇게 동혃이 손에 떨어져서 한참 쉬게 됨. 겨우 체력 보충하고 일어나면 꾸벅 인사하고 다시 날아가는 디송이. 동혃이는 제 손에 남은 목련향 맡으면서 목련 요정이었구나.. 하겠지.

그리고 며칠 뒤, 또 목련 퐁퐁 피우러 다니다가 지친 디송이.. 쉴 곳 찾아서 비실비실 날아다니는데, 저멀리 동혃이 있는거 보여서 또 신세지게 됨. 요정된 도리로 신세를 졌으니 보답을 하겠다고 요정 주머니에서 반질반질한 돌맹이 하나 끄내줌. 그거 사실 요정석이라 엄청 귀한 보석임. 하지만 동혃이 그게 뭔지 알리가 없음. 그냥 자기 기준으로 가장 가치있는거 주는 디송이. 동혃이도 그냥 고맙다고 받을듯. 이번에도 쉴거 다 쉬고 다시 포로롱 날아가는 디송이.

머리 안돌아가니까 보고싶은 부분만 써보자면.. 디송이는 동혃이가 자기를 당연히 눈요정이라고 알고 있다고 생각함.그러다가 뭐.. 나중에 디송이가 눈요정 아닌게 밝혀지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동혃이 아주 덤덤함. (당연함. 목련 요정인거 알고 있음.) 그래서 디송이가 왜 놀라지 않냐고 물으면 동혃이 웃으면서 말함. 네 덕분에 나한테서 목련향이 나잖아. << 이게 보고 싶었음. 진짜 별 내용 없네..ㅋㅋㅋ

나중에 요정석이든 뭐든 써서 디송이 인간체로 변신할 수 있게 되면 썸도 타고, 사랑하고, 고백하고, 연애하고, 싸우지는 말고, 행복하렴..


22.04.04

1년전, 이동혃한테 고백했던 박디송군.. 얼굴 완전 빨개져서 고백하는데 이동혃군 아주 흔쾌히 받아줌. 진짜 용기내서 한 고백이었는데 동혃이가 받아주니까 믿기지 않으면서도 너무 좋음. 그날 동혃이랑 데이트도 하고 행복한 하루 보냄. 동혃이 반응이 몬가 쫌 이상하긴 한데 마냥 좋기만 한 디송이. 그리고 다음날.. 디송이 동혃이랑 다시 만나는데, 동혃이가 이렇게 말함.

🐻 박디송~! 너 어제 진짜 연기 잘하더라? 진짜 나 좋아하는줄ㅋㅋㅋ

이 말 듣고 얼빠지는 디송이.. 하필 고백한 날이 4월 1일이라.. 만우절 장난고백인줄 알았던 거임..ㅠㅠ 그래서 디송이 아하하; 웃어버리고.. 도망침. 그리고 아무도 없는데서 뿌엥 눈물 흘림..ㅠㅠ 이동혃이 자기한테 한톨의 관심도 없다는거 알아버려서 마음 접으려고 노력함.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ㅜㅜ 그냥 좋아하는 마음 꼭꼭 묻어두고 살음..

그렇게 1년 지나고 또 다시 4월 1일.. 작년 기억 떠올라서 디송이 마음 쫌 심란해짐.그런데 눈치 없는 이동혃군.. 만우절이라고 디송이한테 장난고백(?) 함. 디송이 그거 듣고 진짜 설레지만 장난인거 다 알아서 자기도 그냥 장난인척 받아줌.. 작년처럼 데이트 하고 집 돌아가는데, 시간이 좀 늦어서 12시 넘어버리고.. 4월 2일이 되는 거임. 손 잡고 걷다가, 자정 넘으니까 바로 손 놓는 이동혃군 때문에 진짜 마음 찢어지는 박디송군.. 오늘 하루 데이트한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 벅차오른 디송이.. 꾹 눌러왔던 마음 고백해버림.

🐹 ..지금 만우절 아니에요. 진짜 참다참다 말하는 거예요. 형이 좋아요. 손 잡고 싶어요. 뽀뽀하고 싶어요. 좋아해요. 형을 좋아해요.

손끝만 겨우 잡고 덜덜 떨면서 말하는 디송이 보면서 묘한 표정 짓던 동혃이.. 디송이 와락 껴안아버림.

🐻 나도 그런데. 우리 운명인가봐.

동혃이도 1년 사이에 디송이를 좋아하게 됐고, 걍 데이트 하고 싶어서 장난인척 고백한 거였다는 이야기~


22.04.08

디송이랑 동혃이 동거하는데 디송이는 재택근무고 동혃이는 출근하는 거임. 근데 동혃이네 회사 직원 하나가 코로롱 걸려서 자가격리해서 동혃이 일 두배로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야근 해야겟지.. 며칠내내 쉬지도 못하고 늦게까지 일하다 오면 일단 씻고 기다리다 잠든 디송이 껴안고 자겠지.. 디송이는 맨날 늦게까지 일하느라 지친 동혃이 보면서 막 안타깝고 그럴듯.. 하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맨날 디송이 잠들면 들어오고 일어나기 전에 나가고 그러니까 얼굴도 자주 못보고 그래서 좀 싫은 마음도 듦. 물론 동혃이가 싫은거 아니고 회사가 싫은 거임.

그러다 디송이 욕불 오면 어캄.. 맨날 밤늦게 무드 잡히면 오지게 붙어먹던 사인데 어케 안생기겠음..(ㅋㅎ) 동혃이 오늘도 녹초돼서 털레털레 집 들어오면 평소처럼 조용히 씻고 방 들어가는데, 자고있을 줄 알았던 디송이가 무드등 하나 켜놓고 있는 거임. 안자고 있었네? 하고 물으면 디송이는두 팔 벌려서 안아줘 이럴듯.

그럼 동혃이가 스르륵 디송이 껴안으면서 침대 눕는데, 디송이 꼼지락대더니 동혃이 위에 올라타면 어캄.. 동혃이 째끔 놀라긴 했는데 넘나 피곤해서 디송이 얼굴에 뽑뽀 왕창 해주면서 형 피곤해. 얼른 자자, 이러면 디송이 입술 삐죽이면서 뾰로퉁한 표정 짓겠지. 그러다가 디송이가 오늘은 형 가만히 있어, 이러면서 동혃이 옷 벗기면 어캄. 이불 속에 있던 디송이도 사실 티만 입고 아래 암것도 안입고 있으면.. 이불 속 들어가서 동혃이 홀라당 벗겨버리고.. 더보기

잉챠잉챠 하다가 오히려 뻗어 버리는건 디송이겠지. 울면서 그만하라고 해도 안멈춤.(이런 발언 괜찮은 거임?) 디송이 잔뜩 안아주고(not hug) 행복하게 잠들듯. 그리고 아침 되면 오늘 연차 썼다면서 또 안아주는 거임.(not hug) 엥 쓰다보니 충격받는 동혃이가 없어졌네.. 그냥 넘어갑시다..


22.04.10

클래식하게 어려진 동지 보고싶네 오타쿠라면 살면서 한번쯤은 어려지는 소재 함 써야하지 않겠어요?

만약에 동혃이가 어려진다면.. 사실 어려져도 디송이보다 의젓하겠지. 현실나이 반영해서 슴셋 슴하나 라고 하면 자고 일어나니까 갑자기 5살 아가짱 된 동혃이.. 디송이는 그거 보고 기절초풍인데 정작 동혃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티 하나 소매 접어서 잘 입고 뽈뽈대면서 집 돌아다닐듯. 어린 애가 살던 집이 아니라 물건들도 다 높고 불편한게 한두개가 아닌데 그냥 어찌저찌 잘 함.

디송이는 조구미 아가짱이 막 돌아다니니까 불안해 미치려고 하는데, 동혃이가 보기엔 디송이한테 뭘 맡기는게더 불안해서 알아서 함. 그래도 아가가 불 다루고 하기는 어려우니까 배달시켜 먹고 편의점 데려다가 간식 사주고 집에서 노래 하나 틀어놓고 낮잠 잘듯.

원래는 동혃이가 잘때마다 디송이 꼬옥 안아주고 자는데 애가 쪼끄매서 못하니까 디송이가 품에 꼬옥 안아주고 자겠지. 아 넘 귀엽다.. 동혃이 체향은 똑같은데 어쩐지 분내가 좀 나는 것 같고.. 애가 넘 작고 소듕해.. 디송이 기분 이상할듯. 동혃이 정신은 그대로여도 몸은 아가라서 머리 대자마자 새근새근 잠들구.. 막 손 꼼지락거리면서 디송이 손가락 잡고 잠들면 어캄.. 하지만 자고 일어나니 원래대로 돌아와서 겁내 아쉬워함.

아니면 수작부리는 동혃이도 괜찮겠다. 갑자기 아가짱이 된 동혃이.. 사실 정신은 그대로인데 같이 어려진척 수작부림. 이때는 디송이랑 안사귀는 사이면 더 꿀맛🍯 그냥 어쩌다가 동혃이네 자취방에서 같이 잤는데(sleep) 일어나니까 아가짱이 되어버린 상황..

디송이 겁나 당황스러운데 동혃이가 작정하고 아가인척 구니까 진짜 땀 뻘뻘 흘리면서 안절부절 못할듯. 맨날 자기가 막내였는데 15살은 어려보이는 아가가 옆에 있으니까.. 동혃이는 디송이 놀리려고 더 보채고 막 칭얼거리고 난리도 아님. 툭하면 안아달라, 뽀뽀해달라, 뽀뽀할거다, 손 잡아달라.. 평소에 하고 싶었던거 이 기회에 다 해버리는 동혃군.. 그리고 암것도 모르는 디송군은 그거 다 받아줌. 그냥 아가들은 원래 그런가부다 하고 있음.

어려져도 텐션 높은 동혃이랑 하루종일 놀다가 디송이가 먼저 방전돼버리면 동혃이가 디송이 끌고 침대 가서 꼬물꼬물 품에 안긴채로 잠들듯. 사실 이것도 디송이가 먼저 잠듦. 동혃이 디송이 자는 얼굴 빤히 쳐다보다가 품 파고들면서 같이 잠. 그리고 아침 되면 동혃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둘이 꼭 껴안은채로 일어나겠지ㅎㅎ 이후에 사귀는건 동혃이가 알아서 해.

이번엔 디송이가 어려지면 어떨까.. 사실 내 안의 디송이는 아가짱이라 별 차이 없을 것 같긴 함.. 동생 챙기던 버릇 어디 안가는 이동혃군.. 기가막히게 완벽한 케어 기술로 디송이한테 최고의 하루 만들어줄듯. 육아 난이도 최하 박디송군과 육아 스킬 만랩 이동혃군.. 실패할리가 없음.

원래도 디송이 잘 챙기던 형아가 평소보다 더 극진히 챙기니까 디송이 겁내 좋아함. 디송이는 몸도 마음도 다 어려지는게 어울릴듯.. 다른 아가들은 젢오나 럱쥔이 좋아하는데 디송이는 이동혃만 찾음. 동혃이랑 떨어지면 울고불고 그러진 않는데 막 입술 삐죽이면서 울먹일듯. 그러고 있는데 뭐 어째 동혃이가 돌봐줘야지. 그러는거 보면서 다른 애들은 애가 어려져도 커플은 커플이구나 싶어서 진절머리침. 그리고 디송이 다시 돌아오면 어려졌을때 기억 다 생생해서 이불킥 하면서 완전 부끄러워하겠지. 그럼 동혃이가 가서 내가 그렇게 좋냐고~~ 놀릴거 다 놀리고 안아주면서 뽀뽀나 해주렴..


22.04.17

센티넬과 가이드가 일상적인 세계관 보고싶음. 웬만한 센티넬들이 모두 정부 소속인건 맞았지만, 군에 소속되는 경우는 피지컬/정신 계열만 해당하고, 나머지는 공무원임.

불 속성은 소방(물로 끄는 것보다 불 자체를 없애는게 효율적이니까), 전기 속성은 전력공사(환경 오염 없는 전기 생산),물 속성/대지 속성은 자연재해 전담반.. 뭐 이런식임. 솔직히 자기 직업에 불만 갖는 센티넬들도 많은데, 그 이유가 능력을 마음껏 못써서 그런거 아니고 쉴 시간 안줘서임. 일반인보다 체력도 정신력도 빵빵한 이들이라 잔뜩 굴려져서 만성 피로에, 거무죽죽한 다크서클 달고다님.

그리고 이런 피곤에 찌든 센티넬들을 위한 전문 의료(?) 시스템이 가이딩 하우스. 이름 개구려서 센티넬들은 그냥 병원이라 부름. 가이드들은 전부 여기로 소속돼서 찾아오는 센티넬이랑 파장 검사 해서 맞는 가이드가 가이딩 해줌. 그래서 파장이 완만한 가이드들은 전담 센티넬이 두셋쯤 있음.

그리고 가이딩 하우스 최다 전담 가이드, 이동혃.. S급에 파장도 웬만한 센티넬들한테 맞춰줄 수 있어서, 전담하는 인원만 50명 넘음. 가이딩 하우스는 병원같은 시스템이라 예약해야 가이딩 받을 수 있는데 동혃이는 당연히 한달 뒤까지 예약 꽉참. 심지어 여기 성과급제라 동혃이 돈도 겁내 많음.그 많은 돈으로 뭐하냐면.. 기부도 하고, 후원도 하고 그럼. 동혃이한테 후원받는 아이들 중 한명이 지성이임.

지성이랑 동혃이가 처음 만난건, 몇년전 센티넬 폭주 사건 때였음. 미등록 센티넬이 가이딩을 받지 못해 폭주한 사건이었는데, 그때 급하게 현장에 호출된 가이드가 동혃이었음. 이미 쑥대밭이 된 현장을 보니, 미등록이지만 그가 얼마나 높은 등급의 센티넬이었는지 알 수 있었음. 그 센티넬은 이미 폭주를 끝내고, 사망한 상태였음. 군 소속 센티넬들이 그를 옮기고 주변을 수습하고 있었고, 사건에 휘말린 일반인들은 대피소에 모여 있었음.

그들 중에는 모든 상황이 끝난것에기뻐하며 안도하는 사람도 있었고, 많은걸 잃었다며 낙심한 사람도 있었고, 가족을 잃었다며 슬퍼하는 사람도 있었고, 왜 좀 더 빨리 오지 않았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음. 동혃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음. 당연히 동혃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동혃은 정부를 대신해서 대피소의 사람들 모두에게 사과를 하러 다녀야했음.

그러다가 구석에서 아무 표정도 없이 바닥만 보고 있는 남자아이를 보게 됨. 다 찢어진 교복을 입고있었는데, 누구 것인지 모를 피가 잔뜩 묻어있었음. 동혃은 관리자에게 갈아입을 수 있는 편한 옷과 물을 부탁하고, 그에게 다가갔음. 아이는 동혃이 코앞까지 다가와도 미동도 없이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음. 동혃이 손수건을 꺼내서 아이에게 건네자, 아이는 그제야 동혃을 올려다 봤음.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음. 동혃은 본능적으로 깨달았음. 이번 사건으로 소중한 존재를 잃었구나. 동혃은 차라리 화를 내며 욕하고 때리던 사람이 나은 것 같았음. 그저 자기를 올려다보며 눈물만 뚝뚝 흘리는 모습이.. 너무 슬퍼보였거든.. 동혃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음.

-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동혃의 행동에,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동혃을 일으켰음.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으면서 동혃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음. 동혃은 이걸로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끌어안았음. 동혃의 품에 안긴 아이는 그제야 목놓아 울었음. 그리고 동혃은 처음으로 후원을 하기로 했음.

그렇게 동혃의 후원을 받으며 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대학생이 된 지성이는 센티넬 연구원을 목표로 하고 있었음. 과거에 그런 일을 겪었으니 센티넬을 증오할법도 한데, 지성은 오히려 그 센티넬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을 뿐이라며 그를 용서했음. 더불어 또다시 그런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자기가 도울 거라고. 그 말에 동혃이는 지성이 대통령 시켜야 하는거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함.

시간 호로록 지나서 대학교 졸업하고, 정부 소속 센티넬 연구소의 연구원이 된 지성이는 센티넬 테스트와 등급 판정, 등록을 도맡아 했음. 그리고 어느날, 정신이 온전치 못해보이는 센티넬이 연구소를 찾아왔음. 지성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음. 아, 저 사람 곧 폭주다. 과거의 장면이 빠르게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음. 본능적인 두려움에 손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지성은 웃으며 그를 맞이했음. 그때랑은 달라. 이 사람은 폭주 전에 도움을 요청하러 여기까지 왔잖아. 지성은 그 센티넬을 대기실로 안내했음. 웬만한 물리적 충격은 모두 흡수하는 특수 대기실이었음.

지성은 조용히 높은 등급의 가이드를 호출하고, 그 센티넬에게 응급처치용 진정제를 하나 건네려고 했는데.. 그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음. 붉게 차오르는 눈동자가, 마치 불꽃처럼 일렁였음. 지성은 급하게 몸을 돌려 대기실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그의 움직임이 더 빨랐음. 피지컬 계열 센티넬이구나..! 신체가 괴기스럽게 강화된 센티넬이 두꺼운 철제 문을 찌그러트리고 지성의 주변을 빙빙 돌았음. 마치 먹잇감을 탐색하는듯한 움직임에, 지성은 긴급 호출용 버튼을 주머니 속에서 꾹꾹 눌러댔음. 곧 있으면 가이드와 다른 센티넬이 올테니 그 전까지만 버텨볼 생각이었음. 지성은 센티넬용호신용품을 주머니에서 매만졌음.

얼마나 지났을까, 찌그러졌던 철제 문이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열렸음. 자욱한 먼지가 일어났고, 그를 헤치고 동혃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섰음. 웬만한 물리적 충격은 다 흡수하는 특수 소재의 벽면이 부서지고 난리도 아니었음. 동혃은 빠르게 시선을 돌려 지성을 찾았음. 그리고 센티넬에게 붙잡혀 있는걸 발견했음. 동혃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그에게 다가가 가이딩을 퍼부었음. 그 센티넬은 폭주가 거의 끝나, 위태롭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상태였고.. 갑작스레 퍼부어진 가이딩에 의해 생명력이 역류하여 갈기갈기 찢겨져 죽음..

동혃은 그러거나 말거나 지성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음. 여기저기 얻어맞아 피와 멍으로 얼룩진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했음. 가늘게 이어지는 숨결에, 동혃은 지성에게 가이딩을 흘려보냈음. 하지만 지성이는 일반인.. 가이딩을 받을 수 없었음. 동혃은 입술을 짓씹고 지성을 안아올렸음. S급이면 뭐해. 파장이 완만하면 뭐하냐고. 내 가장 소중한 사람 하나 치료 못하는데. 입에서 피맛이 날 정도로 입술을 짓씹다가, 제 입술 언저리를 매만지는 손길에 힘을 풀었음.

- 입술.. 그러지마.. 다쳐..

동혃은 제 입술 언저리에 있는 지성의 손에 입을 맞췄음. 너는 어떻게 된 애가이 지경이 되어서도 내 걱정이나 하고 있냐.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야. 동혃은 알았다며 웃어보였음. 그제야 지성은 동혃의 품에서 정신을 잃음.

지성이 다시 눈을 뜬건 며칠이나 지난 후였음. 익숙하지만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음. 가이딩 하우스. 센티넬들의 상태를 확인하러 몇번이고 드나들던 곳이지만, 본인이 누워있기는 처음이라 조금 낯선 느낌이었음. 뻐근하고 욱신거리는 몸을 애써 일으키자, 침대 옆 간이 침대에 누워있던 동혃도몸을 일으켰음. 지성이 앉는걸 도와주고는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고는 침대에 살짝 걸터앉음. 

지성이는 바쁜 사람이 어떻게 여길.. 하는 생각이 들다가, 정신을 잃기 전에 제 손에 입을 맞추던 모습이 떠올라 귓가가 발갛게 물들었음. 조금 화끈거리는 느낌에 지성이 시선을 피하면 동혃이는그 시선을 따라서 몸을 움직였음. 어디 아파? 왜그래? 따위의 다정한 말을 뱉어내는 입술이 얄미울 지경임. 그래서 지성이는 손을 뻗어 동혃의 입을 막아버렸음. 동혃이는 조금 놀란듯 싶다가 제 입을 막은 손에 또 입을 맞춤. 그러면 지성이는 화들짝 놀라서 손을 떼어내고.. 동혃이는 다시그 손을 가져와서 손가락부터 손바닥까지 입을 맞춤.

입술이 닿을 때마다 손끝이 움찔거리는게 눈에 훤히 보여서, 동혃은 조금 짓궂게 손목 안쪽까지 입을 맞추며 점점 제쪽으로 지성을 잡아당김. 그러다가 확 잡아당겨 입술이 닿을랑말랑한 거리까지 좁혀지면 지성이 얼굴 완전 빨개지겠지.

- 뽀뽀해도 돼?

진짜 얼핏 닿은 것도 같은데.. 동혃이가 뻔뻔하게 물어보면 지성이는 눈동자 도록도록 굴리다가(피하려고 했지만 너무 가까워서 실패함.) 고개 살짝 끄덕..이려다가 안돼!! 이러더니 냅다 밀치고 화장실 들어감. 동혃이 얼척.. 그러다가 안에서 양치하는 소리 들리면 빵터짐.

- 야야, 나도 양치 안했어. 같이 하게 문 좀 열어봐.

이러면 문 살짝 열리고.. 동혃이도 같이 들어가서 양치하고 뽀뽀하렴.. 뽀뽀가 너희 사귄다는 증거야..


22.04.17~18

사생아 동혃 × 도련님 지성 = 동지혁성

지성이는 백작가의 도련님임. 어려서부터 외동이라 부둥부둥 사랑 잔뜩 받으면서 자랐는데 어느날 갑자기 형의 존재를 알게 됨. 그게 바로 이동혃. 동혃이는 지성이 아버지와 하녀 사이에서 난 이 집안의 첫번째 아들이었음. 그래서 사생아였지만 극진한 대우를 받았음. 한 2년 정도만..

동혃이가 2살이 되었을때 안주인이 임신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관심이 점점 줄어들다가 지성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버림받음.. 하녀가 혼자 키우면서 집안 하인으로 자랄듯.. 어려서부터 그렇게 자란 탓에 동혃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하인으로 자랐는데, 동혃이 어머니는 그게 아니었던 거임. 무럭무럭 잘 자라며 사랑받는 ㅈㅣ성이를 보면서 억울함과 잘못된 분노를 키워나가게 됨. 그래서 어린 동혃이에게 수시로 말해줌. 저긴 원래 네 자리야. 저게 원래 다 네꺼야. 동혃은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거림. 저게 원래 내 자리구나, 원래 다 내꺼구나..

그리고 암것도 모르는 개쓰레기 아버지는 지성이가 크니까 놀이친구로 동혃이를 소개시켜줌. 이것도 동혃이 어머니가 옆구리 콕콕 찔러서 얻어낸 자리였음. 그렇게 동혃이 10살, 지성이 8살에 둘이 처음 만나게 됨. 물론 처음에 지성이는 그냥 집에서 일하는 형, 정도로만 알고 있었음.동혃이가 잔심부름 하면서 일하는걸 종종 봤거든. 이 집안에 또래라고는 동혃이밖에 없으니 볼때마다 친해지고 싶었는데, 어느날 놀이친구라며 아버지가 데려와서 진짜 좋아함. 반면에 동혃이는 어머니의 세뇌(...) 때문에 지성이에게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음. 동혃이도 또래니까 친해지고 싶다가원래 내 자리, 내것을 뺏은 나쁜애로 봤다가.. 그래서 조금 혼란스러울듯..

둘이 처음 만나서 지성의 방에 단 둘이 남으면 동혃이는 이렇게 좋은 방에 들어온게 처음이라 (2살때까진 좋은방에서 지냈는데 기억못함ㅜㅜ) 쭈뼛거릴듯. 그러면 지성이가 침대 팡팡 두드리면서 일루와! 이럼. 동혃이가 어색하게 지성이 옆에 앉으면 하인들이 쓰는 방과는 차원이 다른 폭신한 감촉과 보드라운 이불.. 원래 내것이었다는 생각에 입술 꾹 깨물듯. 지성이는 암것도 모르고 동혃이한테 종알종알 얘기 시작할듯. 원래 낯 심하게 가리는데, 동혃이는 종종 봐와서 내적친밀감 생겨서 낯 안가림.

- 나는 형 몇번 봤는데, 형도 나 봐써?

지성이가 동혃이 빤히 쳐다보면서 말하면 동혃이는 그냥 고개 끄덕거림. 자기도 지성이랑 친해지고 싶은데 자꾸만 나쁜 생각이 들어서.. 입술 계속 꾹 깨물고 있으면 결국 피나고.. 지성이가 놀래서 하녀 하나 불러서 약 발라줄듯. 하인들이 바르는 싸구려 약이 아니라 도련님용 완전 좋은 약.. 어려서부터 다른 하인들에게 이쁨 받으면서 자라긴 했지만,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아보니 더더 안좋은 생각이 듦..

하녀가 약을 다 발라주고 나가면 지성이랑 또 어색하게 나란히 앉아서 아무말도 안하고 있음.. 지성이는 자기도 낯가리니까 동혃이도 그른가보다 하고 약간 신나있음. 약간 동질감? 그런거? 지성이는 어떻게 하면 동혃이랑 재밌게 놀 수 있을까 하다가, 자기 보물상자에서 겁내 좋은 종이랑 펜 가져옴. 무려 끝에 보석이 박힌 펜.. 그림 그리자면서 가져와서는 책상에 바르게 앉길래, 동혃이가 그거 가져다가 바닥에 철푸닥 엎드림. 지성이는 그런거 처음이라 좀 머뭇대다가 동혃이 옆에 엎드릴듯.

그렇게 나란히 또 엎드려서 그림 잔뜩 그리면서 놀다가 낮잠도 좀 자다가 할듯. 동혃이는 맨날 심부름하면서 일하다가 이렇게 놀고 자고 하니까 막 좋기도 하고.. 자꾸 어머니 말 떠올라서 안좋기도 하고.. 그러다가 놀이시간 끝나서 동혃이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야 할때가 되면 지성이가 아쉬워서 동혃이 손가락 붙들고 막 울망울망 바라볼듯.

- 형아 여기서 자고 가면 안대..?

동혃이는 그게 자기 권한이 아니라서 대답 못하고 있는데, 그때 백작이 퇴근(?)하면서 지성이 방 들어옴. 그럼 지성이는 동혃이 손 놓고아버지한테 쪼르르 달려가 안기겠지. 동혃이는 어머니한테 맨날 들어서 저 백작님이 아버지라는거 알고 있음.. 그런데 백작은 동혃이한테는 눈길도 안주고 지성이만 보고 있겠지..

지성이가 백작한테 오늘 동혃이 자기 방에서 자고 가면 안되냐고 물어보면 백작은 동혃이를 차가운 시선으로바라보다가, 다시 다정한 눈으로 지성이 보면서 그러라고 할듯.. 그 눈빛에 상처받는건 동혃이 몫임.. 지성이는 완전 신나서 방방거리고.. 백작은 동혃이랑 할 얘기가 있다면서 지성이에게 쉬고 있으라고 말하고 동혃이 데리고 나감. 지성이 방에서 백작의 집무실로 향하는 내내 아무말도 안하고 뒷모습만 보면서 걸음. 그리고 집무실에 들어서면 백작이 동혃이 바라보면서

- 내 아들한테 허튼 소리 하지 마라.

이럼.. 동혃이도 지 아들인데.. 동혃이는 고개 끄덕일 수밖에 없음.. 나가보라는 말에 인사 꾸벅하고 나오면 괜히 서러워져서 눈물 왈칵 나와버리고.. 눈가 벅벅 닦으면서 지성이 방으로 돌아갈듯. 방으로 돌아가면 지성이가 하녀랑 얘기하면서 동혃이 기다리고 있음.

동혃이 온거 보면 활짝 웃으면서 같이 씻으러 가자고 할듯. 하녀는 동혃이랑 지성이가 같이 씻는거 좀 난감해하는 눈치인데.. 동혃이는 괜히 삐뚤어져서 그러자고 웃으면서 대답하겠지. 지성이는 동혃이가 오늘 웃은게 처음이라 이제 좀 친해진 것 같아서 또 완전 신나겠지. 그렇게 동혃이 손 붙잡고 욕실로 들어감.

하인들은 꿈도 못꾸는 따듯한 물에, 좋은 향유, 비누.. 그런걸로 뽀득뽀득 씻고 방으로 돌아오면 하녀들이 머리도 말려주고, 미리 데워둔 침대에 꼬물꼬물 들어가서같이 누울듯. 동혃이는 천장 보고 눕고, 지성이는 동혃이 보고 눕겠지. 그리고 지성이가 동혃이 볼에 콕콕 박힌 점들 한번씩 찔러봄.

- 모해..

- 이쁘다아. 별자리 같애.

동혃이가 지성이쪽 보면서 말하면, 지성이는 눈 맞추면서 또 이쁘게 웃음. 동혃이도 지성이쪽으로 몸 돌려서 누워서눈 맞추면서 말함.

- 사실 나는 너 형이야. 백작님이 내 아버지야.

백작이 허튼소리 하지 말랬던거 개무시한 거임. 지성이는 노곤노곤하던거 싹 달아나서 벌떡 몸 일으키고 동혃이 보겠지. 그러고보니까 눈이 닮은 것 같애! 신기해서 눈 반짝거림. 지성이 외동이라 형제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동혃은 그런 지성이 보면서 내가 말한거 비밀이야, 이러고 지성이는 또 둘만의 비밀 그런거 좋아해서 알았다고 고개 끄덕거림. 그리고 다시 누워서 한참 얘기 하다가 잠들듯.

그렇게 오전에는 각자 일하고, 교육받고.. 오후에는 지성이 방에서 놀고.. 가끔가다가 같이 자고 그럴듯. 지성이는 동혃이랑 같이 자는 날만 기다림. 그리고 그렇게 둘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에 안드는 백작. 동혃이가 지성이 방에서 잔 다음날에 맨날 불러서 허튼 소리 했는지 검사받음. 동혃이는 지성이한테 별소리 다했지만 안했다고 시치미 떼겠지. 지성이 입단속도 시켜놨으니 걱정도 없음.

그러다가 지성이가 말실수하면 어캄.. 어머니랑 오랜만에 시간보내다가 동혃이 어떻냐는 얘기 나왔는데 지성이가 되게 좋아하면서 종알종알 떠들다가

- 동혃이 형이 우리 형이라 너무 조아!

이러면.. 어머니는 웃으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겠지. 그러면 지성이는 비밀이랬는데.. 이러면서 우물쭈물 말 못할듯. 원래라면 동혃이가 하인이니까 하대하는게 맞는데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우리형? 진짜 말도 안되는 거임. 겉으로는 웃고있지만 속으로는 겁내 화나있는 어머니.. 지성이가 아무말도 못하면 화내는거 아니라면서 달래주고, 더이상 안물어보겠지. 이미 대충 눈치채서..

그래서 그날 저녁에 백작 퇴근하고나면 바로 동혃이 부를듯. 동혃이는 이렇게 부르는게 하루이틀이 아니니까 그냥 또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백작이 평소랑 다르게 서서 회초리 들고 있는 거임.. 동혃이는 그제야 눈치챌듯. 아 들켰구나. 그리고 담담하게 회초리 맞음.. 얄쌍한 종아리가 다 터져서 절뚝이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데 진짜 서럽고 짜증나고.. 그래서 홧김에 지성이 방으로 찾아감.

자고있던 지성이는 갑자기 열리는 방문에 놀라서 깨겠지. 서있는 동혃이 보면서 배시시 웃을듯. 오늘 같이 자는 날 아닌데 와준게 좋아서. 지성이가 동혃이 팔 이끌고 침대에 누우면동혃이는 침대에 앉아서 지성이 바라보겠지. 이제껏 느껴왔던 지성이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 아버지인 백작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서 지성이 뺨 어루만지면서 생각에 빠질듯.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엿을 먹일 수 있을까. 동혃이가 그러고 있으면 지성이는 누워서 졸린 눈으로 바라봄.그러다가 동혃이가 지성이한테 뽀뽀하면.. 지성이는 잠 확 달아나서 눈 똥그랗게 뜨겠지. 그러면 동혃이는 살짝 웃으면서

- 잘자 뽀뽀야. 우리 어머니가 자기 전에 꼭 해주시거든.

이렇게 뻔뻔하게 말하는 거임. 사실 어머니한테 잘자 뽀뽀? 받은적 한번도 없음. 하지만 지성이는 당연히 모르지.그래서 지성이도 동혃이 볼에 뽀뽀 한번 해주고는 잘자 형아 이러고 눈 감을듯. 그러면 동혃이는 지성이 머리 쓰다듬어주고 그 옆에 누워서 잘듯. 그리고 다음날, 지성이 깨우러 들어온 하녀가 그 모습 보고 놀라서 동혃이 데리고 나갈듯. 애기 때부터 봐온 애를 꼰지를 수도 없으니까..

하지만 동혃이는 그런거 전혀 개의치 않고 지성이 방 더 자주 찾아가겠지. 그거 때문에 백작이나 백작부인한테 불려가서 종아리 터져라 혼나고 맞아도 더 악을 쓰면서 지성이 곁에 남음.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 지성이만 그 사실 모르고 동혃이가 와주니까 좋기만 함.. 동혃이도 지성이한테굳이 말하려고 하지 않을 거야. 원래는 불순한 의도로 지성이를 찾은게 맞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성이를 통해 치유받는게 더 커졌기 때문에..

하지만 둘이 자라날수록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겠지. 지성이는 후계자 수업 들으랴 예법 배우랴 교양 배우랴 어쩌구저쩌구 바빠죽겠고 동혃이는 이제 좀 컸으니 잔심부름이 아니라 주방에서 일을 하게 됐으니까.

동혃이가 주방으로 가게 된 이유는, 백작부인의 지시 때문이었음. 이제 놀이친구는 필요없는 나이가 되었으니 동혃이도 치워버리고 싶었음. 하지만 동혃이는 남몰래 지성이 찾아가고, 예전처럼 자고 오고 그랬음. 몰래 가는 거니까 아주 늦은 밤에 찾아가서 이른 새벽에 나와야 했지만, 지성이도 동혃이도 그냥 만날 수 있다는 거에 만족하면서 잘자 뽀뽀도 하고, 손도 꼭 잡고 잘 거야.

그러다가 지성이의 성인식날 모든 진실을 알게 됨.. 그건 아주 사소한 일이었음. 성인식 준비로 바쁜 저택을 돌아다니다가하녀들이 청소하며 떠드는 소리를 들은 거임.

- 그런데 동혃이 진짜 지독하지 않아?

- 그러니까.. 이제 도련님 성인식이니까 벌써 8년째인가?

- 애 종아리가 흉터투성이인거 보면 마음 아파 죽겠어..

이 말에 지성이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겠지. 하녀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지성이 때문에당황스러워 할듯. 백작이나 백작부인이 입단속을 시켜놨기도 하고, 동혃이도 지성이한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거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무슨 소용이겠어. 이제 성인식만 지나면 차기 가주가 되는 소백작이 뭐냐고 묻는데.. 그래서 하녀들이 그간 동혃이한테 있었던 일을 다 말해줌.

모든 사실을 알게된 지성이는 성인식이고 뭐고 동혃이 찾아감. 한창 재료 준비로 바쁜데 지성이가 찾아오니 정신 1도 없는 주방장.. 도련님이 이런 곳까지 무슨 일이냐며 놀라서 묻는데, 지성이는 개무시하고 동혃이만 찾을듯. 구석에서 양파 까던 동혃이 발견하고는 냅다 손 이끌어서주방에서 데리고 나옴. 동혃이는 손에서 양파냄새나니까 지성이 손 놓으려고 하는데 지성이는 절대 안놓고 오히려 더 세게 잡을듯. 그리고 제 방에 들어서서는 동혃이한테 물을 거야.

- 형, 그동안 우리 아버지한테 맞았어?

지성이의 물음에 동혃이는 할말을 잃음. 결국 알아버렸네 싶은 거임. 동혃이가 아무 말도 못하면 지성이는 대충 눈치채고 눈물 뚝뚝 흘리겠지. 왜 말 안했냐며 막 울거야. 그러면 동혃이는 양파냄새나는 손으로 눈물을 닦아줄 수도 없고 난처할듯. 그래서 그냥 냅다 지성이 끌어안고 달래줌.

- 괜찮아. 내가 선택한 일이야. 네 잘못 아니야. 울지마.

그러면 지성이는 더 서럽게 울음 터트릴듯.. 근데 또 소리 하나 없이 울어서 보는 사람이 더 마음 아프게 울어.. 그렇게 둘이 끌어안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 열리면서 백작부부가 들어오고.. 부부는 지성이가 자기 성인식인데 모습도 안보이니까 걱정되서 찾아온 건데 둘이 그러고 있는 거임.. 그래서 백작부인이 뒷목 잡고 휘청이면 백작이 둘을 떨어트리고 동혃이 뺨을 내려침. 쫘악 소리나면서 동혃이 왼뺨이 순식간에 부어오르고.. 그러면 지성이가 울면서 아버지 앞을 가로막음.

- 때리지마요!! 왜 때려!!!

그동안 순둥하게만 컸던 아들램이 자기한테 악을 쓰며 고함치는 모습에 백작도 어지간히 놀라고, 화날듯. 동혃이 때문에 아들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거임.. 지성이가 그럴수록 백작은 동혃이만 쳐다보고, 동혃이는 지성이 팔 잡으면서 그만하라고 하겠지. 그러면 지성이는 울먹이면서 싫다고, 이제라도 형 지켜줄 거라고 말함.. 동혃이는 그게 고맙긴한데 그럴수록 나중에 후폭풍이 더 심할걸 알아서.. 지성이 지나쳐서 백작 앞에 설 거야.

- 제가 잘못했습니다. 주시는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동혃이가 이러면서 백작부부 데리고 나가면 지성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겠지. 뒤에서 울음소리 들려도 돌아볼 수 없는게 너무 슬픈 동혃이.. 그렇게 둘은 못만나게 됨.. 동혃이가 별관 주방으로 쫓겨났거든. 별관은 거의 안쓰는 곳이라 주방에서 할일이 별로 없는데, 그 대신 집안에 들어오는 모든 식자재를 분류하고 옮기는 일을 해야했음.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지성이 만날 틈도 없겠지. 솔직히 생각할 틈도 없음. 그래도 자기 직전에는 지성이가 떠오르는 동혃이.. 성인식은 잘 치뤘을까. 오늘은 무슨 옷을 입었을까. 오늘도 울지는 않을까. 내 생각이 날까.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겠지.

한편 지성이는 동혃이가 쫓겨나고 진짜 성격 완전히 바뀌어서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사게 됨. 맨날 잘 웃고 말랑말랑하던 애가 잘 웃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덤덤하게 있으니까.. 하지만 정작 백작부부는 오히려 진중해보인다며 잘됐다고 여김. 귀족이 너무 가벼워보이면 안된다나 뭐라나. 지성이 마음이 곪아가는 것도 모르고 동혃이랑 떨어트리길 잘했다고 생각함.

지성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같이 동혃이 생각만 하는데, 동혃이가 어디서 일하는지도 모르고(물어봐도 아무도 말 안해줌.) 답답하기만 할듯. 그렇게 성인식이 지나고 소백작이 된 지성이는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점점 동혃이 생각이 줄어들게 됨.. 하지만 지성이도 자기 전에는 꼭 동혃이 생각을 하겠지.

8년간 붙어 있다가, 갑작스레 떨어져 지내게 된 동지는 2년만에 다시 재회하게 됨. 이유는 백작부부의 죽음이었음. 영지 사찰을 나갔던 백작부부가 돌아오는 길에 마차사고를 당한 거임. 부부의 장례를 치르고, 백작이 된 지성은 작위를 물려받자마자 동혃이를 다시 본관으로 불러들임.

2년만에 다시 만난 둘은 키도 훨씬 커졌고, 선도 굵어져 있겠지. 하지만 동혃이 눈에는 아직 어린 모습 그대로 보일듯. 오랜만에 다시 찾은 백작의 집무실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음. 전백작의 물건들이 싹 빠지고 지성의 것으로만 채워져 있었거든. 동혃은 집무실에 앉아있는 지성이를 보며 묘한 감정이 들었음. 예전에는 선대 백작이 매서운 눈초리로 손에는 회초리를 든채 저기에 앉아있었는데 이제는 자기를 보며 웃어주는 지성이가 앉아있으니까.

지성이는 동혃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켜서 동혃이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음. 그러면 동혃이도 지성이를 감싸안겠지. 보고싶었다며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동혃이는 지성이를 더욱 세게 안아주며 자기도 보고싶었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완전히 돌이킬 수 없다는걸 알고 있을 거야. 선대 백작이 살아있었더라면 동혃이를 백작가 아래에 넣어 지성이와는 형제로서라도 함께할 수 있었겠지만 선대 백작이 죽은 지금은 동혃은 집안의 하인일 뿐이었고, 지성이는 집안의 주인이었으니까. 둘이 이렇게 좋아하더라도 이어질 수 없다는걸 동혃이는 너무 잘 알고 있었음. 하지만 일단은 지성이랑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만 만족하기로 함. 다른걸 생각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음.

이제 거리낄게 없어진 둘은 매일같이 한 침대에서 자고, 생활하고 하겠지. 하인들이 뭐라고 수근대던 알 바가 아니었음. 이미 몸도 마음도 다 섞여버린 뒤였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동혃이한테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타나게 됨. 동혃이는 당연히 어이가 없지. 자기 아버지는 선대 백작인데 뭐래는 거야. 근데 진짜 동혃이랑 겁내 닮은 사람인 거임. 그 사람은 남부에서 돈 좀 많은 남작이었는데, 동혃이 어머니도 남부 출신임.. 동혃이 어머니는 남부에서도 하녀 일을 하다가, 그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 추천장 받고 백작저로 오게 된 거였음. 그리고 오자마자 백작한테 불려가서 밤시중 들게 된 거였고..

원래 있던 곳이 남작저였는데, 거기 남작이랑 사랑하던 사이였던 거임. 가세가 기울었던 남작저는 다시 영차영차 일해서 남부에서 좀 잘나가는 정도까지 회복했고, 전에 사랑했던 하녀를 잊지 못해 백작저까지 찾아오게 된 거였음. 함께 돌아간다면 남작부인이 되는 거임. 동혃이 어머니는 당연히가겠다고 하지. 누가 마다하겠음.. 하지만 동혃이는 고민함. 지성이를 두고갈 수가 없었음. 지성이는 동혃이가 고민하는거 알고 그냥 보내줄듯.. 이제야 진짜 가족을 찾았는데 어떻게 제 옆에 묶어두겠어.

대충 얘기 전해들은 남작이 제안을 하나 함. 그럼 함께 남부에 내려가서 식을 올리는게 어떻냐고. 영지마다 약간씩 혼인에 대한 법이 차이가 있었는데, 남부의 경우에는 동성혼이 합법이었음. 남부로 내려가서 식을 올리고, 백작저에서 데릴사위처럼 지내면 될 거라고. 그 말에 지성이랑 동혃이는 남부로 향하게 됨.

남부는 해안선이 길게 이어져있는 지역으로 휴양으로 유명한 곳이었음.그래서 내려간 김에 여행도 하고 결혼도 하고 다 하기로 함. 결혼식 당일,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각자 붉은색과 푸른색 남부 전통의상을 입은 동혃과 지성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식장에 들어섬. 많은 사람이 모여 성대하게 치루는 식은 아니었지만 둘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게 됨. 서로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나눠끼우는데, 지성이가 손을 덜덜 떨며 반지를 끼워주기에 동혃이가 웃으면서 지성이 손 잡아줌.

- 오늘날, 부부의 연이 이어진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사제의 축복을 받은 둘은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웃으면서 입을 짧게 맞춤.

- 나머지는 이따 둘이 있을때 해줄게.

동혃이가 이렇게 속삭이면 지성이는 부끄러워서 얼굴 빨개지겠지. 그리고 지성이는 신혼여행 3박 4일동안 침대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고 하네요ㅎㅎ 행복하렴ㅎㅎ


22.04.19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몸 어딘가에 발현된다는 로맨틱의 대명사 '네임'. 지성이는 어려서부터 네임에 대한 로망이 있었음. 중학생 때쯤? 네임 관련한 영화를 봤는데 그게 너무 낭만적이었거든. 그 영화에서는 운명의 상대 이름이 발현된다고 나와서 지성이는 언젠가 운명의 상대가 나타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음.

하지만 몇년이 지나도 네임은 발현할 생각을 안했지.. 주위에 몇몇 친구들을 빼면 다 네임이 발현해서 연인이랑 알콩달콩 잘 지내니까 더 부럽고 기대될듯. 그러다가 동혃이랑 만나는 거야. 지성이가 동혃이네 옆집으로 이사를 갔거든. 무려 첫 자취 생활이라 엄청 들떴었지. 그래서 직접 만든건 아니고, 수제 쿠키집에서 맛있어 보이는 쿠키 몇개 사서 옆집에 주러 갔음. 근데 초인종 띵동띵동 눌러도 반응 1도 없는 거야.. 시무룩해져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누가 부름.

- 엥, 거기 우리집인데. 누구세요?

그럼 지성이는 집에 없었구나! 하면서 딱 뒤돌아보는데 와우 진짜 잘생긴 사람 서있는 거임. 근처 편의점이라도 다녀왔는지 검은 봉다리 하나 들고 설렁설렁 걸어오는데 지성이 심장 쪼끔 뜀.. 안그래도 낯가리는데 심장까지 벌렁거리니까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어버버거리다가 쿠키 냅다 쥐어주고 자기 집으로 도망칠듯. 자기도 모르게 급한 마음에 현관문 부서져라 쾅 닫고 들어가서 문에 기대어 주르륵 주저앉겠지. 얼굴 겁내 빨개져 있음. 왜냐? 쿠키 쥐어줄때 손이 닿았는데 찌릿 했거든.(정전기임) 지성이 저 사람이랑 운명인가봐! 이러면서 겁내 설렘.

한편 덩그러니 남겨진 동혃이는 손에 들린 쿠키 보다가 옆집 보다가 자기 집으로 들어감. 스마일 쿠키가 옆집 남자랑 닮은 것 같아서 웃겨 죽겠음. 근데 웃기다는게 막 우습고 그런거 아니고 피식피식 웃음나는 거임. 그래서 쿠키 먹지도 못하고 냉장고에 고이 모셔질듯.

이런 첫만남 이후로 둘은 이따금씩 문앞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지성이가 얼굴 빨개져서 인사만 하고도망치니까 동혃이도 괜히 신경 쓰이기 시작하겠지. 원래 자기 좋아한다는 사람 있으면 괜히 관심가고 그런 거니까. 그렇게 썸이나 좀 타면 좋겠네.

편의점 원쁠원 행사 핑계대면서 간식거리 2개 사와서 나눠주는척 얼굴 한번 보고, 배달시키려고 하는데 배달료 비싸니까 같이 사서 먹자 그러고, 배부르게 먹었으면 소화시킬겸 산책이나 가자면서 야경 끝내주는 데이트 코스 한번 돌아주고.. 그러다가 어느날은 둘이 평소처럼 배달시켜서 저녁 먹다가 술 한잔 들어가는 거야. 둘다 알딸딸하게 취했으면서 배부르니까 산책가자 이러고 있음.

그렇게 집밖으로 나오면 지성이가 하늘 쳐다보면서 별 보고싶다고 그러겠지. 그러면 동혃이는 보면 되지! 이러고 지성이 손 잡을듯. 이때 또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정전기 찌릿 하면 지성이 완전히 동혃이를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될듯. 그렇게 둘이 취해서 손잡고 공원 구석에 자리잡고 앉을듯. 가로등 불빛이 안닿는 곳이라 그나마 별이 좀 보였음. 지성이가 하늘 바라보면서 눈 반짝이고 있으면, 동혃이는 그런 지성이 보면서 웃고 있겠지. 술기운 때문인지, 별빛 때문인지 지성이가 너무 예뻐보이는 거야. 그래서 지성이 쪽으로 몸 기울여서 어깨에 기댐. 지성이가 동혃이 편하라고 자세도 고쳐주면 동혃이는 웃음이 계속 나겠지.

- 지성아, 우리 사랑할까.

동혃이가 평소랑 다른 낮고 잔잔한 목소리로 말하면, 지성이는 놀라서 동혃이 바라보겠지. 둘이 눈이 마주치면 웃으면서 고개 끄덕일듯. 그리고 뽀뽀나 해..

그렇게 둘이 연애를 시작한건 좋은데, 문제가 하나 있었음. 바로 네임 발현이 안되는 거.. 지성이는 동혃이가 자기 운명이라고 확신하고 있는데, 네임 발현이 안되니까 좀 불안한 마음도 있을듯. 그럴때마다 동혃이가 지성이 안아주면서 그런거 없어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겠지.

사실 둘 다 노네임이라 네임 발현이 안되는데, 동혃이는 자기가 노네임인거 알고 있고, 지성이는 모름.. 노네임은 별다른 판별법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거였음. 아, 나 노네임이구나. 하는 순간이 있는데 동혃이는 그게 이미 지나갔고, 지성이는 아직이라 모르는 거임.

그렇게 네임 발현 안된채로 사귀다가 지성이한테도 노네임 자각의 순간이 오겠지. 그러면 지성이 엄청 실망할듯.. 운명의 상대가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아예 네임 발현이 안되는 거니까.. 그래도 동혃이랑 알콩달콩 잘 사귀고 있으니까 크게 티는 못내는데, 동혃이가 그걸 눈치 못챌리가 없음. 그래서 몇년만에 열어보는 필통에서 네임펜 하나 꺼내서 지성이 왼손 약지에 [이동혃]이러고 이름 쓸듯. 꼭 반지를 낀것같은 모습에 지성이 기분 좋아짐ㅎ 그리고 동혃이가 펜 쥐어주면 동혃이 왼손 약지에 [박지성]이라고 이름 쓰겠지. 글씨 완전 삐뚤빼뚤한데 그거 나름 정성들여 쓴 거임. 서로 이름이 적힌 손 보면서 막 웃다가 깍지끼고 뽀뽀나 더 하렴.. 오늘은 피곤해서 짧게 씀..


22.04.20

지성이 팔에 첫마디 새겨졌는데 '혹시 당근이세요?' 이딴거면 어떡함? 보통 인삿말이 제일 많이 새겨지고, 가끔가다가 다른 말이 새겨지기도 하는데 하필 지성이는 당근임. 진짜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문장이라 맨날 파스 붙이고 다닐듯.

원래 당근 마니아였던 박지성군.. 저거 새겨진 이후로 거들떠도 안봄. 운명의 상대를 당근에서 만나는건 좀 그렇자너.. 하지만 그런다고 이미 새겨진 문장이 바뀌는건 아님. 지성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냥 뭐라도 해보는 거임. 그러다가 진짜진짜 갖고 싶었던 물건이 당근에 올라오는 거쥐. 음.. 무슨 물건이라고 할까. 지성이 붕어빵 좋아하니까 붕어빵 인형으로 하자. 지금은 단종되서 구하기 진짜 힘든 붕어빵 인형이 당근에 올라온 거임. 지성이가 이거 진짜 갖고싶어 했던거라 친구가 알려줌. 그래서 오랜만에 당근 들어가봄.

신나서 만날 장소랑 시간이랑 다 정하긴 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까 좀 찝찝함. 그래서 아예 미리 계좌이체 하고 편의점에 맡겨달라고 할듯.(아는 형이 알바하는 편의점임.) 이러면 만날 일도 없고, 얘기할 일도 없고! 당근을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임. 지성이 스스로 천재라면서 우쭐해있음. 하지만 이때는 몰랐지.. 인형 찾으러 가는그날에 형이 아파서 대타를 세워놨을줄은..

지성이 암것도 모르고 룰루랄라 편의점 들어가서 형! 하고 부르는데 모르는 사람이 카운터에 앉아있어서 덜그럭거림. 누, 누구지.. 잔뜩 당황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데 카운터 남자가 말하겠지.

- 혹시 당근이세요?

그리고 때마침 울리는 알림음..진짜 팔에 적힌 문장이 토씨 하나 안틀리고 저 남자 입에서 나오니까 지성이 삐걱거리면서 자기 폰 확인함.

[형 오늘 아파서 편의점 대타 세워놨다. 너 얘기 해놨으니까 인형 받아가~]

이러고 문자 와있음. 이미 늦었잖아요 형ㅜㅜ 지성이 뻘쭘하게 다가가서 저.. 인형.. 이러고 말하겠지.그러면 남자가 밑에서 뭐 뒤적거리더니 붕어빵 인형 꺼내주겠지. 근데 왜인지 자꾸 실실 웃고 있어서 지성이는 그거 받자마자 냅다 인사하고 도망감. 운명의 상대라는건 둘째치고 너무 쪽팔리잖아. 집에 도착하면 침대에 다이빙해서 붕어빵 인형 끌어안고 이불킥하겠지. 다 큰 남자가 당근에서인형 산다고 비웃음(아님) 당한게 쪽팔려 죽을 것 같음. 당근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러고 있다가, 하지만 붕어빵 인형은 잘못이 없어! 이러고 있다가 자아분열 오지게 함. 뭐, 어쨌거나 붕어빵 인형도 얻었고, 운명의 상대 얼굴도 봤으니 좋은게 좋은거라는 결론 내리고 마음 편하게 먹을듯.

그러다가 진짜 또 우연히 마주쳐야지. 이번엔 다른 편의점임. 원래는 집 근처에도 편의점이 있어서 굳이 다른 곳까지 안가는데, 이번에 집 근처 편의점이 리모델링 공사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좀 떨어진 편의점 가게 됨. 그런데 이게 웬걸? 그 남자랑 마주치는 거임. 지성이는 지난날 쪽팔린 기억이 아직 선명해서 그냥 모른척 할라고 했는데, 그 남자는 아니었던 거지. ㅈ성이 들어올 때부터 실실 웃으면서 쳐다보더니 계산대 앞에 서니까

- 그때 당근 맞죠? ○○이 아는 동생?

이러는 거임. 그럼 지성이는 하씨.. 모른척할까.. 하다가 거짓말 못하는 착한 어린이라 마지못해 고개 끄덕일듯.

- 나는 걔 친구 동혃이야. 이동혃.

- 아, 네에..

- 내가 형일테니까 말 놔도 되지?

- 네에..

- 그때 붕어빵 인형 네가 산 거야?

- ..네에..

- 귀엽네. 이름이 뭐야?

- 아, 저 지성이요. 박지성.

- 이거 내 번호거든? 저장하고 연락해~

- 느ㅔ?

- 잘가~

이러고 편의점에서 쫓겨남.. 심지어 사려고 한 것도 동혃이가 자기 카드로 긁었음. 얼떨결에 전화번호 적힌 쪽지와 공짜 간식거리가 생겨버린 지성이는 머뭇대다가 집으로 돌아가겠지. 그리고 집 도착해서는 일단 전번 저장은 했는데, 연락을 할지 말지 고민함. 그러다 까무룩 잠들겠지. 다음날 새벽에 퍼뜩 잠에서 깨면 손에 들린 휴대폰 먼저 확인해야지.

[안녕하세요. 저 아까 번호 받은 ㅈㅣ서ㅓ아ㅏㅡ아]

잠결에 이러고 전송 누른거임. ㅈㅣ성이 이거 보자마자 사색이 됨. 근데 이와중에 답장 와있음.

[ㅋㅋㅋㅋㅋ]

진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ㅋ 5개.. 지성이 또 이불킥 할듯.

한편 동혃이는 애가 번호를 받아가긴 했는데 뭐하는지 연락이 없으니까 지루하게 폰이나 들여다보고 있었음. 자기가 생각해도 좀 무대뽀로 번호 쥐어준 것 같아서 그냥 기다려보기로 함. 사실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음. 얘는 지성이 번호 없거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문자 옴.

[안녕하세요. 저 아까 번호 받은 지서ㅓ아ㅏㅡ아]

동혃이 이거 보고 빵터질듯. 아직 알바중이라 안에 손님 계셔서 끅끅대면서 웃음 참음. 뭐하나 했더니 잠들었나보네. 애가 민망해할까봐 그냥 ㅋ 5개 보냄. 아직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놀릴 수는 없잖아.

그렇게 둘이 쫌쫌따리 연락이 이어지겠지. 리모델링 끝날 때까지는 지성이가 편의점을 여기로 와야하니까 동혃이랑 마주칠 수밖에 없음. 그렇게 서로한테 점점 익숙해지는 거야. 그러면 지성이는 아, 운명은 운명이구나 싶을듯. 이렇게 단시간에 누구랑 친해지는게 쉽지 않거든. 물론 그게 동혃이의 노력 기반인건 모르겠지.

사실 동혃이는 아주 예전에 지성이 만난적 있음. 예전에 친구들(지성이 아는 형 포함)이랑 놀다가 길에서 마주쳤거든. 그때 지성이도 자기 친구들이랑 놀던 중이었는데 술 먹었는지 알딸딸해 보였음. 그때 동혃이 보고 곰돌이.. 이랬음ㅋㅋㅋ 그래서 동혃이 팔에는 '곰돌이'라고 적혀있을듯. 그때야 모르는 사이니까 동혃이는 그냥 웃고 말았는데, 나중에 친구놈 편의점 대타 서주다가 다시 만난 거였지. 얘가 자기 운명이라는데 다시 만나는게 넘 오랜만이라 이번엔 기회 잡아야겠다고 생각할듯. 그래서 지성이 다시 만나면 쥐어주려고 연락처 쪽지도 맨날 품고 다니고, 애가 어색해서말도 못하니까 먼저 말붙이고 장난치고 분위기 풀어주려고 엄청 노력함. 그렇게 조금씩 마음 여는 지성이 보면서 쪼끔 뿌듯함도 느낄듯.

근데 이게 좀 이상한게, 서로 운명인 것도 알고 이만큼 친해지기도 했는데 사귀진 않아. 둘 다 서로한테 마음 있는 것도 맞는데 먼저 고백은 안할듯.그냥 만나서 밥 먹고 놀고 헤어지면 연락하고 하는게 너무 편해서 연애로 이어지지 않을듯. 애매하게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가 이어지겠지. 그러다가 애매한거 싫어하는 동혃이가 먼저 고백하면 지성이는 그게 또 난감함. 자기는 지금이 좋고 행복한데, 물론 연애하면 더 행복하겠지. 하지만 헤어지면? 그러면 이 행복도 다 끝인거 아니야? 남보다 못한 사이 되는거 아니야? 이러고 있음.

알고보니 지들끼리 얘기를 안해서, 얘가 내 운명인건 맞는데 내가 얘 운명인지는 모르는 거야.(답답) 지성이가 넘 불안해하니까 동혃이가 그제서야 제 팔에 곰돌이라고 새겨진거 보여줄듯.근데 여기서 지성이는 또 그게 뭔데? 이러고 있음. 자기가 취해서 한 말인줄 꿈에도 모름. 그럼 동혃이가 설명해주겠지. 그때 어쩌구저쩌구 해서 너가 한 말이라고. 그러니까 너가 내 운명이라고. 그러면 지성이는 그제서야 겁내 놀라겠지. 그런 지성이 보면서 동혃이는 또 웃으며 머리 쓰다듬고

- 그래서 대답은?

이러고 물으면 지성이 활짝 웃으면서 고개 끄덕임. 그리고 꼬옥 안아주렴.. 어우 짧게 쓰려고 했는데 넘 길어.. 어쨌거나 둘이 사귀기 시작했는데 동혃이가 자기 문장은 뭐였냐고 물어보면.. 지성이 절대 안보여줄듯. 혹시 당근이세요? 인거 다 아는데 그냥 장난치는 거임ㅋㅋ 지성이는 속으로 저 형은 귀여운건데 자기는 왜 이러냐고 툴툴대겠지.(너가 귀엽게 말해서 그래..)

그러다가 둘이 동혃이 집에서 술 한잔 먹고 지성이가 취해서 한탄할듯. 동혃이 팔에 적힌 문장 빤히 쳐다보면서 만지작거리다가 울컥해서 맨날 붙이고 있던 파스 쫘악 떼내고 문장 보여줌. 이거 보라구 나는 이딴거 적혀있다구 너무 슬프다구 막 잉잉거려. 동혃이는 그거 보고 또 웃겨죽음. 으이구 귀여워 하고 머리 마구마구 쓰다듬어줄듯. 그러다가 지성이 동혃이랑 처음 만난 날 생각나고.. 문장이 스르륵 바뀌는 거야.(이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팔에 '귀여워' 새겨짐.

알고보니 ㅈㅣ성이가 곰돌이라고 한 날에 동혃이가 자기도 모르게 귀여워, 라고 말한거임!! 그걸 지성이도 듣긴 했는데 기억을 못해서 당근 따위가 적힌 거임ㅜ 자각을 해야 적히는 거라고.. 치자..(설정 날조) 그렇게 문장 바뀌면 지성이 겁내 좋아하겠지. 그 모습 보면서 동혃이 파스 냄새나는 지성이 팔에 뽀뽀해주고 얼굴에도 뽀뽀 잔뜩 해주렴.. 아웅 힘들어..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겠지.. 곰돌이랑 귀여워랑..


22.04.21

범죄자라고 하기엔 소소한 잡범(...)쯤 되는 동지가 보고싶은 새벽이네요. 동지 얘네 아주 어릴적부터 둘이서 지내왔음. 부모? 그딴거 없음. 그냥 길거리 아이들 빽빽하게 들어찬 창고 비슷한 곳에서 살았거든. 지성이는 그중에서도 많이 어린 축에 속하는 나이였어서 동혃이가 많이 챙겨줬겠지. 그러면 지성이는 당연히 동혃이 잘 따르고. 그렇게 둘이 각별한 유대관계 쌓을듯.

길거리 아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두가지 뿐이었음. 구걸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동지는 구걸을 할지언정 도둑질은 절대 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어느날 그 약속이 깨져버리게됨.. 그날은 무척이나 추운 날이었고, 추위도 많이 타고 몸도 약한 지성이가 열이 펄펄 끓었음. 그래서 동혃이는 약 구하려고 진짜 사람들한테 제발 도와달라고 사정하는데 차가운 사람들.. 안들어줌.. 그래서 진짜 큰맘먹고 약국 가서 몰래 쌍화탕 하나 훔칠듯. 진짜 심장 벌렁거려서 겁내 빨리 도망침. 근데 그거 사실 손님들 먹으라구 그냥 올려놓은 건데 동혃이는 물건 훔쳤다는 생각에 죄책감 오지게 들겠지. 하지만 지성이가 안아픈게 더 중요하니까 뜨끈한 쌍화탕 들고 창고로 뛰어감. 어디서 주워온 꾀죄죄한 담요 덮고 있는 지성이 일으켜서 쌍화탕 먹이고 다시 담요 꼭꼭 덮어줄듯. 그리고 옆에 같이 누워서 꼬옥 안아줌. 혹시 체온 떨어질까봐.

그렇게 도둑질을 하게 됨.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두번 세번은 쉬운 법이니까.. 하지만 동혃이 맨날 뭐 훔칠 때마다 죄책감 오지게 들어서 진짜 필요한 것만 훔침. 지성이 아프면 약국 쌍화탕 훔치고(원래 공짜임), 지성이 너무 굶으면근처 붕어빵 집에서 주인장 없을 때 붕어빵 하나 훔침.(이것도 맛보기용으로 일부러 내놓은 거임) 동혃이가 도둑질 해올 때마다 지성이는 막 눈치보면서도 다 먹겠지. 이걸 언제 또 먹어보겠어.

그러다가 나중에 그거 사실 공짜였다는거 알게 돼도 바보같은짓 했다고 웃는게 아니라 그럼 2개 가져도되나?? 이럴듯. 그렇게 소소한 도둑질(?)이 좀 대담해지겠지. 약국 쌍화탕? 이제 2개씩 챙김. 근처 붕어빵집? 맛보기용 다 털어먹음. 동네 빠삭하게 파악해서 뽕 지대로 뽑고 다니는 거임.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거니까.. 나이 먹으면서 제대로 된 밥벌이 하려고 노력하겠지. 동혃이는 재주가 좋으니까 금방 어디든 알바자리 구할듯. 그러면 거기서도 버릇 못버리고 탕비실 탈탈 털어서 지성이 갖다줄듯. 동혃이 맨날 먹여살려야 하는 햄찌같은 마누라가 있어요~(지성: 누구맘대로?) 이러고 다님. 그러다가 뭐 나중에 동혃이 진짜 직장 가지고 길거리 생활 정리하게 되면둘이 살게 될 집 들어가면서 프로포즈나 해.. 싸구려 반지 끼워주면서 나중에는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반지 끼워주겠다고.. 아 졸리다.. 결론 이상하긴 한데 그냥 올릴래


22.04.22

권태기로 헤어진 동지혁성이 보고싶네요.. 여기에 오메가버스 엠프렉 소재를 끼얹어서 임신튀, 후회공으로..(잡채냐고)

베타 동혃 × 오메가 지성 = 동지혁성(약 런성)

동혃이는 핫플 카페 알바생임. 진짜 사람 많을땐 눈코뜰새 없이 바쁜데 한가할땐.. 없음. 항상 바쁨. 동혃이 행동 빠르고 사람 상대하는 재주가 남달라서 맨날 제일 바쁜 시간대에 일했는데, 사장님이 알바생 하나 더 뽑았다고 마감조로 빼줌. 동혃이가 맨날 일찍 일어나는거 때문에 힘들어해서 마감조 가고 싶다고 징징거렸거든. 이제 마감조로 바뀌면서 알바시간 반 정도만 뒤지게 바쁘고, 나머지 반은 좀 한가하겠지.

느긋하게 끝날 시간쯤 돼서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노래 흥얼거리면서 매장 청소하려고 하는데, 딸랑 하는 소리 울림. 저거 우리 카페 문에 달린 종소린데. 불안한 눈으로 문쪽 바라보면 웬 남자가 서있는데 그게 바로 지성이. 동혃이는 마감시간 다 돼서 나타난 저 남자가 짜증나 죽겠는데 일단은 영업시간이니까 웃어는 줌. 하지만 주문은 안받아줄듯. 지성이는 맨날 자기 반겨주던 알바 형이 아니라 처음보는 남자가 있으니까 좀 당황했겠지. 심지어 웃고는 있는데 친절하진 않아. 이 사람 뭐야 싶을듯.

지성이 맨날 이 시간에 와서 아이스초코 사먹는게 루틴이었는데 동혃이가 주문 안받아줘서 못먹음.. 근데 또 땡깡부릴 성격은 아니라 그냥 알았다고 조용히 갈듯. 동혃이는 애가 순딩하게 생기긴 했는데 진짜 가란다고 가니까 웃겨 죽음ㅋㅋㅋ 내일 또 오면 그냥 만들어줘야지 할듯.

그리고 다음날 지성이 안옴. 원래 마감하던 형한테 물어보니까 맨날 같은 시간에 와서 아이스초코 사간다는데 왜 안와?? 지가 어제 내쫓은건 생각도 안하고 이번엔 안온다고 투덜거릴듯. 이동혃 카페 알바 역사상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놨는데 안오니까 이걸 어쩔까 싶음. 에잇 그냥 내가 먹어버려야지 하면서 완벽한 휘핑크림 한입 먹으면 그제야 지성이가 문열고 들어오겠지. 아니, 쟤는, 아니, 하.. 지성이 안오길래 정리 싹 해놓은 동혃이.. 음료 절대 못만들어줘. 지성이도 자기가 좀 늦은거 알아서 눈치만 보고 있음. 오늘은 내쫓아도 할말 없음..ㅋㅋㅋ

- 이거 그쪽 주려고 만든건데, 늦어서 제가 한입 먹었어요. 값은 안받을테니까 한입 먹은거 봐주기.

이러면서 지성이 손에 완벽했던 아이스초코 쥐어줌. 지성이는 한입 먹은건 신경도 안쓰고, 자기 주려고 만들어놨다는 거에 감동 받아서 조은사람..! 이러고 있음. 그렇게 둘이 뭐 친해지겠지. 그렇게 만난 인연이 연인이 될 때까지 이어지는 거임.

어이쿠 오메가버스 어디갔니.. 둘이 사귀는동안 동혃이는 불안한 부분이 하나 있었음. 그건 바로 형질.. 동혃이는 베타였고, 지성이는 오메가였기 때문임. 베타는 오메가와 각인을 할 수 없고, 다른 알파로부터 지켜줄 수 없다는게 동혃이를 힘들게 했겠지. 지성이를 어떻게 해보려는 알파들이 워낙에 많았어야 말이지.. 특히 페로몬을 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지성이가 다른 알파들이 뿌려대는 페로몬 때문에 힘들어해도 뭐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어. 지성이는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지만 동혃이는 그럴 때마다 무력감을 느꼈지. 겉으로는 안그런척해도 속으로는 그게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던 거임.

그리고 그게 언젠가 터지겠지. 동혃이도 너무 지쳤음. 무력감과 소외감, 열등감.. 안좋은 감정들만 가득 쌓여있겠지. 그러다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되기 쉽상이니.. 그게 지성이를 향하게 된 거임. 말 끝마다 한숨은 기본이고, 무미건조한 시선과 말투, 목소리.. 예전과 너무도 달라진 동혃의 모습에 상처받는건 지성이겠지. 하지만 지성이는 동혃이를 놓을 수가 없었음. 너무 사랑하고 있거든.. 하지만 권태기가 심하게 와버린 동혃이가 먼저 손을 놓아버리면.. 지성이는 동혃이 손을 다시 잡지도 못할듯.. 이마저도 그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임.. 그렇게 둘이 처음 만났던 그 카페에서 둘은 헤어지게 됨..

동혃이는 처음엔 홀가분하겠지. 하지만 점점 허전함이 커져감. 맨날 지성이가 카페 오던 시간에 자기도 모르게 아이스초코 하나 만들어놓고, 퇴근길에 하늘 쳐다보면서 지성이가 알려줬던 별자리 같은거 찾아보고.. 그냥 일상에 스민 버릇이 다 지성이를 떠올리게 하겠지. 하지만 자기가 헤어지자고 했으니까 먼저 연락은 못할듯..

지성이는 힘들어하고 자시고 할 틈이 없었음. 헤어지고 얼마 안있어서 임신한거 알았거든.. 어쩐지 몸이 무겁고 이상하더라니 병원 가니까 임신이래. 애아빠는 안봐도 뻔함. 이동혃임. 하지만 지성이는 그 사실 숨기고 도망칠듯. 자기는 이 아기를 포기할 수 없고, 동혃에게는 짐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바로 집 정리하고 자기 도와줄 사람한테 가겠지. 그게 럱쥔이면 좋겠다. 럱쥔이는 도와달라는 지성이 연락 받자마자 바로 데리러 오겠지. 지성이가 챙긴 짐 다 싣고 자기 집으로 데려감. 오는 동안 사정 들어보니까 애가 너무 안타까워.. 그래서 최대한 도와주기로 할듯. 그렇게 하루가 갈수록 지성이 몸은 무거워지고 나중에는 럱쥔이 도움 없이는 외출도 하기 어려워짐. 그렇게 여느 때처럼 럱쥔이 도움 받아서 병원 다녀오는데누가 지성이 팔 잡겠지. 놀라서 뒤 돌아보면 동혃이임..

- 너 뭐야.

- ..뭐가.

- 너 임신했어?

- ...

- 너 언제, 아니, 하.. 나랑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임신이야? 이 새끼 애야?

- ..형이 알 바 아니잖아.

- 너 그게 지금.. 하.. 됐다. 그래 내 알 바 아니지.

동혃이 진짜 화난 얼굴 하고 있어서 지성이 손끝 덜덜 떨리겠지. 그러면 럱쥔이가 그 손 꼭 잡아주면서 동혃이 손 떼어내고 자기 뒤에 숨김.

- 임신한거 알면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이미 헤어진거 아니에요?

이러고 지성이 데리고 그 자리 벗어남. 지성이는 그토록 보고싶어 하던 동혃이 얼굴인데, 그게 화난 얼굴인게 너무 슬퍼서 어깨 들썩이며 울겠지.. 그러면 럱쥔이가 작게 토닥이면서 달래줌. 그리고 동혃이는 그 모습을 어이없어 하면서 보고 있겠지. 진짜 괜찮았는데, 괜찮은 줄 알았는데 지성이 얼굴 보니까 너무 좋은 거야. 근데 배가 나와있네? 옆에는 모르는 남자가 같이 있네? 이거 딱 인식하니까 겁내 화나는 거임. 솔직히 헤어진마당에(심지어 자기가 찼음) 이러는거 꼴불견이고 몰상식한 행동이라는거 알아. 근데 자기도 모르게 지성이 팔을 잡아버렸음.

사실 진짜로 묻고 싶었음. 혹시 내 애냐고. 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말이 뾰족하게 나가버렸지.. 지성이 우는거 보니까 가서 안아주고 싶은데 울린 사람이 본인이고.. 옆에는 지성이 애정 가득한 눈으로 보는 남자가 붙어있고.. 동혃이는 바로 알아채겠지. 저 남자가 지성이를 좋아하고 있다는거. 예전에 자기가 지성이를 보던 눈을 저 남자가 하고 있으니 알 수밖에. 그래서 동혃이 주먹 꽉 쥠. 이게 어디서 온 감정인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음..

그 만남 이후로 동혃이가 지성이한테 치근대기 시작함. 지성이가 연락처를 바꿔서 연락을 할 수 없으니 다시 마주치길 기다리면서 병원 근처 서성일듯. 그러다가 럱쥔이랑 또 병원 가는 지성이 보면, 냅다 달려가서 말하겠지.

- 지성아, 형 번호 안바꿨어.

이러면 럱쥔이는 불쾌한 표정 짓고 지성이는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겠지. 동혃이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고 그렇게 수십 수백번을 다짐했는데, 동혃이가 나타나니까 흔들리는건 어쩔 수가 없을듯. 그래서 맨날 동혃이 번호 눌러놓고 망설임. 연락할까. 하지말까. 하고싶어. 하면 안돼. 고민하는게 눈에 뻔히 보이니까 럱쥔이는 마음이 싱숭생숭함.. 몇번 본게 다지만 자기가 봤을 땐 동혃이가 너무 성격도 괴팍하고 지성이를 소중하게 대하질 않았거든. 하지만 지성이가 아직까지도 저렇게 좋아하는데 뭐 어떡해.. 예전에 지성이가 말해줬던 카페 찾아가겠지..

동혃이는 썩 반갑지 않은 사람이 찾아오니까 손님이고 뭐고인상 팍 구기고 쳐다보겠지. 그러면 럱쥔이도 더 썩은 표정으로 카운터 앞에 서서 말함.

- 나는 당신 진짜 마음에 안드는데,

- 하, 뭐래. 나도 그쪽 진짜 마음에 안들어.

- 진짜 마음에 안드네.. 됐고, 이거 지성이 번호니까 연락 먼저 해요.

- ..? 뭐야, 갑자기.

동혃이는 좀 당황스러울듯.

- 걔 성격 몰라요? 먼저 연락 못할테니까 당신이 하라고요.

이러고 지성이 번호 적힌 쪽지 카운터에 내려놓고 돌아서겠지. 동혃이는 얼타서 그니까 이걸 왜 전해주고 가냐고.. 바보 아니야? 싶겠지. 지성이 좋아하는거 뻔히 보이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솔직히 전남친이면 방해물일 뿐인데.

- 저 바보 아니구요. 지성이가 행복하길 바라니까 이러는 거예요. 도와줘도 지랄이야..

아, 속마음인줄 알았는데 입밖으로 튀어나왔구나. 동혃이 머쓱해서 괜히 뒷머리 만질듯. 럱쥔이가 그렇게 카페 나가면 덩그러니 놓인 쪽지 펼쳐서 번호 저장하겠지. 그리고 친구목록 새로고침 하면 익숙한 프사가 눈에 들어오고.. 진짜 지성이 번호인거임. 그래서 진짜 마음 심란해지는 동혃이.. 하지만 기회는 있을때 잡아야 하니까 바로 전화 걸겠지. 한참 뜸들이다 끊기 직전에 전화 받으면 동혃이는 인사치레 같은건 생략하고

- 잠깐 만나. 너 맨날 오던 그 시간에.

통보하는 거임.(나쁜놈아) 지성이는 동혃이가 어떻게 자기 번호 알았는지 당황스러운데 이와중에 목소리 들으니까 너무 좋은 거야.. 그래서 지 할말만 하고 끊는 레전드 싸가지로 굴어도 그냥 좋기만함.(바부야..) 그러고 이번엔 갈까 말까로 고민하겠지. 그러다가 럱쥔이가 집 돌아오면 고민하는 지성이 보고 그냥 가라고 말해줄듯. 그냥 가서 결론이 어떻게 됐든 짓고 오라고. 그러면 지성이 고개 끄덕이고 나갈 준비 함. 어차피 럱쥔이 도움 없이는 못다니니까 럱쥔이가 카페까지 데려다주고 근처에서 기다리겠지.

카페에 들어선 지성이는 오늘도 완벽하게 만들어져있는 아이스초코랑 자기 보고있는 동혃이 보고 울컥함.. 저걸 왜 만들어놨어. 이제와서 왜 나를 흔들어.. 원래도 감수성 만땅인데 임신하고 감정 조절 안되는 지성이 눈물 툭 흘리겠지. 사실 오기 전까지만 해도 붙잡으면 붙잡힐까 싶었는데 막상 오니까 마음이 잡힐듯.

- 왔어?

- ..나 이제 아이스초코 안먹어.

- ..몰랐네. 다른거 만들어줄까?

지성이는 그냥 고개 저을듯.. 사실 임신하고 제일 먹고 싶었던게 동혃이가 만든 아이스초코였는데.. 그렇게 둘이 만나고 헤어졌던 그 장소에서 또 서로 마주보고 앉겠지.

- ..하나만 물을게. 진짜 그 남자 애야?

- ..아니. 형 아기야. 헤어지고 얼마 안돼서 알았어..

-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 ..이미 헤어졌는데 뭘 말해? 형이 나 찼잖아. 애 가졌으니까 다시 만나달라고 말해? 나도 그런 동정은 필요 없어.

- 그건..

- 이제와서 나 흔들지마. 이 말 하려고 온 거야. 형 없이도 럱쥔이 형 도움 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어.

- ...

- 내가 제일 힘들때 옆에 있어준건 형이 아니라 럱쥔이 형이야.

이러고 일어서면서 휘청이면 동혃이가 벌떡 일어나서 부축해주겠지. 그러면 지성이는 입술 꾹 깨물면서 동혃이 손 떼어내고 혼자 걸어나갈듯. 문 앞에는 럱쥔이가 지성이 기다리고 있고.. 동혃이 답답해서 머리 막 헤집으면서 그 뒷모습 쳐다봄. 지성이는 또 울면서 나오겠지. 이제 진짜 끝이야. 복합적인 감정이 막 섞여서 주체도 못하고 서럽게 울듯.. 그러면 럱쥔이는 또 지성이 차까지 부축해서 앉혀놓고 작게 토닥이면서 위로해주겠지. 저 멍청이가 그렇게 기회를 줬는데도 잡질 못했다고 생각함.

하지만 지성이가 그런다고 포기할 동혃이가 아님. 힘들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건 옆에 없었기 때문이야. 몰랐으니까.. 그래서 지성이 더 세차게 흔듬. 번호 차단 못할거 알아서 맨날 연락 보내고, 어쩌다 마주치면 예전처럼 다정하게 말해줄듯. 그러면 지성이는 또 흔들리지.. 솔직히 마음이 접는다고 접히는 애가 아니잖어.

- 그만해.. 그만 흔들어.. 이제와서 왜 그러는데..

- 늦었으니까.. 내가 너무 늦었으니까 더 잘해주려는 거야.

- 형이 그럴수록 나만 더 힘든건 알아? 왜 잘 지내는 사람을 이렇게 흔들어.. 왜..

- 힘들면 나한테 기대면 되잖아.

- 말도 안되는거 알면서 왜 그래.. 나 힘들어. 진짜 그만해.

- ..나도 힘들어. 네가 나 없이 힘든 시간 보냈다고 생각하면 마음 찢어지는 것 같아.. 내가 찬거 맞아. 너한테 잘못한 것도 맞아. 그래도 기회 한번만 더 주면 안돼..?

동혃이 말에 지성이는 또 눈물 나오려는거 꾹 참음.. 지성이도 이번만큼은 져줄 수밖에 없을듯.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뭐 어떡해.. 지성이가 알았다고 대답하면 동혃이가 꼬옥 안아주겠지. 그렇게 재회하고 지성이 애기 낳을 때까지(그 후에도) 개처럼 굴려지는 동혃이.. 얘기는 못쓰겠네.. 어우 넘 길어.. 럱쥔이는 약간 장모님 느낌으로 동혃이가 지성이한테 잘하는지 감시하고 맨날 잔소리 한다고 하네요.. (동: 진짜 마음에 안들어..)


22.04.24

야매 퇴마사 동혃 × 아귀 사역령 지성 = 동지혁성

동혃이 퇴마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건 열아홉의 어린 나이때였어. 영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퇴마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 그저그런 영능력과 퇴마능력을 가진 어줍잖은 애송이가 압도적인 능력의 아귀를 만난게 그때였거든. 둘의 만남은 아주 사소한 우연, 커다란 운명 속에서 이루어졌지.

대충 악몽을 쫓는 부적이나 써주고, 액운을 털어주는 정도로 소소하게 용돈벌이 하던 동혃에게 어느날 누군가 찾아왔어. 자꾸만 악몽을 꿔요. 제발 도와주세요. 평소와 같은 간단한 일인줄만 알고 동혃은 그 일을 수락했을 거야. 미리 만들어둔 부적 하나 5천원에 팔고, 3일이면 효과가 사라질테니 효과 유지하고 싶으면 다시 찾아오라고 하겠지. 그렇게 그 사람은 부적을 들고 사라졌어.

그리고 다음날, 3일 뒤에 오라고 했던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났지. 부적이 효과가 없다고. 너무 싼거라 그런 것 같으니 더 비싼걸로 해달라고. 값은 얼마든 치루겠다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이 정말 초조해보여서 동혃은 조금 당황했을 거야. 그 부적이 효과가 없다고? 비록 3일분 임시 부적이지만 지금껏 효과가 안난적이 없는데.. 동혃은 그제야 이게 간단한 일은 아니란걸 깨달았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집에 같이 가보기로 했어. 부적이 소용이 없었다면 아무래도 다른 원인이 있는 걸테니까.

그 사람 집에 들어서면 흉흉한 기운이 숨을 막히게 하겠지. 영능력이 전무한 사람도 쎄한걸 느낄 수 있을만큼 기운이 강했거든. 그 사람은 여기 이사온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어. 그리고 이사온 이후 매일같이 악몽을 꾼다고 했지. 동혃은 이 집의 이상한 기운과 악몽이 무슨 연관이 되어있을거라고 생각해서 무슨 꿈인지 물어봤어. 그랬더니 새하얀 남자가 옆에 서서 자기를 빤히 내려다본다는 거야. 손에는 다 시들어버린 장미꽃다발을 들고 그냥 가만히 계속해서 내려다본대. 무슨 해코지를 하는건 아닌데 묘하게 꿈을 꾸고나면 기운이 없고 피곤하대. 그게 일주일쯤 이어지니까 끔찍하지.

동혃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알아챌 수 있었어. 그 남자, 생기를 빨아들이고 있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까 동혃은 오늘은 다른 집에서 자도록 하고, 자기가 여기서 하루를 보내겠다고 말했지. 그 사람은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해결만 해달라고 했어. 그렇게 동혃은 여기서 하루를 보내게 됐어. 밤이 되고, 침대에 가만히 앉아있던 동혃이는 성냥에 불을 붙이고는 입에 물었어. 성냥은 타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불만 붙어있었지. 그랬더니 정말 새하얀 남자가 스르륵 나타나는 거야. 손에는 장미꽃다발이 들려있었는데, 집주인이 말한 것처럼 다 시든 꽃이 아니라 조금 생기가 있는 꽃이었지.

- ..생기를 줘.. 네 생명을 줘..

작게 울리는 목소리에 동혃은 그냥 그 남자를 바라봤어. 솔직히 악령들이 생기를 빼앗는건 흔한 일인데, 얘는 뭔가 달라보였거든.

- 인간에게서 생기를 빼앗는게 얼마나 나쁜짓인데 그러냐.

동혃의 말에 남자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 ..배가 고파.. 배가 너무 고파요..

울먹이면서 말하는 거야. 그때 동혃이는 알아챘지. 얘 아귀구나? 굶어죽은 한이 너무 커서 이승을 떠돌고 있었던 거야. 원래 아귀는 천도시키기 어려운 존재인데 얘는 쉬울 것 같았어. 그도 그럴게 성격이 너무 순하잖아. 그래서 동혃이는 가방을 뒤져서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유리병을 꺼냈어.

- 악몽령 같은 저급한 애들밖에 없지만 그거라도 먹어. 산 사람 생기 뺏어먹고 그러면 안돼.

남자는 유리병 안에 있는 수십마리의 악몽령을 먹어치웠어. 그리고는 이제야 조금 배가 불렀는지 훨씬 편해보이는 얼굴을 하더라.

- ...고마워요..

이것봐 순하잖아. 배만 부르면 천도도 가능해 보였지.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던게, 순간의 허기는 달랬지만 배가 부른 것 같진 않았어. 저급한 악몽령이라고 해도 수십마리나 되고, 개중에는 어지간히 강한 놈도 있었는데도 말이야. 그래서 동혃이는 생각을 했어.

- 너 계속 배고플것 같아?

- ..네..

- 그럼 나랑 계약하자. 그러면 배부르게 해줄게. 그리고 네 배가 더이상 고프지 않게 되면 천도도 시켜줄게.

- ..계약하면 뭘 해야 하는데요?

- 사람들 도와주는 일.

- ..좋아요.

동혃이 빙긋 웃으며 말하니까 남자는 가만히 쳐다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 더이상 배고프긴 싫었거든. 남자의 대답에 동혃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와 마주섰어. 그리고 가방에서 꺼내온 붓펜으로 남자의 손바닥에 곰돌이를 그렸지. 야매 퇴마사라 주문진 같은건 못그리거든.

- 이름이 뭐야? 계약 하려면 이름 알아야 하는데.

- ..기억 안나요. 이렇게 된지가 오래 돼서..

동혃이는 골똘히 생각했지.

- 그럼 지성이 하자. 그냥, 어울리네.

동혃의 말에, 지성은 기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이름이라는거 되게 오랜만이었거든.

- 나 인간 이동혃과 아귀 지성은 사역 계약을 맺고자 한다.

손바닥을 맞대고 한마디 읊으니까 빛이 조금 나더니 손목에 문장이 새겨졌어. 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사역 계약할때 쓰는 문장은 아니었는데, 동혃이가 약속한게 있으니까 이걸로 새겨졌지. 지성이는 조금 신기한 눈으로 손목을 바라봤어.

- 내가 성냥불을 끄면 소환될 거야. 이만 들어가서 쉬어.

동혃의 말에 지성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모습을 감췄어. 이렇게 사역을 맺게 된 둘은 본격적으로 퇴마일을 시작했지. 사실 퇴마라고 하기 좀 그런게, 동혃이가 악령들을 모아두면 지성이가 다 먹어치웠어. 지성이의 장미꽃이 거의 생화처럼 되살아날만큼 이어졌지. 이쯤되니까 동혃이도 엄청 유명해졌어. 사실 야매로 퇴마라고 다니는 건데.. 뭐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냐는 마음으로 동혃이는 더 열심히 일을 했어. 지성이 장미꽃을 보면 곧 배가 부를 것 같으니까.. 천도시켜주기로 약속했잖아. 지성이 없으면 퇴마 일은 더이상 하기 어려울테니까.. 동혃이는 그렇게 벌써부터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장미가 완전히 되살아났지.

- ..이제 배불러?

- 응, 이제 배고프지 않아요.

동혃이는 아쉬움이 잔뜩 남는데, 지성이는 마냥 기뻐보였어. 아귀가 된 이후로 계속 이어진 굶주림이 사라졌으니 얼마나 기쁘겠어. 그래서 동혃이는 이제 천도를 준비했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약속한 거잖아.

- 지성아 이리와.

천도 준비를 끝낸 동혃의 부름에, 지성이가 동혃의 앞에 섰어. 처음 계약을 했던 날처럼 손을 맞대고 섰지.

- ..나 인간 이동혃과 아귀 지성의 사역 계약은, 나 인간 이동혃이 약속을 지켜냈으므로, 이만 끝—..

- 자,잠깐만!! 뭐, 뭐해요..?

- ..? 천도시켜주려고 하잖아.

지성이의 반응에 당황스러운건 동혃이었어. 허기가 가시면 지성이는 이승에 남아있을이유가 없어. 지성이도 천도 때문에 기뻐한거라고 생각했는데..?

- 나, 나는.. 천도하기 싫어요..

지성이의 그 말에 자기도 모르게 안도하고 말았어. 이건 퇴마일을 더 할 수 있어서가 아니었어. 지성이가 이승에, 자기 곁에 더 남겠다는 말 같아서였지.

- 나는.. 형 옆에 있는게 좋아요.. 천도시키지 말아요.. 그냥 여기 있을래..

괜히 눈치를 보면서 말하는 지성이가 왜이렇게 귀여워 보이는 거야. 동혃이는 맞대고 있던 손을 깍지를 껴 잡았어. 그리고 지성이를 휙 잡아당겨 꼬옥 안아줬지.

- 응, 그래. 네가 그러고 싶으면 그러자. 내 옆에 있고 싶은만큼 있다가 가. 그래도 돼.

- ..그래도 돼요? 이제, 이제.. 예전처럼 많이 못먹을텐데.. 그럼 별로 쓸모 없을텐데..

그게 중요한 거냐고ㅋㅋ 동혃이는 제 품에서 꼼지락대는 지성이가 다 느껴져서 자꾸만 웃음이 났어. 그래서 그냥 더 세게 안아줬지.

- 네 쓸모 때문에 옆에 두는거 아니야. 나도 네가 옆에 있는게 좋아서 그래.

그제야 지성이도 안심한듯 동혃이를 살짝 끌어안았어. 이후로 둘의 사역 계약은 이어졌지만, 관계는 조금 달라졌지. 이제 지성이가 아귀에서 벗어나서 동혃이랑 마음껏 닿을 수 있게 됐거든. 이제껏 못한거 다 해야지 않겠어? 얼레벌레 이야기 끗ㅅ..


22.04.25

오랜 연애 끝에 이별이 와버린 동지혁성이 보고싶다. 이제는 어떠한 설렘도 두근거림도 없어져버린.. 여느 오래된 연인처럼 서로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동지..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겠지. 그동안 제쳐뒀던 것도 다시 챙기게 될 거임. 매순간 함께있던 둘은 그렇게 점점 각자 시간을 보내게 됨. 하지만 그게 아쉽지 않겠지. 집으로 돌아오면 당연스럽게도 서로가 있을테니까. 집에 돌아오면 각자 할 일을 하다가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뿐이지만 그것마저 익숙할듯.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드는 거임.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계기 같은건 없었음. 아주 사소한 것마저 없었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거임. 먼저 말 꺼내는건 동혃이겠지. 지성아 우리.. 여기까지 말하면 지성이는 대충 알아채고 말 끊을듯.

- 형, 그 얘기 좀만 나중에 하자. 지금 말고.. 응?

동혃이는 이유도 묻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겠지. 얘가 무작정 피하겠다는게 아닌걸 너무 잘 알아서.. 매번 생각이 많던 애니까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는 거임. 하지만 좀만 나중에 하자던 그 얘기가 금방 다시 나오진 않을 거임. 며칠이나 비슷한 날이 이어지겠지.

- ..우리 그 얘기 비오는 날에 하자.

며칠이나 날이 좋았던게 이유였나. 하고 동혃이는 생각할 거임. 역시 그냥 피하기만 했던게 아니었음을 또 알겠지. 이번 주말에는 비가 온다고 했으니.. 둘은 주말까지 또 부질없는 연애 기간을 연장했음.

- ..날이 좋네.

기다린듯 기다리지 않은 주말에는 애석하게도 비가 오지 않았음. 둘은 애매하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음. 정말 이게 맞는 걸까.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날씨 때문에 구질구질하게 연명하는게? 하지만 동혃이는 지성이의 말을 들어주려고 하겠지. 이제 끝이잖아. 그동안 얘 말 더럽게 안들어줬는데, 이거라도 들어줘야지. 그리고 이후로도 며칠이나 비가 오지 않았음..

서로의 존재가 너무도 당연한 탓에 서로가 있는듯 없는듯 생활하게 되겠지. 그걸 견디지 못하는 것도 동혃이었음. 이만큼 견딘것도 일말의 애정이 남아있어서였음. 이제는 없지만.. 동혃이 이별을 고하기로 마음을 먹은 날은 지성이 바라던 비오는 날이 아닌, 정반대로 너무도 화창한 날이었음. 지성이도 뭔가를 눈치챈걸까.. 어쩌다 시간이 맞아 둘다 집에 있더라도 각자 할일만 했었는데, 오늘은 산책을 권하겠지. 동혃이는 그러자고 했음. 이 산책이 끝나면, 둘의 관계도 끝인 거임.

햇볕이 따듯해서 동혃이는 기분이 좀 이상했음. 지성이가 마지막으로 원했던 날씨와 정반대였으니까.이것마저 말을 들어주지 못하는구나 싶었음. 하지만 이 지지부진한 관계를 더 이어나가고 싶지도 않았음. 둘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모든 계절에 걸쳐 심심할때마다 거닐었던 산책로에 들어섰지. 지성이랑 아무말 없이 걷는게 이렇게나 숨이 막혔던가? 새삼스럽고 어색하겠지. 지성이는 묵묵히바닥만 보며 걷고 있었음. 항상 네 모든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산책로 중간쯤에서 동혃이가 걸음을 멈추고, 지성이를 가만히 바라봤음. 지성이는 두어걸음쯤 더 가서 동혃이를 돌아보겠지.

- ..안하면 안돼?

지성이의 표정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음. 그제야 동혃이는 알아채겠지. 아, 이래서 비오는 날에 해달라고 했구나. 햇볕에 네 표정이 너무 선명해서.. 작은 표정까지 숨길 수가 없어서.. 동혃이는 지성이를 가만히 끌어안았음. 네가 감추고 싶어하는 그 표정, 내가 안볼게. 감추지 말고 마음껏 지어. 그냥.. 내가 안볼게.

- 형이 미안해.

지성이는 알고 있었음. 동혃이가 오늘 뭘 말하려 했는지. 왜 지금 자기를 끌어안는지. 언제나 다정하더니, 이럴 때마저 다정한 형이 미웠음. 그래서 동혃이가 그 한마디를 뱉어내길 그의 품에서 기다렸음. 차마 동혃이를 끌어안을 수 없어서 주먹을 꽉 쥔 채로..

- 지성아. 우리.. 그만하자.

입밖으로 튀어나와버린 그 한마디에 지성이는 작은 흐느낌도 없이 눈물만 쏟아냈음. 어떠한 설렘도, 두근거림도 없어져버린.. 아주 오래된 연인의 익숙함만 남아버린 관계가 지성이는 너무도 안정적이고 좋았는데, 동혃이는 그러지 않았다는게 지성이를 슬프게 했음. 우리는 항상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찾아왔기에.. 지성이는 동혃의 결정을 이해해주기로 했음. 원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져주는 거니까. 매번 형이 나한테 져줬는데, 이번만큼은 내가 져주는 역할이네. 지성이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동혃이를 밀어냈음.

- ..이제 다정하지마.

눈물 범벅인 눈가를 닦아주고 싶은데 이제 그럴 자격이 없는 동혃이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그 자리에서 먼저 벗어나는 지성이를 가만히 바라보겠지. 하필..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지막으로 보는 지성이 얼굴이 너무 슬퍼보여서. 동혃이는 가슴 한켠이 조금 아렸음. 그리고 한참을 가만히 서있다가,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음. 오늘 하루 집에 들어가기 힘들 것 같아서..

친구들을 불러 술을 진탕 마셨지. 세상이 핑핑 돌만큼 마시고나니까 어딘가 공허했던 마음에 물이 차는 것 같았음.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겠지. 친구들은 놀리고 난리도 아님. 근데,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거야.동혃이는 닦아낼 생각도 안하고 그냥 눈물만 쏟아내겠지. 그제야 친구들도 조용해지고.. 이 순간, 동혃이는 그냥 또 문득.. 지성이가 보고싶어졌음. 정말 너무 오랜만에.. 지성이가 미치도록 보고싶어진 거야. 그래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무작정 뛰었음. 짐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숨이턱 끝까지 차오를만큼.

문 앞에 서서 급하게 비밀번호를 치느라 두어번 정도 틀리고.. 문을 벌컥 열면, 아주 익숙한 집안 모습이 보이겠지.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달라진게 티가 남.. 같이 산 동물모양 쿠션은 2개 그대로 있는데, 신발장 한쪽을 차지하던 신발들은 없음. 기념일에 맞춘 커플 머그컵은 그대로 있는데, 칫솔은 하나밖에 없음. 수저세트는 다 2세트씩 있는데, 옷장은 반이 텅 비어있음. 우리가 함께였던 흔적들은 전부 그대로 있는데, 지성이가 없어. 동혃이는 이제야 비로소 인정하겠지. 우리 정말 끝이구나. 이미 끝났구나. 내가 끝냈구나. 이제 지성이는 없구나..


22.04.26

연반에 외사랑 지짝동을 끼얹어서 동지혁성.

해성고 1학년 이동혃 학생은 1년째 절절한 외사랑을 앓고 있었음. 그 상대가 바로 3학년 박지성 선배.. 동혃이가 중3때 그 지역 학교들 댄동이 다같이 모여서 하는 페스티벌? 같은게 있었는데 거기서 지성선배 처음 본거임. 진짜 머찐 슨배님의 모습에 그대로 폴인럽 해버리고 학교도 원래 다른 곳이 1지망이었는데 해성고로 바꿈. 주변에서는 난리도 아니지. 예고 간다던 애가 해성고 간다니께.. 그렇게 지성이랑 같은 학교 다니게 된건 좋은데 고3이라 만날 시간이 없음.. 동아리도 들긴 했는데 고3이라 오디션만 보고 그 이후로는 코빼기도 안보임ㅜ 동혃이가 맨날 지성선배 찾아대서 동아리 사람들 동혃이가 지성이 좋아하는거 다 알음. 그리고 당연히 지성이도 알겠지.. 하지만 3학년이 1학년하고 뭘해.. 그래서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꼬리 붕붕 흔들면서 좋아하는 티 팍팍 내는 동혃이 애써 모른척 할듯.

지성이는 아예 대학 갈 생각이 없어서 수능도 안보고 댄스 학원 다니는데, 동혃이는 1학년인 주제에 자기도 수능 안보고 지성선배 따라갈거라 그러겠지. 그러면 부모님이랑 담임선생님이랑 뒷목잡음. 그래도 어리니까 치기어린 마음이라 단정짓고 일단은 냅두겠지. 지성이 본인마저도 어린 애가 자기 좋아한다 그러니까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부담스러움.. 그래도 자기는 이제 졸업하니까 눈에 안보이면 금방 마음 접겠거니 하고 별다른 반응 안해줄듯. 그냥 같은 동아리고, 몇번 인사도 했으니까 아는체는 하는데 진짜 그것뿐. 하지만 그게 어린 동혃이 마음 흔드는 일인줄은 모르는 거임.

동혃이는 온마음 다해서 좋아한다고 표현하겠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좋아하는거 알 수 있을만큼. 그도 그럴게, 어쩌다 지성선배 얘기 나오면 표정부터 달라지고, 멀리서 콩나물처럼 보여도 애가 신나서 달려감. 뭐만 하면 지성선배 떠올리고, 그 선배 댄스 영상 찾아보는건 예삿일이겠지. 그런 동혃이 보면서 주변에서는 지극정성이라고 말함. 동혃이가 그럴수록 지성이는 더 부담스럽기만 할듯.. 춤 출때 빼면 조용한 성격이라 주목받는것도 부끄러운데 1학년 댄동 루키가 자기 좋아한다고 티를 팍팍 내니까.. 주변에서 좋겠다며 은근히 부추기기까지 하니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겠어. 그래서 고3 핑계 대면서(공부도 안하면서) 안마주치려고 별짓을 다 함.

그러다가 동아리 결산 같은거 하는데, 3학년이 참여하는 마지막 활동이라 어쩔 수 없이 동혃이랑 마주하게 됨. 연습실에서 어떤거 할지 정하는데, 웬 눈치 없는 애가(차기 부장임) 지성선배랑 동혃이가 페어로 춤추는거 어떻녜. 동혃이는 엄청 신나서 눈 빤짝이면서 성이 바라보겠지. 지성이는 거절하려다가 주변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함. 근데 그게 자기도 모르게 티가 나버린 거임. 회의 끝나고 부원들은 하교하고, 지성이랑 동혃이만 남아서 곡이랑 안무 정하려는데 동혃이가 머뭇대다가 지성이 부름.

- 저.. 선배.

- 응? 왜 동혃아.

- 저랑 하는거 불편하시면.. 다른거 해도 돼요. 제가 다른 형, 누나들한테는 말할게요.

지성이는 아까까지만 해도 엄청 좋아하던 애가 이러니까 조금 놀랐음. 자기랑 하는거 엄청 기대하는것 같더니 왜 이러지? 이러다가 대충 눈치채겠지. 아.. 나 때문이구나. 지성이는 여기서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음. 그도 그럴게, 동혃이가 너무 풀이 죽어있었거든. 자기는 동혃이랑 접점이 동아리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혃이 얘기는 어디서든 들려왔음. 밝고, 활기차고, 활발하고.. 긍정적인 모든 말이 다 동혃에게 어울렸음. 그런데 그런 애가 잔뜩 풀이 죽어서 주춤대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지성이는 동혃이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 싶으면서도 자기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해졌음.

- 음, 동혃아. 동혃이는 내가 좋아?

- ..네.

- 왜?

- 네?

- 우리 얘기한적도 별로 없고, 이렇게 마주한적도 얼마 안되잖아.

- ..춤출때 진짜 멋있어요. 집중하는 모습이 진짜 멋져요. 어려운 부분 봐줄때도 멋있구요. 가르쳐주는 방식이 다정해서 좋아요. 말투나 목소리가 따듯해서 좋구요. 아프거나 불편한거 바로 알아채주는게 섬세해서 좋아요. 잘 안풀릴때 볼 뿝뿝하는게 귀여워서 좋구요. 웃어주는 얼굴이 예뻐서 좋아요.- 손이 크고 곧아서 좋구요. 부끄러울 때마다 손 뒤에 숨는게 귀여워서 좋아요. 그리고..

- 그, 그만! 아잏.. 내가 물어봐놓고 들으니까 부끄럽네..

동혃의 입에서 줄줄이 이어지는 찬양이나 다름없는 말들에, 지성이는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음. 저만큼 늘어놓는걸 보니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었지. 지성이는 손부채질을 하며 동혃이를 가만히 바라봤음. 동그랗고 곧은 눈이 저를 똑바로 담고 있었지.

- 동아리 결산이 끝나면, 3학년은 동아리 활동을 안하는거 알고있지?

동혃이는 고개를 끄덕였음. 그 사실 하나 때문에 동혃이가 동아리 결산에 목숨을 거는 거였으니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지성선배와 언제 또 함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음.

- 너만 괜찮으면 동아리 결산까지 얼마든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 .....

- 하지만 그뿐이야. 나는 네가 바라는 마음을 네게 줄 수 없어. 내가 애매하게 행동하면, 그게 결국 네게는 상처가 될테니까. 나는 네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

- ..저 차인 거예요?

- 그으..게.. 그렇게 되나?

- 선배는 제가 왜 싫은지 말해주면 안돼요?

- 아닣, 싫은게 아니구..

- 그거나 그거나.. 그래서 제가 안되는 이유가 뭐예요?

동혃의 당돌한(?) 물음에 지성은 애매하게 웃으며 말했음.

- 어.. 음.. 너는 너무 어리잖아..?

- 엑.. 고작 그런 이유로?

- 우리 나이에 2살차이면 많은 거거든? 나 졸업하면 2년은 못본다는 뜻인데.

- 흠, 이유는 그게 다라는 거죠?

지성이는 좀 애매하지만 고개를 끄덕였음. 졸업까지 갈 것도 없이 동아리 결산만 끝나도 거의 못볼텐데. 그럼 자연스럽게 동혃의 마음이 식을 거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동혃이는 아니었지. 동혃이는 뭔가를 결심이라도 한듯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활짝 웃어보였음. 무슨 생각을 한건지는 몰라도 애가 평소처럼 돌아오니까 지성이는 됐다 싶었지.

- 그래도 페어는 할래요. 선배랑 같이 춤추는거 하고싶었단 말이에요.

그렇게 둘은 곡이랑 안무를 대충 정하고 각자 하교를 했음. 이후로 동혃이는 태도를 바꿨음. 전처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걸 멈췄음. 여전히 지성이를 좋아하지만, 그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만. 여느 팬처럼 행동했음. 그래서 주변에서는 동혃이가 마음을 접었나? 싶었음. 하지만 그렇다기엔 지성이랑 페어 연습을 하는 얼굴이 너무 행복해보였지.

동아리 결산까지 꼬박꼬박 지성이랑 만나고, 안무 얘기 하고, 연습하고.. 늦게 끝날때면 밥을 같이 먹기도 했지. 동혃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성이는 동혃이의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게됐음. 밝고, 활기차고, 활발하고.. 그런거 말고. 진중하고, 열정적이고, 약간은 예민한 모습까지. 동혃이의 새로운 모습을 볼때마다 지성이는 조금, 마음이 이상했음. 그리고 동아리 결산에서 동혃과 완벽한 페어를 선보였을땐, 그제서야 깨달은 거임. 아, 동혃이가 이래서 나를 좋아했구나. 자기도 모르게 동혃이에게 물들어갔던 거임. 동혃이가 자기를 아주 소소한 이유로도 좋아했던 것처럼동혃이의 사소한 버릇마저도 좋아하게 됐을 거임. 하지만 무슨 염치가 있어서 고백을 하겠음. 그리고 전에 말한대로 이제 얼굴 보기도 힘들텐데.. 지성이는 그 마음 꾹 눌러담기로 했음. 역시 사랑은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 거였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지.

결산이 끝나고, 3학년은 퇴부를 하게 됐음. 퇴부 후, 졸업까지 정말 단 한순간도 동혃이를 만날 수 없었음. 그냥 어쩌다 스쳐지나가는 정도.. 그마저도 담백하게 인사만 건네고 지나쳐야 했지. 그렇게 지성이는 졸업을 하게 됨. 알바하랴 춤 연습하랴 정신없이 생활하게 되겠지. 하지만 매일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잊지않고 동아리 결산때동혃이랑 췄던 페어 무대영상을 봤음. 그리고 다른 동혃이 영상도. 아직도 볼때마다 웃음이 나오는걸 보면 사랑이 참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누군가를 좋아해본적이 처음이라 그 미련이 더 길게 이어지는 것 같았음. 하지만 그러면 뭐해.. 이미 이루어질 수 없는데.

그러던 어느날, 연락이 한통 오겠지. 저 이제 졸업하는데 와주시면 안돼요? 동혃이었음. 지성이는 안그래도 빡빡한 스케줄을 겨우겨우 조정해서 졸업식에 찾아갔음. 오랜만에 가보는 학교는 정겨운 느낌마저 들었지. 그냥 가기 뭐해서 장미 몇송이를 포장해서, 댄스부 부원들에게 하나하나 나눠줬음. 오랜만에 보는 선배의 모습에, 애들은 감동스러워 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혃이를 마주하면, 하나 남은 장미 한송이를 건네줌. 사실 가방에 꽃다발을 준비해 왔는데.. 댄스부 부장이었던 동혃이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너무 많은 꽃다발을 들고 있어서 차마 건넬 수 없었음.

지성이는 그냥 웃으며 졸업 축하한다는 말을 했음. 동혃이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더니 어디론가 휙 달려가 버렸고, 지성이는 덩그러니 그 자리에 남게됐음. 그리고 5분도 안돼서 동혃이가 땀뻘뻘 흘리며 다시 돌아왔지. 그 많던 꽃다발은 어디뒀는지 자기가 건넨 장미 한송이만 달랑 들고 있었음. 거친 숨을 헉헉대며몰아쉬는 모습에, 지성이는 동혃이를 데려다 근처 벤치에 앉혔음.

- 잘 지냈어?

- 네헥.. 흐어.. 잠만요.. 아 힘들어..

- 꽃다발 엄청 많이 받았던데, 어쩌고 왔어?

- 엄마 차에 던져놓고 왔어요.

-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까지 연락할 생각을 했어? 연락받고 놀랐네.

- 그때 선배가 그랬잖아요.

지성이는 바닥만 보며 얘기하는 동혃이를 바라봤음.

- 내가 너무 어려서 안된다고.

동혃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성이와 눈을 맞추며 말했음.

- 이제 둘 다 성인이면 2살 차이는 많이 나는거 아니죠?

지성이가 조금 놀란 눈을 하면, 동혃이는 활짝 웃어보였음. 그 얼굴이 2년전이랑 너무도 똑같아서, 지성이는 웃음이 났지.

- 응, 그렇네. 이제는 많이 나는거 아니네.

지성이는 아까 차마 주지못했던 꽃다발을 가방에서 꺼내어 동혃에게 건넸음.

- 2년간 좋아해줘서 고마워.

그러면 동혃이는 지성이 볼에 뽀뽀나 해.. 어휴 너무 길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끗..


22.05.23

일하다가 생각난건데(일하면서 이런것만 생각함) 지성이.. 알고보니 쉬는시간에 동혃이랑 키스 했다가 얼굴 빨개진거 안가라앉아서 탈 쓴거면..? 메이크업으로 커버해보려고 해도 목까지 빨개져 있어서 도저히 커버가 안된거라면..?

제목 : 나 아이돌 촬영 스텝인데

나 이번에 컴백하는 아이돌 0ㅅㅌㄷㄹ 티저 사진 촬영할때 스텝으로 일했던 익인데.. 이번에 레전드 찍음 0ㅅㅌㄷㄹ에 ㅎㅊ이랑 ㅈㅅ이랑 사귀는듯; 둘이 쉬는시간에 나갔다 들어왔는데 ㅈㅅ이 얼굴 완전 빨개져있고 입술도 좀 부은거임 근데 그걸 나만 알아챔. 다른 스텝들 아무도 모르는것 같아서 걍 나도 넘어갔는데 ㅈㅅ이 얼굴 빨개지고 목까지 빨개져서 결국 탈 쓰고 촬영..ㅋㅋㅋ 이거 공식에서 티저 사진 올라오면 확인해봐 진짜 레알임;; 촬영 현장에서 둘이 레전드 커퀴짓함;; 그거보고 동지혁성 시작했다 얘네는 레알임

+추가)

스텝 인증하라는 댓이 많아서 인증함

(어쩌구저쩌구 관련 사진)

그리고 ㅎㅊ이랑 ㅈㅅ이 실물 진짜 미쳤음 사람 아님 걍 곰돌이랑 햄스터임 완전 귀엽고 잘생기고 다 함

익게에 이런 글 올라오면 어떡하냐고


22.05.23

헤어진지 한달정도 된 동지.. ㅈl성이는 아직도 술만 마시면 동혃이 찾고, 동혃이는 아직도 ㅈl성이 이름이 애기임.. 동혃이 맨날 ㅈl성이가 술 취해서 좋아한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카톡 보내면 나도 좋아한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답장 보내놓고 삭제함. 그리고 헤어졌으니까 이러지 말라고 다시 보냄..

근데 알고보니 ㅈl성이 그렇게까지 취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냥 카톡 보내는 거였고.. 동혃이 진심도 미리보기로 맨날 보고있었음.. 동혃이가 답장 지우고 이러지 말라고 보내면 그제서야 취할만큼 술 마시는 거임. 진짜 아무것도 못할만큼 들이부음.. 근데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왜 이렇게 슬픈 거야..ㅈl성이 맨날 술 먹고 울어서 친구들은 ㅈl성이 주사가 우는건줄 앎. 하지만 동혃이는 애기 주사 알잖아.. 술 먹으면 얌전히 자는거 알잖아.. ㅈl성이가 그렇게 취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취한척 카톡 보내는 것도 알고, 자기가 지운 답장도 봤을 거 알고 있음. 하지만 매번 모른척하는 거임.

이렇게라도 안하면 ㅈl성이하고 연락 못할테니까.. ㅈl성이한테 사실 내 진심은 이렇다 말 못할테니까..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다시 만나지 못하는 동지.. 다시 만나면 또 같은 상처를 입게 될까봐 차마 다가가지 못하는 동지..

가 보고싶었습니다


22.06.08

센센에 범죄요소, 약혐관 쓰까서 동지혁성

동혃이는 불 능력 쓰는 센티넬임. 항상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다니는데 자기가 원할때 불을 붙여서 방화를 저지름.. 그리고 그런 동혃이를 전담하는게 지섷이. 지섷이는 물 능력 쓰는 센티넬임. 맨날 동혃이 감시하다가 어디 불이라도 나면 바로 끄는 역할임. 공기 중에 산소랑 수소를 결합시켜서 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 장소에 제약이 없어서 신출귀몰한 동혃이 전담하게 됐음. 동혃이 맨날 평범하게 아디다스 져지에 검은 캡모자 눌러쓰고 다니는데 지섷이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동혃이 바로 찾아낼 수 있음. 맨날 자기가 일 칠때마다 나타나서는 겁내 매정한 표정 지으면서 불 다 꺼버리는 지섷이를 처음엔 겁내 싫어하다가, 나중에는 치근거릴듯. 어딜 가든 지섷이가 나타나고, 곧장 자기 찾아내니까 지섷이 오는거 기다렸다가 애기 왔어? 이럼. 지섷이 질색하면서 동혃이한테 물 쏟아버리는데, 동혃이는 겁내 좋아하면서 불 지펴서 몸 말림.

동혃이는 아예 열기도 다룰 줄 알아서 지섷이한테 열기 훅 끼치게 하면 지섷이는 인상 팍 구기면서 동혃이 노려봄. 근데 이동혃 지섷이가 질색하는 표정 겁내 좋아해서 타격 제로임. 애가 말랑말랑하게 생겨서는 자기한테만 팍팍하게 구니까 걍 웃기고 재밌음. 애기야 좀 웃어봐. 웃는거 귀엽던데. 이러고 치근대면 지섷이 완전 질색하면서 동혃이 팔 구속시키고 입에 물고 있는 성냥도 뺏어버림. 근데 동혃이 맨날 지섷이한테만 순순히 잡혔다가 다른 사람한테 인계하려고 하면 냅다 도망쳐서 지섷이는 성가셔 죽겠음.

그러다가 지섷이 컨디션 완전 별로인 날에 동혃이 일로 호출되면 예민미 만땅인 얼굴로 이동혃 노려보는데 동혃이 그거 보고 서면(뭐가) 어떡함. 부스스한 머리 휙휙 뒤로 넘기면서 짜증어린 눈으로 동혃이 쳐다보는데 이동혃 순간 입에 물고 있던 성냥 떨굼.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이면서 능력 제어가 안되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진 성냥에 화륵 불 붙어버리고.. 순식간에 그 주변이 완전 불바다 되어버리면 지섷이가 귀찮다는 듯이 손 휘휘 저으면서 비 내리게 해서 불 다 끔. 한가운데서 비 쫄딱 맞고있는 동혃이 보면서 수갑들고 걸어오는데, 앞에 마주서면 동혃이가 갑자기 지섷이 들쳐업고 튐.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지섷이 어이없고 짜증나서 이동혃 퍽퍽 치는데 꿈쩍도 안하...진 않고 아픈거 참으면서 냅다 뛰어감.

쫓아오던 지원팀 따돌렸을 때쯤 좁은 골목에 들어가서 지섷이 내려놓고 열기로 물기 말려줌. 지섷이 맨날 자기는 젖어본적이 없는데, 자기 말려주는 동혃이 열기가 따끈하고 기분 좋아서 눈 스륵 감고 걍 있을듯. 그리고 그런 지섷이 가만히 바라보던 이동혃.. 자기도 모르게 뺨 감싸고 키스할듯. 지섷이 순간 놀래서 눈 번쩍 뜨고 동혃이 밀어내는데 이번엔 진짜 꿈쩍도 안하고 진득하게 입 맞추면서 지섷이 몰아붙임. 그러면 지섷이 당황해서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닿으면 어쩔 수 없이 동혃이 팔에 가둬져서 키스 당하는 거임. 짜증나는데 키스 너무 잘해서 다리 힘 풀릴 것 같음.

한참 혀 섞다가 입술 떼어내면 지섷이가 동혃이 뺨 한대 때리고 노려봄. 근데 방금까지 키스하고 있어서 원래도 도톰한 입술 더 부었지,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지, 눈꼬리엔 눈물 맺혀있지.. 동혃이 진짜 못참겠어서(뭐를) 지섷이 끌어안고 목덜미에 입맞출듯. 몸 바짝 붙이고 살결따라 입 맞추다가 혀로 슥 핥아올리면 지섷이 소름 쫙 끼쳐서 동혃이 밀어내는데, 동혃이 좀 떨어지는듯 싶더니 입술 닿을랑말랑한 거리에서 지섷이랑 눈 맞춤. 지섷이는 불안정한 능력 제어 때문에 붉은기가 일렁이는 눈동자에 자기가 비치니까 기분 이상함. 묘한 분위기에, 약하게 느껴지는 더운 숨결, 키스 때문에 두근거리는 심장.. 지섷이 진짜 오늘 컨디션 별로다.. 이러면서 충동적으로 눈 감고 동혃이 잡아당겨서 입 맞출듯. 그러면 동혃이는 놀라지도 않고 몸 바짝 붙이고 혀 섞는거임.

좁은 골목에 질척이는 소리와 미약한 신음소리만 들리다가, 주변에서 끝까지 쫓아온 지원팀 소리 들리면 그제서야 정신 차린 지섷이가 동혃이 밀어내고 입술 짓씹다가 골목 도망치듯 빠져나감.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동혃이는 주머니에서 성냥 한개비 꺼내다가 입에 물고 반대방향으로 걸어감. 손끝에는 지섷이 개인 사무실 보안키 들고 있음.


22.06.13

센가인데 약간의 집착, 짭근친을 섞어서 동지혁성 (약 젠성 + 약약약 맠성)

이씨 집안에 입양된 지섷이 얘기 쓰고 싶음. 근데 센가를 곁들여서.. 이맠크 이졘오 이동혃 셋이 형제인데 이마저도 다 입양된, 피 한방울 안섞인 사이임. 이씨 형제가 한집에 입양된 이유도 그들이 강력한 능력을 가진 센티넬이었기 때문임. 맠크는 전기, 졘오는 얼음, 동혃이는 불. 모두 S급. 오로지 필요에 의해서 입양된 자식들이니 마땅히 받아야할 사랑을 받지 못한채 자랐음. 그래서 조금 성격이 뒤틀린 부분이 다들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첫번째로 입양된 동혃이가 가장 심했음. 자기 몫을 빼앗긴다는 느낌을 다른 형제들이 입양될 때마다 느껴야 했음. 심각한 애정결핍이 원인이었지.

여느 때처럼 전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낯선이가 있었음. 그게 바로 지섷이.. 아버지는 새 동생이라며 소개했지만, 얘 이름은 박지섷이었음. 이씨 집안에 웬 박씨? 셋은 각자 다른 반응이었지만, 모두 이해 안된다는 반응이긴 했음. 특히나 동혃이는 거부 반응이 심했지. 그리고 덧붙여지는 S급 가이드라는 말. 그 말에 동혃이는 눈을 빛냈음.

다들 전투를 끝마치고 온 터라 만신창이였기 때문에, 지섷이는 곧바로 악수를 하며 접촉 가이딩을 해줬음. 맠크, 졘오를 해주고 동혃이만 남았지. 동혃이는 지섷이 앞에 서서 그가 내미는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냥 다짜고짜 입술을 부볐지.지섷이는 놀란듯 했지만 이내 가이딩을 해줬음. 그렇게 가이딩이 끝나고나면 지섷이는 대충 동혃이를 떼어내고 입술을 닦아냈음. 어쩔 수 없이 했다지만 표정은 다 썩어있었지. 동혃이는 그런 지섷이에게 강한 소유욕을 느꼈음. 누구보다 빠르게 그를 선점하고 싶었지. 그래서 그날 이후로도 동혃이는 가이딩을 받아야할 때마다 굳이 키스를 했음. 심하게 다친 날에는 몸을 섞는 날도 있었지. 호적상으로는 형제였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았음. 어차피 진짜 형제도 아니잖아.

지섷이와 맠크, 젠오는 가벼운 스킨십만으로 가이딩을 끝내곤 했는데, 동혃이는 절대 그럴 마음 없었음. 가장 먼저 몸을 취하고, 다른 형제들을 경계했음. 맠크랑 졘오는 쟤 또 저러네 하고 말음. 하지만 지섷이는 오로지 가이딩 목적으로만 입양된 아이니까, 다른 형제들이 다쳐오면 무조건 가이딩을 해줘야 했고, 그 정도가 심하면 더 강한 가이딩을 해줘야 했지. 그래서 맠크가 심하게 다쳐온 날, 지섷이는 처음으로 동혃이가 아닌 다른 이와 입을 맞췄음. 솔직히 키스로 끝날 상처가 아니었는데 맠크가 됐다고 키스 짧게 하고 걍 방으로 들어가 버렸지.

그리고 거실에서 그러고 있는 모습을 봐버린 동혃이.. 맠크가 사라지자마자 지섷이한테 가서 바로 입술 부빔. 지섷이는 그게 너무 짜증났음. 진짜 왜 이래? 가이딩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의 동혃이를 받아줄 마음이 전혀 없었던 지섷이는 동혃이를 떼어내고 노려보다가 자기 방으로 돌아갔음. 상한 기분을 풀어보려 암막커튼을 치고 무드등을 약하게 켜고 좋아하는 플리를 틀었음.

잠시 후,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음. 딱봐도 이동혃은 아니었고(걔는 노크 안함) 누구세요? 하니까 졘오가 문 째끔 열고 쳐다보겠지. 들어가도 돼? 하고 묻길래 작게 고개 끄덕이니까 은은한 조명이 졘오를 비추면서 옆구리 찢어진거 다 보이겠지. 이제보니까 엉망진창인 상태.. 지섷이 좀 놀래서 몸 벌떡 일으키는데 어느새 코앞까지 온 졘오가 지섷이 어깨 잡고 키스함. 누구랑은 다르게 다정하고 조심스러운 키스.. 오버워크 때문에 능력 제어가 안돼서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몸이 가이딩을 하면서 점점 따듯해졌음. 어느정도 안정이 되고나서 입술 떼어내면 졘오가 지섷이 머리 한번 쓰다듬고 고맙다며 방 나가겠지. 그러면 지섷이는 괜히 자기 머리 한번 매만짐.

졘오가 지섷이 방 나오는거 본 동혃이.. 서늘한 눈으로 졘오 쳐다보면 졘오는 그냥 씨익 웃어보이곤 자기 방으로 돌아감. 동혃이는 왠지 모르게 속이 답답한 느낌에 주먹 꽉 쥐고 있음. 이제껏 제 것을 빼앗긴게 한두번이 아닌데 왜 박지섷은 포기가 안되는지. 정작 박지섷은 저한테 관심은커녕 싫어만 하는데.. 그렇게 동혃이는 자기 감정이 뭔지도 모른채 지섷이랑 거리를 뒀음. 지섷이를 볼수록 더 다가가고만 싶었거든. 근데 지섷이의 반응을 보면 상처만 받았으니까.. 정말 필요한 상황이 아닌 이상, 접촉을 피했음.

이런 동혃이의 변화가 지섷이는 반갑기만 했음. 그리고 그 즈음에 졘오는 지섷이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음. 동혃이가 집착을 줄인 지금이 기회였지. 지섷이는 누구랑은 다르게 친절하고 매너 넘치는 졘오가 좋았음. 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동혃이가 떠올랐지. 비교할 것도 없이 졘오가 훨씬 좋은 사람인데도 자꾸만 동혃이가 생각났음. 졘오는 지섷이를 찾는 빈도를 늘려갔고 굳이 가이딩이 필요하지 않아도 지섷이와 입을 맞췄음. 꼭 연인처럼 구는 졘오가 지섷이도 그닥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뒀지.

그러던 어느날.. 이씨 형제들 모두 전투에 나갔다가 귀가를 했음. 모두 피투성이 만신창이였음. 지섷이는 현관에서 기다리다가 졘오와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맠크와 끌어안고 짧게 입을 맞추고.. 동혃이는 지섷이를 한번 세게 끌어안고 지나쳐 갔음. 모두 방에 들어가고 거실에 혼자 남은 지섷이는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음. 전에는 싫을 정도로 가이딩 받더니 정작 필요할땐 왜 안받는데. 왜 피하는데. 왜 신경쓰이게 그러는데.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주먹만 꽉 쥐고 있다가 오랫동안 자르지 않은 손톱에 손바닥이 패일때쯤 동혃이가 방에서 나왔지.

소리가 나길래 고개를 돌렸더니 딱 눈이 마주쳤음. 그리고 지섷이 눈에서는 눈물이 툭 흘렀지. 이에 당황하는건 동혃이었음. 놀래서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을 닦아줬음. 왜 그래. 왜 울어. 이다지도 다정하게 할 수 있었으면서. 지섷이가 동혃이 손 치워내면 동혃이는 그 찰나에 지섷이 손바닥에 난 작은 상처 발견하고는 손 끌어다가 매만짐.

- 언제 다쳤어? 연고 가져올게, 기다려.

이러고 한걸음 떨어지려고 하면, 지섷이가 동혃이 옷자락 붙잡고 잡아당겨서 키스함. 가이딩 목적이 아닌 키스는 처음이어서 동혃이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동안 채워지지 않았던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에 더욱 깊이 입을 맞췄음. 숨이 헐떡일 때쯤 입술이 떼어지면, 평소에 봐오던 경멸에 가까운 표정이 아닌 눈물 범벅인 얼굴이 보이겠지.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인 눈..

- 짜증나. 너 진짜 짜증난다고.. 재수없게 구는데 왜 자꾸 마음에 들어차는 거야.. 왜 자꾸 신경 쓰이는 거냐고..

지섷이의 말에, 동혃이도 그제야 알아챘음. 왜 지섷이가 포기가 안되는지. 언제부터 그에게 닿고 싶었는지.. 동혃이는 지섷이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그가 마음속에 들어차고 있었음.

- 내가.. 너를 좋아하나봐. 아니, 너를 좋아해. 네가 온전히 내 것이었으면 좋겠어.

발갛게 부은 눈가를 엄지로 어루만지다가 뺨에 입을 맞추며 잔잔히 고백을 해오는 동혃이를 가만히 바라봤음.

- 나는 온전히 내꺼야. 내 일부라도 형..의 것으로 하고 싶으면 아주아주 다정하게 해줘야할걸.

- 응, 그럴게. 아주 다정하고 소중하게 대할게.

동혃이 지섷이를 꼭 끌어안으며 말하자, 지섷이는 동혃이의 허리를 감싸안았음. 작은 일부라지만 온전히 자신의 것을 가질 수 있다는 마음이 동혃을 안정시켰음. 이때, 졘오의 방문이 살짝 열려있다가 아주 조용히 닫힌걸 지섷과 동혃은 알 수 없었음.


22.06.15

박ㅈl성이 아는 미래에 이동혃은 없었다. 는 문장으로 타임리프? 회귀? 동지혁성 보고싶다.

박지섷은

중학생 때 처음 댄스부에 들어 춤을 시작함.

고등학생 때 댄스부 메인 무대에 나가는 최초의 1학년이 됨.

고2 때 축제 공연 직전 발목 부상을 입어 무대에 서지 못함.

고3때 실기 전형으로 대학 붙어서 수능 안보고 댄스학원 다님.

대2 때 좋은 기회로 댄스크루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는데춤 연습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서 무산됨.

이후, 이제껏 쌓인 부상으로 허리와 발목이 회복이 안되어 춤을 포기하게 됨.

이라는 미래를 13살때부터 알고 있었음. 어느날 문득 '아, 나 과거로 돌아왔구나.' 하고 깨달은거임.

지섷이가 기억하는 미래에서는 춤을 포기한 이후, 대학교는 자퇴하고 알바로 근근히 먹고 살다가 아는 형이 창업한 스타트업 회사에 취직했음. 그냥저냥 평범하게 살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후 기억은 없는걸 보니 죽었나? 큰 감흥은 없었음.  곧 중학생이 되니까 댄스부에 들어야겠다. 앞으로 자기가 해야할 일들만 떠올릴 뿐이었음.

지섷이는 자기가 아는 미래를 잘 활용했음. 큼직한 사건들은 어찌됐거나 일어날 것이고, 자잘한 사건들도 딱히 바꿀 마음은 없었음. 다만 부상에는 각별히 신경을 썼지. 이번 생에서도 부상으로 꿈을 포기하긴 싫었으니까. 그렇게 지섷이는 중학교 때 댄스부에 들어 춤을 시작했고, 고1 때는 댄스부 최초로 메인 무대에 섰음. 고2 때는 발목을 안다치게 조심하면서 연습을 했고, 그 결과 부상 없이 축제 무대에 서게 됐음. 그런데 이게 잘못한 거였을까. 예상치 못하게도 지섷이의 기억에 없는 한 존재가 인생에 끼어들기 시작했음. 지섷이네 학교 축제에 공연 온 옆 학교 댄스부 이동혃. 지섷이가 무대하는 모습을 뒤쪽에서 얼빠진 듯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대뜸 말을 걸었음.

- 너 진짜 춤 잘 춘다. 이름이 뭐야?

지섷이는 당황했음. 이제껏 자기가 아는 미래에 맞춰 대충 비슷하게 살아왔는데, 이동혃이라는 존재는 너무 큰 변수였음. 지섷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 동혃이는 머쓱하게 웃었음. 지섷이는 이동혃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으나, 어차피 미래를 바꾸려고 했으니 이런 작은 인연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었음. 그렇게 지섷이와 동혃이는 연락처를 교환하고 이따금씩 얼굴이나 보는 친구가 되었음.

이후로도 고3때 실기 전형으로 대학 붙었고,수능 안보고 댄스학원을 다녔음. 이동혃과 함께. 지섷이는 자기가 만들어낸 작은 인연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지 전혀 예상치 못했음. 회귀 전에는 혼자 다녔던 댄스 학원을 이제는 동혃과 함께 다녔고, 말을 들어보니 지섷이가 입학 예정인 학교에 동혃이도 입학 예정이라고 했음. 일어날 사건은 반드시 일어났음. 그런데 거기에 계속 이동혃이 걸쳐있을뿐.

그러다가 지섷이가 아는 미래와는 전혀 다른 일이 발생하게 됨. 회귀 전에는 댄스부에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오디션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동아리를 만들게 된 거임. 동아리에 가입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애초에 지섷이가 댄스크루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동아리 덕분이었는데.. 지섷이는 너무도 달라져버린 흐름 때문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음. 꿈을 이루기 위해 회귀를 한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꿈이랑 멀어지는거 아닌가.. 이러는 와중에, 이번에도 껴있는 이동혃..

지섷이는 처음으로 동혃이라는 변수 때문에 일이 틀어지는게 아닐지 고민하게 됨. 애초에 동아리를 만들게 된 것도 동혃이가 하자고 해서... 어라? 지섷이는 자기 기억과 다른 모든 부분에 동혃이가 있다는걸 알게 됐음. 애초에 동혃이의 존재가 기억과는 다르니까 다른 부분은 생각지 못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흐름을 뒤트는건 모두 동혃이 하는 일이었음. 뭐지? 이게 다 우연일까? 한번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음.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지섷이는 동혃이를 예전처럼 대하기 어려워졌음. 그게 남들이 눈치챌만큼은 아니었는데, 당사자는 모르기 어려울 정도로.. 하지만 동혃이는 아무렇지도않은듯 지섷이를 전처럼 대했음. 남들이 보기엔 좀 유별나게 친한 친구 정도로 보였는데, 정작 본인들은 선이 그어져있는 미묘한 관계가 이어졌음.

그리고 기존과는 달리 새로운 사람들과 만든 동아리 활동을 하던중.. 또 좋은 기회로 댄스크루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음. 어쨌거나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이게 증명되는 순간이었음. 이제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꿈의 순간.. 지섷이는 축제 무대처럼 자기가 조심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음.

하지만 허리를 다치는 것도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던 걸까.. 지섷이는 또 다시 허리를 다치고 크루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음. 이 일로 지섷이는 크게 절망했음. 또 다시 춤을 포기하고 적성에도 안맞는 일이나 하며 살다가 교통사고로 죽어야 하는거야? 왜.. 이럴거면 왜 돌아온거야..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속앓이였음. 댄스크루 입단이 무산된 소식은 동아리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퍼졌지. 다들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며 지섷이를 위로했지만 지섷이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음. 다른 기회는 없어. 없었단 말이야. 속으로는 다 무너져가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극복한척 밝게 지냈음.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지섷이가 잘 극복한줄만 알았지. 그런데 동혃이가 그러는 거야.

- 기회는 또 와. 전이랑 다르게 이번엔 이게 첫 부상이잖아.

뭐라고? 지섷이가 동혃이를 바라보면 동혃이는 작게 웃어보이곤 지섷이 머리 헝클임. 분명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동혃이는 말해주지 않았음. 아무리 캐묻고 은근히 떠봐도 안넘어왔지.

동혃이도 회귀했나? 이 생각이 딱 들자마자, 지섷이는 그동안 있었던 틀어진 흐름들이 떠올랐음. 동혃이도 회귀자라면, 자기처럼 미래를 바꾸려 했을테니까 흐름이 틀어지는건 당연한 거였음. 그렇다면 동혃이가 바꾸고자 했던 미래는 뭐였을까. 지섷이는 그게 자기랑 연관이 되어있을 것만 같았지만, 박지섷이 아는 미래에 이동혃은 없었음. 어디서부터 꼬인건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음.

어찌됐건 시간은 흘렀고, 지섷이의 허리도 완전히 회복됐음. 이번이 첫 부상이었으니 춤을 포기할 일도 생기지 않았고, 동혃이 말처럼 또 다시 좋은 기회가 닿았음. 지섷이가 댄스크루 활동을 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동혃이는 연락이 잘 되지 않았음. 언제나 칼답이었는데 이제는 몇시간은 기본이고 어떤 때는 하루이틀 뒤에야 답이 오기도 했음. 지섷이는 그런 동혃이가 좀 걱정되었지만 너무 바쁜 탓에 큰 신경을 쓰진 못했음.

그러다가 동아리 부원에게서 연락을 하나 받았지. 동혃이랑 연락 되냐는.. 동혃이가 갑자기 잠수를 타버렸다는 거였음. 분명 며칠 전에도 연락을 했는데? 그제야 채팅방에 들어가본 지섷이는.. 동혃이와의 마지막 연락이 일주일이나 지난걸 봤음. 지섷이는 뭔가 싸한 느낌에 리더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습실을 빠져나왔음. 그리고 동혃이네 자취방으로 무작정 달렸음.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려 하는데 자꾸만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거야. 지섷이는 당황해서 문을 쾅쾅 두드렸음.

- 동혃아! 동혃아 안에 있어? 문 좀 열어봐!

잠시 뒤, 열린 문에서는 전혀 모르는 얼굴이 나왔지. 짜증이 가득 섞인 얼굴이었음.

- 어, 어.. 누구세요..?

-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요? 원래 살던 사람 일주일 전쯤에 나갔어요.

- 아.. 죄,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고 돌아서서 힘 빠진 걸음으로 건물을 빠져나왔음. 도대체 어디있는 거야.. 동혃이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전혀 아니었다는게 이상한 기분을 들게했음. 목적지도 없이 본능이 이끄는대로 한참을 걷고나니 도착한 곳은 지섷이가 고등학생 때부터 자주 가던 연습실이었음.

크루에 들어가고 나서는 크루 연습실이 있어서 잘 가지 않았던 곳이었음. 지섷이는 자기가 왜 이곳에 왔는지도 모른채 연습실에 들어섰음. 그리고 그 안에는 동혃이가 있었지.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동혃이를 보곤 지섷이는 왠지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 성큼성큼 동혃이에게 다가갔음. 버럭 화라도 내려고 했는데, 동혃의 상태가 이상했음. 고요하게 누워있는 모습이 꼭.. 지섷이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전에 동혃이를 흔들었음. 일어날 거야. 반드시 일어날 거야. 하지만 동혃이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음. 왜 안일어나. 일어나. 일어나라고 이동혃..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툭 흘리자그제서야 동혃이가 스륵 눈을 떴음.

- 어? 나 왜 안죽었지.

태평하게 저런 소리나 하는 동혃이 때문에 지섷이는 그제야 화를 버럭 냈음.

- 그게 할말이야!?

엉엉 우는 지섷이를 동혃이가 몸을 일으켜 끌어안았음. 토닥이는 손이 전이랑 다르게 너무 차가워서 지섷이는 더 서럽게 눈물이 났음.

겨우 진정을 하고나서야 둘은 나란히 누워 얘기를 나눴음. 사실 회귀는 동혃이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었고, 동혃이가 바꾸고자 했던 미래는 '지섷이가 춤을 포기하는 것'. 지섷이가 춤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는 미래를 옆에서 도왔던 거임. 동혃이는 지섷이를 고1 때부터 알았고, 고2 축제 무대에 원래는 서지 못했던 지섷이가 선 걸 보고 미래가 바뀌었다는걸 알아챈 거임. 그래서 자기가 더 적극 개입을 해서 지섷이의 미래를 바꿔나갔음. 그 반동으로 몸에 무리가 오는건 혼자 오롯이 감당해야 했음. 미래가 기존 흐름에서 틀어질수록 반동은 심해졌고, 지섷이가 꿈을 이뤘을 때에는가장 큰 반동이 올거라고 생각해 혼자 조용히 정리를 하고 있던 거였음. 그 말에 지섷이는 동혃이 어깨 한대 침.

- 내 미래는 내가 정하는 거야!! 왜 네가 그걸 감당하면서 내 미래를 바꾸는데!

동혃이는 그제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음. 어.. 그러게? 정말 이제껏 인식도 못하고 있던 건지..

- 네가 내 인생에 개입해서, 네가 너무 큰 존재가 됐으니까 앞으로의 인생도 네가 책임져야돼.

- 엥.. 너 꿈 이뤘잖...

- 바보야! 내가 너 좋아한다고!!

씩씩대며 고백 갈긴 지섷이랑 그제야 자기 감정 눈치챈 동혃이랑 행복하게 연애하며 살았습니다~


22.06.21

컬러버스를 약간 변형시켜서 온세상이 흑백이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것만은 컬러로 보이는 동혃이.. 자기 그림에 자부심과 애정이 넘쳐나서 자기가 그린 그림은 색이 보임. 세상이 흑백이니까 그림은 강렬한 색 위주로 그리겠지. 강렬한 원색 위주의 과감한 드로잉이 동혃이 그림의 특징임.

동혃이의 화풍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려서 유명세를 타는건 좀 오래 걸렸는데, 한번 입소문 타기 시작하니까 그 가치가 훅훅 올라갔음. 특히 색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동혃의 그림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음. 그만큼 시선을 당기는 그림이 세상에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여느 예술가들이 그렇듯 동혃이도 어느 순간 슬럼프가 찾아오게 되고.. 자기가 사랑하던 그 그림들이 전부.. 흑백으로 보이게 됨. 색을 잃은 그림은 동혃의 눈에 모두 쓰레기로 보였지.. 그래서 그토록 사랑하던 그림들을 제 손으로 불태움. 애지중지 아끼던 그림들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봐도 슬프거나 아깝지가 않다는게.. 그 사실이 동혃이를 슬프게 했음. 그렇게 그냥 회색빛으로 보이는 불을 보며 멍을 때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가 소리치며 달려옴.

- 여기서 불장난 하시면 안돼요!

이미 다 죽어버린 마음은 그 남자를 신경 쓸 가치도 못느꼈음. 그런데 그 남자.. 멀리서부터 양동이를 들고 뛰어온건지 냅다 불을 향해 물을 쏟아버렸음. 불길은 사그라들고 희뿌연 연기만 폴폴 올라왔음. 동혃은 타다 만 그림이 마음에 안들어서 인상을 팍 구기고 남자를 바라보는데..

- 그림..? 이미 다 타버렸네..

퐁퐁 물방울 같은게 터지면서 색이 번지기 시작했음. 어릴때, 처음 그림을 그렸던 그 순간처럼 눈에는 빛이 돌았음. 이 사람이다. 그게 뭘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음.

분명 이 사람이 나의 ——이다.

동혃은 반 이상 타버린 그림이 마치 자기 그림인듯 아쉬움이 잔뜩 묻은 얼굴을 한 남자의 손을 잡았음. 남자는 좀 놀란듯 손을 홱 빼버렸지만. 동혃은 급하게 주머니를 뒤져 명함을 찾았음. 하지만 그림 태우러 나왔는데 명함을 들고 나왔을리가.. 심지어 지갑이나 휴대폰도 싸그리 안가져옴. 이 사람한테 자기가 누군지 말해줘야 하는데,  안되면 연락처라도 받아가야 하는데.. 마음 조급해진 동혃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남자가 동혃의 손을 잡고 진정시켰음.

- 괜찮아요? 왜 그래요? 뭐 필요해요?

- 당신 이름이랑 연락처요! 저는 이동혃이구요, 화가에요. 그런데 슬럼프에 빠져서 그동안 그렸던 그림들이 다 마음에 안들어서 태우고 있었는데, 당신이 나타났어요. 당신이 제 세상에 색을 넣어줬어요.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이 제 뮤즈가 되어주면 좋겠어요.

숨도 안쉬고 말을 쏟아내는 동혃을 보면서 남자는 얼떨떨한 얼굴을 하더니 음.. 하고 생각에 잠겼음. 솔직히 오늘 처음 본 사람이고 믿을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으니 거절당해도 할말은 없었음. 그래서 명함이랑 스펙 뽑아서 보여줄 생각이었음.

- 그.. 뮤즈는 뭘 하는데요?

이건 예상 못했는데.

- 제 작업실! 작업실 보여드릴게요!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는 동혃이 남자의 손을 꼭 잡고 말했음. 반듯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수많은 영감을 떠올리게 했음. 남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동혃은 신이 나서 제 작업실로 향해 걸었음.

- 근데 이름이 뭐예요?

- 아, 박지섷이에요.

작업실 근처 공터에 있던 터라 금방 작업실에 도착했는데, 이미 가지고 있던 그림들은 다 태워버린 후라 보여줄 그림이 하나도 없었음. 아무것도 없이 도구들만 잔뜩 놓인 작업실이 뭐 그리 신기한지 지섷은 기웃대며 구경하고 있었지.

- 뮤즈는.. 뭘 하면 되냐고 물었죠?

- 아, 네!

- 보여줄게요.

지섷이는 광채가 도는 생기 가득한 눈이 참 예쁘다고 생각이 들었음. 동혃의 손에 이끌려 소파에 몸을 앉힌 지섷이는, 제 손에 쥐어지는 초코우유를 홀짝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혃이를 구경했음. 구석에서 이젤을 직직 끌고오더니 커다란 캔버스를 올려두고, 휙휙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음. 물감으로 옷이며 얼굴이 엉망이 되는 줄도 모르고 잔뜩 몰입한 동혃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지섷은 작게 웃었음. 그렇게 한참을 그림에 집중하던 동혃이 어느정도 완성이 된건지 지섷에게 다가왔음.

- 뮤즈가 하는게 이런 거예요.

동혃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선 지섷이 완성된 캔버스 앞에 섰음.그동안 그려왔던 강렬하고 과감한 드로잉이 아닌,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그림이었음. 너무 아름답고 빛나서 지섷은 작은 감탄사도 뱉지 못하고 그림을 가만히 바라봤음.

- 지섷씨가 나한테 보여준 색이에요. 이게 지섷씨의 색이에요.

- .....

- 아직 1차 드로잉밖에 못해서 좀 민망하네요.

- 너무 아름다워요..

- 완성되면 지섷씨 줄게요.

- 네? 이런.. 이런걸 제가 받아도..

- 이건 지섷씨의 색이니까.

그렇게 작업실에서 얘기를 더 나누다가 연락처를 교환하고 작업실을 나왔음. 지섷은 저기 뒤에서 손을 붕붕 흔들고 있는 동혃에게 작게 손인사를 해주고 돌아서 걸었음.얼마 떠있지 않은 별을 올려다보며 걸어가던 지섷이 제 손목 언저리에 묻은 노란색 물감을 바라봤음. 비싯비싯 웃음이 흘러나왔음. 내가 그 사람의 뮤즈라니. 화풍이 바뀐건 좀 아쉽지만 그게 오로지 저로 인해 바뀐거니 그마저도 행복했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선 지섷의 집에는 동혃의 그림이 잔뜩 걸려있었음. 온통 흑백이던 세상에 유일하게 색을 가졌던 그림. 그 그림을 사랑했던 지섷은 동혃의 전시회는 하나도 빼지않고 다 가봤음. 그러다가 동혃을 보게된 거임. 마치 그의 그림처럼 강렬하게 색을 뿜어내던 그 모습에 지섷은 그림뿐만 아니라 동혃을 사랑하게 됐음. 그저 뒤에서 조용히바라만 보는 것도 행복했는데, 그가 직접 뮤즈가 되어 달라고 하다니.. 이런게 운명 아닐까.


22.06.27

꽃받침하면 하트동공되는 지섷이 보고싶음.

꼭 두손으로 꽃받침해야 하트동공으로 변해서 지섷이 맨날 꽃받침 큼지막한 자기 한손으로 하는데 뭣도 모르는 동혃이가 백허그로 안듯이 하면서 양손 꽃받침 해버린거. 지섷이 동공 변하는거 느껴져서 고개도 못들고 얼굴도 가리는데, 사람들 잔뜩 있고 카메라도 돌고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함. 그거보고 오히려 당황하는건 동혃이임. 껴안고 치근대고 장난치는게 한두번도 아닌데, 그거보다는 훨씬 라이트한 스킨십인 꽃받침 가지고 저렇게 부끄러워한다고? 그러다가 고개 살짝 든 지섷이 눈이 평소랑 다른거 보고 최대한 침착하게 귓속말로 멀어서 안보여 괜찮아 이런말 해주면 너 유죄. 최대한 다른 멤버들이 못보게 가려주고 무대 내려와서 하트동공 해제법 물어봄. 그럼 지섷이가 눈도 못맞추고 귀 빨갛게 물들이고 볼뽀뽀... 이러면 좋겠다. 그리고 동혃이가  세상담백하게 볼뽀뽀 해주면 하트동공 풀리고 둘다 얼굴 불타는 고구마됨. 그리고 둘이 사귀든지 말든지..


22.06.28

센티넬버스에서는 센일보다 가일을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일반인한테는 가이딩이 통하지 않아서.. 일반인인 지섷이가 아프거나 다쳐도 가이드인 동혃이가 치유해줄 수 없다는게 넘 좋음. 그래서 무력감을 느끼는거. 물론 가이딩이 아니어도 치료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만 가이딩 한번이면 싹 나을 수 있는걸 일반인이라 해줄 수 없다는게..

지섷이가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 크게 다쳐서 생과 사를 오가는 순간조차 지섷이를 구해줄 수 없고, 구급대원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순간에 동혃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방사 가이딩을 풀고 아무리 끌어안고 입을 맞춰도 지섷이는 회복되지 않음.. 심지어 동혃이가 등급 높은 가이드라 그 순간에도 호출을 받는다면? 그러면 동혃이는 어떻게 행동할까? 만약에 정부 혹은 소속기관에서 지섷이를 데리고 딜을 걸었던 거라면 어쩔 수 없이 다친 지섷이를 두고 가야만 하겠지. 지섷이를 지키기 위해 지섷이를 방치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거임.

그때의 동혃이는 무력감 MAX로 찍고 이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섷이를 지킬 수단이 이 일밖에 없음을 알고 입술에서 피날만큼 짓씹을듯. 항상 자기가 강한 센티넬이 아니라 가이드라는 사실이 너무 분하고 슬픈 동혃이..

이런 상황에서 지섷이는 어떨까. 지섷이라면 동혃이가 자기를 위해 개처럼 부려지는걸 알고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까. 동혃이는 끝끝내 숨기겠지만 지섷이는 다 알고 있을듯.. 동혃이처럼 자기가 능력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몸 하나 건사 못하는 일반인이라 동혃이한테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동혃이랑은 다른 의미로 무력감을 느낄듯. 자기가 동혃이의 약점이라는걸 알고 있으면 동혃이한테 그만하자고 할 수도..

울면서 형 발목 잡는거 싫다고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면 동혃이는 심정이 어떨까. 매번 져주는 동혃이가 이번에는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음. 내가 싫어서 그런거면 몰라도 그런 이유에서 그만하는건 안된다고. 엄청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또 다정하게 안아주며 달래줌. 품에 안긴 지섷이는 못보겠지만 동혃이 얼굴 살벌하겠지. 이게 동혃이의 각성 계기가 됐음 좋겠음. 둘다 자기가 약해서 이렇게 됐다는 생각은 똑같았지만 동혃이가 더 강하게 든거임.

이 일 이후로 어떤 방법이든 써서 자기 힘을 기르지 않을까. 소속에 휘둘리는게 아니라 오롯이 자기 힘으로 지섷이를 지킬 수 있게.. 가이드 등급이 높으니까 높은 등급의 센티넬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도 보고싶음. 센티넬들의 능력이 무서운건 정부도 똑같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자기가 휘두르는거. 높은 등급의 센티넬들의 목줄을 쥔 동혃이.. 를 무서워하는건 오히려 지섷이일지도.. 자기를 위해 그렇게 된걸 알면서도 흉흉한 눈빛이 무서운건 어쩔 수 없는 거임. 그리고 그걸 다 알아채는 동혃이.. 자기가 약해서 힘을 길렀을 뿐인데, 이제는 사랑하는 이가 자기를 무서워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속이 답답함.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해. 누가 좀 알려줘. 하지만 그건 누구도 알려줄 수 없는 것임을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제일 잘 알지 않을까..


22.06.30

방금 죽은 지섷이 붙잡고 사는 동혃이 썰 보니까.. 피그말리온 동혃이랑 갈라테이아 지섷이도 넘 좋지 않나요 원전이랑은 다르게 지섷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동혃이가 지섷이를 완벽하게 조각해서 조각상을 사랑하는거.. 망상에 젖어 조각상이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느끼지만 결국 조각상일뿐.. 포타식으로 쓰면 이상하리만치 완벽하고 행복한 일상이 줄줄이 이어지다가 뒤로 갈수록 이질적인 부분이 있고.. 어떠한 상황, 계기, 인물로 인해 망상에 젖어있던 동혃이 현실로 끌어내려지는.. 그 순간의 절망이 너무...


22.07.05

이러지마 흔들지마 예전같지 않아 너도 알잖아 라는 가사.. 동혃이가 하면 권태기로 헤어질 때 할 것 같고 지섷이가 하면 오랜 짝사랑을 끝낼 때 할 것 같음.

동혃이 입장에서는 권태기로 더이상 지섷이가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을때.. 결국 나쁜놈을 자처하며 이별을 고할 것 같은데 그때 지섷이가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매달리면 말할 것 같음. 이러지마 흔들지마 네가 흔들어도 난 흔들리지 않아 예전같지 않다는거 너도 알잖아 우린 돌아갈 수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섷이가 매달리면.. 그 망가진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서 더더욱 단호하게 이별을 고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는 지섷이를 두고 먼저 돌아설듯.. 그리고 이후에 후회해 무지무지 후회해

지섷이의 경우에는 몇년간 동혃이 짝사랑 하는데 끝끝내 동혃이가 자기를 알아주지 않을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혀 가망이 없을때, 조금씩 마음을 비우지 않을까. 그리고 거의 다 포기가 됐을 무렵, 여전히 다정하게 구는 동혃이한테 말할듯. 이러지마 흔들지마 흔들릴게 분명하니까 흔들지마. 예전이었다면 행복했겠지만 이제는 아니야 나도 예전이랑은 달라졌어 형도 이미 느꼈잖아. 이러는데 알고보니 동혃이.. 뒤늦게 사랑을 알아채고 자기를 놓으려는 지섷이를 붙잡으려고 더 다정하게 구는 거면.. 지섷이만큼 동혃이도 마음고생 많이 하고 나중에 행복하게 잘 사귀겠지..


22.07.11

케이크버스는 포크 동혃이랑 케이크 지섷이가 많이 보이던데.. 나는 그 반대가 보고싶음. 케이크 동혃이랑 포크 지섷

시작은 지섷이가 미각을 잃은 것부터였음. 어제까지만해도 초콜릿을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은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았음. 간식상자 안의 간식을 다 털어서 먹어봐도, 그야말로 무(無)맛. 지섷이는 그제서야 자기가 포크로 발현된걸 알았음. 하루아침에 미각을 상실한 지섷이는 포크로 사는게 얼마나.. 지겹고 답답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음.

하루아침에 미각과 후각이 사라졌으니 식욕이 생길리도 없고, 그냥 영양분 보충을 위해 의무적으로 끼니를 챙겨야 했으니까. 그러다가 길에서 케이크와 스쳐지나가기라도 하면.. 후각을 자극하는 달콤한 향기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고,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음. 식욕인지 뭔지가 넘쳐오르면서 저 사람을 붙잡아 한입 베어물고 싶다. 아니면 적어도 핥아먹고 싶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음. 그리고 그런 욕망을 겨우 억누르며 자기혐오에 빠졌음. 이게 포크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고 해도.. 스스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큰 혐오감을 느꼈음.

이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한 성격과 자기혐오 때문에 지섷이는 한번도 이성을 놓친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무척이나 컨디션이 안좋은 날이었고, 오랜만에 만난 그 형이 초코케이크였고, 하필 그 형의 향기가 너무 달콤해서.. 처음으로 이성의 끈을 놓쳐버림.

그날은 별다른 문제없이 그냥 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 동혃이 형이랑 우연찮게 연락이 닿아 약속을 잡은 날이었음. 그런데 하필 그 날이 새벽까지 일이 몰아친 날이었고, 약속은 겨우 시간을 맞춘거라 미룰 수도 없는 상태였음. 3시간 정도밖에 못자고 최악의 컨디션으로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초콜릿향.. 지독하게 달달한 그 향기를 따라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옮기고, 발걸음을 옮겼는데.. 향기의 근원지는 동혃이었고, 약간 제정신이 아닌 지섷이는 동혃이를 보자마자 목덜미를 콱 물어버렸음. 날카로운 송곳니가 피부를 파고들어 살점이 약간 떨어지고 피가 흘러나왔음. 동혃은 아프고 당황스러워서 지섷이를 밀쳐내는데, 포크가 된 이후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달콤한 맛이 식도를 넘어가버린 지섷이는 끄떡도 않고 동혃을 붙잡고 늘어졌음.

진짜 빈혈 올 정도로 피를 마셔대는 지섷이 때문에 동혃이가 조금 비틀대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지섷이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지섷이가 정신을 차리고 동혃에게서 떨어졌음. 목덜미에 깊게 패인 송곳니 자국과 거기서 흘러나오는 붉은 선혈.. 그리고 이와중에도 풍겨오는 달콤한 초콜릿향.. 이성과 본능이 충돌하면서 지섷이는 그 자리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도망쳐버림.

집으로 돌아와서 입가에 피를 흥건하게 묻히고 있는 제모습을 보니.. 동혃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충격, 자기혐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쳐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음. 한참을 울다가 지쳐 잠든 지섷이를 다시 깨운건 다름아닌 동혃의 전화. 지섷이는 자신이 동혃에게 한 행동 때문에 전화 받기를 주저했지만, 아까 미처 못한 사과를 하기 위해서라도 전화를 받기로 했음.

- 너 집이 어디야.

뭔 말을 하기도 전에 대뜸 집주소를 묻는 동혃의 말에 지섷은 얼떨결에 주소를 말해줬고, 바로 뚝 끊기는 전화를 멍하니 바라만 봤음. 그리고 10분도 안되어 울리는 초인종.. 현관문을 열었을땐 동혃이 서있었고, 지섷이는 또 풍겨오는 달달한 초코향에 코와 입을 틀어막았음.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데, 동혃은 그보다 빠르게 성큼성큼 다가왔음. 이미 한번 맛을 봐버린 지섷이는 동혃을 먹고싶다는 욕구를 참기가 어려웠지. 그래서 고개를 가로저으며 오지 말아달라고 빌었음. 하지만 동혃이는 그 말을 싸그리 무시하고 지섷이의 코앞에 다가와 코와 입을 틀어막은 손을 치워버렸음.

지섷이는 이를 꽉 물고 아득바득 욕구를 억누르는데.. 동혃이 지섷이의 뺨을 부여잡고는 입을 맞춰왔음. 순간 놀래서 뒤로 우당탕 넘어졌는데, 동혃이 그 위에 올라타서는입술 사이를 비집고 혀까지 집어넣어서 키스했음. 자연스럽게 타액이 섞이고, 입안에 달달한 맛이 넘어오자 지섷이는 그냥 꾹 눈을 감았음. 그렇게 한참 물고빨고 하다가 지섷이 입술 쫌 부었을때 떨어졌지. 지섷이는 아직도 얼떨떨하고 약간 정신 가출해서 멍하니 있는데 동혃이는 좀 화나보였음.

- 너 다른 케이크들한테도 그래? 갑자기 달려들어서 물고빨고?

- 네? 그게 뭔소리,

- 포크들한테 케이크는 그냥 기호식품 같은 거라며. 안먹어도 죽는건 아니라며.

- 아니, 형,

- 먹고싶으면 내가 방금처럼 해줄테니까 다른 케이크들한테 절대 그러지마. 절대.

- 제 말 좀,

- 대답

- 아니, 알겠어요..

지섷이의 대답에, 동혃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으며 바닥에 앉아있는 지섷이를 일으켜주고 옷도 정리해줬음. 지섷이는 상황설명도 없이 막 화내다가 갑자기 또 다정하게 구는 동혃이 어이없고, 아까 자기가 한 행동 때문에 본의아니게 오해를 산 것 같아 억울했음.

- 저 이거 하나만 짚고 넘어가요.

- 응? 뭔데?

- 저 아무 케이크한테나 그러는거 아니거든요? 케이크 먹은거 오늘 처음인데..!

억울함을 담아 말을 했는데, 동혃은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음.

- 그럼 나만 물고빨고 한거야?

- 물고빨고라뇨..!

- 하긴 형은 우리 지섷이가 제일 좋아하는 초코맛이니까.

- ...뭐래는 거예요. 아니거든요?

지섷은 괜히 떫은 표정을 지으며 동혃을 바라봤음. 저 형은 몇년만인데 저런걸 다 기억하고 있는 거야..! 얼굴에 열이 오르는건 숨길 수 없었지만.

케이크의 피부, 혈액, 타액 전부에서 케이크맛이 난다고 한다면 포크들의 갈증?식욕?은 키스를 하면서 넘어오는 타액으로도 어느정도 커버가 되지 않을까..? 좀더 섹슈얼하게 보면 정액같은 걸로도... 하지만 더 쓸 기력이 없었다! 얼레벌레 끗~


22.07.13

가이드 동 × 일반인 지

가이드 등급 E급인 이동혃.. 매칭률도 낮고 가이딩도 잘 안돼서 현장에는 거의 안나가지만 진짜 일손 부족할 때는 불려가기도 함. 현장에 가도 가이딩은 하나마나라서 그냥 일반인 대피 유도 같은 것만 함.

여느 때처럼 상위 랭크 센티넬들이 다 때려뿌순 건물 잔해 속에서 사람들 구조하고 대피 유도하는데 어딘가 등 뒤가 싸한 기분이 듦. 분명 사람들 다 구조했을텐데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자꾸만 멈칫대는 발걸음을 결국 돌리게 됨. 망할 센티넬들 적당히 좀 하지. 부서진 건물 사이로 쇽쇽 걸어다니면서 틈새 확인하고, 큰소리 내면서 아직 남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진짜 아무런 인기척도 안들림. 동혃이는 유달리 발달한 자기 감이 이번에는 틀린건가 하면서 다시 대피소 쪽으로 발 돌리는데, 자꾸만 이대로 가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임.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둘러보자. 속으로 이러면서 이미 한번씩 확인한 곳 다시 둘러봄.

여태 싸우고 있는 센티넬들 능력 피하랴, 건물 파편 피하랴, 사람 찾으랴 정신 하나도 없는 E급 가이드 동혃군.. 그러다가 한 센티넬의 염동력으로 무너진 건물 외벽이 들렸고, 그 아래서 사람을 한명 발견하게 됨. 이미 피가 흥건하게 바닥을 적시고 있었고, 흙먼지가 피와 섞여 응어리져 있었음. 구조와 대피 유도를 하다보면 다치거나 심하면 죽은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되기 때문에, 동혃은 인상을 한번 구겼다가 그냥 매뉴얼대로 그 사람에게 다가갔음.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고, 살아있는지 확인. 다행히 겨우 숨은 붙어있는 상태였음. 동혃은 구조팀에게 무전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구조팀이 동혃과 그 사람을 데리고 대피소로 이동했음.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대피소 내부의 모습에, 동혃은 진절머리를 치며 구석자리에 몸을 앉혔음. 이미 피곤에 절여진 동혃은 그 상태로 스르륵 잠들었음. 한참 뒤에 깨어나보니 대피소는 의료진을 포함하여 열댓명 정도만 남아있었음. 상황이 종료됐음을 인지한 동혃은 뻐근한 몸을 주욱 펴는데, 누군가 자기 어깨로 툭 기대어오는게 느껴졌음. 슬쩍 바라보면 아까 자기가 구조한 그 사람이 곤히 자고있는게 보였음. 치료 다 받았으면 집에나 가지, 왜 이러고 있데. 속으로는 꿍얼꿍얼거렸지만 다친사람 밀쳐낼만큼 몰상식한 사람은 아닌지라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음.

아 센터 돌아가면 현장 보고서 써야 하는데 진짜 귀찮다. 이런 생각하면서 또 한참을 앉아서 폰이나 들여다보고 있었음. 기댄 사람이 앞으로 쓰러지려고 하면 머리 받쳐주고, 끙끙 앓으면 토닥토닥 해주고.. 그러다가 그 남자가 스륵 잠에서 깨어났지. 꿈뻑꿈뻑 눈을 깜빡이더니 동혃에게 기대어 자고있는걸 인지하는 순간 화들짝 놀라면서 일어났음. 횡설수설 감사인사와 사과를 하는 모습이 웃겨서 동혃은 푸핫 웃음을 터트리고는 괜찮다며 남자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줬음. 왠지 가이드로 발현된 이후 보기 힘들어진 제 동생이 떠오르는 사람이었음.

그렇게 인연은 끝일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한참이나 비어있던 제 옆집에 누군가 이사를 왔음. 요즘 세상에 떡 돌리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시루떡도 아니고 꿀떡을 사와서는 초인종을 띵동 누르길래 얼굴을 보니까 그 남자였음. 만나본건 한번밖에 안되면서 둘 다 내적친밀감이 좀 있었는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동혃이는 아예 그 남자를 집안으로 들여서 꿀떡 노나먹음.

그 남자의 이름은 박지섷이었고, 나이는 동혃이보다 2살 동생. 어쩐지 동생같더라니.. 동혃이는 자기 동생이 자꾸만 떠올라서 지섷이를 상당히 귀여워했음. 맨날 머리 쓰다듬고 손 주물거리고 기대고 안기고...그리고 그런 행동들 때문에 심장 벌렁거리는 지섷이.. 자기 구해준 일 때문에 이미 호감도 MAX였으니 호감에서 좋아하는 감정으로 넘어가는건 시간 문제였고, 동횫이의 스스럼없는 스킨십 덕분에 그 시간이 단축된 거임.

동혃이가 호출되는 일도 거의 없어서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그 시간동안 포로롱 사랑에 빠져버렸음. 그리고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으니까 동혃이도 지섷이의 사랑을 알아버리고, 지금껏 지섷이한테 느꼈던 감정이 동생같아서, 친근해서가 아니라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거임. 동혃이가 인식한 순간부터 둘의 연애는 시작되겠지.

너무 구구절절 얘기하면 질리니까 보고싶은 장면만 쓰자면.. 어느날 가이드를 노리는 괴한이 나타나게 됨. 그는 정부 소속인 센터에 반발심을 가진 반정부 센티넬로, 등급이 낮은 가이드들부터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고 있었음. 모든 하위 랭크 가이드가 죽고, 마지막으로 남은 E급 가이드 동혃의 집에 찾아가게 됨. 그 센티넬은 신체강화형 능력자로 쾅쾅 벽을 부수며 건물을 올라가 동혃의 집에 큰 구멍을 냈음. 가이드만 죽일 수 있다면 일반시민들이 죽던지 말던지는 신경조차 안썼음. 건물을 관통하며 큰 구멍을 낸 센티넬은 집안에 누군가 쓰러져있는걸 보고 동혃일거라 확신하며 자리를 떴음.

그리고 그 시각.. 웬일로 센터에서 호출을 해서 세미나실에 앉아있던 동혃은 목덜미가 싸해지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음. 왜인지 집에 당장 가봐야할 것 같은 묘한 불안감. 동혃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담당연구원이 그를 제지했음. 지금 가면 위험하다는 말에, 동혃은 자기와 함께 세미나실에 앉아있던 가이드들을 확인했음. C급, D급, C급, C급, D급... 동혃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낮은 등급을 가지고 있었음. 그제야 왜 자기가 호출됐는지 알게됐음. 가이드헌터.. 그가 오늘 동혃의 집으로 향할 것을 센터에서는 이미 예측하고 동혃을 센터에 잡아둔 거였음.

동혃은 아까 지섷이한테 받은문자를 떠올리며 입술을 짓씹었음. 같이 저녁 먹자고 했는데. 우리집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이 일에 말려들었으면 어떡하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동혃은 연구원을 밀쳐내고 센터를 빠져나갔음. 집과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구급차와 경찰차 등이 잔뜩 와있었음.건물 너머 하늘이 보일만큼 뻥 뚫린 자기 집에는 관심도 안주고, 구급차를 하나씩 확인하며 지섷이를 찾았음. 제발 안다쳤기를.. 속으로 간절히 바랐지만, 그 바람이 무색하게도 피투성이의 지섷이가 들것에 실려나오는걸 보고야 말았음.

마치 둘의 첫만남처럼 온몸은 상처투성이었고, 피가 흥건하게옷을 적시고 있었음. 먼지가 엉겨붙어 엉망진창인 모습을 보자 동혃은 가이드로서의 본능으로 방사가이딩을 풀었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지섷이에게 다가가 손을 꼭 붙잡고 입까지 맞췄지만, 일반인인 지섷이에게는 통하지 않았지. 설령 지섷이가 센티넬이었어도 동혃의 가이딩은 통하지 않았겠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구급차에 오르는 지섷이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음. 가는 동안에도 계속 방사가이딩을 풀고, 접촉가이딩도 해봤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음.

가이드 등급이 E급으로 판정났을때, 제 눈앞에서 센티넬이 폭주했을때, 다 죽어가던 센티넬을 살리지 못했을때.. 그 어떤 때보다도 가장 큰 무력감을 느꼈음. 내가 등급이 낮아서.. 나를 노리는 센티넬 때문에.. 나 때문에 지섷이가..

쓰다가 너무 졸려서 드랍함.. 더 이을 것 같진 않음.. 지섷이 죽은거 아니에요 병원 가서 치료 잘 받고 퇴원했어요.


22.07.26

산 사람을 사랑하면 꽃이, 죽은 사람을 사랑하면 나비가 나오는 세계관. 지섷이의 꽃으로 사랑을 시작하고, 동혃이의 나비로 사랑이 끝나는 동지혁성.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린건지 최근들어 잔기침이 끊이질 않는 지섷이가 걱정된 동혃이는, 그의 입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노란색 꽃을 봤음. 너 그거 뭐야. 지섷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정색을 해버렸지만 그 꽃이 자기 탄생화인걸 보고 마음이 사르르 풀어졌음. 이 꽃이 내 탄생화라는 사실도, 이 꽃 이름이 노랑붓꽃이라는 사실도, 모두 지섷이가 알려준 건데. 이 꽃은 지섷이가 날 좋아하고 있다는걸 알려주네. 동혃이는 기분좋게 웃으며 지섷이를 끌어안고 뺨에 입을 맞췄음.

행복만이 가득할 것 같았던 연애는, 1,000일을 목전에 두고 끝나버렸음. 지섷이가 동혃이의 곁을 떠나게 되어서.. 지섷이가 떠난 이후, 동혃이는 지나칠정도로 담담했음. 떠날 사람이었던거지.. 그립긴 하지만 슬프진 않아. 지금껏 후회없이 사랑했으니 괜찮아.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전보다 외출도 자주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했음. 주변 사람들은 지나치게 담담하고 오히려 밝아보이는 동혃을 보며 금방 잊었네? 싶었음.

그렇게 지낸지 며칠. 간절기라 그런건지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건지, 잔기침이 나오기 시작했음. 한번 시작된 기침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았음.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사먹고, 생강차도 마셔봤지만 소용이 없었음. 오히려 날이 갈수록 기침은 심해졌고, 목 안의 이물감 역시 심해졌음. 이대로는 못살겠다 싶어서 억지로 토를 했는데.. 저들끼리 엉겨붙는 나비가 후두둑 떨어졌음. 형체는 알아볼 수 없지만 흰 나비였지.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떠오르는 지섷이의 얼굴에, 동혃은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음. 그렇게 떠나버리는게 어디있어. 이렇게 그립고 보고싶은데 어떻게 안슬퍼해. 앞으로 줄 사랑이 더 많은데 어떻게 후회를 안해. 존나 보고싶다고 박ㅈl성.. 억지로 누르고 눌렀던 감정이 눈물과 함께 터져나왔음.

그날 이후, 조금만 기침을 해도 흰나비가 쏟아져서 주변을  팔랑팔랑 날아다녔음. 그 때문에 외출도 어려워지고, 잠조차 제대로 자기 어려웠지. 그러기를 며칠.. 거의 폐인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데, 방문이 끼익 열리고 지섷이가 들어왔음. 형 괜찮아? 너무도 그립던 다정한 목소리에,ㅠ동혃은 눈물을 툭 흘리고는 그대로 달려가 지섷이를 끌어안았음. 응, 괜찮아. 네가 여기 있잖아. 다 괜찮아. 서럽게 우는 동혃이를 지섷이가 작게 토닥여줬음. 하지만 동혃이는 알고 있었지.. 이게 나비의 환각가루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걸.. 어떻게 모르겠음. 지섷이에게서 나비 냄새가 나는데. 다 알고 있으면서도 지섷이를 놓을 수 없었던 동혃이는 그 허상을 붙들고 살았음. 지금 내 옆에 지섷이가 있잖아. 그거면 돼.

하지만 진짜가 아니라서 그런걸까. 동혃이는 그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괴롭기만 했음. 지섷이를 그렇게 따라하지마. 그건 지섷이가 아니야. 내 지섷이를 망가뜨리지마.하지만 환각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나비가 계속 나오는 이상 벗어날 수 없었음. 지섷이를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에.. 동혃이는 환상 지섷이에게 일부러 모진 말을 했음. 이건 환상 지섷이가 사라져주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고, 더이상 지섷이를 사랑하지 않으려는 발악이기도 했음. 환상 지섷이를 볼때마다 나가라, 사라져라, 꺼져라, 온갖 험한 말을 해댔지만, 그 순간만 사라질뿐 다시 원점이었음. 제발 그만해.. 나 좀 놔줘. 나는 너를 놓을 수 없으니, 네가 날 좀 놔줘..


22.07.31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지혁성 보고싶다. 동혃이가 한 슴아홉 쯤이면, 지성이는 슴하나..

ㅈl성이 방학 중에 카페에서 알바 시작했는데 맨날 같은 시간에 같은 메뉴 시키는 동혃이 단골 손님이라고 머릿속에 꼭꼭 저장시켰음. 그래서 그냥.. 은연중에 내적친밀감 같은거 생기고 그랬지. 카페 유리창 너머로 동혃이 모습 안보여도, 그냥 그 시간 되면 자동적으로 음료 하나 만드는 거임. 어차피 시간 되면 오니까.

그러던 어느날.. 음료는 이미 만들어 놨는데, 동혃이가 안와. 얼음은 조금씩 녹아가는데 올 기미가 안보이니.. 지성이는 조금 난감했음.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는데 때마침 동혃이가 들어오겠지. 오늘은 좀 바빴는지 행동이 좀 급해보였음. 미리 만들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음료 건네주면, 동혃이 다 흐트러진 모습 하고 있으면서 지성이한테 살짝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감. 맨날 웃상이긴 했는데, 살짝 웃는 그 얼굴이 왜그리 잘생겨 보이는지.. 지성이 괜히 얼굴 화끈거리는 것 같구, 심장 쫌 뛰는 것 같음. 그렇게 혼자 짝사랑 아닌 짝사랑 시작했음.

그리고 며칠 후.. 지성이가 몸 쫌 안좋은 날인데, 진짜 운도 지지리 없게도 손님이 넘 많은 거임. 진짜 쉴틈 하나도 없이 일하다가, 시계 보면 동혃이 올 시간임. 지성이는 또 무거운 몸움직여서 음료 하나 만들겠지. 그러다가 뒤에서 인기척 들려서 돌아보는데, 너무 힘든 나머지 휘청거릴듯. 그러면 주문하려고 서있던 동혃이 깜짝 놀래서 괜찮냐구 물어봄. 지성이는 애써 웃으면서 괜찮다구, 주문하시겠냐고 물어보겠지. 그러면 동혃이는 맨날 마시던거 시키고 지성이 바라봄. 지성이는 이미 만들어둔거 있으니까 그거 건네는데, 동혃이가 음료 받으면서 주머니에서 비타민이랑 사탕 하나 꺼내줌. 너무 무리하지 마요. 이러고 다정스런 말도 한마디 해주고 가는 거임.

엄청 사소하지만.. 이걸 계기로 동혃이한테 완전히 빠져버림. 하지만 그 사람 이름도 몰라, 나이도 몰라..아는게 음료 취향밖에 없음. 그래도 얼굴이 앳되어 보이니까 자기 또래쯤으로 생각했음. 맨날 오피스룩 입고 있으니까 많아봤자 슴다섯? 그래서 다음에 보면 연락처라도 꼭 물어봐야지 생각함.


22.07.31

동네에 카페 하나 열고 장사한지 이제야 한달쯤 된 이동혃 사장님은 고민이 하나 있음. 바로 자기 눈앞에서 신중하게 쿠키 고르는 저 남자가 너무 좋은 것.. 말랑말랑하게 생긴게 취향이기도 했지만 사람이 너무 착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어쩌구저쩌구..

한달전, 카페 개업하자마자 열심히 발품 팔며 손님 끌어모으던 동혃에게 애기 손 잡고 걸어가는 남자는 아주 좋은 타깃이었음. 애기가 가고싶어하면 가줄 것 같은 인상이었거든. 동혃이는 어제 밤을 꼬박 새워 구운 곰돌이 쿠키를 가지고 남자에게 다가갔음.

- 안녕하세요! 저 여기 앞에 카페 개업했거든요! 이거 아기한테 줘도 되나요?

동혃이 보기에 나이차 많이 나는 남매 정도로 보였는데,

- 아빠 나 쿠키! 쿠키 주세여!

아빠??? 동혃이 속으로 겁내 놀랐으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남자를 바라봤음. 자기가 대뜸 말을 걸어서 남자는 좀 경계하는듯 보였는데, 애기가 너무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듯 쿠키를 받아들었음. 감사합니다..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면 동혃은 활짝 웃으면서

- 나중에 카페에도 와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이러고 인사하고 각자 갈길 갔음. 솔직히 자신 있었음. 회심의 쿠키를 건넸으니 반드시 카페에 찾아올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하루.. 이틀.. 닷새쯤 지나도그 애기랑 아빠는 볼 수 없었지. 동혃은 회심의 쿠키가 실패했다는 생각에 망연자실 했음. 카페에 사람이 없는건 아닌데, 그래도 그 사람이 안보이니까 좀 섭섭했지. 동혃은 그게 처음으로 쿠키 건네준 사람이라 그런가부다 했음. 그리고 대망의 일주일째 되는 날. 가장 한가한 시간에 누가 찾아왔음.

- 어서오세요! 어! 그때 애기! 맞죠!

혼자서 내적친밀감 MAX 찍은 동혃이 겁내 반가워하니까 남자는 애매하게 웃어보였음. 애기가 그 쿠키를 너무 좋아하는데, 카페 위치를 몰라서 며칠내내 찾아다녔다는 말에 동혃은 역쉬!! 내 쿠키가 실패할리 없지!! 이러고 있었음.

그렇게 안면 트게된 둘은 이따금씩 소소한 얘기나 나누는 사이가 됐음. 좀 친해지고나서 듣게된 그의 이름은 박지성, 애기 이름은 박지은. 아주 앳되어 보이던 얼굴은 역시나 어린게 맞았음. 스물다섯이라고 했으니까. 동혃은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음. 이미 지나간 일이 뭐가 중요한데? 싶었음.

그냥 좀 친한 단골손님 정도였던 ㅈl성이가 동혃의 마음에 들어차기 시작한건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였음. 지은이를 바라보는 애정 담긴 눈이 예뻐보여서, 시덥잖은 농담에 웃어주는 입모양이 하트모양이어서, 작은 칭찬이라도 하면 부끄러운지 얼굴을 가리는 손이 커서, 말할때마다 입술이랑 같이입술 아래 점이 움직여서.. 이런 아주 작은 부분이 동혃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박혀버렸음. 동혃이 그 사실을 알았을땐 콕콕콕콕 박힌 작은 점들이 거대한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였지 하지만 그걸 지성에게 말할 수는 없었음. ㅈl성이 눈은 지은이밖에 담지 않았으니까. 짝사랑은 적성에 안맞는 동혃이지만,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 좋아서 넘치려는 마음을 잘 눌러담았음.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카페 정기휴무일에 모자 눌러쓰고 편의점 가던 동혃이 어두운 골목에서 지성이 목소리를 듣게 됐음. 동혃이는 괜히 반가워서 아는체라도 할까 싶었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음.통화를 하는건지 대화를 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매번 순하기만 하던 목소리가 날이 서있었음.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낯설게만 느껴졌음. 엿듣는건 좀 아니다 싶었던 동혃은 빨리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마침 지성이가 골목 밖으로 나와버렸음. 대화가 아니라 통화를 하던 거였지..첫만남보다 더 당황한 얼굴을 하고 동혃을 바라보는데, 동혃은 왠지 마음이 좀 불편했음.

- 아, 저.. 그..

- 저 아무것도 못들었어요.

- 네?

- 아무것도 못들었다구요. 방금 지나가던 길이에요.

- ...네에..

그렇게 말하고 동혃은 자리를 떴음. 좀더 빨리 움직일걸.. 후회도 했지만 이미 늦었지. 사실 지성이에게는 못들었다고 말했지만 어느정도 듣기는 했었음. 아마 지은이 엄마인듯 했는데, 돈 관련한 문제로 싸우는 것 같았음. 동혃이는 뒷머리 벅벅 긁으며 편의점으로 향했음. 심란한 마음으로 편의점 털어다가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아까 그 골목 앞에 지성이 여전히 서있는게 보였음.


22.07.31

지섷이는 심한 대인기피증이 있었음. 그래서 외출을 해야할 때면 늦은 밤이나 새벽에, 모자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껴야 나갈 수 있었음. 여느 때처럼 할일이 있어서 새벽 중에 집을 나섰는데, 집 근처 가로등 아래에 사람 형상의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걸 보게 됐음. 지섷이는 취객인가 싶어서 기척 살피며 최대한 빠르게 그 옆을 지나갔음. 고요하게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남자는 마치 죽은 것만 같아서 지섷이는 그게 조금 신경이 쓰였음.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집으로 가는 길.. 여전히 가로등 아래에 누워있는 남자를 보고, 지섷이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 남자를 건드려봤음.

- 저, 저기요.. 괘, 괜찮,으세요..?

볼륨 2정도의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지섷이는 큰 용기를 낸 거였음. 하지만 그 남자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고, 지섷이는 덜컥 겁이 났음. 신고를 해야할까?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못해.. 지섷이는 입술을 꾹 깨물다가남자를 지나쳐 집으로 향했음. 집에 거의 다다랐을때, 지섷이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그 남자에게 달려갔음.

남자를 들쳐업고 집으로 돌아온 지섷이는 제 침대에 누운 남자를 가만히 바라봤음. 어쩌자고 데려온 거야.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입술을 짓씹던 지섷이는 남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남자의 몸을 살폈음. 업고 오는데 술냄새가 나진 않았거든. 몸이 좀 차다고 생각이 들었어서 진짜 죽은건가 싶었음. 근데 이게 웬걸? 목 왼쪽에 충전단자가 있는 거임. 안드로이드구나.. 지섷이는 그제서야 맥이 탁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음. 원래 안드로이드는 폐기 처리를 해야하는데 그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냥 이렇게 몰래 버리는 사람이 종종 있었음. 지섷이는 자는 것처럼, 죽은 것처럼 누워있는 안드로이드를 그냥 둔 채로 소파에서 잠을 잤음.

다음날, 지섷이는 조금 어색한 하루를 보냈음. 전원도 켜지지 않는 고철이라지만 이 집에 본인 외의 누군가가 있는게너무도 오랜만이어서 괜히 의식하게 됐음. 어쨌거나 할일이 많았으므로 거실에서 노트북 두드리며 일이나 하고 있는데, 신경은 자꾸만 제 방으로 향했음. 평소 하던 일에 절반도 못한채로 하루를 보내버린 지섷이는 안드로이드용 충전기를 주문했음. 이게 뭐하는건지 모르겠다.. 괜히 뒷머리를 쓸었음.

다음날, 충전기가 도착하고 지섷이는 바로 충전을 시작했음. 집밖에 잘 나가지 않아서,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건지 알 수 없는 안드로이드를 열심히 닦고 이불도 다 빨았지. 왜 자기가 이렇게까지 정성을 다 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오랜만에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나니 조금 상쾌했음.

느리게 충전이 되던 안드로이드는 어느정도 충전이 됐는지 스르륵 눈을 떴음. 꿈뻑꿈뻑 깜빡이는 눈동자는 지섷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음. 안드로이드라고 의식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 시선이 불편하진 않았음. 다른 사람들하고는 눈도 못맞추는데. 그렇게 아무런 대화도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음.지섷이는 조금 난감했음.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해? 눈동자만 도록도록 굴리고 있자니 안드로이드가 먼저 입을 열었음. 벙긋벙긋 무어라 말을 하는데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 지섷이는 책상에 굴러다니는 펜과 종이를 가져와 안드로이드에게 건넸음.

내 이름

이동혃

전 주인

성대

부품 제거

대화 불가

간결한 단어만 쓰인 종이를 보고,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예상할 수 있었음. 얘도 참 기구한 삶을 살았구나 싶었지. 처음엔 사람인줄 알고 깨어나면 돌려보낼 생각이었는데, 알고보니 버려진 안드로이드라 돌려보낼 수가 없었음. 사람이 아니니까 거부감도 안들었고. 그래서 지섷이는 동혃이에게

- 가, 갈데가 없,으면.. 여,여기서 살아도 돼.. 그, 그러니까.. 어.. 내, 내가 데려왔으니까.. 내가 채,책임질게.

사람이 아닌걸 알고 있음에도 목소리가 떨리는건 어쩔 수가 없었음.


22.08.03

비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여름밤.. 오랜만에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온 지섷이가 겪은 기묘한 이야기. #동지혁성

잔잔한 빗소리와 오래된 선풍기에서 나는 소음. 이것 외에는 별다를바 없는 시골의 평화롭고 고요한 밤. 비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도, 그 빗방울이 처마 끝에서 지면으로 떨어지는 소리도, 어디 나사가 하나 빠진건지 선풍기가 탈탈거리는 작은 소음도, 모두 만족스러울만큼 잔잔하고 기분좋은 그 순간, 귓가를 간지럽히는 작은 웃음소리. 누구지? 지섷이는 몸을 일으켰음. 그러자 어린 아이라기엔 무거운, 청년이라기엔 가벼운, 이질적인 그 웃음소리는 뚝 하고 멈췄음. 지섷이는 왠지 섬뜩한 기분에 주변을 조금 두리번거렸음. 하지만 집안에서는 빗소리와 선풍기 소리만 들려왔지. 내가 잘못 들었나봐. 하긴 이 시간에 누가 돌아다니겠어. 비도 오는데.

조금 안심되는 기분에 다시 몸을 누이려는데, 대문 밖에서 또다시 들려오는 작은 웃음소리. ..아까보다 좀 가까워지지 않았나? 지섷이는 누이려던 몸을 일으켜 슬리퍼를 신었음. 비가 쏟아지는 안뜰을 가로질러 대문 앞에 서자, 아주 선명하게 웃음소리가 들려왔음. 역시 누가 앞에 있나봐. 충분히 무서울만한 상황인데, 지섷이는 이상하게도 호기심이 먼저 들었음. 낡은 대문의 틈, 그 사이로 밖을 바라보는데.. 어라? 이게 뭐야? 화창하게 햇살이 비추는 바깥이 보였음. 분명 제 뒤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하늘인데, 이상한 일이었지.

지섷이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대문에 손을 올리고 더 가까이 몸을 붙였음. 그리고 그 순간, 문이 열렸고 눈 앞에는 화창한 하늘 아래 꽃이 만발한 들판이 펼쳐졌음. 그리고 바로 앞에 서있는 한 남자..아이?

- 기다렸어! 어서와!

- 어? 나를 기다렸어? 요?

- 응!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는 검은 비단으로 지어진 한복을 입고, 눈에는 검은 비단을 두르고 있었지. 마치.. 저승사자처럼. 그 아이는 지섷이의 손을 붙잡고 대문 밖으로 잡아당겼음. 지섷이의 몸이 대문을 넘자, 문은 쾅 닫혀버렸음. 이름모를 작은 흰꽃이 만발한 들판.. 어디서 봤더라. 어딘가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장소. 지섷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이의 손에 이끌려 걸었음. 문이 멀어져가고 있었지만 불안하거나 하진 않았음. 왠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 무한하게 펼쳐져 있을 것 같던 들판의 끝에는 작은 집이 한채 있었음. 집 뒤로는 하늘을 찌를듯 높다란 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고, 그 그림자로 집에는 그늘이 져있었지. 지섷이는 햇살만 가득하던 제 뒤편 들판과는 너무도 다른, 어두운 분위기에 그제서야 몸을 주춤거렸음. 지섷이가 몸을 뚝 멈춰서자 아이는 지섷이를 돌아봤음. 입은 웃고 있었는데, 눈은 글쎄.. 잘 보이지 않았음.

- 괜찮아. 너도 이거 써.

아이는 지섷이의 눈에 흰색 비단을 올리고 뒤로 묶어줬음. 마치 끌어안은 것만 같은 모습.. 지섷이는 그 순간 그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꽃향기와, 그와 섞인 서늘한 무언가의 냄새에 숨을 참았음. 아이는 금방 떨어졌고, 다시 지섷이의 손을 붙잡고 집 쪽으로 향했음. 대문이나 담벼락 없이 가옥만 덜렁 있던 작은 집은, 막상 들어가보니 끝없는 복도가 펼쳐진 아주 넓은 곳이었음. 복도를 밝히는 촛불은 푸른 빛을 내고 있었고, 무수히 많은 문 안쪽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지. 즐거움이 가득한 웃음소리가 아닌 어딘가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에, 지섷이는 아이의 손을 꼬옥 잡았음.

아이는 복도를 한참이나 걷더니 흰색 꽃무늬가 그려진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음. 그 안에 들어서자 또다시 웃음소리는 뚝 그쳤음. 정적만이 가득한 방, 그 안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고, 장난감처럼 보이는 물건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음. 아이는 지섷이를 식탁 앞에 앉히고 음식을 이것저것 챙겨주기 시작했음. 이거 먹어봐. 이것도. 지섷이는 손에 쥐어진 젓가락을 꼼질거리며 고민했음. 이걸.. 먹어도 되는걸까. 지섷이의 망설임이 느껴졌던 건지, 아이는 해사하게 웃으며 먹기 전에 좀 놀까? 하고 물어왔음. 이에 지섷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젓가락을 내려놨음.

둘은 한참동안이나 얘기를 나눴고, 놀이를 했고, 시간을 보냈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섷이는 현실과 이곳의 시간이 다른것 같긴 하다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아서 집에 돌아가고 싶었음. 그래서 흘끔흘끔 문쪽을 바라보면, 아이가 그 앞을 가로막고 눈을 맞춰왔음. 마치 어림도 없다는듯.

그래서 지섷이는 어쩔 수 없이 아이와 또 한참을 함께 있었음. 놀거리도 사라지고, 얘기거리도 사라졌을 무렵, 아이는 이제 밥을 먹자고 했음. 여전히 지섷이는 내키지 않았지만 차려준 정성이 있으니 다시 젓가락을 손에 쥐었음. 그리고 아이가 먹어보라며 놓아준 반찬을 집어 입에 넣으려던 순간, 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졌고, 뿌옇게 일어난 먼지 사이로 까무잡잡한 손이 튀어나와 지섷이를 붙잡고 잡아당겼음. 지섷이는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놀라서 이끌리는대로 뛸 수밖에 없었음. 끝이 안보이는 어두운 복도. 그곳을 비추던 푸른 촛불은 어느새 붉은색으로 변해있었고 문 안에서 들려오던 웃음소리는 처절한 절규와 울음소리로 바뀌어 있었음. 기괴한 분위기가 무서웠음. 지섷이는 눈을 덮은 흰 천 때문에 저를 데리고 뛰는 이 사람이 누군지 잘 보이지 않았음. 그래서 천을 풀려고 손을 올리는데,

- 절대 풀지마. 뒤도 돌지마. 그냥 앞만 보고, 나만 보고 뛰어.

지섷이는 손을 내리고, 눈을 꾹 감고, 이끌리는대로 무작정 뛰었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무렵, 겨우 집에서 나올 수 있었지. 다시 햇살이 비추는 들판으로 나와 겨우 숨을 돌리고 있는데, 저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지섷이의 눈에 감긴 흰 천을 풀어줬음. 지섷이는 맨눈으로 방금까지 자기가 있던 집을 돌아보는데.. 분명히 있었던 작은 집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을씨년스러운 공동묘지가 그 자리에 있었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혼란스러워하는 지섷이의 어깨를 부여잡은 남자는 조금 화난듯한 얼굴로 지섷이를 바라봤음. 상당히 무서운 눈을 하고 있어서 지섷이는 살짝 시선을 피했음.

- 내가 다시는 오지 말랬잖아. 왜 다시 온 거야.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 지섷이가 다시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는 지섷이를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음. 어깨가 왠지 축축해지는 느낌이었지. 지섷이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손을 올려 남자의 등을 토닥였음. 그렇게 한참을 우는 남자를 달래주었음.

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전히 지섷이를 안고있던 남자는 귓가에 무어라 작게 속삭이더니 지섷이를 확 밀어버렸음. 지섷이의 뒤에는 어느샌가 할머니네 대문이 열려져 있었고, 지섷이는 자기를 향해 손을 흔드는 남자를 끝까지 바라보다가 대문을 통과하자마자 기절해버리고 말았음.

번쩍 눈이 뜨인 지섷이는 창문 사이로 드리우는 햇살을 보고 기분이 묘했음. 뭐지.. 꿈이었나? 왠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서는데, 그 모습을 본 할머니가 지섷이를 끌어안고 엉엉 눈물을 흘리셨음. 잘못되는줄만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며 우시는 할머니를 지섷이는 당황하며 달래드렸음. 겨우 진정을 하신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었음. 지섷이가 사흘간 실종상태였다는 말..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섷이가 할머니네 문앞에 기절한 상태로 다시 발견이 된 거임. 그리고 그 상태로 또 나흘. 그렇게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이었음. 어디서 뭘 했는지, 무슨 일을 당한건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음. 그러다가 할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

- 어릴 때도 한번 이러더니 또 이런 일이..

지섷이는 갑자기 불현듯 떠오르는 어린시절의 기억에, 현기증을 느끼다가 곧 다시 기절해버리고 말았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여름밤. 오랜만에 할머니 댁에 놀러온 8살의 지섷이는 잠결에 들려오는 작은 웃음소리에 홀린듯 몸을 일으켜 대문으로 향했음. 아무것도 신지 않은 발이 빗물에 젖어들어갔지만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지. 대문의 틈으로 새어나오는 밝은 빛. 그건 분명히 맑은 햇살이었음. 제 또래의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뛰노는 소리에, 지섷이는 대문을 열었음. 비가 내리는 제 뒤편과는 다르게 햇살이 화창한 눈앞. 하지만 들리던 소리와는 다르게 그 누구도 있지 않았음. 지섷이는 흰 꽃이 만발한 들판을 헤매고 헤매이다 그 끝에 있는 작은 집을 발견했지. 저기라면 누가 있겠지! 집 가까이에 다가갈수록 서늘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섷이는 무서운걸 꾹 참고 집앞에 섰음. 그리고 문에 손을 올린 순간, 드륵 하고 미닫이 문이 열렸음. 지섷이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는데, 눈앞에는 자기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가 지섷이보다 더 놀란 얼굴을 하고 서있었음.

- 너, 너.. 여기 어떻게 왔어?

- 그, 그냥 왔는데..

- 여기 있으면 안돼. 얼른 돌아가.

- 어디로 가야 하는데..?

지섷이의 말에, 남자는 표정을 한번 구기고는 지섷이의 손을 잡고 집에서 멀어졌음. 걸음이 너무 빨라서 뛰어야 겨우 따라갈 수 있었지. 한참을 걷고 또 걸어서 집이 보이지 않을 무렵, 남자는 지섷이를 들판에 앉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줬음. 지섷이는 그 손길이 마치 햇살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음.

- 여기는 위험한 곳이니까, 절대 들어오면 안돼. 나중에 또 다시 웃음소리가 들리더라도, 절대, 절대로 문을 열지마.

다정하고 단호한 목소리에, 지섷이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남자는 지섷이를 뒤로 확 밀어버렸음. 익숙한 대문이 열린채 지섷이를 집어삼켰고, 지섷이는 멀어지는 남자를 향해

- 나는 박지성이야! 다음에 또 만나!

이 말을 끝으로 까무룩 잠이 들었음.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사흘이 지난 상태였지. 지섷이는 그 형의 마지막 말이 떠오르지 않았음. 그렇게 잊고 산지가 어느덧 10여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 지섷이는 이제야 그 시절의 그 형이, 이번의 그 남자라는걸 깨달았음. 그때도, 이번에도 나를 구해줬구나. 그리고 그때 들었던 마지막 한마디가 기억났음.

'내 이름은 해찬이야. 그럼 안녕.'

지섷이는 그를 다시 만나고 싶었지만, 다시 만나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다시는 그 세계로 돌아갈 수 없었음. 빗소리에 섞여드는 이질적인 웃음소리가 간혹 가다가 들려오곤 했지만, 문을 열 수는 없었지. 마치 누군가 문을 막고 있는 것처럼.


22.08.09

근데 내가 세계관 팡인이라 그런건 아니고 센티넬버스랑 케이크버스랑 섞어먹음 맛있을 것 같지 않음??(반말 죄송합니다) 센티크랑 케이드.. 센티크의 능력을 제어하고 회복시켜줄 수 있는게 케이드인데, 그 방식이 섭취인 거임.

동혃이 불 능력 쓰는 센티크임. 총모양 손으로 빵야빵야 하면 조준한 목표물에 불 붙음. 붉은불부터 푸른불까지 쓸 수 있어서 등급도 높게 받았는데 아직 파트너가 없음. 왜냐? 입맛에 맞는 케이드를 못구했거든.. 그래서 맨날 마약성 억제제 먹으면서 악으로 깡으로 버팀. 전형적인 한국인 입맛이라 달달한거 많이 못먹어서 일반적인 케이드는 다 거절하고 특이한 맛이 나는 케이드만 수소문함. 그렇게 만나본 케이드가 두리안맛.. 쑥떡맛.. 구운 바나나맛.. 진짜 별의별 사람들 다 만나봤는데 다 별로임. 그냥 억제제 먹으면서 살아야하나 싶은데, 그마저도 마약성이라 중독증세 나타나고 억제 효과는 내성 생기기 시작해서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상태.. 진짜 마지막으로 한명만 더 만나보고 안되면 초코맛 케이드랑 파트너 하기로 함. 그렇게 미팅룸에 들어서는데.. 코끝을 스치는 얼큰한 향기.. 냅다 손 붙잡고 킁킁대며 냄새 맡음. 자기가 사랑해 마지않는 김찌맛 케이드를 찾은거임.

참치캔 듬뿍 들어간 김찌맛 케이드.. 지섷이는 자기 보자마자 냅다 손 잡아다가 손바닥에 코 박고 냄새맡는 동혃이 보고는 으; 질색함. 지섷이는 좀 특이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 파트너를 못구하는 상태였음. 요즘 대세는 달달한 초코맛이나 쌉싸름한 커피맛이었기 때문.. 그래서 도움을 좀 받고자 센터에 방문했는데, 웬 연구원한테 붙잡혀서 방안에 가둬(?)지더니 웬 미친사람을 만난 거임. 연구원은 이제 아예 목덜미에 코 박고 있는 동혃이는 무시한채 지섷이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했음. 뭐 말은 구구절절 길었지만 결론은 둘이 파트너를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음. 지섷이는 이 미친사람이랑 파트너를 하라니 너무 싫지만, 파트너를 맺어야 활동보조금이 나오는 더러운 자본주의 사회에 굴복하여 파트너를 맺기로 했음.

각자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파트너 인식용 피어싱을 하나씩 나눠가졌음. 동혃이는 왼쪽, 지섷이는 오른쪽에 각각 흑진주와 백진주 피어싱을 꼈음. 파트너의 증표 같은건데 파트너가 있음을 나타내는 용도임. 파트너가 있는 케이드는 먹지 않는게 암묵적인 규칙임. 그렇게 둘이 파트너 맺고 숙소에서 같이 살게 됨. 근데 이동혃.. 케이딩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맨날 지섷이 물고빨고 난리도 아님. 원래 방 따로 쓰는게 맞는데 이동혃이 맨날 베개들고 찾아와서 걍 같이 씀.

연구원도 처음엔 말리고 혼내고 그러다가 이젠 포기하고 지섷이 방 침대 킹사이즈로 바꿔줌. 어차피 같이 잘거면 넓게 자라고..ㅋㅋㅋ 근데 이동혃은 넓다란 침대 줘도 지섷이한테 꼭 달라붙어서 팔베개 해주면서 잠. 지섷이 그거 불편해서 처음엔 피했는데 이젠 걍 잠. 거의 다 포기하고 이동혃한테 맞춰서 살고 있음. 근데 아직도 적응 안되는게 이동혃 잠버릇.. 동혃이 맨날 팔베개 해주면서 몸 바싹 붙이고 지섷이 어깨 깨뭄. 그나마 자근자근 깨무는 수준이라 아프거나 하진 않은데 기분 묘함. 아침에 맨날 어깨에 잇자국 나있음. 언제는 한번 깨물길래 살짝 밀어냈더니 팔에 힘 꽉 주면서 바짝 당겨 안고는 목덜미를 물어버리는 거임. 그때 이후로 놀래서 안밀어냄. 이렇게 잘때 빼면 일반적인 센티크랑 케이드처럼 지냄.

동혃이는 호출되면 현장 나가서 만신창이 돼서 돌아오고, 지섷이는 그런 동혃이 기다렸다가 살이든 혈액이든 체액이든 줌. 그날그날 동혃이가 먹고싶은걸로 먹음. 원래 동혃이의 케이딩 취향은 혈액임. 근데 지섷이한테는 체액을 제일 많이 요구할듯. 왠지 지섷이만 보면 키스하고 싶어서. 맨날 전투 끝나면 룰루랄라 집으로 뛰어가서 자기 마중 나온 지섷이한테 키스 갈김. 현관에서부터 입 맞추기 시작해서 침대에 눕히고, 먹지도 않으면서 목덜미 깨뭄. 지섷이는 파트너 경험이 아예 없어서 원래 이런가? 싶음.

그러다가 동혃이가 지섷이 상처내서 피나면 어쩌지. 평소보다 능력도 과하게 쓰고 부상도 많이 입은 날.. 집으로 돌아오면 당연히 지섷이가 마중 나와있겠지. 그래서 키스하면서 케이딩 받는데, 오늘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거임. 자꾸만 지섷이의 목덜미에 눈이 감. 동혃이는 지금껏 지섷이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참아왔는데, 오늘은 그게 안됨.. 진짜 끝까지 참아보려고 손 부들부들 떨면서 키스하다가 결국 본능한테 져서 목덜미에 이 콱 박아넣음. 날카로운 송곳니가 살을 파고들면서 붉은 피가 흘러들어옴. 진짜 간만에 먹어보는 진한 맛..(물론 김찌맛임) 이미 충분히 케이딩 받았는데도 절제를 못하겠음. 그러다가 빈혈 올 것 같은 지섷이가 동혃이 팔 붙잡으면 그제서야 이성 붙잡고 떨어지겠지. 피로 젖어있는 침대시트랑 축 늘어진 지섷이 보자마자 너무 당황스럽고 미안하면서도 야하게 느껴지면 어캄. 더 보고 있다가는 덮칠 것 같아서 냅다 방 뛰쳐나와서 화장실 들어감. 스스로 미쳤다면서 찬물로 세수 어푸어푸 하고 뺨 짝짝 때리고는 구급상자 들고 다시 방으로 감. 아직도 늘어져있는 지섷이 앉혀서 상처부분 잘 닦아주고 드레싱 밴드 붙여줌. 침대시트 갈고 철분제 하나 먹이고 재움.

근데 문제는 그날 이후로 자꾸만 지섷이를 먹고 싶어지는 거임. 계속 같은 방에 있으면 백퍼 덮치겠다 싶어서 동혃이 자기 방으로 돌아감. 하루아침에 킹사이즈 침대에 덩그러니 남아버린 지섷이는 어이가 없음. 지멋대로라고 짜증도 좀 났음. 자기도 그렇게 자는거 불편했다면서 침대에 대자로 누움. 근데 밤새 뒤척여도 잠이 안와ㅜ 침대가 너무 크게 느껴지고(당연함 킹사이즈임) 너무 허전함. 사람 하나 없는게 이렇게까지 허전할 일인가 싶음. 그렇게 둘이 비즈니스적으로 케이딩을 해주거나 동행을 하거나 하긴 하는데 같이 생활은 안함.. 완전 서먹한 관계로 며칠이나 보내게 됨.

그 기간동안 동혃이도 지섷이도 잠 잘 못자서 능률이 뚝뚝 떨어지겠지. 그럼 보다못한 담당연구원이 둘이 같은 방에 밀어넣고 문 잠가버림. 둘이 어색하게 시선만 피하고 있다가 지섷이가 먼저 말 꺼낼듯. 혹시 자기가 뭐 잘못했냐고. 그럼 동혃이는 아니라고 말은 하는데 왜 그랬는지는 말 안해줌. 그러면 지섷이는 서로 유대감도 좀 쌓았고 좀 친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말도 안해주니까 서러워져서 막 울면.. 그리고 그거보고 동혃이 꼴리면.. 지섷이 확 끌어다 안고 눈물 혀로 핥으면서 얼굴에 뽀뽀해줌. 너를 먹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목덜미 자근자근 씹음. 솔직히 지섷이도 무슨 뜻인지 다 알아챘음. 그래서 얼굴 빨개져서 동혃이 옷자락 꼭 쥐고 귓가에 뽀뽀함. 그러면 동혃이도 목덜미에서 떨어져서 지섷이랑 눈 맞추겠지. 그때 지섷이가 먼저 키스하는 거임.

동혃이가 지섷이 몰아붙이듯 키스하면 지섷이는 숨 모자라서 작게 신음 흘림. 그거 보고 더 흥분해서 옷 안으로 손 집어넣음. 얇은 허리 쓸어내리면 파드득 놀라는거 다 느껴져서 귀여워 죽겠음. 근데 이와중에 그거 관찰카메라로 다 보고 있던 연구원은 쟤네 뭐하냐면서 어이없음. 서로 대화하라고 넣어놨더니 섹뜨기 일보직전임. 동혃이도 자기들 연구원이 보고있는거 다 알아서 관찰카메라에 불 붙임. 심지어 푸른불임. 허망하게 녹아내리는 카메라를 보며 연구원은 절규를 했다고 함..(담당 센티크가 의도적으로 손상시킨 기물은 담당연구원이 배상)

(원래 뒷부분이 더 있는데(진짜 째끔) 씬을 묘사하는 부분이라 부득이하게 뺐습니다.. 성인물로 발행하기엔 너무 분량이 적어서요..)


22.08.16

지박령 동혃이랑 기 약해서 잡귀들 다 몰고다니는 지섷이가 만나는거 보고싶음 #동지혁성

동혃이는 살아생전 기억이 거의 없는 지박령임. 자기가 죽은 이유도 정확히 몰라서 한이 서리거나 미련이 남거나 그런것도 없음. 근데 왜 성불도 못하고 길 한복판에 붙잡혀서 오도가도 못하는지 스스로도 이해 안됨. 어차피 죽었으니 자유롭게 떠돌아 다닐 수 있으면 그나마 나을텐데 지박령이라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한평남짓임. 맨날 같은 자리 빙빙 돌면서 사람 구경, 차 구경.. 귀신이 이승에 오래 머물면 본질을 잃고 악귀가 된다던데 동혃이는 그런것도 없음. 그냥 구경만 하고 절대 안건드림. 어쨌거나 매일매일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동혃이에게 단 하나 취미가 있음. 그건 바로.. 온갖 잡귀들 다 몰고다니는 지섷이 구경하기.

아마 학생인듯 매일 같은 시간에 근처를 지나가는 지섷이는 정말 신기하게도 별의별 잡귀들을 다 몰고다녔음. 진짜 어떻게 살아있나 싶을 정도로 액운덩어리.. 키는 큰데 엄청 말랐고, 얼굴은 혈색 없이 창백함. 다크서클에 눈이 퀭.. 보고만 있어서 안쓰러운 몰골임. 그게 다 자기가 몰고다니는 잡귀랑 액운 때문인데 누구한테 뭔소릴 들은건지 맨날 홍삼스틱 물고다님. 사실 잡귀 하나둘쯤 붙이고 다니는 시람들은 종종 있고, 웬만한 직장인들은 다 퀭한 눈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상하게 지섷이한테만 시선이 감. 이유는 또 모름. 지섷이는 동혃의 범위 안으로 들어온 적이 없고, 조금 떨어진 곳을 지나다닐 뿐인데, 왜 매일 그를 기다리게 되는지 궁금함. 그렇게 동혃이 혼자 지섷이를 바라보는 날이 많아짐.

그러던 어느 토요일. 매일 걸어다니던 지섷이가 버스를 타기 위해 동혃이 쪽으로 다가옴.(정류장이 동혃이 근처에 있음) 횡단보도만 건너면 동혃이의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됨. 동혃이는 가까이에서 본 지섷이가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지박령이 된 이후 처음으로 설레는 감정이 들었음. 하지만 지섷이는.. 오늘따라 깨질듯한 머리와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 컨디션 최악임. 횡단보도 앞에서 관자놀이 꾹꾹 누르면서 신호 기다리다가 파란불로 바뀌는거 보고 발 떼는데.. 웬 싸가지없는 검은차가 갑자기 우회전해서 횡단보도에 끼어듬. 주변에서 깔깔대며 웃는 잡귀들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정신도 없어서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한 지섷이를 동혃이가 잡아당겼음. 그 힘에 동혃이한테 안긴 지섷이는 얼떨떨한 얼굴로 동혃이 바라봄.

검은차는 그냥 가버리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괜찮냐고 물어봄. 지섷이는 그냥 고개 끄덕이며 대충 답하고는 계속 동혃이만 바라봄. 살면서 귀신을 본적이 한번도 없는 지섷이는 동혃이가 사람인줄 착각해서 꾸벅 인사를 하는데, 정작 동혃이는 얼이 빠져서 인사 안받아줌. 지박령이 된 이후 단 한번도 벗어나 본적이 없는 그 범위를 지금 벗어난 상태였음. 뭐지? 나 왜 여기 있지? 어떻게 있는 거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잔뜩 생겨남. 동혃이가 생각하느라 인사도 안받아주고 말도 안하니까 지섷이도 그냥 인사 한번 더 하고 갈길 감. 근데 지섷이가 멀어지니까 동혃이 무언가에 당겨지듯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버림. 방금까지 서있던 그 자리로 가보려고 해도 절대 안됨.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듯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음. 그럼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같은 자리 빙빙 돌며 사람들 지나가는 거나 구경함.

그렇게 몇시간 후.. 지섷이가 다시 나타남.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음. 근데 아침에 본것보다 잡귀들이 더 늘어나 있고 딱 봐도 상태 안좋아 보임.. 힘빠진 걸음으로 걷던 지섷이가 동혃이 발견하고 작게 웃으면서 다가옴. 아직 여기 계시네요? 지섷이가 자기한테 먼저 말걸어주니까 동혃이 기분 좋음. 그래서 먼지 털어주는 척 어깨에 매달린 잡귀들 머리채 잡아서 던져버림. 사실 자기도 이게 될줄 몰랐음. 한결 가벼워진 어깨에 지섷이가 기쁘게 웃는데 그게 또 엄청 예쁨. 잡귀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시뻘건 눈으로 노려보는데 동혃이는 그거 1도 신경 안쓰고 다 머리채 잡아서 떼어냄. 동혃이 손이 닿을 때마다 무거웠던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는게 느껴짐. 동혃이가 지섷이한테 들러붙은 마지막 잡귀를 떼어내면 지섷이가 동혃이 팔 붙잡음. 그제서야 동혃이는 아차싶을듯. 지섷이는 자기를 본게 오늘이 처음인데 너무 붙잡고 있었나..? 근데 지섷이 표정이 뭔가 벅차오르는 것 같음. 어떻게 한거냐고 너무 반짝이는 눈으로 물어보길래 그냥 대충 얼버무림.

잡귀들은 다 떨궈냈지만 액운은 아직 남아있어서, 횡단보도 같이 건너주려는데 생각해보니 동혃이는 이 장소를 벗어나지 못함.. 최대한 갈 수 있는만큼 가보는데, 이게 웬걸? 지섷이네 집앞까지 옴. 원래 있던 곳에서 걸어서 15분정도 걸렸는데 그 사이에 사고를 5번은 더 당할뻔함. 물론 동혃이가 다 구해줬음. 진짜 얘는 지금껏 어떻게 삶을 연명하고 있던건지 미스테리임. 지섷이가 방긋방긋 웃으면서 동혃이한테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가니까, 동혃이는 또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듯 제자리로 돌아오게 됨. 거리에 비례하는건지 무지막지한 힘으로 잡아당겨서 반동 장난 없었음.

너무 길어지니까 보고싶은 장면만 써보자.. 지섷이와 몇번 마주치고나니 쫌 친해져서 자기가 사실 귀신이라는걸 털어놨음. 근데 지섷이 꺼리는 기색이 1도 없음. 심지어는 자기가 지박령인데 너가 근처에 있으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너 좀 따라다녀도 되냐고 했는데도 흔쾌히 그러라고 함. 뭔가 너무 흔쾌해서 되려 찝찝한 기분.. 지섷이 딴에는 동혃이랑 있으면 재밌고 좋아서 그런건데, 동혃이는 오해해서 자기가 잡귀 털어주고 액운 막아주는거 때문인줄 앎. 그래서 좀 서글프지만 자기는 귀신이니까 따라다니는 부적? 정도가 딱 맞는 거라고 스스로 달램.

그렇게 맨날 지섷이 따라다니는 동혃이.. 지섷이 반경 1미터 안으로 다녀야 해서 어쩌다보니 사생활이 사라져버림. 초반에 거리 가늠 못했을때는 씻을때 같이 욕실 들어가서 뒤돌아 서있었음ㅋㅎ 이후로는 거리 대충 계산해서 지켜주고 있음ㅇㅇ 근데 지섷이 소개팅 들어오면 어떡함(이게 보고싶었음)

애가 맨날 음침하게 다니다가 동혃이가 따라다닌 이후로 멀끔해져서 인기 많아졌는데 그 덕분에 소개팅 주선 엄청 들어옴. 지섷이도 처음엔 자기가 그런데를 어떻게 나가냐고 거절하다가 너무 많이 부탁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한번 나가기로 함. 첫 소개팅이라 나름 예의 차린다고 예쁘게 옷 입으면 동혃이 표정이 완전 뚱함. 마음에 안드는데 뭐가 안드는지 자기도 모름. 근데 생각해보면 진짜 자기가 지섷이한테 왜 그렇게까지 감정적으로 구는지 모르겠음. 그래서 혼자 머리 복잡해져서 오늘은 원래 있던 자리에 있을테니까 소개팅 다녀오라고 머리 쓰다듬어줌. 지섷이는 안그래도 된다고 했지만 동혃이가 나 달고 가서 뭐하냐고 떠밀어서 보내버림.

그렇게 완전 오랜만에 혼자 길바닥에서 사람들 구경하는데 전에는 나름 재밌던게 이제는 완전 노잼임..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보면 10분도 안지나있음.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자기도 모르게 지섷이 보고싶다.. 이런 생각 들면 지가 더 놀램. 걔랑 오래 붙어있긴 했나보네ㅋㅋ.... 아 짜증나.. 박지섷 보고싶어.. 이러고 있으면 뒤에서 지섷이가 쨘 나타남. 반가운 마음은 둘째치고 애 상태가 이상함. 잡귀들은 하나도 안붙어있는데 귀신 하나가 어깨에 매달려서 낄낄대고 있음. 지섷이 낯빛도 안좋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임. 그거 본 동혃이는 순간 열이 확 뻗쳐서 머리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귀신 머리채 잡아당기는데, 귀신이 미친것처럼 막 웃으면서 지섷이한테 더 붙음. 바짝 붙으니까 지섷이 휘청거리고.. 그 모습이 너무너무 짜증나는 거임. 그래서 억지로 힘줘서 겨우 떨어트리는데, 귀신이 떨어지자마자 지섷이 그 자리에 쓰러짐..

귀신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깔깔대다가 내가 쟤를 겨우 붙들고 있었는데, 네가 날 떨어트렸으니 쟤는 죽을 거라고. 네가 죽인거라고 악담을 엄청 퍼부음. 동혃이는 진짜 충격먹은 얼굴로 병원 이송되는 지섷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음. 지섷이가 떠난 후, 그 귀신이랑 개같이 싸우고 지섷이 기다림. 이런 상황에서도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게, 지섷이가 와주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게.. 지박령이 된 이후로 그 사실이 너무 끔찍하게만 느껴졌음.

그리고 그 상태로 며칠이 지났지.. 동혃이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혹시 그 귀신 말처럼 지섷이가 잘못된건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음. 정말 자기가 지섷이를 잘못되게 만든걸까봐.. 하지만 그 귀신 말은 당연히 구라였고, 지섷이는 다 회복해서 동혃이한테 가고싶은데 가족들이 너무 걱정해서 집에 갇혀(?)있는 상태였음. 동혃이가 먼저 와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서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은데 못감ㅜ 얼른 몸 회복해야 내보내준대서 인스턴트 안먹고 건강식 먹으면서 가족들 설득하고 있음. 그리고 갇혀(?) 산지 한달쯤 됐을때, 드디어 집에서 나올 수 있었음. 지섷이는 집에서 나오자마자 동혃이에게로 뛰어감. 횡단보도에 서면 쭈그려 앉아있는 동혃이가 보이겠지. 그 모습에 지섷이가 형!! 하고 소리치면 동혃이가 고개 들고 지섷이 바라봄. 안그래도 땡그란 눈이 더 커지면서, 자석에 이끌리듯 동혃이가 지섷이에게로 달려옴. 지섷이가 팔 활짝 벌리면 동혃이가 와서 와락 끌어안음. 그리고 둘이 행복하게 살겠지.. 얘기 너무 길어지니까 끗!


22.09.02

어려서부터 칭구칭긔 동혃이랑 지섷이. 둘이 맨날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 쏘다녀서 동네사람들 얘네 친한거 다 앎. 그런 얘네가 요즘 꽂힌게 공포체험. 사실 동혃이가 맨날 하자고 꼬드겨서 지섷이가 맞춰주는게 맞음. 지섷이 무서운거 놀라는거 딱 질색인데 동혃이 장단에 맞춰주는 이유가 놀랄 때마다 손에 힘 꽉 줘서 잡아주는게, 지보다 큰 애를 자기 뒤로 숨겨주는게 좋아서. 근데 이동혃은 그런거 1도 모르고 지섷이도 공포체험 좋아하는줄 앎(바부야)

동네 공포 스팟은 다 갔다왔는데 동네가 좁아서 그릉가 솔직히 재미가 없음. 그래서 동혃이가 서치 엄청 해서 다른데 찾아옴. 버스타고 1시간은 가야 나오는 산에, 중턱쯤 올라가면 나오는 버려진 교회인데 심령스팟으로 엄청 유명한 곳임. 이번에도 역시 동혃이가 가자고가자고 떼써서 가기로 함. 공포체험은 또 밤에 해야 제맛이라며 저녁에 산 오르기 시작했는데 요즘 해 짧아지는 시기라 어두워지고 나서야 교회 도착함.

얼마나 오래됐는지 벽 여기저기가 삭고 부서지고 난리도 아님. 거미줄이랑 먼지는 또 왤케 많은지 폐가 답답해질 지경. 안에 찢어진 성경책이랑 끊어진 묵주, 부서진 십자가 널부러져있음. 너무 을씨년스럽고 스산한 분위기에 지섷이가 동혃이 손 꼭 잡고 호달달 떨고 있는데 동혃이가 손에 힘주면서

- 절대 뒤돌아보지마.

이러고 뚜벅뚜벅 걸어감. 원래 동혃이가 지섷이를 잘 놀래키고 놀리긴 했는데, 저런 말은 잘 안한단 말임? 근데 왜 갑자기 저런 말을.. 지섷이 더 겁나서 동혃이한테 바짝 붙음. 근데 진짜 이상해. 아무리 요즘 밤에 씰쌀하다고 해도, 여긴 무슨 초겨울 같고 입김도 나옴. 동혃이가 잡아준 손도 평소보다 너무 세게 잡고있고, 어쩐지 차가운 것 같아. 지섷이는 동혃이도 여긴 좀 무서운가? 싶어서 나가자고 말하려는데,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림.

지섷아. 어디가 지섷아. 여기로 와. 누구랑 있는 거야. 지섷아. 지섷아. 여기로 오라니까. 지섷아. 내 말 안들려? 지섷아.

그 목소리 듣자마자 지섷이 소름이 쫙 끼침. 분명 동혃이는 자기 옆에서 제 손을 꼭 잡아주고 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동혃이였거든. 거의 초반부터 손을 잡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이 동혃이가 진짜겠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동혃이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지섷이는 자기도 모르게 돌아보려함.

- 지섷아. 뒤돌지 말랬잖아.

안그래도 어두워서 무서운데 동혃이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하니까 오금이 다 저려오는 지섷이.. 진짜 너무 무서워서 울먹한 목소리로

- 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자나..

이러면 동혃이가 어휴, 한숨쉬고는 지섷이 잡아당겨서 안아줌. 토닥임에 안정이 되긴 하는데, 지섷이는 뭔가 자꾸만 이상함. 너무 어두워서 그런가 동혃이가 아닌 것 같아. 분명 얼굴도, 품도, 손길도 전부 동혃이가 맞는데, 아닌 것 같아. 지섷이가 괜히 동혃이 눈치 보면서 꼼질거리면 동혃이는 계속 등 토닥여주면서 말함.

- 여기 귀신 많이 나오는 곳이라고 했잖아. 그 귀신이 너 홀리려고 수작부리는 거야. 나는 기가 세지만 너는 아니잖아. 나는 아무소리도 안들리는데 너만 들리는게 그래서 그런거야. 귀신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마. 조금만 더 가면 되니까 무시해.

동혃이의 말에 지섷이는 고개를 끄덕였음. 근데 동혃아, 우리 어디를 가는데 거의 다 왔다는 거야? 라는 말은 삼키며 다시 앞장선 동혃이를 따라 걷는데 자꾸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음. 지섷이는 동혃이가 한 말도 있고 하니까 애써 무시하는데, 자꾸만 목소리가 조급해지고 커지니까 그게 쉽지가 않았음.

지섷아. 그만가. 거기 위험해. 나한테 와. 지섷아. 지섷아. 내 말 들리잖아. 지섷아. 박지섷.

지섷이는 점점 가까워지는 목소리에, 손에서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한 상태였음. 그래서 맞잡은 손이 자꾸만 미끄러졌지. 물론 동혃이가 꽉 잡아줘서 놓치진 않았음. 그렇게 빠른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커다란 십자가 아래였음. 십자가 역시 다 부서지고 삭고 곰팡이까지 피어있었음. 십자가 아래에는 무슨 기다란 단상 같은게 있었는데, 동혃이는 거기로 올라가려는듯 척척 앞으로 걸어갔음. 그리고 그럴수록 더 심해지는 뒤쪽의 목소리.

야. 박지섷. 내 말 안들려? 들리잖아. 얼른 오라고. 박지섷. 이리와. 나한테 와. 박지섷. 박지섷. 야. 박지섷.

그러다가 뒤쪽에서 손이 튀어나와 손목을 잡혀버림. 지섷이 완전 소스라치게 놀라서 헉! 소리내며 자기도 모르게 뒤돌아봤는데.. 뒤에 있는건 다름아닌 동혃이..? 지섷이는 다급해보이는 동혃이 얼굴을 보고 사색이 됐음. 뭐야..? 얘가 왜..? 그때 원래 자기 손을 잡고있던 동혃이가 진짜 서늘하고 소름끼치는 낯선 목소리로 지섷이 귓가에 대고 속삭임.

내가 뒤돌아보지 말랬지.


22.09.08

갑자기 연반짭근친 보고싶다 근데 엔티알을 곁들여서..

슴하나 지섷이랑 열여섯 동혃이는 가족임. 엄마 아들 박지섷이랑 아빠 아들 이동혃은 성도 다르고 같이 살지도 않지만 일단은 가족임. 동생의 존재를 지섷이는 알고 있었지만 동혃은 몰랐음. 그래서 지섷이가 사정이 생겨서 엄마네에 머물게 됐을때까지도 동혃이는 이 사람 누구지? 이러고 있었음. 지섷이도 눈치는 있는 아이라서 그냥 엄마 친구 아들 정도로 소개를 했음. 물론 아빠는 지섷이가 누군지 아니까 겁내 탐탁치않아 했지만 뭐 어째. 며칠간만 머물거니까 좀 봐달라는 아내의 말을 들어줘야지.

그간 외동으로 자랐던 동혃이는 갑자기 생긴 형이 그냥 재밌었음. 건들면 건드는대로 매번 반응 하는데 그게 너무 웃긴거야. 그래서 며칠 머문다니까 사이좋게 잘 지낼 생각이었지. 근데 시간이 흐르니까 뭔가 좀 이상해. 친구 아들이라더니 왤케 아껴?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엄마가 지섷이를 대하는 모습이 너무 애틋하고 이상한 거야. 한번 의문이 드니까 자꾸만 의심하게돼. 정말 친구 아들 맞아? 첫사랑의 아들, 뭐 그런거 아니야? 그러다가 늦은 밤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듣게 됨. 언제 내보낼 건데? 벌써 2주째라고. 내가 언제까지 봐줘야해? 지금 네 아들이라고 싸고도는 것 같은데, 나는 더 못봐줘. 이번주 내로 내보내. 이제 동혃이가 네 아들이야. 박지섷이 아니라. 그 말을 들은 동혃이는 조용히 자리를 피함. 뭐야, 친아들이었어? 뭔가 뒤틀리는 기분. 괜히 짜증이 솟구침. 새엄마한테 그닥 애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박지섷 놀리는 것도 재밌었는데 왜이렇게 짜증나지. 동혃이는 제 방 침대에 누워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음. 아 너무 좆같애. 진짜 다 짜증나.

그리고 밤 꼬박 새고 아침에 밥 먹으러 나가면 보이는 박지섷 얼굴.. 보니까 더 짜증나. 그래서 옆에 앉아서 밥 깨작거리고 있는데, 그 모습 본 지섷이가 잠 못잤냐고 물어봄. 맨날 당하는 주제에 이렇게 다정한게 좋아서 마음에 들었던 건데. 이젠 다 짜증나기만 함. 그래서 아니라고 말하고 걍 일어나서 방 들어가버림. 그리고 그날 이후로 동혃이는 대놓고 지섷이를 불편해하는 티를 냈고, 지섷이는 굳이 먼저 다가가지 않았음. 애가 자기를 불편해하는데 어떻게 먼저 다가가.. 자기 위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거임. 그래서 지섷이가 먼저 엄마한테 말하겠지. 이제 집에 가보겠다고.

사실 지섷이네 아빠.. 이번에 재혼해서 새엄마 생겼는데, 새엄마가 지섷이를 별로 안좋아해서 눈칫밥 먹다가 아빠가 엄마네로 가라고 해서 온 거였음. 엄마도 그거 알고.. 그래서 어차피 돌아갈 곳도 없는거 아는데 가겠다니까 엄마가 붙잡음. 하지만 지섷이는 여기도 자기가 있을 자리는 아니라고, 가겠다고 말하고 짐 싸서 바로 그날 저녁에 나가버림. 들고 온 짐도 얼마 없어서 나가니까 흔적이 남은게 없음.. 그리고 학교 갔다가 집에 온 동혃이는 그가 나갔다는 사실에 홀가분 하면서도 또 짜증남. 왜 말도 안하고 걍 나가는데. 내가 피해서?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들어. 진짜 짜증나.

그렇게 아무런 접점도 없이 몇달이 흘렀음. 그 사이에 동혃이도 지섷이에 대한 생각이 흐려졌지. 근데 지나가다 골목에서 익숙한 얼굴이 담배를 피우고 있네? 그 자리에 우뚝 서버린 동혃이가 그의 입에서 흰 연기가 푸우 뱉어지는거 보고 심장이 쿵. 뭐야? 뭔데? 왜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지? 그러다가 옆에 있던 남자랑 키스하는거 보고 또 심장이 쿵. 순간 숨 헉 들이키고 도망쳐버림. 진짜 오랜만에 좆같네. 동혃이 그날 밤에 지섷이 꿈 꾸면서 몽정함. 동혃이는 이건 아니다 싶어서 맨날 그 골목 앞에 지나가면서 지섷이 있나 확인함. 하지만 매번 보이지 않았지. 그게 또 짜증나는 동혃이. 박지섷만 생각하면 짜증만 나는 것 같애.

그러다가 또 우연히 지섷이랑 마주치게 됨. 지난번에 흐트러진 차림으로 담배피던 모습이 아니라 집에서 봐왔던 멀끔하고 단정한 모습의 지섷이. 그를 보니까 자기 감정이 뭔지 알 것도 같음. 이 남자를 소유하고 싶어. 모든 모습을 내 눈에 담고 싶어. 그래서 전처럼 장난치고 살가운 동생의 모습을 하고 지섷이에게 다가감. 지섷이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동혁이가 반갑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동혃이랑 자주 만나며 시간을 보내겠지. 그렇게 되면 자취방에 초대하는 것도 자연스런 수순이었음. 지섷이의 자취방에 들어선 동혃이는 묘한 쾌감을 느낌. 그의 영역에 들어갔다는 묘한 성취감. 그리고 더더욱 강해지는 그를 향한 소유욕.

이제는 거의 지섷이 자취방에 눌러살다시피 하는데, 어느날은 비번 띡띡 치고 들어가니까 웬 남자가 있어. 당신 누구야? 누군데 그런 차림으로 여기 있어? 흰티에 트렁크 한장 걸친 남자는 갑자기 들어온 동혃이를 보고 더 놀란듯 싶었음. 동혃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지섷이가 욕실에서 나왔지. 지섷이는 익숙하다는듯 동혃이를 반기고, 남자를 소개시켜줬음. 내 남자친구야. 그 말에 동혃이는 한참 전에 골목길에서 봤던 그 남자인게 떠올랐음. 그동안 저랑 보낸 시간도 많고, 누굴 만나러 가는것도 못봐서 당연히 애인은 없을 줄 알았는데. 동혃이는 속이 좀 뒤틀렸지만 그냥 살갑게 웃으며 인사를 했음. 그렇게 안면을 트고나니까 지섷이 자취방에서 셋이 만나게 되는 일이 많아졌지. 사실 눈치껏 동혃이가 빠져줘야 하는건데 동혃이는 눈치없는척 둘 사이에 끼어드는 거임.

지섷이는 동생이니까, 어리니까 귀엽게 보고 넘어갔지만 남친은 달랐음. 애가 지섷이가 아끼는 동생이라는데, 친한 형동생의 눈빛이 아닌 것 같애. 뭔가를 탐하고 싶어하는 눈.. 그걸 지섷이는 모르는 것 같고. 남친은 괜히 동혃이가 신경쓰이고, 경계하게 됨. 그러다가 일이 터지게 되는거지.

지섷이랑 남친은 같은 대학 씨씨였음. 교양 수업 듣다가 친해진 사이였는데, 남친이 먼저 들이대서 사귀게 됐음. 같은 수업이니까 과제도 같이 하려고 지섷이 자취방에 있었는데, 동혃이가 또 온 거임. 남친은 안그래도 과제 때문에 스트레스 만땅인데 신경쓰이는 애가 들어오니까 골치아픔. 동혃이는 과제중이면 얌전히 있겠다면서 정말 얌전하게 옆에 앉아서 구경만 하는데, 자취방 들어올 때부터 손에 들고있던 제로콜라를 쏟아버림. 근데 이게 고의인지 실수인지, 하필 남친 쪽으로 쏟아버려서 노트북이랑 참고자료, 책들이 몽땅 젖어버림. 뒷골 빡 땡기지만 지섷이가 아끼는 동생이라니까 겨우 화 눌러담음.

지섷이는 급하게 닦을거 가지러 방 나가고, 동혃이랑 남친이랑 둘이 남게됨. 진짜 둘만 있을때 한소리 하려고 동혃이 보는데, 글쎄 얘 얼굴이..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고 있는 거임. 아저씨, 박지섷이랑 진도 얼마나 나갔어요? 그리고 그 입에서 뱉어지는 말에, 남친은 표정을 굳힘. 너 말 가려서 해. 그러면 동혃이는 푸핫 웃음 터트리면서 남친 바라봄. 아저씨가 박지섷 더 좋아하죠? 나처럼 어린 새끼한테 질투나 하고~ 할짓도 존나 없나봐. 아저씨 지금 존나 추해. 알아? 동혃이의 말에 남친이 빡돌아서 멱살 잡아올리는데, 하필 지섷이가 방에 들어옴. 뭐하는 거야?! 버럭 화내면서 남친이랑 동혃이 떨어트리는데 가증스럽게 동혃이가 울먹한 표정지으면서 시선도 내리깔고, 내가 콜라 쏟아서 화나셨나봐.. 미안해 형.. 이럼. 그 모습에 남친은 어이없어서 열불남.

지섷이는 남친한테 어린 애가 실수할수도 있는거지 왜 멱살을 잡냐고 막 따짐. 남친은 너 없는 사이에 얘가 뭔 얘기를 했는지 아냐며 짜증내는데 지섷이는 더 들을 말도 없다는듯 남친에게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인줄 몰랐다며 그 자리에서 헤어지자고 말하고 집에서 내쫓아버림. 그리고 시무룩해있는(척) 동혃이를 달래준답시고 오늘 하루 자고가라고 함. 맨날 동혃이가 재워달라고 할때마다 부모님 걱정하시니까 안된다고 했거든. 저녁도 동혃이가 좋아하는 김찌 먹고, 요즘 인기 많은 드라마도 보고, 게임도 좀 하다가 씻고 나란히 누움. 누구랑 연락을 하는지 폰만 바라보고 있는 지섷이를 동혃이가 흘끔흘끔 바라봄. 남친인가? 헤어진거 아니었어? 뭔가 또 짜증나서 스륵 눈 감고 잠버릇인척 지섷이 끌어안음.

그러면 그제서야 지섷이도 폰 내려놓고 자세 고쳐누움. 동혃이가 편하게 자기를 안을 수 있게. 내가 얼마나 더러운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나 다정하게 굴다니. 진짜 짜증나. 동혃이는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이내 스르륵 잠이 들었음. 그리고 그런 동혃이의 머리칼을 매만지던 지섷이는 동혃이가 잠든거 확인하고는 이마에 뽀뽀해줌. 요 깜찍한 녀석을 어떡하냐. 사실 지섷이 동혃이가 자기한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고, 아까 (전)남친한테 하는 말도 다 들었음. 근데 그냘 놔뒀던 이유는, 그냥? 귀엽잖아. 키도 째끄맣고 시골강쥐처럼 순해빠진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를 바라볼 때마다 전혀 다른 눈을 하는데 어떻게 모르겠음. 아직 어려서 눈빛 감추는 법을 모르는건지, 아니면 감출 생각이 없는건지. 그거까진 모르겠다만 지섷이는 그런 동혃이가 그냥 웃기고 귀여웠음. 성인될 때까지 그 마음 간직하면 내가 한번쯤 깔려준다. 이러고 4년 뒤에 진짜 깔리게 됨.


22.09.11

어웅ㅇ.. 이거 보니까 왤케 센일 먹고싶니.. 능력 제어 1도 못하는 주제에 가이딩 안받겠다고 난리피우는 이동혃이 마약성 능력억제제 맞고, 위험분자 격리 케이지에 갇혀서도 찾는건 가이드가 아니라 일반인 박지섷..

매번 유구하게 하는 설정이지만 동혃이는 화염계 센티넬이 어울림. 능력 쓸때만 머리색 바뀌는 설정도 좋아해서 동혃이 원래 머리색은 갈색인데 능력 때문에 빨머된거면 좋겠다. 능력 제어 못하고 매번 열기 두르고 다녀서 맨날 빨머임. 각잡고 능력 쓰면 열기와 불꽃이 주변을 초토화시킬 수 있음. 근데 그렇게 되면 거의 폭주상태가 되어 스스로 멈출 수 없어져서 평소엔 그냥 열기 정도만 사용함. 그마저도 엄청 강하긴함. 능력으로만 치면 완전 사기캐인 동혃이가 능력을 10%정도밖에 사용을 못하니 그냥 애물단지 취급. 가이드를 붙이면 능력 제어가 잘 될테지만 동혃이의 거부반응이 너무 심함.

거부하는게 그냥 싫어하는 정도면 억지로라도 가이드를 붙일텐데, 얘는 그 정도를 벗어났음. 방사가이딩을 받으면 구역질부터 하고, 접촉가이딩이라도 받으면 기절임. 그러니 어떻게 억지로 가이딩을 붙이겠음. 근데도 능력이 너무 사기니까 호출은 매번 당하고.. 그래서 맨날 만신창이됨. 엉망인 몸 이끌고 가는 곳은 가이드한테도 아니고, 의무실도 아니고, 그냥 옆집 지섷이네. 초인종도 아니고 힘 다 빠진 손으로 노트 툭툭 하면 문 활짝 열림. 그러면 억지로 버티고 있던 정신 놔버리고 지섷이한테 폭 안겨서 쓰러지는 거임. 지섷이는 또 익숙하다는듯 동혃이 질질 끌어다 침대에 눕힘. 상처랑 먼지로 침대가 더러워지든 말든 상관 1도 안함. 중간중간 그을린 옷은 대충 벗겨내고 물수건 가져와서 몸 닦아주고 집에 맡겨놓은 옷으로 갈아입혀줌. 그리고 침대 옆에 앉아서 곤히 자는(기절한 거임) 동혃이 얼굴 보다가 코끝 톡톡 건들면서 장난침. 동혃이가 스스로 회복해서 일어날 때까지. 가이딩 안받고 스스로 회복하려면 적게는 하루, 많으면 3~4일은 자야하는데 그동안 지섷이가 돌봐주는 거임.(어차피 잠든 상태라 손쓸 일이 없긴 함) 일어나면 곧바로 호출이라 금방 나가야하지만 이 동안에라도 같이 있는게 좋은 동지..

동혃이는 가이딩 안받는 대신 마약성 능력억제제 맞아야 하는데 그게 중독성이 너무 강한 나머지 오히려 능력이 폭주할 때가 있음. 그럴때는 몸이 약을 해독할 때까지 능력제어 케이지에 가둬놔야함. 능력 폭주라는게 주변에도 엄청 피해를 끼치는 거지만, 자신을 태워 능력을 불사르는 느낌이 강해서 본인한테도 엄청 괴로운 일임. 그런 상황에서 보편적인 센티넬은 맹목적으로 가이드를 찾으며 가이딩을 원하지만, 동혃이는 그런 상황에서도 지섷이만 찾음. 하지만 일반적인 케이지는 다 녹아내릴 정도로 강한 화염이 뿜어져나와 일반인인 지섷이는 밖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음. 능력이 폭주할수록 케이지에는 최소한의 산소와 다량의 마약성 능력억제제가 주입됨. 산소가 많을수록 화염이 커져서 어쩔 수 없음.

그러다가 동혃이가 부족한 산소와 과도한 능력 사용으로 진이 다 빠져 화염이 약해지면, 그제서야 지섷이가 투입되는 거임. 다른 사람은 열기 때문에 다가갈수조차 없는데, 지섷이가 격리실 문 딱 열고 들어가면 동혃이가 순간적으로 열기 훅 죽이면서 약에 취한 눈으로 지섷이 바라봄. 지섷이는 천천히 동혃이한테 다가가서 투명한 케이지에 손 올리고 눈 맞춤. 그러면 동혃이도 케이지를 사이에 두고 지섷이랑 손 맞대는 거임. 아무리 강한 약을 써도 지섷이한테만은 위해를 가할 수 없는 동혃이..(너무 좋아) 연구원들이 보기에 능력이 안정되면 케이지 커버가 열리고, 동혃이가 뚜껑 열고 나와서 지섷이랑 키스하고 곧바로 기절. 그러면 지섷이는 또 익숙하게 뜨끈뜨끈한 몸 안아다가 집으로 데려가는 거임. 또다시 동혃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지섷이. (무슨 결말이 이래)


22.09.13

불같은 사랑을 하는 동혃이랑 물같은 사랑을 하는 지섷이는 처음부터 잘 맞지가 않았음. 원래도 친구처럼 투닥거리던 사이라 연애를 시작해도 비슷했지. 다만 다른게 있다면 동혃이는 친구랑 연인의 경계가 분명한 사람이라 불같이 사랑을 전했다는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지섷이는 서서히 물이 끓듯이 사랑이 차올랐음. 먼저 사랑을 시작한건 지섷이였지만 사랑의 온도는 동혃이가 더 높았던 거임.

근데 불이라는게 활활 타오르다가도 연료가 없으면 금방 꺼지기 마련.. 먼저 마음이 식는 것도 동혃이였음. 지섷이의 작은 애정표현도, 이제 제법 따듯해진 사랑도, 별 감흥이 안느껴졌음. 예전에는 지섷이가 먼저 해주는 작은 스킨십이, 사랑고백이, 애정표현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웠는데, 심지어 감격스럽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럼. 불같던 사람이 식는건 숨길수가 없잖아. 지섷이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음. 이 형이 점점 마음이 식고 있구나. 하지만 그를 놓아주기엔 처음부터 너무 사랑했고, 지금은 더 사랑함. 동혃이도 불은 꺼졌지만 아직 잔잔한 열감으로 지섷이를 사랑하고 있음. 그래서 지섷이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사랑을 전하는 거임.

하지만 불은 물과 함께 있으면 결국 꺼질 수밖에 없음.. 지섷이의 사랑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뜨거워지는걸 보면서도 자기 마음이 식어가는게 느껴지겠지. 지섷이는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나를 사랑할거래. 근데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너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 이젠 이게 사랑인지 정인지 구분도 안됨. 그래서 동혃이는 이별을 결심함. 사랑했던 지섷이가 더 상처받지 않게. 미안해. 더는 널 사랑할 자신이 없어. 네게 못해준게 후회되지 않아. 바람 같은건 아니야. 그냥 다만.. 널 사랑하지 않아. 그뿐이야. 미안해. 네가 노력할 필요는 없어. 사랑을 노력한다는건 이상하잖아. 노력으로도 안되는게 있잖아. 나도 노력해봤는데 안됐잖아. 그러니까 너도 안해도 돼.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담담하게 이별을 고하는 동혃이를 지섷이가 울먹한 눈으로 바라만 보다가 커피잔을 매만지는 손을 꼬옥 쥐면서, 우리 안헤어지면 안되냐 묻겠지. 그러면 동혃이는 지섷이 눈 똑바로 보면서, 안될 것 같다고.. 그러면 그제서야 지섷이 눈에서 눈물 뚝뚝 떨어짐. 제발 헤어지지 말자고, 자기가 미안하다고, 노력하겠다고 펑펑 우는 지섷이를, 동혃이는 가만히 바라만 봄. 지금 달래주면, 등을 토닥여주면, 괜한 희망을 품게 할까봐. 자기 손을 붙잡고 있는 지섷이의 손을 떼어내고 커피 한모금 마시고 테이블 밑으로 손을 내림. 그럼 지섷이는 커다란 자기 손으로 얼굴 감싸쥐고 우는 거임.

마음이 식어가는걸 이미 느꼈지만, 실제로 그의 입에서 이별이 흘러나오니까 죽을 것 같음. 지섷이가 할 수 있는건 헤어지지 말자고 붙잡는 것밖에 없음. 우리 헤어지지 말자. 연락이 잘 안돼도 기다릴게. 맨날 잠만 자고 게임만 해도 괜찮아. 맨날 김찌 먹자고 해도 먹을게. 기념일도 안챙겨도 돼. 데이트도 형이 하고 싶을때만 해도 좋아. 사랑한다고 안해줘도 돼. 나는 그냥 형이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어. 제발.. 우리 헤어지지 말자.. 지섷이가 거의 빌듯이 이러면 동혃이는 착잡한 얼굴로 지섷이 바라보겠지. 이런 모습을 보려고 이별을 선택한게 아닌데..

지섷이가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매달릴수록 동혃이는 단호하게 말함. 이러지마. 흔들지마. 네가 흔든다고 나는 흔들리지 않아. 예전같지 않다는거 너도 알잖아. 우린 돌아갈 수 없어. 내가 너를 조금이라도 사랑할때, 네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을때, 우리 그만하자. 이러고 먼저 일어남. 지섷이는 그 자리에 앉아서 동혃이 가는 모습만 바라보고, 동혃이는 괜히 더 꿋꿋하게 앞만 보며 카페 나감. 그렇게 둘의 연애는 끝이남.


22.09.13

사랑의 총량이 정해져있는 세계관. 평생동안 사용(?)할 수 있는 사랑의 양이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있음. 사랑은 주고받을 수 없어서 자기 사랑을 다 써버리면, 그 이후로는 죽을 때까지 사랑을 할 수 없음.(연애는 할 수 있음)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유난히 커다란 사랑을 가지고 태어난 지섷이.

지섷이는 사랑이 워낙 커서 많은 이들을 사랑하는 아이였음. 한 사람만 사랑해본적이 없었지. 그러다가 평범한 사랑을 가진 동혃이를 만나게 된 거임. 동혃이는 그녕 평범한 정도의 사랑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나이치고 많은 양을 남기고 있는 상태였음. 친구는 많았지만 애정을 주진 않았거든. 연애도 짧게 자주 하는 편이었고, 사랑없이 한적도 있었음. 그런 동혃이가 럱쥔이가 아끼는 동생으로 지섷이를 소개받았는데, 사랑이 일렁이는 거야.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동혃이는 그게 이상하면서도, 기분이 좋았음. 그렇게 지섷이랑 만나는 날들이 많아졌고,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지.

그러다가 어느날은 보니까 자기 사랑이 조금 줄어들어 있더라고. 지섷이가 흘린 사랑에 흠뻑 젖어 자기도 모르게 사랑을 하고 있었던 거임. 동혃이는 지섷이에 비해 턱없이 작은 사랑이지만, 지섷이를 진심으로 사랑했음.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이 되는건 시간문제였지. 둘은 행복했음.

동혃이는 원래도 사랑을 조절하며 살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는데, 지섷이는 좀 문제가 있었음. 한 사람만을 사랑해본게 처음이라, 사랑을 조절할줄 몰랐던 거임. 엄청 커다랬던 사랑이 빠르게 줄어가고 있었음. 그래도 아직까지는 동혃이보다 많은 양을 가지고 있긴 했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혃이보다 엇비슷하게 적어졌을 때쯤.. 지섷이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음. 사랑을 다 써버리면, 더이상 형을 사랑할 수 없게 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런 고민을 동혃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음. 앞으로 사랑을 줄이겠다는 말을 하기엔 그 형을 너무 사랑했거든. 이때 솔직하게 털어놨음 좋았을걸..

시간은 또 흐르고 흘러, 지섷이한테 사랑이 거의 남지 않게 되었을때.. 지섷이는 울면서 동혃이의 집을 찾아감. 도저히 말할 자신이 없어서 그동안 꼭꼭 숨겼는데, 이젠 말을 해야만 했음. 동혃이는 상황설명도 없이 집앞에 찾아와 우는 지섷이를 집에 들여서 따끈한 초코라테를 한잔 내어주고 무슨 일이냐며 물었음. 지섷이는 이 순간에도 느껴지는 동혃의 다정과 사랑에 울컥했지. 어떻게 이 사람을 안사랑하냐구.. 지섷이는 또 한참을 울다가 동혃이를 바라봤음. 그리고 울먹울먹하며 말했지. 미안해, 형.. 나 사랑을 거의 다 써버렸어. 이제 더이상 형을 사랑할 수 없어. 미안해.. 사랑을 다 써버리면, 사랑이란 감정을 뚝 잘라낸 것처럼 사랑을 기반으로 한 애정, 설렘, 걱정, 질투 등.. 그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됨. 이렇게 사랑이 사라질까 두려워 우는 것조차 할 수 없음.

지섷이의 말을 들은 동혃이는 으이구~ 하면서 지섷이를 안아줌. 괜찮아. 다 괜찮아. 울지마. 뚝! 동혃이는 지섷이가 사랑을 조절할 줄 모른다는걸 간과한게 미안했음. 자기가 먼저 알아채고 알려줬어야 했는데.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지섷이를 한참이나 달래주다가 발갛게 부은 눈가, 콧등, 귀에 뽀뽀 한번씩 해주고 입술에도 쪽쪽쪽쪽 뽀뽀해줌. 요 귀여운 아가를 어떡하면 좋니. 그럼 형이 사랑 좀 나눠줄까? 그런 방법이 있어? 일루와방~ 이러고 침실 데려가서..더보기(물론 구라임. 사랑은 못나눠줌) 자고 일어나면 동혃이가 사랑 조절하는 법 알려주고 지섷이가 주는 사랑이 적어져도, 동혃이는 똑같이 사랑을 해주면서 지섷이의 불안을 떨쳐주지 않을까. 그리고 백년해로하렴.


22.09.13

아 탐라 보다보니까 그 드쇼에서 지섷이가 연하(ㅋㅋ) 썸녀랑 연락하던거 동지혁성으로 보고싶음. 인기쟁이 동혃군 짝사랑하는 지섷이.. 동혃이 맨날 지섷이한테 큰 관심 안주면서 가끔씩 둘이서만 밥 먹고 놀러가고 해서 지섷이 마음만 싱숭생숭하는 거임. 맨날 떼로 몰려다니는거 좋아하는 동혁이가 자기 만날때만 둘이서 보고 그러니까 너무 헷갈려하는거. 그러다가 어느날은 연락이 오는 거임.

진짜 너무 설렜는데.. 순식간에 기분 우울해져서 자기도 헷갈린거라고, 내일 약속있다고 구차하게 변명함..ㅜㅠ 쪽팔리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해서 폰 멀리 밀어버리고 베개에 얼굴 파묻음. 그렇게 잠들었다가 다시 눈 떴는데 이러고 스토리가..

진짜 사람이 너무 속상하면 어떤 기분인지.. 지섷이 이순간 느꼈음. 아무말도 안나오고, 아무생각도 안듦. 그냥 멍하니 스토리 보다가 먹먹한 느끼면서 다시 베개에 얼굴 파묻는 거임. 왠지 베개가 축축해지는 것 같음. 오늘은 자체휴강임.

다음날 눈 팅팅 부어서 안경에 마스크, 모자로 중무장하고 학교 가면 또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는 이동혃 보임. 진짜 보자마자 눈물날 것 같아서 괜히 빙 돌아서 가겠지. 왠지 눈 마주친 것도 같은데 애써 무시함. 그래봤자 같은 학교, 같은 학과, 같은 수업임. 강의실 구석에 찌그러져 앉아있으면 요란하게 친구들이랑 강의실 들어온 이동혃이 냅다 지섷이 옆에 가방 던지고 앉음. 지섷이는 슬픔을 오롯이 감당하고 이겨낼 시간을 줬음 좋겠는데 냅다 앉아서 종알종알 떠드는 이동혃이 미워죽겠음. 어제는 수업 왜 안나왔냐, 오늘 저녁에 누구 만나냐, 안경은 왜 썼냐, 안씻었냐, 묻는 것도 많음.

지섷이는 대충 대답하고 동혃이 손만 흘깃대는데, 그거 눈치챈 동혃이가 손 쫙 펴서 보여주더니 씨익 웃음. 반지 샀다고. 진짜 마음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만 같음. 그래서 괜히 떫은 표정 지으면서 잘했다고 하고, 오늘 컨디션 안좋아서 잔다고 엎드림. 자기 뒷머리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지고.. 작게 훌쩍이면서 눈물 참는 거임. 여친도 있으면서 왜 다정하고 난리.. 수업 끝나면 지섷이가 먼저 벌떡 일어나서 도망치듯 강의실 나가고, 동혃이는 그런 모습 바라보다가 지 친구들이랑 또 우르르 나감.

그렇게 며칠이 지날동안 지섷이 맨날 동혃이 피해다니는데, 어딜가든 나타나는 이동혃 때문에 자꾸 마주치게 됨. 마주칠 때마다 무슨 일 있냐, 괜찮냐, 아프냐, 물어오는게 좋은데 싫고, 싫은데 좋음. 사실 연락도 몇번이나 왔는데 바빴다며 한참 지나서 답하거나, 피했음. 지섷이가 이상하게 구는걸 주변 사람들 다 눈치챘으니 당연히 이동혃도 알았지. 사실 젤 처음 눈치챘음. 그래서 오늘은 맨날 몰고다니던 친구들 다 떼어놓고 혼자 지섷이 찾아가서 얘기 좀 하자고 데꾸감. 얼떨결에 따라오긴 했는데,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지섷이. 동혃이는 차분하게 앉아서 지섷이 눈 딱 마주치며 너 왜 나 피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지. 그러면 지섷이는 아무말도 안하고 동혃이 손만 쳐다봄.

오늘도 끼워져있는 반지.. 진짜 속상한데 자기가 속상할 자격이 없으니까.. 입술만 삐쭉 나와서 아무말도 못하는거임. 그러면 동혃이가 자기 손에서 반지 빼서 지섷이 쥐어줌. 지섷이가 놀란 얼굴로 동혃이 바라보면 동혃이는 인상 좀 구긴채로 반지 지섷이 손가락에 끼워주겠지.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지섷이가 놀래서 뭐하냐고 반지 빼려고 하면, 동혃이는 자기 주머니에서 똑같은 반지 하나 더 꺼내더니 자기 왼손 네번째 반지에 낌. 지금 이게 뭔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지섷이.

아 그러게 왜 자꾸 나 피하냐고~~ 반지 주려고 해도 줄 틈을 안주네

에?

너랑 반지 나눠끼고 싶어서 샀다. 왜.

이, 이런건 연인들이 하는 거..

그럼 이제 연인 하등가~ 몰라 나는 너랑 반지 나눠낄거야. 너는 뺄 거야?

아, 아니..

그럼 됐네. 이제 이거 커플링이다? 빼면 동효기 섭섭행~

이러고 얼레벌레 사귐.. 의식의 흐름대로 갈겼더니 이게 뭔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음.. 동혃이 손이 지섷이보다 작으니까 대충 동혃이 중지랑 지섷이 약지가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갈겨봄~~


22.09.16

뽀뽀귀신 이동혃 보고싶은데 어캄. 근데 진짜 귀신임.

성별 안가리고 금방금방 애인 갈아치우기로 유명한 이동혃. 친구들 사이에서는 립페티쉬 있다는 소리 들음. 그도 그럴게 사귀는 애들이 다 입술이 이뻤거든. 외모에서 공통점이라고는 입술이 도톰하니 이쁘다는 것밖에 없음. 본인 스스로도 입술을 젤 많이 보는거 인정함. 그리고 그의 눈에 든 박지섷. 개강하기 일주일 전쯤 헤어져서 새로운 입술 찾아다니다 신입생어쩌구에서 딱 포착된 이쁘장한 입술.. 남자인건 딱히 상관안하고 그냥 저 입술에 자기 입술 포개고싶음. 근데 애가 딱 보니까 자기랑 완전 상극인 것 같애. 연애는 무슨 이성한테 관심 1도 없어 보임. 당연히 동성한테도. 그냥 주변사람들한테 사랑받는게 익숙해보이는 그 1학년 아가를 어떻게 구워삶을까 고민함.

이래봬도 아무한테나 입술 들이미는 파렴치한은 아닌지라 일단 친해져보기로 함. 원체 친구들도 많은 타입이라 친해지는건 쉬울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심각하게 어려움. 낯을 너무 가리잖아. 성미에 안맞게 몇날며칠몇달을 공들여 친해지는데 성공. 그동안 지섷이 따라다닌다고 연인도 못만들었음. 뽀뽀 못해서 안달이 나버림.. 사실 이동혃이 뽀뽀하는 이유가 그 사람 정기 먹으려고 하는 거임. 정기 먹어야 살 수 있음. 근데 뽀뽀를 몇달이나 못했으니 정기 똑 떨어져서 곧 소멸하게 생겼음. 박지섷은 공략하려면 멀었고..

애가 일부러 그러는건지 뭔지 모든 플러팅을 튕겨내는 거임. 아예 이동혃을 연애대상으로 안봄. 이쯤되면 포기할만도 한데, 이동혃은 저 입술에 꽂혀서 저걸 먹고야(?) 말겠다는 생각뿐임. 그렇게 이동혃의 노력으로 둘이 짱친돼서 밥먹고 술먹고 자고(sleep) 다 했음. 장난인척 뽀뽀 하려고 하면 바로 피해버리고, 술먹고 취한척 뽀뽀 하려고 해도 일단 피하고 재움. 회피스킬이 아무래도 만렙인 것 같음.

진짜 이거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이동혃 더이상 못참고 밤에 박지섷 찾아감. 귀신 모습으로.. 귀신이니까 스륵스륵 벽 통과해서 박지섷 방 찾아가는데 침대에 누워서 곤히 자고있는 모습 보임. 무슨 꿈을 꾸는지 도톰한 입술 오물거리는데 진짜 자기도 모르게 입맛 다심. 자고있는 지섷이 몸 위에 올라타서 이마 눈썹 눈가 뺨 귓가 턱 코 뽀뽀 움쪽쪽 해주고 입술에 딱 하려고 하는데, 박지섷이 눈 번쩍 떠버려서 완전 깜짝 놀라면서 떨어짐. 어차피 박지섷은 자기 못보는데도 놀래서 심장 벌렁거림.

박지섷은 자다가 이상한 느낌에 눈 뜬거였음. 뭔가.. 방금 뽀뽀 받는 느낌이었는데..? 얼굴 여기저기 매만지면서 고개 갸웃거림. 그러다가 아직 졸린지 다시 꿈뻑꿈뻑 눈 감고 잠듦. 숨소리 고르게 나오는거 확인하고 다시 지섷이한테 다가감. 원래 귀기를 느끼는 체질 같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눈 도로록 굴리면서 고민하다가 고민한다고 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길래 다시 지섷이 몸에 올라타서 내려다봄. 뽀뽀를 다시 해, 말아? 잠시 망설이다가 가볍게 입술도장 꾹 찍었다가 떼어냄. 아 역시.. 상상 이상으로 부드럽고 말랑함. 한번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워서 이번엔 좀 길게 입술 꾹 붙이고 있다가 떨어짐. 떨어지는 순간에 지섷이가 으응, 하면서 뒤척이길래 그대로 돌아나옴. 더 하면 안될 것 같았음.

근데 한번 하고 났더니 자꾸 생각이 나.. 지섷이 볼때마다 뽀뽀 갈기고 싶어 죽겠음. 근데 귀신 모습으로 자꾸 찾아가면 지섷이한테 안좋은 영향이 가니까 꾹 참았다가 도저히 못참겠을때 찾아감. 근데 그 간격이 2주에서 열흘, 일주일, 3일.. 이젠 아예 매일 찾아가게 되는 거임.

처음엔 입술을 붙였다 떼기만 하는 '뽀뽀'였는데 이제는 입술 물고빨고 난리도 아님. 도톰한 입술 혀로 한번 쓸고 아랫입술 살짝 깨물면 자면서도 입술이 살짝 열림. 그 사이로 혀 집어넣어서 질척이게 혀 섞음. 지섷이 숨결이 뜨거워질만큼, 얼굴이 달아오를만큼. 이게 어떻게보면 귀접이라서 지섷이 자면서도 느낄거 다 느끼는데 벗어날 수가 없고 깰 수도 없음. 처음엔 좀 무섭고 소름끼쳤는데 이젠 흥분되고 갈망하게 되는거임. 그런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누군지도 모를 그 존재를 기다림. 당연히 동혃이는 그 사실을 모름. 지섷이의 이런 심경 변화는 다 동혃이 때문인데, 이게 귀신한테 홀려서 그런거임.

어쨌거나 둘이 그렇게 밤마다 입술 부비면서 지내다 보니까 지섷이가 기를 너무 빨려서 크게 아프게 됨. 지섷이 아프다니까 짱친 이동혃은 당연스럽게 병문안 가겠지. 지 때문에 아픈거 다 알아서 정성스럽게 간호해줌. 열이 심해서 차가운 물수건도 올려주고 시간 맞춰 죽도 먹이고 약도 먹임. 아파서 제정신 아닌 지섷이는 동혃이가 해주는대로 다 받음. 근데 진짜 이동혃 양심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자기 손에 고분고분한 모습 보니까 또 뽀뽀 하고싶음. 열 올라서 발갛게 홍조 띤 얼굴도 넘 이쁘구.. 안그래도 이쁜 입술이 더 붉어져서 탐스러움. 그래서 색색거리며 눈 감고 있는 지섷이 뺨에 뽀뽀쪽함. 그러면 스륵 눈이 떠지고, 눈 딱 마주치면 고대로 입술 포개는 거임.

지섷이는 이게 또 꿈인가, 왜 동혃이 형이 자기한테 뽀뽀를, 아니 이제 키스네.. 진득하게 혀 옮아매면서 섞는데 숨도 제대로 못쉬도 헐떡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분간 안되는 지섷이는 꿈인가 싶어서 그냥 형 목에 팔 두르는 거임. 그러면 동혃이는 아예 지섷이 몸 위에 올라타서 깊게 입 맞춤. 지섷이가 숨 모자라서 동혃이 살짝 밀어내면, 그제서야 떨어지면서 자기 빤히 바라보는 지섷이 눈 감겨주고 이마에 뽀뽀해주면서 잘자라고 해줌. 그 말에 지섷이는 까무룩 잠듦. 잠든 지섷이 앞머리랑 이불 정리해주고 침대 옆에 철푸덕 앉은 이동혃.. 얼굴 완전 시뻘개져있음. 나 근데 얘한테 왜 키스한거야..?


22.09.17

동지 연애중인데 걍 얘기 안해서 얼떨결에 비밀연애 할 것 같지

근데 이동혃 마피아 할때 몰리면

아 내가 마피아면 박지섷이랑 뽀뽀한다!!

아 뭔데 나는 뭔 잘못인데

이래놓고 마피아 맞음 그리고 냅다 키스 갈기는 거임

경악하는 친구들한테 윙크하면서

웅 우리 연애행♡

이래서 뚜까 맞음

연애하는거 다 들키고 또 마피아하면

아 내가 마피아면 10분간 박지섷 안만짐

아니 그니까 자꾸 나는 왜..

이래서 친구들 응 구라치지마~ 하고 킬했는데 진짜 마피아 아님

아 나 아니라고옼!!!

이러면 다른 애들이

어허 죽은자는 말이 없다 모르냐

걍 시끄러워서 입 다물게 하려고 킬한 것 같기도..

이동혃 꿍얼대면서 박지섷 겁내 쪼물거림


22.09.20

정류장 전광판? 글자가 약간 깨져있는게 너무 맘에 드는 거예요.. 밝은 분위기로 찍혔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도 그렇고 뒤편으로 칼라콘 보이는 것도 그렇고.. 약간 버려진 도시에서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는 것만 같음..

꼭 돌아온다는 말과 함께 이동혃이 사라진지 벌써 2년째. 이곳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혼자 쑥쑥 자라있는 지섷이.. 정류장의 고장난 전광판에는 잠시후 도착한다는 글귀만 지직거리며 떠있는데, 꼭 돌아온다던 제 연인은 올 기미도 안보임.. 하지만 꼭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니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폭염이 오든 매일같이 정류장에 앉아서 동혃이 오기만을 기다림. 오늘도 여느때처럼 정류장에 앉아서 오래된 mp3로 노래를 듣고 있는데, 한쪽 이어폰이 쏙 빠지는 거임. 이런 장난 칠만한 사람이 이동혃밖에 없으니까 지섷이는 놀람 반, 설렘 반으로 고개를 돌리겠지. 그러면 제가 사랑해 마지않던 그 까무잡잡한 얼굴이 있음. 그런데 마주치는건 그토록 사랑했던 맑은 눈이 아니라 텅 비어있는 안드로이드의 눈.. 동혃을 똑닮은 저 로봇이 지섷이를 향해 살갑게 웃으며 그와 똑같은 목소리로 말하겠지.

안녕하세요.

저는 이동혃님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이햋찬입니다.

이동혃님의 마지막 메세지를 가져왔습니다.

듣기를 원하신다면 입을 맞춰주세요.


22.09.21

이혼남 이동혃의 전부인의 현남편 박지섷..

이동혃 이혼 사유가 아내의 바람 때문이면 좋겠다. 진짜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져서 이혼함. 근데 동혃이랑 전부인 사이에 어린 딸래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교류는 함. 아이는 아내쪽이 데리고 있는데 동혃이랑도 사이 좋고 유대감도 높아서 주말마다 만남. 어느날 평소처럼 딸래미 만나러 갔는데 전부인이랑 웬 처음보는 남자가 같이 있어. 누구냐고 대놓고 묻진 않았는데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까 전부인이 말해줌. 재혼할 사람이라고. 그래서 이동혃은 어이가 없음. 나한테 걸린 그놈이 아닌데? 삐딱하게 한쪽 입꼬리 올리면서 전부인 쳐다보면, 그녀는 시선 피하면서 비밀 지켜달라고 눈치줌. 뭐, 딱히 이 사람한테 미련이 남은 것도 아니고, 억하심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대충 넘어가주기로 했음. 말갛게 생겨서는 순딩한 얼굴로 딸래미 놀아주는게 괜찮아보였거든.

그렇게 안면을 트긴 했는데, 이후에 둘이 만날 일은 없었음. 솔직히 전부인의 현남편을 전남편이 만날 일이 뭐 있겠음. 그러다가 딸래미 얼굴 보려고 팔로우한 전부인의 인별에 결혼식 사진이 올라온걸 봤음. 근데 이상해. 분명 포커스가 맞춰져있는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전부인인데, 그 옆에서 정말 행복하다는듯 웃고 있는 까만 턱시도의 박지섷한테 자꾸만 시선이 가. 동혃은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인별을 나갔음.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기분. 그리고 그 기분은 빗나가지 않았음. 자꾸만 그 지섷이가 떠오르는 거임. 그래서 괜히 딸래미 만나는 날에 딸한테 새아빠 어떠냐고 물어봄. 딸은 그냥 신나서 쫑알쫑알 얘기해주겠지. 그런 딸래미 보면서 괜히 양심 찔리는 이동혃.

그러다가 아주 우연찮게 둘이 만나게 되면 좋겠음. 회사 거래처.. 뭐 그런거. 사실 둘은 안면을 트긴 했지만 그렇게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음. 근데 이제 일적으로 계속 만나야하고, 이동혃이 호감을 가지고 잘 대해주니까 지섷이는 자연스럽게 동혃이랑 친해지게 됨. 나중에는 딱히 일 아니어도 종종 만나서 밥 먹고 그러는 사이 되겠지. 남들이 보기엔 진짜 이상한데, 둘은 그냥 친구처럼 지내는 거임. 둘이 만나면 딸 얘기랑 전부인 얘기밖에 안했었는데 이제는 자기들 얘기도 하고 그럼.

내가 보고싶은 장면 쓰자면 둘이 친해지고나서 술 마시게 됐는데 지섷이가 술이 약해서 좀 취함. 그래서 어차피 집 아니까 동혃이가 지섷이 데려다주겠지. 비틀거리는 지섷이 잘 부축해서 집앞까지 갔음. 지섷이는 술 마시면 버릇이 술 좀 깰때까지 집에 안들어가는 거임. 애기가 있으니까 취해서 들어갈 수는 없다나.. 쨌든 그래서 가로등 아래 벽에 기대서서 눈 감고 숨 고르고 있으면 이동혃은 저 작은 숨결을 뱉어내는 도톰한 입술을 훔치고 싶어짐. 괜히 손 뻗어서 앞머리 정리해주고 뺨 살짝 훑어내리면 지섷이가 눈 살짝 뜨고 이동혃 손에 얼굴 부빔. 나른한 눈이 오로지 자기만을 담고있는거 보고 손으로 두 뺨을 감싸고 입 맞춤. 취해서인지 아니면 자기도 원했던 건지 자연스럽게 눈 감고 동혃이를 받아들이는 지섷이..

벽에 기댄 지섷이에게 더욱 바짝 붙으며 혀 섞는데, 근처에서 작게 숨 들이키는 소리가 들림. 지섷이는 키스하느라 정신없어서 못들은 것 같고, 동혃이만 슬쩍 소리난 방향 바라보는데, 아내가 얼어붙어서 서있는 거임.. 동혃이는 서늘한 눈으로 전부인을 빤히 바라봄. 그렇게 잠시 눈을 맞추고 있던 전부인은 이내 도망치듯 자리를 뜸. 그러면 그제서야 동혃이가 입술 떼고 지섷이 바라봄. 지섷이는 이제야 정신이 좀 차려졌는지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가 동혃이 밀어내고 집으로 들어감. 이동혃은 그냥 이 상황이 웃기기만 할듯.


22.09.22

이동혃 은근히 지섷이 외모에 신경 엄청 쓰는데(ex.쌍꺼풀)

지섷이 솜사탕 수인이라 머리카락이 솜사탕 같으면 비올때 머리 녹아서 대머리 될까봐 맨날 우산 들고 다닐 것 같음

지섷이 솜사탕 수인이면 머리카락도 퐁실퐁실 부드럽고 색도 흰색이나 분홍색, 하늘색 그런거일듯

기본이 흰색이고 감정에 따라 바뀌는거면 좋겠다

동혃이 만날 때마다 맨날 분홍색이라 동혃이는 기본값이 분홍인줄 알듯(행복, 설렘의 색💗)

지섷이 수인 발현은 동지 사귄 이후에 일어났는데 그날 이동혃 악몽꿈

꿈에서 비오는 날 데이트 했는데 지섷이 머리가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거 직관해부러서 아악 소리 지르면서 깰듯

식은땀 뻘뻘 흘리면서 지섷이한테 전화해서 악몽 꿨다고 찡찡댈듯

근데 절대 무슨 꿈인지는 말 안함

아닌 새벽에 전화와서 깬 지섷이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동혃이 달래줌

그날 이후로 동혃이 답지않게 가방에 우산 넣어 다닐듯

뭐 들고다니는거 귀찮아 하기도 하고, 비 맞는거 좋아해서 우산은커녕 가방도 안들고 다녔는데ㅋㅋ

그리고 하늘에서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면 바로 우산 꺼내서 지섷이 씌워줌

지섷이는 동혃이가 자기 대머리될까봐 그러는건 모르고, 그냥 전보다 더 챙겨주는게 걍 좋기만 할듯

그러다가 데이트 하려고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 직전에 비가 좀 내림

근데 비라고 해봤자 진짜 찔끔 내리고 말았는데 지섷이가 우산도 없이 나타나서 동혃이 기함을 함

너, 너 우산은!! 비 맞았어!? 머리 봐바!!

만나자마자 🐳🐳소리 지르면서 머리 살피는데 지섷이 좀 당황스러움

아니 비가 뭐 어느정도 내려야 우산을 쓰지;;

됐고 머리 봐바!! 어디 빵꾸난거 아니야??

진짜 무슨 원숭이 이 잡듯이 지섷이 머리 살피는데 가만히 당하고 있어보니까 쫌 어이없고 짱남

아 뭔데! 내 머리에 빵꾸가 왜 나는데!

너 머리 솜사탕이잖아!

동혃이 말 때문에 진짜 할말잃음

아니, 무슨, 뭔 개소리야??

어허, 형이야. 형한테 개소리가 뭐니

내 머리가 솜사탕이라 비 맞으면 녹을 줄 알았다고?? 그래서 그렇게 극성맞게 우산 들고 다닌거야??

극성이라니! 너 머리 녹음 어케!!

그럼 샤워는 어케 하는데! 형 니 나랑 샤워도 같이 해봤잖아!

샤워는 괜찮지!

뭐가 괜찮은데!

빗물은 산성이잖아!

이런데서 과학적인척 하지마!

이러고 공원 한복판에서 싸우다가 주변에서 웅성거리면 그제서야 부끄러워져서 자리 피함


22.10.02

근데 이동혃 여친 있는데 여친의 남사친 박지섷 견제하다가 사랑에 빠져버리면 어캄 #동지혁성

여친이랑 진짜 친하기도 하고 둘이 연애 감정 1도 없어서 자주 만나서 노는데 그게 고까운 동혃이..

어리바리하게 구는 것도 덜렁대는 것도 순해빠진척 웃는 것도 장난치는 것도 다 맘에 안듦

여친은 꽤나 술 좋아하는데 얘는 남자애가 술도 못한대

근데 그래놓고 술자리는 왜 안빠짐?

여친이 친구들 사이에서 지섷맘으로 통해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는데 와 진짜 짱난다

근데 여친이랑 짱친이라니까 뭐 질투하는 것도 꼴사납고..

그래서 여친이 뭐 하나 해줄라고 하면 지가 나서서 해줌

술도 못마시는 놈이 캔맥 마신다고 캔 하나 들고 낑낑대고 있으면

어휴 우리 지섷이가 손이 많이 간다잉?

아, 어.. 죄송해요, 형..

아 왜 우리 지섷이 구박해~!

여친님, 제가 언제 구박을 했어요~

이러면서 캔 하나 딱 따줌

이거 외에도 지퍼 못올려서 꼼질대면 올려주고 깻잎 못떼면 떼줌

술겜 걸리면 여친이 흑장미 해주는데, 이젠 이동혃이 해줌

지섷아 소원 하나다잉~

이건 뭐 이동혃이 사귀는게 여친인지, 박지섷인지..

그러고 술자리 끝나면 지섷이 겁내 우물쭈물 다가와서 소원 물어봄

에이 뭔 소원이야~ 그냥 여친님 친구니까 해준거지 집 조심히 가라~

이러고 여친 데리고 사라짐

매번 이러니까 박지섷은 와 진짜 좋은 형이다.. 이러는데 문제는 이동혃임

요즘 만나는 시간도 많아졌는데, 그게 짱나는게 아니라 재밌네?

어리바리한게 쫌 웃기네?

덜렁대면 어휴 쟤는 세상 어케 살려고 저러냐

쟤는 웃는게 뭐 저렇게 맑고 이쁘냐

아 ㅈ됐는데?

박지섷이 너무 귀여워

이런 변화 제일 먼저 알아채는건 여친이겠지

욕이란 욕은 다 듣고 차이면 차라리 홀가분한 마음임

근데 (전)여친이랑 박지섷이랑 둘이 짱친인데 내가 뭐 박지섷한테 들이댈 수는 없잖아?

그렇게 여친이랑도 깨지고 박지섷이랑도 못이뤄지고 관계 쫑남

박지섷은.. 친구의 전남친이랑 어케 친하게 지냄

그러고 몇년 흘러서 각자 졸업하고 취업하고 어쩌구저쩌구 각자 삶을 살다가 이동혃이랑 박지섷 만나면?

여친이는 지금 좋은 사람 만나서 외국 살고 있으니까 둘다 그냥 반가운 마음만 들겠지

그렇게 다시 친해져서 밥먹고 술먹고~

그러다가 어느날 이동혃이 말하는 거임

사실 나 그때 너 좋아했었다?

뭔 인소 남주처럼 피식 웃으면서 말하면 박지섷은 작게 웃으면서

알아요. 그래서 차였잖아

알고 있었어??

내가 바보에요?

그럼 지금은 어떤 것 같은데?

네?

지금도 좋아하고 있는거 알고 있어?

...내가 바보냐구요

이러고 술마시다 뽀뽀나 했음 좋겠네


22.10.03

반정부 세력의 유일한 S급 센티넬 박지섷은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음. 하지만 세력 내에는 그를 전담할 수 있는 가이드가 없어서 그는 매일 마뤼화나를 태우며 능력을 진정시키곤 했음. 이따금씩 정부군에서 납치해온 가이드가 등급이 높으면 지섷이와 접촉하게 하여 가이딩을 해주어 정신 붕괴를 막았음. 물론 그 가이드는 배신하거나 도망칠 우려가 있기에 가이딩이 끝나면 사살당함.

그리고 여느 때처럼 정부군과의 교전이 끝나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리화나를 태우고 있는데, 리더가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왔지. 지섷이는 이런 경험이 적지 않으니까 풀린 눈으로 남자를 응시했음. 까무잡잡한 피부에 붉은 머리칼, 상처를 잔뜩 달고 있는 모습이 가이드처럼 보이진 않았음. 오히려 전투에 투입되는 센티넬 같았지. 두 팔이 뒤로 속박되고 입에는 재갈이 물린 남자는 지섷이를 죽일듯이 바라봤음. 지섷이는 이미 불을 붙인 마리화나는 입에 물고, 재갈을 풀어주고 그의 뺨을 어루만졌음. 잠깐 닿는 것만으로도 확연히 진정되는 파동에 지섷이는 실실 웃으며 남자를 바라봤지. 등급이 꽤 높네. 남자는 여전히 살벌한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직 두 팔이 묶여있었으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음.

지섷이는 한참을 남자의 얼굴만 어루만지다가 마리화나를 지져 끄고 입을 맞췄음. 훅 들어온 혀가 섞이면서 질척이는 소리를 냈는데, 남자는 지섷이의 혀를 콱 깨물어버림. 지섷이는 비릿한 피맛이 났지만 충분히 가이딩이 될 때까지 입을 맞췄음. 그리고 입을 떼어냈을땐 입가에 피가 묻어있었지. 지섷이는 혀로 입술을 훑으며 피를 훔쳐냈음. 그리고는 또 비어있는 눈으로 남자를 바라봄.

이름이 뭐에요?

뭐?

이름.

..이동혃.

나는 박지섷이에요. 기억해둬요. 가이딩이 끝났으니까 곧 머리에 구멍 뚫릴텐데 내가 도망갈 수 있게 해줄게요.

...

기회 잡아요. 지금 아니면 죽을걸.

..왜 살려주지?

그냥, 제가 변덕이 좀 심해요.

동혃이는 비어있는 지섷이의 눈이 살짝 휘며 웃음짓는게 순간 아름답다고 느껴졌음. 지섷이는 동횫이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가 어디론가 향했음. 사람들의 눈을 피해 복잡한 복도를 걸어 도착한 곳은 작은 문앞. 사람 한명이 드나들기도 벅차보이는 작은 문을 열자 밤하늘이 보였음. 정말 밖이잖아. 동혃은 지섷이를 바라봤음. 지섷이는 말없이 씨익 웃으며 동혃이를 문밖으로 툭 밀었음. 건강하길 바랄게요. 근데 우리 다시 만나진 말아요. 동혃이는 닫히는 문을 보며 아래로 떨어졌음. 높이는 꽤 됐지만 아래 푹신하게 깔린 수풀들 덕분에 다치지 않을 수 있었음. 동혃이는 동이 틀 때까지 그 자리에서 닫힌 문을 바라봤음.

반정부 새력에 납치되었다가 살아돌아온 사람은 없었는데. 동혃은 뭔가 얼떨떨하면서도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 그렇게 부대에 복귀한 동혃은 상관에게 보고를 올려야 했는데, 뭔가 망설여지는 거야. 그들의 본거지를 밝혀도 되는가? 본거지가 밝혀진다면 그들은 기습공격으로 전멸할 확률이 높았음.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반들어진 부대였으니까.. 그래서 동혃이는 거짓보고를 올림. 납치되자마자 눈이 가려져 본거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고. 본거지에 도착하기 잔에 도망쳤다고. 상관은 못미더운지 계속해서 확실하냐 물었지만 동혃이는 완고하게 그렇다고 답했음. 그가 나를 한번 살렸으니, 나도 그를 한번 살리는게 맞다. 그런 마음이었음.

그렇게 납치건은 일단락이 되었는데 문제는 이후였음. 세력간 교전이 드문 경우가 아니었기에 두 세력은 또다시 맞붙게 되었는데, 그때 리더가 동혃이를 발견한거임. 쟤가 왜 살아있지? 리더는 자신의 능력인 순간이동으로 동혃이에게 훅 다가가 그를 데리고 사라졌음.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이동한 리더는 곧바로 동혃에게 총을 겨눴음.

네가 왜 살아있지?

지, 지섷이! 지섷이랑 거래를 했어요.

뭐?

리더는 당황하는 것 같았음. 지섷이의 이름은 어떻게 알지? 누구에게도 밝힌적 없는데.

가이드 없잖아요. 제가 한번씩 가서 가이딩 해주기로 했어요.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우린 정부군을 믿지 않아.

동혃은 곧은 눈으로 리더를 바라봤음.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어떤 버튼을 하나 쥐어줌.

이건 정부군 소속에게 심어지는 자폭 칩의 스위치에요. 누르는 순간 저는 죽죠. 이제 믿겠어요?

리더는 동혃을 흘겨보다가 총를 거뒀음. 그리고 다시 순간이동으로 아지트로 이동했지. 한번밖에 안와봤지만 익숙한 방에 들어서자, 지섷이는 오늘도 비어있는 눈으로 동혃이를 바라보며 웃었음.

다시는 보지말자니까.

이번엔 재갈도 없고, 속박도 없지. 동혃이는 지섷이 입에 물린 마리화나를 빼내고 입을 맞췄음. 가이딩이 충분히 되어 입술이 떨어졌을 때, 지섷이는 또 혀로 입술을 훑었음. 피 때문이 아니라 그냥 버릇인가보네. 동혃이는 지섷이를 끌어안고 침대에 풀썩 누웠음. 지섷이는 뭐가 그리 웃긴지 작게 웃고 있었음. 그때, 방문이 열리고 리더가 들어와 동혃이를 끌고나갔음.

안녕, 이번엔 또 만나.

지섷이는 동혃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줌. 리더는 동혃이를 끌고나와 순간이동으로 동혃의 집으로 이동했음. 그리고는 다시 훅 사라졌지. 그렇게 동혃이의 스파이 짓이 시작되었음. 지섷이가 피우던 마리화나 때문이었을까, 자꾸만 지섷이가 보고싶었던 동혃은 교전날을 기다렸음. 교전날이 가이딩 해주는 날이었으니까. 교전이 끝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리더가 동혃이를 데리고 가는 방식이었지.

지섷이랑 만나는 일이 많아지면서, 동혃이는 점점 그에게 물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그를 사랑하는 것만 같았음. 그래서 오로지 지섷이를 위해 정부군의 작전 계획을 유출하고 반정부 세력을 도왔지. 이쯤 되니 리더도 동혃이를 믿기 시작했음. 솔직히 동혃이처럼 높은 등급의 가이드가 세력에 흡수되는게 이득이긴 했으니까. 그러다가 동혃이의 스파이 짓이 걸리게 되는 거임. 동혃이는 감금당했고, 최면과 세뇌를 통해 본거지를 알아내어 아지트는 기습당했음.

그 사이에도 동혃이는 감금된 상태였지. 동혃이는 세뇌를 당해서 반정부 세력을 전멸시켜야 한다는 마음 뿐이었음. 근데 멀리서부터 쾅쾅 굉음이 들리더니 감금실의 벽이 와르르 무너짐. 동혃이는 뿌연 먼지바람 사이로 얼핏 보이는 실루엣에 총을 겨눴음. 그리고 먼지 사이로 모습을 들어낸건 지섷이. 지섷이는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고 동혃이에게 다가갔음. 동혃이는 반정부 세력이 분명한 인물을 보고도 총을 쏠 수가 없었음. 차마 손이 움직이지 않았지. 그 사이에 지섷이는 동혃이 바로 앞에 다가가 그의 뺨을 붙잡고 입을 맞췄음. 그리고 얼마 안가 입술을 떼어내고는 동혃을 바라봄.

이렇게 다시 보자는 말은 아니었는데.

지섷이는 동혃이의 목에 손을 올리고 능력을 썼음. 지섷이의 능력은 파괴. 손에 닿는 모든걸 부수는 능력이었음. 동혃이는 목에서부터 시작되는 끔찍한 고통에 아악 소리를 지르며 지섷이에게 다시 총을 겨눴음. 지섷이는 어딘가 슬퍼보이는 눈을 하고 있었지.

사실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 될 거라는거. 그리고 애초에 당신을 믿은적도 없었어요. 우리는 정부군을 믿지 않으니까. 그래도 뭐.. 어느정도 도움은 됐어요. 고마워요. 그럼 안녕.

지섷이의 손에서 가속되는 능력에 동혃이는 그대로 눈을 감았고, 지섷이는 축 늘어진 동혃이를 침대에 눕히고 그를 안으며 옆에 누웠음.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머리에 대고..

그럼에도 나는 형을 사랑했어요. 금방 다시 만나요.


22.10.03

근데 동혃이 체온 높은거 너무 좋은 것 같앵..

동혃이 맨날 지섷이한테 들러붙는데 여름에는 더우니까

어우 좀 떨어져요; 이러면서 밀어내겠지?

근데 에어컨 바람 추우면 슬금슬금 다가가서

동혃이 어깨에 폭 기대거나 손 쪼물거릴 것 같애서 귀여움.. 

근데 나보다 이동혃이 더 귀여워할듯

그러다가 이제 여름 다 지나고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추위 많이 타는 지섷이가 먼저 다가가는 순간이 생김

그래서 이동혃은 가을 젤 좋아할듯

약간 외투 챙겨입기엔 덥고 안입기엔 추울때 동혃이만 옆에 있으면 따땃해..

햇볕 따땃한 곳에서 동혃이한테 기대어 조는 지섷이 생각만 해도 힐링됨..

그러다가 완전히 겨울로 넘어가면 아예 외투 든든히 입고 핫팩까지 들고다니겠지?

그거 다 챙겨주는게 이동혃일 것 같아서 내 마음이 따땃해짐..

롱패딩 지퍼도 무릎까지 꿇어가며 올려주고 목도리도 단단히 매주고 핫팩도 뜨끈하게 열 올려서 주머니에 넣어줌

그리고 주머니 안에서 지섷이 손 꼭 잡음

둘이 김밥 같은 모습으로 돌아다니는데 목적은 붕어빵일듯..

팥붕슈붕 7:3 비율로 바리바리 사서 집으로 돌아감

나온김에 동네 산책하면서 팥붕 몇개 뇸뇸

집에 들어가면 공기가 따듯하니까 무슨 허물 벗듯이 훌훌 외투 벗고

편한 홈웨어 상태로 침대에 기대앉아 쫌 식은 붕어빵 먹으면서 넷플이나 볼듯

근데 동혃이는 지가 보고싶다고 틀어놓고 지섷이 손 쭈물거리고 장난치느라 보지도 않음

지섷이만 붕어빵 뇸뇸하면서 보는 거임

집중하는 얼굴 나오면 동혃이는 그게 또 귀여워서 얼굴에 움쪽쪽 뽀뽀해주겠지


22.10.03

지섷이가 고등학교 내내 짝사랑했던 과외 밍형쌤. 과외 받으면서 성적도 꽤 오르고 해서 고3 되어서도 과외 계속 할줄 알았는데 밍형쌤이 캐나다로 유학을 간대. 지섷이 그게 너무 아쉽고 슬프지만 밍형쌤은 자기 제자로만 보고 이어질 가망이 1도 없어서 그냥 잘 다녀오라고, 연락 계속 하자고만 함. 근데 밍형이 입장에서도 자기 잘 따라주던 아끼는 제자랑 떨어지게 되는게 너무 아쉬운 거야.. 그래서 자기 동생을 과외쌤으로 붙여주기로 함. 그렇게 만나게 되는 동혃이랑 지섷이.

동혃이는 사실 과외고 뭐고 귀찮아서 하기 싫었는데 자기가 진짜 아끼는 애라고 과외 잘만 해주면 용돈 준다는 말에 어휴 알았다 알았어; 이러고 수락함. 밍형이가 유학가기 전에 지섷이랑 동혃이랑 셋이 만나는 자리 만들어줬는데 그때는 진짜 나름 분위기도 괜찮고 좋았거든? 근데 밍형이 유학가고 둘이서만 수입하려니까 애가 나사가 좀 풀린 것 같애. 그러고보니 그때 형 보던 눈이 제자의 눈이 맞나? 그제서야 지섷이가 밍형이 좋아하고 있던 사실 알아버리는 동혃이.. 근데 어뜩하냐 걔는 유학가서 벌써 애인 생겼던데. 괜히 측은해서 밍형이 소식 물어도 잘 지낸다고 얼버무림. 원래 형제들은 연락 잘 안한다면서.. 사실 맨날 연락하면서 일거수일투족 다 듣는데.

어린 애가 이러고 있으니까 동혃이 너무 안타까운 거지.. 그래서 형 생각나지 말라고 괜히 수업 외에도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거 먹여주고 놀아주고.. 근데 지섷이 입장에서는 밍형쌤이랑 닮은 형이 잘해주니까 더 밍형쌤 보고싶음ㅜ 그래도 동혃쌤 덕분에 밍형쌤 연락 기다리는 것도 줄어들고 마음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함.

그러다가 수능날 되면 바짝 긴장한채로 수능장 가는데, 교문 앞에

어라 동혃쌤?

어어, 지섷아. 오늘 수능 잘 쳐라. 사실 못쳐도 되는데 기왕이면 아쉽지 않게 치고 와.

이러면서 간식거리랑 지가 맨날 차고 다니던 시계 풀어서 손목에 채워줌.

이거 내가 수능날 찼던 시곈데 부적임ㅋㅋ 조심히 다녀와.

이러고 응원 잔뜩 받고 들어가서 수능치고 나옴. 부모님한테는 절대, 죽어도 마중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서 혼자 터덜터덜 수능장 나오는데 아니 왜 동혃쌤이 또 여기 있냐구..

이제 끝났냐? 배 안고파? 밥 사줄게. 가자.

이러는데 진짜 순간 울컥해서 앞서 걷는 동혃쌤한테 툭 기댐. 동혃쌤은 당황해서 얼음되는데 뒤에서 훌쩍거려.. 깜짝 놀라서 휙 뒤돌아서

애기 왜 울어?? 수능 망쳤어?? 괜찮아. 지금은 수능이 세상에 전부 같지만 사실 아니다? 괜찮아. 왜 울어. 뚝 하자 뚝!

이러는데 진짜 순간 눈물 왈칵 쏟아짐. 진짜 내가 이럴까봐 엄빠한테도 오지 말랬는데..

내가, 훌쩍, 왜 애기, 훌쩍, 애기에여.. 훌쩍, 나 이제, 곧 성인인데.. 나 생일도 2월, 훌쩍, 이거든요?

으이구 알았으니까 그만 울어~

..훌쩍, 그리고 수능은 잘 봤어요..

그래?? 잘했네~ 그래서 기뻐서 울었어요~? 애기 맞구만ㅋㅋ

웃으면서 머리 슥슥 쓰다듬어주는데 그 순간 지섷이 심장 덜컥거림. 동혃이랑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밍형쌤한테 연락옴.

지섷아 잘 지내지? 요즘 바빠서 연락을 못했네. 오늘 수능이었지? 수고했어.

이제 진짜 마음이 접혔나봐. 밍형쌤 연락을 봐도 그냥 그렇네.

네, 저 잘 지내요. 쌤도 잘 지내시죠? 오늘 수능은 뭐.. 껌이었어요ㅋㅋ

이러고 대화 끝냄. 그리고 또 이어서 동혃쌤한테 연락옴. 방금 저녁 같이 먹고 또 웬 연락ㅋㅋ 이러면서 채팅방 들어가면 별다른 말도 없이 기프티콘 하나 띡. 뭔가 하고 보니까 호박차..ㅋㅋ 아까 울었던거 놀리는 고도의 기술인데 지섷이는 그냥 웃기기만 함. 자꾸만 실실 웃음이 나오는게.. 어라? 나 쌤 좋아하나..?


22.10.06

고딩 티 못벗은 갓스물 신입생 지송이

근데 같은 과 선배누나랑 썸타는 중인.. 지짝동 동지혁성

그 누나 술 좋아하고 분위기 좋아해서 맨날 술 약속 있는데

술 먹을 때마다 지섷이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와줄 수 있냐고 함

그러면 지섷이는 내가 무슨 대리기사인줄 아나봐.. 이러면서 맨날 데리러 옴

누나가 말한 술집으로 가면 맨날 어떤 남자랑 있는데 그 남자가 누나 동기 동혃이임

맨날 누나 데리러 온 지섷이한테 누나 넘겨주면서

안잡아먹히게 조심해라~

이러는데 그럴 때마다 지섷이 얼굴 빨개지면서 누나 데리고 가겠지

그러면 멀어져가는 뒷모습에 대고

어휴.. 쟤는 걔가 어떤 애인지는 알고 좋아하는 건가..

이러고 측은하게 한마디 얹는데 정작 지섷이한테는 말 안해줄듯

그렇게 한번두번 계속 마주치다보니 어느새 내적친분 생겨서 얘기도 좀 하고 그러겠지?

누나 빼고서도 만나서 밥먹고 얘기하고.. 근데 주로 하는 얘기는 누나 얘기임

동혃이 나름 애기 도와준다고 이것저것 말해주는데

진짜 그 누나 얘기할때마다 사랑에 빠진 것 같은 눈을 해

근데 그게 왤케 이쁘지?

그 누나 얘기할때 초롱초롱해지는 눈이랑 마주쳐

심장이 왤케 덜컥거리냐

지섷이는 누나 얘기할 사람이 동혃이밖에 없으니까 맨날 동혃이만 불러

그 누나 때문에 기분이 좋을때도 기쁠때도 섭섭할때도 슬플때도 맨날 동혃이만 불러

불러서 다 얘기해

근데 그 누나 사실 곰신이야 이걸 어떻게 말해주지..?


22.10.07

갑자기 뱀파이어 동혃이 보고싶음 #동지혁성

동혃이 자기 정체 숨기고 사는데, 어느날 귀염댕이 연하 남친 지섷이가 겁내 심각한 얼굴로

형.. 저 형의 정체를 알아버렸어요.. 형 사실 사람 아니죠

이래서 심장 덜컥거림

사실 딱히 비밀이랄건 없는데 숨겼다는게 좀 그렇잖아

갑자기 먼소리일까 애기?

아닌척 잡아떼는데 지섷이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형이 마늘 안먹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거 그냥 먹으면 냄새나서 안먹은건디..

일단 뱀파이어가 마늘 싫어하는건 클래식이라 망햇다 생각하는 동혃이

형 사실..

어 맞아

단군할아버지죠?

뭐?

그럴 줄 알았어요

뭐가??

얼탱이 빠져서 지섷이 쳐다보면 와방 진지한 얼굴이라 장난은 아닌 것 같음

아니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탱이는 마늘먹고 사람되지 않앗냐?

그만큼 먹었음 질릴만 하죠

그 곰탱이 웅녀인건 알지?

엄마가 싫어하면 아이도 자연스레 싫어하게 돼여

그래 나 yesu보다 형이다

어쩐지 노안..

뭐?

농담이에요

대충 뱀파이어 안들키고 어찌저찌 넘어감.. 오해야 나중에 풀지 뭐..

그러다가 나중에 진짜 뱀파인거 들켰는데

지섷이 반응: 뭐야 재미없어

아니 솔직히 단군할배보다는 뱀파이어가 좀 더 대중적인 추론 아니냐??

얼탱이 빠져있는데 가만 보니까 재미없는 수준이 아니라 아쉬워보임 도대체 왜??

왜 글케 아쉬워하냐고 물어보면 지섷이 째끄만 목소리로

단군은 곰 엄마한테서 태어났으니까 곰으로 변신할 수 있을 줄 알았댄다

형이 곰돌이 닮아서 나름 신빙성 있다고 생각했다고..

너 증말 귀엽고 터무니없다

엉뚱한 연하 남친이 너무 아쉬워 하길래 그날 저녁에 곰 머리띠 쓰고 나타나주는 스윗남


22.10.12

배우배우 동지 아이돌물 작품 찍는데, 작품 내에서는 동혃이가 형이고 지섷이가 팀 막내로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지섷이 30대 초반의 초동안 베테랑 배우고 동혃이는 갓 데뷔한 라이징스타여서, 동혃이가 지섷이한테 쩔쩔매고 지섷이는 좀 능글맞은걸 보고싶은데 누가 좀 먹여줬으면..

지섷이 아역배우부터 시작해서 젊은 나이지만 연차가 막 20년 되면 좋겠음. 어려서부터 순딩한 성격 덕분에 스텝들한테 이쁨 많이 받았는데 30대 돼서도 온갖 칭찬 다 들을듯. 칭찬감옥에 갇혀산지 어언 20년.. 이제는 좀 능글맞게 넘길 줄도 알고 그럴듯. 지섷이가 경력 좀 쌓고 나서 하는게 있는데 신인 감독이나 작가 작품 피드백하고 출연해주는거. 출연료는 제작사에서 감당 가능한 정도만 받고 해줌.

그렇게 어떤 신인 감독이 연출하는 아이돌물 작품에 출연하게 되늠 거임. 지섷이는 본인 나이가 있으니 소속사 사장이나 적어도 맏형을 맡을 줄 알았는데, 엥? 막내라구요?? 제가요?? 멤버들 보니까 진짜 아이돌도 나오고, 아이돌 출신 배우도 나오고, 신인 배우도 나와. 이런 파릇파릇한 애들 사이에서 서른 넘은 제가 막내역이라구요?? 진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오케이.. 그리고 대본리딩하러 갔는데 소속사 사장 역할하는 분이 지섷이랑 엄청 잘 아는 선배님이야. 막내역할 하러 온 지섷이 보면서 엄청 깔깔 웃을듯. 그래도 좀 친한 선배님 계셔서 얘기 하면서 분위기 풀고 대본리딩 시작함.

한창 리딩 진행중인데, 옆에 앉은 신인이 자꾸만 실수를 해. 이름이 이동혃이랬나. 아까 들어올 때부터 쩌렁쩌렁하게 인사하면서 군기 바짝 올라있더니만 긴장 했나봄. 자꾸만 나오는 실수에 리딩 시간이 길어지니까 슬슬 분위기 굳어감. 그럴수록 더 긴장해서 실수는 더 나오고.. 결국 안되겠다 싶어서 지섷이가 잠깐 쉬었다 가자며 커피 쏘기로 함. 동혃이 데리고 나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좀 나누는데, 주연급은 처음이래. 지난 작품이 데뷔작이었는데 그때 맡았던 배역이 비중이 많지 않은 역할이었는데도 큰 사랑을 받게 되어 순식간에 라이징스타가 됐다는 거임. 그래서 바로 다음 작품으로 주연급을 맡게 되어 너무 부담스럽고 걱정된대. 그리고 존경하던 선배님이 옆에 계시니까 너무 떨린다는 거임. 그말 들은 지섷이는 푸핫 웃으면서 그럼 자리 바꿔달라고 할까? 이러는데 동혃이 도리도리 하면서 선배님 옆에 앉고 싶다고 그럼. 지섷이는 어린 신인배우가 이러는게 쫌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머리 쓰담쓰담 해주겠지. 그럼 어린 동혃이 마음만 도킷도킷와쿠와쿠하는 거임. 그렇게 커피 사들고 와서 무사히 대본리딩 끝냄.

작품 찍으면서 약간 둘이 친해지기도 했고, 작품 내에서 케미가 좋아서 여기저기 섭외 요청이 많이 들어오겠지. 작품에서는 맨날 동혃이가 놀리고 지섷이가 당하는 역할이었는데, 현실에서는 그 반대였음 좋겠음. 작품 끝나고 나서 인터뷰부터 예능, 라디오, 어쩌구저쩌구 둘이 많이 나가는데 평소에도 동혃씨가 장난 많이 치나요? 이런 질문 받으면

동혃씨가 현장 분위기 메이커라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래요~ 그리고 저한테도 어찌나 장난을 치는지, 제가 계속 앤디로 보이나봐요ㅋㅋ

어휴 지섷씨 연기가 너무 출중해서 그런가봐~

으어아ㅏ 아녜요!

제 연기가 출중하지 않나요?

아뇨아뇨!!

늘 이런 식임..ㅋㅋㅋ 지섷이 맨날 귀여워 죽겠다는듯 웃으면서 동혃이 바라봄. 그러다 리얼리티 찍어주면 너무 좋겠다. 그때 작품 같이 했던 주연배우들 다같이 캠핑을 하든 호캉스를 하든 힐링하는 리얼리티임. 근데 맨날 카메라 잡힐때도 안잡힐때도 둘이 붙어서 지들만의 세상에 빠져있음. 그래서 전국의 동지러들 가슴뛰게 만드는 거임. 더 생각하기 귀찮다.. 둘이 그러고 연말에 베스트커플상 받고 진짜로 사귀면 좋겠다..


22.10.14

좀비사태가 터지면 의외로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에 멘탈이 터지는건 동혃이일지도..

물론 곧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황에 대처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먼저 현실을 받아들인 지섷이가 동혃이를 지켜야하지 않을까

동혃이가 멘탈 나가있는 사이에 그 형 데리고 좀비로부터 도망치거나 숨어야하는 그 동생..

사실 지섷이도 멘탈 나가고 무섭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잖아

맨날 도망만 칠 수는 없으니까 나중에는 좀비를 죽이게 되겠지

처음으로 좀비 머리 날려버렸을 때는 그 형 모르게 좀 울었을 것 같음

인간으로서 무언가 잃은 느낌이라서..

이후로는 무조건 도망만 치는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사냥도 하게됐음

그래도 되도록이면 안하려고 노력은 함. 이것들도 전에는 사람이었을거 아니야..

마음 같아서는 무덤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지만 감염위험이 있어서 짧게 기도만 해주듯

편하게 눈 감으시길..

이따금씩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는 날이 있겠지

다 포기하고 싶어질만큼 힘든 날에도 그 형을 원망하진 않을듯

얼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텐데.. 하는 걱정도 안함 그때까지 언제나 함께할 거니까

그냥 안전한 곳에 숨어서 아무것도 안하고 그 형이랑 단둘이 시간 보내며 지친 마음 달래는 거임

어디 숨어서 그냥 살고 싶지만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마트나 편의점을 털러 가야겠지

매번 지섷이 혼자 나가는데, 나갈때마다 형한테 어디로 간다고 꼭 말하고 감

이번엔 좀 큰 마트로 가서 먹을만한거 챙기고 이제 나가려는데 갑자기 어디 구석에 쓰러져있던 시체가 벌떡 일어나는 거임

이제 막 좀비화가 되고 있던 시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거였음..

일단 몸을 숨기긴 했는데 진짜 망했다 싶었지

원래 무슨 운동선수였는지 좀비 주제에 너무 팔팔해;;

다 쾅쾅 부수는 통에 이리저리 피해 숨어야 하고, 걸리면 엄청 빨리 쫓아와서 힘들어 죽겠음

심지어 파편 튀어서 상처도 많이 났음..

이번엔 뭔가 진짜 죽겠구나 싶은 지섷이 뒤로 후욱후욱 하는 불쾌한 숨소리..

놀라서 뒤 돌아보면 완전 가까운 곳에 얼굴 다 뭉개진 좀비가 눈 번뜩이며 서있음

순간적으로 너무 얼어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이와중에 생각나는건 형은 무사해야 할텐데..

죽음을 예감하고 눈 질끈 감고 얼어있는데

깡!!

지섷아 괜찮아!?

눈 슬쩍 떠보면 그 형이 어디서 주워왔는지 찌그러진 프라이팬 들고 서있음

진짜 뭐냐구..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말하면 동혃이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지섷이 안아줌

사실 동혃이는 직전까지도 멘탈 나가있었음 근데 지섷이가 너무 안들어오는거야

이 정도면 뭔일이 생겼겠다 싶음

주변에 좀비가 득실거리는 것도, 건물들이 다 망가지고 삭아있는 것도.. 그냥 다 가상현실게임 같았음

그런데 마트에서 뭔 고릴라 같은 좀비한테 쫓기는 지섷이를 보니까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프라이팬 집어다가 머리를 날려버렸지

근데 머리를 날려버릴때의 그 감각이,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진 거임

그래서 그 순간 현실로 끌어내려졌음

이거 현실이다

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 둘다 죽는다

그동안 지섷이 혼자 고생했을거 생각하니까 미안해 죽겠는 거임

그래서 당분간 노예하기로 하고 마트 둘이 탈탈 털어서 지금 머무는 집으로 돌아갈듯


22.10.14

좀비사태가 벌어진지 몇십년 후..에 태어난 동지혁성

좀비사태 딱 터진 직후에는 나라가 걍 망했었는데 몇십년쯤 지나니까 사회가 어느정도 돌아가긴 함

일단 좀비화가 진행이 되면 격리구역으로 끌려가서 일반인들에게 퍼지는걸 막는거임

일단 명목상으로는 격리구역 안에서 대기하다가 치료제가 나오면 사람으로 되돌려준다 어쩌구 하는데 그거 믿는 사람 별로 없음

좀비사태 퍼진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나온 치료제를 언제까지 기다리냐고

그래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좀비화 되면 일단 숨기는 경우가 대다수임

그 사실을 정부도 앎

그래서 좀비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함. 그 결과 당연히 전문 포획꾼도 생겼음

이런 상황에서 지섷이가 좀비화가 되어간다면 동혃이는 어떻게 할까

아마 지섷이를 꽁꽁 숨기고 살지 않을까

원래 있던 집이랑 돈 될만한 것들 다 처분해서 지하실있는 주택으로 이사가고

지섷이를 지하실에 가둬서 키우는 거임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일부러 좀 외진 곳에 있는 집으로 고르기도 했음

동혃이 본인도 생필품 살때 빼고는 잘 안나감

하루가 다르게 이성을 잃어가는 지섷이를 어떻게든 가르치려 할 것 같음

좀ㅂ.ㅣ딸처럼 야생동물 훈련법 같은거 알아와서 해보는거지

근데 반대로 지섷이 같은 경우에는, 동혃이와 함께 격리구역에 들어갈 것 같음

본인이 신고해서 들어가는 거라 둘만 있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서

그래서 격리구역 내에서 또 둘만 격리되어 살지 않을까

정말 언젠가 만들어질 치료제를 기다리면서


22.10.15

저 가을 타는 동지혁성이 보고싶어요

둘이 안사귀는데 가을 타서 넘 외롭구 허전해.. 그래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냅다 사귀면 좋겠어요

근데 사귀기 전에도 둘이 맨날 같이 댕겨가지고 사귀기로 한 후로도 뭐 딱히..?

엥 모야 똑같잖아ㅠ 이러면서 역시 커플은 뽀뽀지 하면서 뽀뽀하려는데

이동혃 이 나쁜녀석이 아; 미얀 나 이건 아직 쫌.. 이래서 못함

지섷이도 뭐 그닥 하고싶었던건 아니라 걍 넘어가는데 뭐지.. 나 지금 쫌 서운한가..?

둘이 그렇게 사귀는듯 안사귀는듯 만나는데 스킨십만 안했지 둘이 뭐 깨가 쏟아짐

어딜 가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질 않고 맨날 잉스타 태그하고

뭐 맛있는거 먹으면 서로꺼 따로 챙겨놓고 어쩌구저쩌구..

주변에서 보기엔 둘이 베스트커퀴상이라도 줘야할판인데 정작 둘은 우리 사귀는거 맞나.. 이러고 있음

그러다가 동혃이 요녀석이 우리 걍 헤어질까 이러면 지섷이 순간 심장 덜컥거림

너랑 노는거 재밌긴 한데 그건 안사겨도 할 수 있자나

그 순간에 자기 마음 알아채버린 지섷이.. 이동혃이 너무 얄미워서 그러자고 냅다 질러버림

동혃이는 지섷이가 갑자기 씩씩대는게 왜 저러나 싶지만 뭐 쟤는 연애놀이 더 하고 싶었나부지 하고 넘어감

지섷이는 또 그런 표정인거 다 알아서 짱나 죽겠음

그래서 냅다 이동혃 얼굴 붙잡고 입술뽀뽀쪽

그리고 또 씩씩대면서 휙 돌아서 가버림

저 눈치제로바보곰탱이를 좋아했다니!! 짱나!!

지섷이가 가버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은 동혃이는.. 얼굴 빨개져가지고 쿵쿵대는 심장소리에 멍이나 때리고 있겠지

어라 가을 타는 동지 어디감..


22.10.25

동혃이가 쫌 이쁘게 생겻잖아..? 미인상 얼굴이란 말임. 어렸을때 머리도 단발정도로 기르고 다녔으면 여자아이로 오해도 많이 받앗겠지?? 아가들은 중성적이잖아?? 이름 모를 단발머리 누나가 첫사랑인 지섷이가 보고싶다는 말임

지섷이 어렸을때 잠깐 어떤 동네 살았는데 낯도 많이 가리고 잠깐 머무는거라 얼집도 안다녀서 칭구 없음..ㅠ 그래도 하원시간쯤 매일 놀이터 엄마랑 나가보는데 거기서 어떤 누나를 만나는 거임. 까무잡잡하고 개구지게 생긴 귀염상 눈아.. 동혃이..ㅋㅎ 동혃이는 처음 보는 아가 보면서 눈 반짝임. 친구 만들기가 취미인 동혃이.. 대뜸 데리고 가서 같이 노는데 아가 지섷이는 그게 얼떨떨하면서도 재밌겟지? 동네 와서 처음으로 누구랑 같이 어울린 거잖아. 그래서 지섷이한테는 그게 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음. 그래서 다시 이사가야할때 지섷이 싫다고 엄청 울듯..

어렸을때 자주 놀던 그 누나가 첫사랑이 되어버린 지섷이.. 사실 지금은 얼굴도 어렴풋하고, 생각나는건 그 누나가 좀 까맸다 정도? 얼굴에 점이 좀 많았던 것 같기도.. 엥 그러고보니까 맨날 누나라고만 불렀지, 이름도 모르네?? 아는 것도, 기억나는 것도 거의 없지만 지섷이한테는 소중한 추억임.

그러다가 이제 이사 안가고 한 동네에 정착해서 고등학교 진학하겠지? 근데 입학식때 웬 형이 갑자기 아는척함.

어어~! 오랜만이다!!

엥.. 누구세요..

지섷이가 진짜 모르는 얼굴 하고 있으니까 잠깐 당황하더니 잘못 봤다고 둘러대고 가버림. 좀 얼떨떨하지만 속으로 저 형 진짜 잘생겼다고 생각함.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인연인줄 알았는데, 저 형 왜 자꾸 나 찾아오냐..? 맨날 지섷이네 반 찾아와서 간식 쥐어주고감. 이거 어렸을때 많이 먹었는데. 주면 또 받아서 냠냠 잘 먹는 햄찌성이. 그렇게 얼굴을 하도 많이 봐서 친해져버린 그 형.. 이름이 동혃이래. 근데 진짜 잘생겼는데 엄청 웃기기도해. 사춘기 고딩이라 맨날 틱틱대기 밖에 못해도 그 형이 너무 좋은거임. 그렇게 둘이 하교도 같이 하고, 주말에도 만나서 놀고 밥먹고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이따금씩 그 형이 어렸을때 일을 물어봄. 그럼 지섷이는 이사를 자주 다녀서 추억이랄게 별로 없다고 하겠지. 근데 좋아했던 누나는 있다고. 그 얘기 듣는 그 형 얼굴이 좀 미묘한데 지섷이는 눈치 못챌듯ㅜ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학교 축제날. 여장대회 열렸음. 보통 여장은 좀 우스꽝스러운게 태반인데, 가운데 서있는 저 사람 진짜 예뻐.. 까무잡잡한 얼굴에 옅은 화장하고 갈색 단발 가발 쓰고 있는 동혃이 형.. 왜 저러고 있어.. 그리고 관중석(?)에서 그거 쳐다보던 지섷이는 가물가물하던 그 누나 얼굴이 갑자기 확 생각나버림. 아, 맞다. 그 누나 얼굴에 삼각형 점 있었다.. 순간 인식하자마자 얼굴 빨개져서 동혃이 쳐다보는데, 동혃이 눈 마주치면 입모양으로

이제 기억났냐 바보야


22.11.01

센센 그런거 말고 그냥 초능력 쓰는 히어로물이 보고싶음

빌런을 사랑한 히어로 동 × 무의식의 빌런 지 = 동지혁성

지섷이의 능력은 꿈을 꿀 때 나타나는 거면 좋겠음. 무의식 중에 나타나는 능력이라 그걸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음.. 잠을 잔다고 무조건 나오는건 아니고 꿈을 꿔야 나옴. 꿈을 꿀 때면 꿈에 잠식되어 머리는 희게 변하고 피부는 어둡게 변함. 그래서 빌런 상태일 때는 지섷이라는걸 알아보기 힘듦. 그런 지섷이의 능력은 세상의 모든 불행을 끌어당기는 능력.. 비행기가 추락하게 되면 지섷이에게로 추락하게 되고, 전봇대가 쓰러진다면 그것도 지섷이에게, 벼락이 쳐도, 무언가 터져도, 모든 사고의 피해가 지섷이에게로 오게 되는 능력임. 그래서 지섷이를 중심으로 반경 1km정도는 매번 초토화됨.

심지어 텔레포트 능력도 있어서 갑자기 번화가 중심에 서있기도 하고, 아주 외진 숲에 서있기도 함. 그래서 피해 규모는 그때그때 다름. 거의 천재지변을 다 끌어당기는 수준이라 정부에서는 지섷이를 1급 빌런으로 분류했음.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리고 그런 지섷이랑 같이 사는 히어로 동혃군..

동혃이는 지섷이의 그런 능력을 이미 알고 있었음. 애초에 얘랑 같이 살게된 이유가 체포하려고 그런건데.. 둘의 첫만남은 그냥 우연이었음. 비번이던 날에 번화가에 지섷이가 나타났고, 비행기 추락 사고가 일어났음. 다행히 강한 염동력이 능력인 동혃이가 가까스로 비행기를 띄워 피해는 없었지. 동혃이는 비번이지만 히어로로서 지섷이를 체포해야 했음. 그런데 얘 상태가 좀 이상해. 지금 자고 있는 거야? 동혃이가 지섷이의 상태를 살피는데, 그 순간 지섷이는 또 텔레포트로 사라졌음.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거였지. 빌런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상황에, 동혃이도 다시 집으로 돌아갔음.

그리고 날이 밝자마자 본부에 가서 신원을 조회했지. 사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상태라 조회가 거의 불가능했는데, 하루종일 데이터센터에 박혀 있으면서 수백명에 달하는 등록자들을 전부 뒤져서 겨우 찾아냈음. 그런데 등록된 능력을 보니까 그냥 순간이동이래. 뭐지.. 얘 혹시 부정등록자인가? 사진도 어제 모습이랑 너무 달라서 겨우 알아본 거였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일단 데이터에 나와있는 주소로 찾아가보기로 함. 어제 지섷이가 나타났던 번화가에서 차로 한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 위치한 작은 주택. 주소상으로는 여기가 맞는데.. 초인종을 띵동 눌러봐도 기척이 없음. 잘못 찾아왔나? 돌아가려던 차에, 인터폰으로 들려오는 졸음이 잔뜩 묻은 목소리. 누구세요..? 히어로본부 ○○지부 소속 햋찬이라고 합니다. 잠깐 대화 가능하세요? 잠깐 정적이 흐르고, 문이 철컥 열렸음. 고개를 빼꼼 내민 지섷이의 모습은 확실히 데이터 상의 사진과는 일치했지만 어제 그 모습과는 달랐지.

동혃이는 히어로 뱃지를 보여주고 어제 있었던 비행기 추락 사고에 대해 물었음. 그에 지섷이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저는 어제 거기로 간적이 없는데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듯한 표정과 말투에 동혃이는 고민에 빠졌음. 정말 이 사람이 아닌가? 내가 착각한걸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계속 찝찝한거야. 어제 그 빌런은 잠들어있는 상태였어. 혹시 이 박지섷이라는 남자가, 무의식 상태에 빠져들면 제2의 능력이 발동하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 사람은 빌런이라고 할 수 있나? 무의식 중에 벌어진 일을 이 사람이 책임을 지는게 맞나? 애초에 이 사람이 맞나? 당연히 히어로로서 빌런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있다면 일단 체포를 하는게 맞지만.. 동혃이는 계속 의구심이 들었음. 정말? 체포를 하는게 맞아? 그래서 결국 상부에 보고를 안하고, 자기가 직접 지섷이를 주시하기로 했음. 만약 기억을 못한다는게 거짓이라면, 당장이라도 체포할거야. 그렇게 동혃이는 지섷이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음. 물론 지섷이도 동혃이가 자기 주변을 서성이는걸 알았음. 저번에 찾아온 이후부터 그러는 것 같은데.. 왜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좋은 이유는 아닌 것 같았음. 대놓고 쫓아다니는게 아니라 뭐라 할 수도 없고..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음.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지섷이는 또 꿈을 꾸었음. 빌런 상태의 지섷이가 텔레포트한 곳은 지하철 승강장. 늦은 시간이었지만 토요일 저녁인지라 사람이 꽤 많았지. 그리고 그날, 지섷이는 1급 빌런으로 분류가 되었음. 지섷이의 정확한 정체도 모르면서 잡아들이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왔음. 유일하게 지섷이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이동혃 한명뿐.. 근데 동혃이는 지섷이를 잡아들이고 싶지 않았음. 요며칠 지켜본 바로는, 얘는 빌런이 아니었거든..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얘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어. 자꾸 잡아내라고 쪼아대는 상부 때문에 동혃은 머리가 지끈거렸음. 진짜 어떻게 하냐.. 일단 할 수 있는거 먼저 해보자 싶은 마음에, 지섷이 집 근처로 이사를 갔음. 가까이에서 살면 더 빠르게 대처를 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동혃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음. 지섷이는 텔레포트로 이동한다는 사실.. 동혃이가 주시하고 있는 중에도 또 다른 재해가 일어나고야 말았음. 이제는 아예 방향을 바꾸기로 했음. 이건 장기전으로 가야해. 일단 집이 가까우니 안면을 트는 것부터. 다음은 친해져보자. 더 나아가서는 집에도 한번 가보자. 최종 목표는 집에도 편하게 드나드는 사이가 되는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걸 스스로도 알고 있으면서, 굳이 번거로운 길을 택했음.

그리고 둘은 연인이 되어 동거를 하게 됐지. 여전히 본부에서는 지섷이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함 상태였음. 동혃이가 수를 써놨거든. 데이터를 조작하고, 돈으로 입막음을 하고.. 이제는 정말 지섷이를 체포할 수 없었음. 너무 사랑해버렸는걸.. 꿈만 꾸지 않으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아. 동혃이는 매일 지섷이를 끌어안고 잠들었음. 오늘도 그가 꿈을 꾸지 않기를. 밤중에 잠깐 깨어났을 때도 그가 내 품에 안겨있기를. 만약 지섷이의 제2의 능력이 발동되지 않는 조건이 누군가와 접촉해있는 거라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지 않을까. 뒤로 갈수록 뭐래는건지 나도 모르겠내.. 끗!


22.11.03

태명이 해짜니여서 어릴때부터 해짜니라고 불렸던 동혃이로 동지혁성이 보고싶다면?

어릴때부터 옆집 살던 지섷이는 동혃이 이름을 동혃이가 중학교 들어갈때 알았을듯

맨날 해짜니형이라고 불렀는데

엥 명찰이 왜 이동혃이라고 돼있어?

내 이름이 이동혃이니까

??? 이해짠 아니엇어?

웅 아니었는디

근데 한평생을 해짜니형이라고 불럿는데 한순간에 어케 동땡이형이라고 부르겠음

맨날 말실수로 햇, 아니 동혀기형.. 이럴듯

근데 동혃이도 맨날 찌끄만 애가(이젠 아닌디) 해짜니형해짜니형 하다가 동혃이형이라고 하니까 어색해서 걍 편한대로 부르라고 함

그래서 다시 해짜니형으로 부르기 시작

그렇게 몇년 지나서 지섷이 고딩 됐는데 동혃이랑 같은 학교로 가게 됨

어차피 옆집 살아서 자주 만나면서 학교에서 마주치니까 또 새롭고 반가움

근데 2년 사이에 여친 생겻네.. 1학년 때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2년째 만나는 중이라고 함

어쨌거나 지섷이도 친한 동생이니까 여친 소개시켜주는데

거기서 지섷이가 해짜니형이라고 불러버림

해짜니?? 왜 그렇게 불러?

아, 형 어릴때.. 별명? 같은 거예요

꺄아ㅏ 귀여워! 해짜니! 나도 해짜니라고 불러도돼?

여친은 귀여워서 난리인데 정작 동혃이는 떨떠름함

대충 말 돌려서 다른 얘기하다가 지섷빠이 했는데 동혃이가 한참 뜸들이더니

해짜니라고 부르지마

왜? 귀엽잖아~ 나도 해짜니라고 부를래

아 안돼 그렇게 부르지마

왜애~ 해짜니해짜니~

아 부르지 말라고!

지금 짜증내는 거야?

니가 내 말 안들어주니까 그렇지

이유도 안알려주고 하지말라고만 하면 내가 다 들어줘야돼?

그런 뜻 아닌거 알잖아

알긴 뭘 알아 너 말 똑바로 해라?

우리 이런걸로 싸워야돼?

아니 니가 말을 그따위로 하잖아 어이가 없네 고작 그 남자애가 부르던 애칭을 여친이 좀 불렀다고 그렇게 짜증을 내냐?

그래 내가 미안해, 됐어?

되긴 뭐가 돼 대충 넘어가려고 하지마 짜증나게

또 뭐가 문젠데

뭐가 문젠지 몰라?

이러고 대판 싸우고 며칠 뒤에 깨질듯

2년간 커퀴짓 지대로 해서 깨진것도 소문 다남

지섷이는 깨졌다는 소문도 들었고 동혃이가 평소랑 다르게 쫌 가라앉아있어서 나름 풀어준답시고 초코우유 사서 그형 찾아감

형.. 괜찮아?

안괜찮을건 뭐냐

이러고 지섷이 손에서 초코우유 뺏어다가 원샷 때림

그.. 왜 헤어졌어..? 저번까진 괜찮았잖아

지섷이가 진짜 암것도 모르는 얼굴로 쳐다보면 동혃이는 한참 뜸들이다가

애기는 몰라도 되는 으른들의 사정이 있는거야

이러고 지섷이 머리 쓰담쓰담해줌

찌끄맣던 애가 언제 이렇게 커다래졌냐 너무 컸네

너무 크긴 했지..

이러고 걍 다른 얘기함

근데 사실 이동혃도 왜 헤어졌는지 모름

정확히 말하자면

해짜니라는 이름이 다른사람 입에서 나오는게 왜 싫은지를 모름

꼭 박지섷에게만 듣고싶은 이유를 모름

그냥.. 박지섷이 귀여우니까..? 이런 생각중임 바부탱이..


22.11.06

갑자기 재판장에 세워진 이동혃...

온통 깜깜한데 핀라이트가 저만 빤짝 비추고 있음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누가 마이크에 대고 그래

박지섷은 이동혃과 붕어빵 중에 뭐가 더 좋은가?

그말이 딱 들리자마자 옆에 핀라이트 하나 더 켜짐

그리고 그 아래 서있는.. 붕어빵.. 인간..

머리는 노릇하게 구워진 붕어빵인데 몸은 사람임 이게 무슨 망측한..

이와중에 몸은 왜 저렇게 좋냐고

누가 마이크에 대고 또 그래

박지섷은!! 이동혃과!! 붕어빵 중!! 누가 더 좋은가!!

고막 나가겠네.. 근데 이게 뭐라고 긴장되냐

손에 땀 나길래 바지에 슥슥 문질러서 닦음 근데 박지섷은 어디있어?

그리고 잠시후 또 켜지는 핀조명.. 그 아래 서있는 지섷이

뭔가 난감한 얼굴?? 아니 왜???

주변에서는 웅성거리면서 지섷이에게 대답을 강요하고 있음

누가 더 좋아 누가 더 좋아 누가 더 좋아 누가 더 좋아 누가 더 좋아 누가 더 좋아

자꾸 그러면 너무 소름끼치지 않냐

지섷이가 무어라 답하려는데

딱 잠에서 깸

이게 뭐라고 식은땀까지 줄줄 흘린겅미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애는 또 왜 안보여

폰 들어서 전화하려는데 문 딱 열리면서 지섷이 들어옴

붕어빵 사왔는데 같이 먹을랭?

둘이 팥붕 냠냠하다가 지섷이가 갑자기 그래

사실 나 결혼해

뭐????

이게 무슨 이동혃 뒷목잡을 얘기여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혹시 나랑 해? 지금 그거 프로포즈야?? 하참나ㅋ 너는 그런 얘기를 붕어빵 먹다하니

형이랑 하는거 아닌데

이동혃 등에서 땀 줄줄 나기 시작하고

그럼 누구랑 하는데..?

저랑 합니다

꿈에서 봤던 노릇노릇붕어빵머리인간이 그윽한 목소리 내면서 방에 들어옴

형보다 맛있고 따뜻한 사람이야

어.. 응.. 근데 지섷아 너 말에 오타났다

쨌든 나 결혼해 그렇게 알고 잘 지내 안녕

이러고 지섷이가 붕어빵맨 공주님 안기해서 방 나가버림

안돼.. 지섷아 돌아와!!ㅜㅠ

하고 눈 번쩍 뜨이면서 또 잠에서 깨는거임

설마 이것마저 꿈인가 싶어서 옆에 바라보면

새근새근 자고 있는 지섷이 얼굴 보임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지섷이 꼭 끌어안고 웅얼거림

지섷아ㅜㅠ

우웅.. 왜애..

붕어빵보다 내가 더 좋지ㅜㅠ

자다가 갑자기 무슨..

아아ㅜㅠ 얼른ㅜㅠ

당연하지.. 왜그래 꿈꿨어?

지섷이 잠도 안깼으면서 앵기는 동혃이 토닥토닥해줌

그러면 이동혃은 더 찡찡거림

지섷아.. 내가 붕어빵보다 맛있을 수는 없겟지만.. 붕어빵보다 나 더 좋아해줘야해.. 내가 겨울마다 붕어빵 백개씩 사줄게..

어엉.. 알았으니까 더 자..

이러고 둘이 꼭 껴안고 더 잠


22.11.08

현직 마왕 박지섷

즉위 하자마자 개판이던 법이랑 제도 싹 갈아엎고 척박한 땅덩이에 상위마법 쫙 뿌려주고 인간계랑 국경지역 군사 정비 다 해놔서 전례없는 풍족하고 평화로운 마계생활 만들어냄

사실 법 갈아엎은거 때문에 지켜야할 것들도 꽤 많이 생겻지만 그만큼 복지 빵빵해서 마족들은 이게 인간들이 말하던 성군의 맛..? 이러면서 지지율 폭등함

애초에 인간들의 핍박에 못이겨 척박한 땅으로 쫓겨나다시피 자리 잡은 거였어서

먹고살려면 인간계를 약탈할 수밖에 없었단 말임

근데 이제 땅도 제법 평범해졌고 굳이 약탈을 안해도 먹고 살만 해져서 평화롭게 지내게 됐음

하지만 그런 지섷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들도 있었지

사실 지섷이는 선왕의 사랑을 듬뿍 받긴 했지만

성격이 순하고, 손윗형제가 스무명이 넘어서 왕위계승서열이 꼴찌였던 막내왕자였음

근데 어느날 마계에 나타난 용사 한명이 왕족 다 죽이는 바람에 겨우 혼자 살아남은 지섷이가 왕이 된 거임

자기들이 줄 탔던 다른 왕자들은 다 죽고 신경도 안쓰던 막내가 왕이 됐으니.. 그동안 들인 돈이며 재물들을 다 버린셈이 된 거지

게다가 지섷이는 그 누구의 줄타기도 허용하지 않고 자기 심복 하나만을 데리고 국정을 봤음

근데 신하들 중에 그 누구도 심복이 누군지, 얼굴은 어떤지 아는사람이 없음

진짜 어디서 근본도 없는 놈 데려다가 최측근으로 삼고 걔만 싸고 도니까 신하들은 짱나지

그래서 개중에는 유약한 현왕이 아니라 그 심복을 왕으로 삼아야하는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음

신하들이 보기에 지섷이는 그 심복의 허수아비 정도로 보였으니까

그렇게 뜻이 같은 이들이 모여서 작당을 하게 됨

반역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일단 그 심복과 접촉해야했지

근데 얘가 맨날 지섷이랑 붙어다녀서 뭐 만날 기회가 없는 거임

그래서 신하들은 지섷이를 잘 구슬려서 대규모 연회를 준비하게 하고, 그 사이에 접촉할 계획을 짰음

지섷이가 연회 준비에, 국정에, 알현까지 어쩌구저쩌구로 바쁠때 신하들은 심복을 찾아가서 우리들의 왕이 되어달라고 말했음

그랬더니 얘가 막 웃는거임

아 지섷이가 신하들은 함부로 죽이지 말랬는데

맨날 로브 뒤집어 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왜 용사가 현왕의 심복으로 살고 있는 거야?

마계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동혃이가 막 웃으면서 칼 뽑아듦

잠시후 피냄새 풍기면서 다가오는 동혃이 보면서

에휴 역시 반역이래?

엉 나보고 왕이 되어달라던데

어디 다친데는?

오랜만에 칼 뽑았더니 팔 아포~

말하는거 보니까 하나도 안아프구만

아아~~ 아파~~

아; 알았어 일루와

동혃이가 지섷이한테 다가가면 지섷이는 어쩔 수 없다는듯 뽀뽀해줌

사실 동혃이 국경지역에서 살던 평범한 (가난한) 청년이었는데 국왕이 마왕을 처치하는 사람에게 큰 보상을 내리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해서 마왕 잡겠다고 나선거였음

근데 하필 재능충이었을 뿐이고.. 용사가 체질이었을 뿐이었음

그래서 마계 멸망시키기 직전까지 갔는데 왕족들 다 죽이고나니까 방에 숨어있던 지섷이 발견한거임

근데 무서워서 우는 모습이 넘 예뻐..

생각해보니까 국왕이 약속을 지킬거란 보장도 없고..

그냥 여기서 얘랑 살까 밥 굶진 않을것 같은데

하고 여기서 살게 된거임ㅋ


22.11.11

동지러들 겨울잠 잔다고 해서 겨울잠 자는 곰수인 동혃이로 동지혁성 보고싶어짐

약간 동혃이 곰수인은 맞는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쯤이 찐수인이었고 이후로는 인간들이랑만 결혼해서 수인 유전자가 거의 없는 상태였음

근데 아주 낮은 확률로 동혃이한테 수인 발현이 일어남

근데 얘도 뭐.. 사실 인간이나 다름이 없음

근력은 그냥 종이인형 수준이고 덩치도 그닥.. 그나마 비슷한게 겨울잠 자는거임

겨울잠도 그냥 겨울에 잠 쫌 많아지는 정도라 주위 사람들 다 그냥 인간인줄 알듯

그리고 이와중에 혼자 동혃이 정체(?)를 알아챈 지섷이..

정작 동혃이는 알려준적도 없는데

지섷이는 워낙에 생각도 많고 동혃이한테 관심도 많아서 동혃이 행동 같은거 곰곰히 생각하다가 저 형 곰 아니야? 할듯

원래도 잠 많은건 알았는데 겨울에 유독 많아지는거 보고 확신함 저 형 곰이다

근데 저 조구만 사람이 곰이라니까 넘 안어울리는거임

그래서 아기곰인가봐 하고 모에화하기 시작함

그랬더니 동혃이 형이 귀여워 보이는 거임

근데 그거 티내면 겁내 놀림받을 것 같아서 평소보다 더 떫은 표정 지을듯

사실 동혃이는 지섷이 그 표정 좋아해서 지섷이한테 더 치근거림

그럴수록 지섷이 마음은 더 도키도킷하고...

그렇게 시작되는 동짝지...

사실 보고싶은 장면은 겨울잠 때문에 꾸벅꾸벅 조는 동혃이를 옆에서 슬쩍 바라보는 지섷이였는데 어디감

동혃이 겨울에 꾸벅꾸벅 졸때는 건드려도 잘 눈치 못채는데 지섷이가 그 사실 알고

동혃이 졸때 얼굴 점이나 푸슬푸슬한 머리 한번씩 만져보는거 보고싶었는데 진짜 어디감


22.11.14

지섷이 고딩때 길거리 나앉게 돼서 가출팸이랑 지냈는데 솔직히 끔찍했음

지섷이는 가출할 생각도 없었고, 길거리 생활하게 될줄도 몰랐기 때문에 이 생활이 이렇게 힘든줄도 몰랐음

그냥 어쩌다보니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있는 줄도 몰랐던 빚이 넘어오고, 사채업자들한테 쫓기고.. 그런 거였음

원래 나무를 숨기려면 숲으로 가야하니까

어차피 갈데 없는게 똑같으니까 가출팸에 들어갔지

근데 여기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고, 약간 무섭기까지 했음

모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민하고 날이 서있었지 폭력적인 사람도 있었음

팸은 살기 위해서 조건만남을 하기도 했는데 지섷이는 그게 싫었지만, 너 혼자만 혜택받을 생각하지 말라며 압박을 줘서 어쩔 수 없이 만남 장소에 나가게 됨

웬 멀끔하게 생긴 아저씨가 나왔는데, 말하는게 진짜 소름끼쳐서 막 혼자 바들바들 떨고 있었음

진짜 너무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지

근데 그럴수가 없었음 근처에서 팸이 지켜보고있어서..

그러다가 조건남이 자리 옮기기 전에 잠깐 화장실 다녀온다고 자리를 비웠음

그때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던 젊어보이는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거는 거임

애기야 혹시 도움 필요해? 필요하면 도와줄게

지섷이가 화장실쪽 흘끔대며 눈치보다가 작게 고개 끄덕이자 남자는 알았다며 머리 쓰다듬어줌

조건남이 자리로 돌아왔는데 지섷이 옆에 앉아있는 남자를 보고 인상을 구겼음

남자가 웃으면서 조건남에게 귓속말로 뭐라뭐라 하니까 조건남이 당황스러워하면서 도망치듯 나감

그리고 남자는 지갑에서 현금 가진거 다 꺼내주더니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쿨하게 가버렸음

지섷이는 멍하니 손에 들린 현금을 봤는데 그 사이에 명함이 하나 들어있었음

이동혃 010-XXXX-XXXX

도움이 또 필요하면 연락해

명함은 주머니에 잘 넣어두고 현금도 잘 챙겨서 카페를 나갔음

그 이후로 지섷이는 팸을 나와 알바 열심히 하면서 살았음

솔직히 받아주는데 찾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지원 받을 수 있는거 다 받고 주변의 도움도 받으면서 어찌저찌 살아갔음

특히 매일 소중하게 품고다니는 그 명함은 지섷이의 원동력이었지

미자 졸업한 후로도 열심히 살아서 이제는 좀 번듯한 회사 들어가게 됐음

지섷이는 이 회사 들어오려고 엄청 노력했었지

명함에 적혀있던 그 회사였거든

입사해서 또 열심히 일했는데, 그 분은 안보여

애초에 지금까지 다닌다는 보장도 없는데 무작정 입사한 거였거든

그러다가 다른 부서분들과 만날 일이 생겼는데 거기서 다시 만나게 되는 거임

명함에는 대리라고 적혀있었는데, 이제는 본부장이래

지섷이가 멍하니 보고있으니까 동혃이도 시선을 느꼈음

그리고 지섷이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어? 어디서 봤더라

분명 낯이 좀 익은 얼굴인데 기억이 잘 안나는 거임

지섷이도 동혃이가 자기 알아보고 생각중이인거 딱 알아채고 동혃이에게 다가갔음

신입사원이라고 인사도 드리고 자기소개도 했지

그리고 몇년전에 카페에서 도와주신거 감사한다고 말했음

동혃이는 그제서야 아 그때 걔?? 라며 놀란 얼굴하고 지섷이는 멋쩍게 웃으면서 매일 품에 넣고 다닌 돈봉투 꺼냈음

그때 동혃이가 쥐어줬던 그 돈 그대로 가져온거임

동혃이는 그거보고는 푸핫 웃더니 됐다고 안받겠다고 했음

지섷이가 받아달라고 계속 얘기하니까 동혃이는 돈은 됐고 어떻게 살았는지나 얘기해달라고함

그렇게 연락처 교환하고 다음에 사석에서 만나기로 했음

둘은 그 이후로 종종 만나면서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얘기를 많이 나눴음 물론 술도 마셔봤지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이 들었음

그 사이에 지섷이는 자기도 모르게 감정을 키워나갔음

감사에서 존경, 동경, 호감, 애정으로 가버린 후에야 알게된 거임

하지만 지섷이는 고백할 마음이 없었음

동혃이가 자기를 여전히 고딩 정도로 본다는 것도 알았고, 이만한 나이차는 허용하지 않는 것도 알았거든

근데 자꾸만 마음이 커져가는 거임

조금이라도 티를 내지 않고는 못배길만큼

어쩌다 한번씩 마음이 넘치면 동혃이는 웃으면서 선을 그었음

그거에 상처받는건 지섷이였지만 그마저도 자신을 향한 다정임을 알았기에 위안받는 것도 지섷이였음

그러다가 지섷이가 심리적으로 좀 몰려있을때.. 울컥하는 마음으로 홧김에 고백을 해버리면

동혃이는 심란한 표정으로 지섷이 보면서

...내가 언제 너 헷갈리게 한적 있냐

이후로는 사적인 만남을 아예 없애버림

이게 상식적인 동혃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와 다정이었음


22.11.14

지섷이 사람들이랑 밥 먹고 있는데 국물 호록 마시다가 넘 뜨거워서 혀 데여서 혀 내밀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이동혃이 갑자기 오더니 입술에 뽀뽀하고 가면 좋겠다

같이 밥 먹던 사람들 ??? 돼서 지섷이 보는데 지섷이 ???????????? 이런 상태라 뭐지 싶음

근데 정작 이동혃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자리 가서 후식으로 나온 식혜 마시고 있음

동혃이랑 지섷이 같이 일행으로 온 것도 아니고 둘이 접점이랄것도 없어보이는데 갑자기 이동혃이 돌발행동한거임

근데 둘이 사실 고딩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지금 n년째 연애중이면..(특: 비밀아닌데 아무도 모름)

둘이 여기서 만나기로 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마주친거라 서로 눈인사는 했는데 아무도 눈치 못챈거임

근데 하필 또 옆테이블에 앉았고 지섷이가 혀 데였고..

동혃이는 그냥 평소에 하듯이 버릇처럼 나온 행동인데 지섷이 반응 때문에 모르는 사람한테 갑자기 뽀갈한 이상한 사람 됨


22.11.20

계략공(?) 동지혁성..

이대리가 키우는 강쥐 데려왓는데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박과장한테 달려가서 안기고 난리남

사람들 둘이 안사귄다더니.. 흐린눈 하고 있는데

정작 박과장은 초면인 강쥐가 자기한테 그러니까 넘 당황스러울뿐..

아니 진짜 안사귄다니까요; 얘도 오늘 첨봐요;

예.. 그러시겠죠..

알고보니 이대리가 박과장이 자주 입는 검정 가디건 똑같이 입고 강쥐 산책시키고 간식주고 우쭈쭈 해주고 해서 강쥐가 검정 가디건만 보면 좋아서 날뛰는 거엿음

아잇 우리 쪼꼬가 과장님 넘 좋아한다 우리 사겨야겟다 그쵸

이대리님 수작부리지 않으실게요

..근데 이름이 쪼꼬에요?

넹ㅎㅎ 귀엽죠


22.12.15

어쩌다 사귀게 된 동지

근데 사귄지 한참인데 아직 손잡고 포옹밖에 안햇음

동역이 진도 빼고 싶어서

지송아 우심뽀까 뜻 뭔지 알아?

어어... 우심방에 뽀뽀할까...?

지송이 의대생이었음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우심방이.. 여기 쯤인가? 어렵네..

손가락으로 가슴께 콕 찔러봄

동역이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당장 뽀갈하고 싶은데 애기 놀랄까봐 주먹 바들바들 떨면서 참을듯

근데 여기다 뽀뽀를 왜 해요..?

이러면서 허리 숙여서 가슴께에 뽀뽀해주면 동역이가 머리 끌어안고 부비적부비적 해줌

아악ㄱ 귀여우엉ㅇ어ㅓ우ㅜㅠㅠㅠ

???왜 이래요;;


22.12.15

진짜 어이없게 헤어진 동지혁성

근데 둘이 서로 못잊었음

근데 둘다 먼저 연락 안함

자존심 뭐 그런것도 있긴한데 헤어지고 며칠 안지난 상태라 다시 연락하기 민망함

지송이는 자취방 구석에 있는 트리 보면서

크리스마스에 저거 같이 꾸미기로 했는데..

괜히 아련하게 쳐다보는데

박지송 학생? 집중 하세요

아 넵 죄송합니다

줌 수업 중이었음

여전히 집중 안되는 박지송 학생은 집중하는 척 그림판을 켜서 글씨를 끄적이는데

안타깝게도 화면 공유를 잘못 눌러버리고..

찌끄만 지송이 화면에 그림판 낙서가 떠버림

그것도 모르고 집중해서 낙서하는중

박지송 학생? 지금 뭐하는 거죠?

네? 헐 죄송합니다!!

호다닥 그림판 껐지만 이미 교수님은 태도점수 깎아버렸고..

민망해서 커다란 손으로 얼굴 다 가리고 숨어버렷음

그리고 그 수업 같이 듣는 이동역 학생은..

트리 꾸미자고 메세지를 보낸다

띠롱 울리는 알림 확인하고 다시 화면 보면

분명 카메라를 볼 뿐일 이동역이랑 괜히 눈 마주치는 느낌이 들어서

화면에 대고 고개 끄덕끄덕

그날 저녁에 띡띡띡띡 비번 치는 소리가 들리고

이별동지는 재회동지가 됨


22.12.16

장기연애 커플 동지혁성

사귀고 맨날 붙어다녀서 그냥 동거 시작했음

생활방식이고 식성이고 하나도 안맞지만 행복함

그렇게 같이 산지가 벌써 몇년째

이제는 이게 연인인지 웬수인지 부부인지 모르겠음

사귄지 오래된만큼 둘의 기념일은 이제 잘 안챙기지만 그래도 빨간날은 소소하게나마 꼭 챙겼음

설에는 근처 마트에서 떡 사와서 떡국 해먹고(동역이가 해줌)

어린이날에는 놀이공원 함 가주고

추석에는 송편 사먹고 동그랑땡이나 해먹고(이것도 동역이가)

크리스마스에는 트리 꾸미고(이건 같이♡)

쨌든 그랬음

그리고 빨간날 아니어도 손 꼭 잡고 나가는 날이 함박눈 내린 날

눈만 보면 엄청 좋아하는 지송이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눈놀이 하러 나가주는 동역이

감기 걸릴까봐 목도리랑 장갑이랑 귀도리도 챙겨줌

눈오리 눈곰 눈사람 눈정육면체 집게 바리바리 들고 나감

지송이가 하면 계속 부서지는 바람에 울상 짓고 있으면 동역이가 이쁘게 만들어주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지송이도 서당개 다 돼서 거의 눈오리 공장장임

둘이 집 근처 골목에 눈오리군단 눈곰군단 눈사람군단 눈피라미드 만들고 나면

수제 꼬질꼬질 눈사람도 수문장으로 세워둠

하나는 동글딴딴 동역이 눈사람

하나는 길쭉기우뚱 지송이 눈사람

손이랑 볼이랑 다 얼어서 빨개진채로 서로 보면서 킥킥

이제 쓸 눈도 없어서 두리번거리다가 지송이가 코 훌쩍이면 동역이가 지송이 손 잡구 단골 붕어빵집 데꾸감

사장님한테 살갑게 인사하고 팥붕 5천원 사서 지송이 입에 하나 물려주고 다시 집으로 쏙

보일러 따땃하게 틀고 뜨신 물로 같이 샤워하고 포곤한 이불에 파묻혀있다가 둘이 꼭 껴안고 잠듬


22.12.17

눈오는 날 헤어진 동지혁성

크리스마스에 뭐할지 정하면서 꽁냥거리던게 며칠 전인데 그새를 못참고 사소한 일로 대판 싸움..

길거리에서 왁왁대며 싸우다가

그럴거면 헤어지자고 커플링 확 빼서 던지고 가버린 지송이 때문에

이동역도 어어 그래 헤어져헤어져 이러고 휙 돌아서 집 가버림

지송이는 얼마 걷지도 못하고 울면서 다시 돌아와서 눈에 파묻힌 커플링 찾는데 그게 보일리가 없음..

진짜 이동역한테 서운하고 눈 오는 예쁜날 싸운것도 서러운데 반지도 안보이니까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서 훌쩍거림

진짜 헤어지잔다고 가버리냐 이동역 바보멍청이

이러고 있는다고 가버린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반지가 찾아지는 것도 아니니..

지송이는 눈 툭툭 털고 일어나서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감

그리고 지독한 열감기에 걸려 몸살 앓아누움

그렇게 며칠이나 지났는데 연락 한통 없는 이동역이 진짜 짱나죽겠음

우리 이렇게 어이없이 헤어진거야? 진짜?

지송이는 자기가 헤어지자고 한거라 먼저 연락하기도 쫌 그래서 초조한데

이동역은 평소엔 잘만 하던 인별도 안하고 상메도 프로필도 뭐 바뀌는게 없음

그러면 아쉬운 사람이 먼저 연락해야지..

지송이가 톡으로 뭐해 이러면 1은 금방 사라지는데 답장은 없음

진짜 뭔데.. 진짜 우리 헤어진거야?

지송이 아프고 서러워서 눈물 왈칵 나는데 전화옴

발신자는 곰혁이형

훌쩍거리면서 전화 받으면 걸걸한 목소리 들림

너어는 진짜 그렇게 반지 빼고 가버리면 어카냐

머야.. 목소리 왜 그래

너 진짜 반지 또 빼면 진짜로 헤어지는 줄 알어 내가 그 반지 찾는다고 얼마나.. 아오 진짜 목 아파 죽겠네

사실 그날 이동역.. 지송이 간 후에 다시 뛰어와서 눈바닥 샅샅이 뒤져서 반지 찾아냄

눈 와서 추워 죽겠는데 그거 찾는다고 난리쳤더니 땀까지 나서 죽겠음

그러고 몸살감기 씨게 와서 어디 아무데도 못가고 이불 속에 파묻혀있었지

열 펄펄 나고 손 하나 까딱 못해서 연락도 못했는데

그동안 지송이 반지만 손에 꼭 쥐고 있었음

진짜 진심 아니면 먼저 연락해라 박지송


22.12.18

군것질 잘 안하는 이동역이 간만에 도넛 먹고싶어서 친구한테 하나 뜯어내서 집에 들고가는데 바람에 날아가면 좋겠다

날아간 도넛 허망하게 보고있는데 옆에서 걷던 지송이(특:모르는 사이)가 도넛 날아가요.. 이럼

이동역 속으로는 나도 알아.. 이러고 겉으로는 네.. 괜찮아요..

진짜 간만에 간식 먹고싶었던 거라 아쉬움도 엄청큼

근데 이미 날아갔는데 뭐 어떡해 그냥 가야지..

아쉬움을 뒤로한채 에휴 한숨 한번 쉬고 갈길 가려는데 여전히 옆에 있던 지송이가 뭘 뿌시럭거리더니

이거 드세요. 도넛은 아니지만..

따끈따끈 찌부러진 팥붕 한마리 건네주고 꾸벅 인사하고 가버림

그리고 날이 추워서인지 간식이 생겨서인지 얼굴 빨개져서 얼빠진 얼굴로 지송이 뒷모습만 바라보는 이동역

둘은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22.12.18

눈 오는 날 동지혁성

지송이 눈 펑펑 내려서 눈오리 잔뜩 만들고 대장 눈오리 만든다고 눈 굴리다 왔는데 돌아와보니 눈오리 몇마리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상태..

아니 누가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충격에 빠져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누가 봐도 껄렁해보이는 남자 발견

저기 혹시 눈오리 그쪽이 망가뜨렸어요?

지송이의 물음에 네? 돌아보는 남자는 엥 동역이형?

형이 내 눈오리 망가뜨렸지!

갑자기 몬소리야; 나 아니거든?

여기 형 말고 누가 있는데!

여기 나 말고 많이 지나갔거든?

백퍼 형이야.. 내가 진짜 정성스럽게 만든건데.. 진짜 너무해..

나 아니라고..

사실 동역이 진짜로 아니지만 너무 속상해보이는 지송이 때문에 어휴 됏다 하고

어어 내가 그랫다 미안하다 내가 다시 만들어줄게ㄱㄷ

이러고 지송이 손에 들린 눈오리집게 뺏어다가 이쁘장한 눈오리 5마리 만들어줌

금방 뚝딱뚝딱 만드는데 정성들인 자기보다 잘 만들어서 쫌 샘나는 지송이

됏냐? 나 간다~ 날 추우니까 너도 언넝 들어가라잉

대충 겉옷에 묻은 눈 툭툭 털어내고 지송이 머리에 눈도 털어주고 갈길 가는 동역이

지송이는 괜히 자기 머리 매만지다가 대장눈오리 몸통 만들러 감

쫌 이따가 눈사람 뿌수고 다니는 웬 남자를 발견한 지송이는 동역이를 오해했다는걸 알게 되고..

오해 받았으면서 사과도 하고 눈오리도 (예쁘게) 5개나 만들어준 형이 떠오르면서 괜히 귀 빨개짐

왜케 다정하고 난리..

그래서 사과한다는 핑계로 붕어빵 사서 동역이형네 찾아가는데 근처 카페에서 어떤 여자랑 다정하게 얘기하는 모습 보임

아 여친이랑 있구나.. 사과는 톡으로 해야겠다..ㅎㅎ

뭔가 서운한 기분에 붕어빵 하나 입에 물고 휙 뒤돌아서 집에 감

자기가 왜 서운함을 느끼는지도 모르고 동역이랑 같이 있는 사람이 여친이 아니라는 것도 모르는 지송이

추운날 밖에서 놀다가 지독한 열감기에 걸려버림

아플때마저 그형이 보고싶은걸 보니 그제서야 그형 좋아하는것도 알아챌듯

약먹고 몽롱한데 잠결에 그형이 쓰다듬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뜨끈한 손 붙잡아다 좋아한다고 고백함

고백 들은 그형은 웃으면서 그런건 감기 다 낫고나 말하셔~ 토닥토닥 재워줌

지송이는 당연히 고백한거 꿈인줄 알듯

지송이 혼자 삽질 오백년 하다가 결국 동역이가 고백해서 사귀면 좋겠다


22.12.19

동역이가 지송이랑 손잡고 다니려고 이 장갑 선물하는거 보고싶음 #동지혁성

지송이 가만 보면 의외로 현실적인? 부분이 있어서 이런거 끼고 돌아다니자고 하면 되게 싫은척 하는데

동역이가 아앙아ㅏ아아 해줘ㅓ어어엉ㅇ어ㅓㅓ어 하면서 앙탈부리면 못이기는척 해줌

그래놓고 진짜로 밖에서 이거 끼고 손잡고 다니면

은근히 따뜻함+맨손끼리 닿아있음

쫌 부끄럽고 설렘

손 잡는거 하루이틀도 아닌데 손에서 땀 삐질삐질

손 빼려고 해도 장갑 안에서 도망갈데가 어딨음ㅋㅋ

동역이가 손 꼭 잡고 킥킥 웃으면 부끄러워서 얼굴 밀어버림

그러다 같이 넘어지면 귀엽겠다


22.12.21

아기고앵이 지송이 키우는 집사 동역이로 동지혁성

이동역 맨날 지송이한테

우리 지송이~ 아기돼지~ 곧 굴러다니겠네~~ 꿀꿀 하고 울겟네~~

이래서 지송이 자기가 아기돼지인줄 알면 어캄

동역이 친구도 고앵이 키워서 지송이 칭구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거기서 쳔너랑 만남

쳔너는 장모종 고앵이고 지송이는 단모종 고앵이라 쳔너가 너도 야옹이야? 라고 물어봤는데

지송이 고개 갸웃하더니 아닝! 나는 아기대지야! 이래서 동역이 마시던 커피 뿜음

쳔너 집사 런진이가 한심스런 눈으로 휴지 덜렁 뽑아다가 던져주고 지송이한테 물어봄

지송이는 왜 그렇게 생각해~?

동역이 반응이 너무 격해서 살짝 주눅 든 지송이가 찌끄만 목서리로

맨날 아기대지라구 햇눈데..

이러면 동역이는 웃겨가지고 끅끅거리고 런진이는 동역이 노려봄 애한테 그럼 좋냐

동역이 너무 웃어서 눈물 찔끔 난거 닦고 지송이 무릎에 앉혀서 말해줌

지송이는 아기야옹이야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야옹이♡

근데 지송이가 안믿음

불신의 눈초리를 받은 동역이는 그제서야 당황해서

너 야옹이 맞다고;; 너 내 말 못믿냐

야잇


22.12.21

캔디 들어보면 약간 권태기 온 장수커플처럼 보이기도 하지

이제 설렘이랄게 없는 장수커플 동지혁성

둘이 동거는 아니어도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는데 요즘은 각자 집에서 지낼듯

데이트도 별로 안하고 그냥 같이 밥 먹거나 암것도 안하고 시간만 보냄

연인인지 친구인지 모르겠음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듦

오늘 헤어져도 괜찮겠다

정말 그냥 문득 든 생각이었음 햇살에 눈이 부셔서 깨어났을 뿐인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임

전에는 눈 뜨자마자 지송이가 보고싶고 지송이 생각만 들고 그랬었는데..

너무 많은게 변해버린 스스로와 우리의 관계에 동역이는 마음을 굳힐듯

지송이와 이별하기 위해 지송이에게 연락을 보내면서 동역이는 지송이가 이런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랐음

그래도 지송이가 상처받는건 보고싶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지 고민할 것 같음

널 사랑 않는게 아니야 아직 널 사랑해 그래 그렇지만 내 맘 속에 너를 잊어갈 거야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약속장소에 가까워지면 저멀리 지송이의 모습이 보임

커플로 산 롱패딩에 둘둘 말려있는 뒷모습

기분이 이상할듯

분명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점점 다가갈수록 같은 하늘 아래 서있는 우리가.. 헤어진다고?

인기척에 지송이가 뒤를 딱 도는데

눈 마주치자마자 해사하게 웃어보이는 얼굴 때문에 동역이 심장이 덜컥 할듯

웬일로 밖에서 보자고.. 무슨 일 있어?

순간 머리 새하얘진 동역이는 그냥 냅다 지송이 끌어안고

아니 그냥.. 지송아 사랑해

뭐야ㅎㅎㅎ 갑자기? 나도 사랑해~


22.12.21

톡톡 터지며 나를 물들여 라는 가사 꼭 컬러버스 같지

일부 사람들만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는 세계관의 예술가 동역이랑 팬 지송이로 동지혁성

동역이의 세상은 흑백이었지만 그를 극복한 아주 대단한 예술가였음

색이 없기 때문에 빛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았지

그런 동역이의 작품을 사랑하는 지송이

단순히 명암만을 사용해 이런 강렬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게 지송이는 너무 좋았음

동역의 개인전은 물론이고 다른 전시회에 한점이라도 작품이 걸린다면 무조건 보러 갔음

하지만 덕계못이라고 한번도 동역이랑 마주친적은 없었지그러다가 그냥 진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거임

동역이는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니까 당연스럽게도 밤에는 밖을 잘 돌아다니지 않는데

그날은 외부 일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좀 늦은 시간에 집에 가게 됐음

가로등도 있었고 아직 완전히 밤이 되진 않아서 겨우겨우 걸어가고 있는데

겨울의 해는 왜이리 짧은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밤이 되어버림

가로등이 있다고 해도 선뜻 나아가기가 어려웠지

그때 지송이가 도움이 필요하세요? 이러고 말 걸음

동역이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만 가로등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음

그래서 한발짝 다가가 눈을 맞추는데

그 순간, 눈 앞에서 무언가 톡톡 터지듯이 색감이 번졌음

온 세상이 색으로 물들며 눈 앞의 지송이와 다시 눈 마주침

생각보다 너무 가깝기도 했고, 지송이가 너무 귀엽기도 했고

동역이 얼굴도 발갛게 물드는거 보고싶었음

무슨 결말이 이럼


22.12.21

다른 연인들은 키스를 하는데 왜 나는 너의 뒤에 서있어? 둘이 신분이 달랐나봐..

도련님 지송이랑 경호원 동역이로 동지혁성

지송이 고딩될때 경호원으로 붙어서 지금 7년차인 동역이

또래라 말도 잘 통하고 제법 웃기기까지 해서 둘이 친해지는건 시간문제였음

이젠 거의 가족임

둘이 친해지는거 부모님도 예상했고 그러라고 또래로 붙여준 거였는데

둘이 가족이라더니 그게 부부일줄은 몰랐지

둘이 비밀리에 사귀기 시작한지 3년째 아직도 안들켰음

지송이가 가는 곳엔 동역이도 가야했으니 둘이 붙어다녀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 아무도 없음

지송이 스캔들 터져도 비웃기만 함

지송이 성인이고 후계 수업중이라 기업 행사나 이런저런 곳 불려다니는데 매번 동역이도 따라가서 지송이 쫄쫄 따라다님

그러다가 후계들끼리 모이는 프라이빗 모임을 가게 됐는데 분위기가 좀.. 요란법석함

어린 후계들만 모이는 곳이라 그런지 사회자도 있고 게임 같은 것도 하고 쨌든 재밌게 놀듯

그러다가 커플게임이 진행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거임

자유롭고 당당하게 연인을 데리고 나와 게임을 하는걸 보면서 동역이는 부러워할듯

여기서 동역이는 그저 경호원에 불과할 뿐이었으니..

이 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의 후계가 경호원이랑 연애한다고 할순 없잖아

그러다 사회자가 키스타임~ 하면서 조명 낮추고 음악 깔아주면 커플들 다 입맞춤

그걸 지켜보면서 동역이는 그저 지송이의 뒤에 서있을 뿐이었음

다른 연인들은 키스를 해. 근데 왜 나는 너의 뒤에 서있어야 할까

동역이의 작은 한숨에 지송이가 슬쩍 뒤돌아서 동역이한테 뽀뽀쪽해줌

우리도 키스할까


22.12.23

동역이 약간 내동생 나만 깔 수 있어 < 이런 심보 있어서

맨날 지송이한테 못난이~~ 으이구 못났다~~(진심X) 이러면서 다른 사람이 박지송 쫌 평범하게 생기지 않앗나.. 하면 엄청 화낼듯

니보다는 잘생겻다고 얼마나 귀여운지 아냐고 지송이가 귀여운 이유 2시간동안 설명함

근데 지송이 앞에서는 시침 뚝 떼고 평소처럼 놀리기 바쁨

그래서 지송이는 동역이가 진짜로 자기 못나게 보는줄 알지도..

동역이 친구들이 얘가 너 칭찬을 얼마나 하는줄 아냐고 말해줘도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인줄 알듯

그러다가 나중에 둘이 싸우는데 지송이가 못생긴 나랑 연애는 왜 하는데!! 하면?

동역이 순간 벙쪄서 지금 그 말이 왜 나와..??

맨날 못생겻다고 못나게 생겻다고 못난이라고 하면서 연애는 왜 하는데! 무슨 봉사활동 하냐!!

이러고 씩씩대며 가버리면 동역이 진짜로 놀래서 붙잡지도 못함

사실 이렇게까지 싸울 일도 아니었는데..

쨌든 그 이후로 어찌저찌 화해는 잘 했는데 동역이 마음 한켠에 지송이 말이 비숑처럼 박혀서 은연중에 자꾸만 귀엽다 이쁘다 해주지 않을까

근데 정작 지송이는 이 형이 갑자기 왜 이래; 이럴듯


22.12.26

크리스마스에 다 지들 운명의 상대랑 논다구 연락 안돼서 심심한 마음에 똑같이 약속 없을 지송이한테 메세지 보내는 이동역

근데 사실 이동역 운명의 상대가 지송이임 (동역이는 모름)

지송이 어느날 발현한 네임 때문에 자기 운명의 상대가 동역이라는거 알아버렸음

사실 그 전부터 좋아하긴 했는데 찐으로 운명이라니까 기분 이상할듯

약간.. 좋아하는 상대가 운명의 상대라니까 벅차오르면서도 결국 운명 때문에 정해진 상대를 좋아하게 된건가 싶은.. 자기 감정에 대한 회의감?

그래서 오히려 네임이 발현된 이후로 자기 감정을 숨겼음

전부터 혼자 짝사랑하고 있던거라 티를 안내긴 했는데 아예 작정하고 숨기니까 동역이는 전혀 눈치도 못챌듯

다른 사람들은 네임 발현되자마자 짝 찾아서 연애한다는데 지송이는 바로 옆에 두고도 말을 못함

근데 또 동역이는 자기랑 놀아주는 사람이 짝 없는 지송이밖에 없어서 맨날 지송이랑 놀구..

동역이랑 어울릴 때마다 심장 터질 것 같은데 그걸 또 이겨내는 지송이

동역이가 운명의 상대 얘기 할때마다 심장 덜컥함

그러다가 크리스마스에 또 지송이 불러내서 노는데 동역이 네임 발현하면?

오른손 엄지손가락 마디에 적혀지는 삐뚤한 박지송

동역이 밥 먹다말고 멈칫

지송이 얼굴 한번 자기 손가락 한번

지송이 얼굴 한번 자기 손가락 한번

지송이 밥 먹다가 동역이가 이상한짓 하길래 쳐다보면

지송아 너 나 좋아하냐

지송이 사레 들러서 기침하면 동역이 물 한잔 따라서 건네줌

놀라서 + 사레 들러서 + 들켰다는 마음에 얼굴 빨개져서 눈물 달고 동역이 쳐다보면

나 몰랐는데 너 좋아하는갑다

이러면서 지송이 이름 쓰인 엄지손가락으로 눈물 닦아줌


22.12.26

런진이 칭구 동역이랑 런진이 강쥐 지송이로 동지혁성 보고싶음

크림색 강쥐 지송이

주인인 런진이한테 사랑 많이 받고 자라서 사람도 좋아하고 붕방거리는 것도 좋아함

근데 그런 지송이가 유일하게 떫은 표정 짓는 사람이 동역이

런진이는 지송이 그런 표정 짓는거 첨봐서 완전웃김

동역이랑 지송이 첫만남..

맨날 강쥐 자랑하는 런진이 때문에 보여달라고 닦달을 무진장해서 집에 초대됨

근데 문 딱 열고 들어가니까 웬 강쥐인형이?

보들보들한거 환장하는 이동역은 대뜸 강쥐 안아들고 얼굴에 부비작 시전

지송이 깜짝 놀라서 버둥거리는데 동역이 더 부비작부비작

그때부터였을까요..

지송이가 동역이만 보면 피하고 구석에 몰리면 작게 으릉거림

런진이는 지송이가 그러는거 처음봐서 걍 귀엽고 사랑스러움♡ 사진 오백장 찍음

동역이는 떫은 표정 하는 지송이 보면서 강쥐가 저런 표정 짓는게 가능해?? 하지만 귀여워서 그냥 더 이뻐함 부비작부비작♡

그러다가 런진이가 집을 비워야 하는데 지송이를 데려갈 수 없어서 동역이한테 맡기게 됨

지송이가 워낙 싫어해서 다른 친구들한테 부탁했는데 다 어렵다 그랬음ㅜㅠ

호텔링 맡기기에도 지송이가 걱정되서 어쩔 수 없이 동역이네로 감

그렇게 동역이네서 지내다가 지송이 수인 발현되면 어캄

동역이네 온지 3일째 밤

지송이가 갑자기 열 펄펄 끓으면서 아픔ㅜㅠ

병원 데려가려고 해도 애가 막 낑낑 울면서 피하고 심지어 물기까지 함

원래 엄청 순해서 입질 한번 없던 앤데..

그래서 동역이 안절부절 못하다가 애착담요 휙 둘러서 일단 진정시켜놓고 나갈 준비함

근데 준비를 하고 와보니 엥?

웬 커다란 남자가 담요 뒤집어쓰고 울면서 웅크려있음

동역이 겁내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누구세요.. 이러면 남자가 울먹한 눈으로 동역이 올려다봄

동여기 형..

(엥 내 이름을 어케 알지??)

나 아파ㅜㅠ 아빠 불러죠ㅜㅠ

(그쪽 아빠를 제가요??;;)

근데 자세히 보니까 크림색 머리에 익숙한.. 강쥐 귀?

너, 너.. 너 설마 지송이냐??

나 아프다구우ㅜㅠ

너 모습이 왜 그래??

지송이는 아파죽겠는데 동역이가 딴소리만 하니까 짱나서 동역이 노려봄

근데 동역이 그 표정 보더니 지송이인거 확신할듯ㅋㅋ

일단 지송이한테 자기 옷 입히고 근처 심야약국 가서 수인용 해열제랑 약 사와서 먹임

겨우 진정하고 잠든 지송이 쳐다보다가 에잇 몰라! 하고 바닥에 담요 한장 깔고 대충 잠

아침 되면 새벽바람에 자서 졸려죽겠는데 뿌시럭거리는 소리에 결국 일어남

뭐여 하고 봤더니 온 집안을 다 헤집고 있는 지송이 보고 겁내 깜짝 놀랬다가 아, 지송이였지.. 하고 이부자리 정리함

그렇게 사람 모습으로 동역이네서 지냄

동역이 수인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는데 알고보니 수인 발현이 반려를 인식해야 되는거면 어캄?

런진이 억장 와르르멘션 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림

근데 또 이상한게 지송이 맨날 자기 보면서 떫은 표정이나 짓고 피하기만 하는데 도대체 왜..? 언제부터..?

그래서 지송이 앞에 앉혀놓고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지송이 떫은 표정 지으면서 눈 피하는데

가만 보니까 꼬리가ㅋㅋ 붕붕거림 프로펠러인줄

동역이 그거 보고 웃기구 귀여워서 볼따구 쪼물쪼물 머리 쓰담쓰담

지송이 질색하는척 하면서 얼굴 빨개져서 꼬리 떨어지게 생겻음

그거 보고 동역이 자기도 모르게 지송이한테 뽀뽀쪽 해버리면 어캄

지송이 진짜로 놀래서 강쥐로 변해서 호다닥 구석에 숨음

근데 얼굴만 숨고 몸통 다 나와있음ㅋㅋ큐ㅠㅠ

아기강쥐 넘 귀여워서 동역이 지송이 몸에 얼굴 또 부비작부비작♡

지송이 그날 이후로 사람 모습으로 잘 안있어서 쫌 아쉬울듯

그렇게 런진이가 돌아오기로 한 날이 되고..

런진이가 동역이네 오면 동역이가 일단 지송이 방에 두고 런진이한테 심각한 얼굴로 말해줄듯

지송이.. 나랑 살아야겟다

뭔 개소리야 지송이 어딨어 집에 가야해

지송아 나와봐

사람 모습의 지송이 나오면 런진이 놀라뒤집어짐

근데 바로 알아볼듯

지송이 진짜 오랜만에 아빠 봐서 달려가 안기는데 런진이 자기보다 큰 지송이 안아줄듯

우리 애기 언제 이케 컸냐면서 아직도 애정 가득한 눈으로

쨌든 수인 발현이랑 이것저것 알려주고나면

런진이 뒷목 잡고 지송이 끌어안음

아이고 왜 하필 저런 놈을 좋아해서 반려 인식을 한거야

내가 뭐 어때서!

하여튼 지송이가 좋다니까 뭐 반대도 못하겠고 일단은 지송이 데리구 집 감

절대로 지송이를 넘겨줄 수는 없다고 보고싶으면 니가 오라고 하면서ㅋㅋ

그렇게 시작되는 동역이의 사위살이(?)


22.12.26

학교 축제에서 1등하면 문상 10만원 준다는 얘기에 둘이 나가서 트메 추는 상상

둘이 걍 친한 형동생 사이라 냅다 참가신청 할듯

남자끼리 트메 춘다고 하면 웃겨서라도 최소 인기상임

둘 다 춤 잘 추기도 하고

연습할때도 감정 1도 없이 문상만 바라보며 열정적으로 연습함

근데 막상 무대에 올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트메 추니까 이상한 기분 들면 어캄

서로 바라보면서 춤 추는데 묘하게 두근거리는 느낌

그러다가 둘이 키스하는척 하기로 했는데 진짜로 입술 스치면 어캄

관객석에서는 환호성 터져나오는데 둘은 그거 1도 안들리고 서로 숨소리만 들리면?

둘 다 엄청 놀랬는데 침착하게 완곡하고 내려옴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데 괜히 서먹해함

친구들이 대박이라고 1등 백퍼 너희라고 호들갑 떨면 그제서야 웃으면서 당연한거 아니냐고

참가자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아직도 심장이 진정이 안됨

동역이 기분 이상해서 바람 쐬러 나가는데 지송이가 따라가면?

둘이 조용한 곳에서 아무말도 안하고 앞만 보다가 동시에 서로 바라보면서 대뜸 입술 부비면??

둘이 입술 부비작거리다가 키스하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척 대기실 돌아감

나갈땐 그냥 나갔는데 돌아올땐 손잡고 돌아왔대요~


22.12.27

이별후회 동지혁성 보고싶다

지송이랑 사귈때 맨날 친구들이랑 술 퍼마시러 다니던 이동역

불안도 높은 지송이가 가지말라고 갈거면 연락이라도 잘 해달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정신 못차리구 맨날 연락두절됨

지송이는 그래도 동역이 사랑하니까 언제나 기다려줬는데

그게 점점 잦아지고 나중에는 아예 연락 안되면 술 마시러 간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가 됨

지송이 참다참다 못참고 또 연락두절된 동역이한테 문자로 우리 그만하자 보냄

동역이 당연히 그거 못보고 담날 대낮이나 돼서야 폰 확인하는데

평소엔 문자 몇통 전화 몇통 남아있던게 오늘은 문자 한통만 덜렁

동역이 뭔가 잘못됐다 싶어서 지송이한테 전화 걸어보지만 안받음

미안하다고 문자도 수십통 보내고 인별 디엠도 보내고 전화도 해보지만 지송이는 묵묵부답

동역이 진짜로 헤어지는건가 싶어서 지송이 찾아가면 문도 안열어줌

둘이 사귄 날짜였던 비번도 어느새 바뀌어있음

내가 진짜 미안해 다음부턴 안그럴게 한번만 봐줘

한번?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얘기하고 또 얘기를 했는데, 또 한번을 더 봐달라고? 나 이제 안돼 너무 지쳤어

이러고 아예 대답도 안해줌..

그렇게 둘이 진짜로 헤어짐

근데 헤어진 이후로 동역이 술만 마시면 지송이한테 연락하는 주사 생김

맨정신일때는 연락 안하는데(해도 안받음) 술만 마시면 연락함

지금 누구누구랑 어디서 뭘 먹고 있다

지금은 어디로 이동해서 뭘 먹고 있다

누구는 집에 갔고, 누구누구만 남아있다

진짜 사소한거 하나까지 다 얘기해줌

미리보기로 보이는 동역이의 메세지를 보면서 지송이는 차마 차단하지도, 들어가 확인하지도 못함..

진작에 이렇게 해주지.. 할 수 있으면서 왜 안했어 왜 내가 형을 기다리지 못하게 만들었어

몇십통이나 쌓여있는 동역이의 메세지를 보면서 슬퍼하지만 결코 전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음

지금 동역이의 행동이 잠깐의 변덕일까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봐

겁이 많은 지송이는 동역이의 메세지를 애써 무시하고, 그런 지송이에게 동역이는 매번 같은 메세지를 보냄

보고싶어 사랑해


22.12.28

헤어진 동지혁성 보고싶음

둘이 좀 길게 연애하다가 헤어졌는데 헤어진 이후로도 그냥 어울려 다니는 동지

친구들이나 생활반경 같은게 겹치는게 쫌 많아서 걍 사귀기 전처럼 형동생 하기로 함

워낙에 취향도 뭣도 달라서 작정하고 피하면 안만날수도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음

패스트푸드 좋아하는 지송이가 간만에 백반이 땡기는 날이면 이동역이 제집처럼 드나드는 단골 백반집 가고

간식 안즐기는 동역이가 간만에 붕어빵 땡기는 날이면 박지송이 매일 찾아가는 붕어빵 가판 가고 뭐 그런거임

오다가다 마주치면 그냥 인사함

헤어진 사이라기엔 어색함이 1도 없음

하지만 매일같이 붙어다니던 그때랑은 서로 조금씩 달라지겠지

우연히 옆자리에서 밥 먹다가 전에는 저 반찬 안먹었는데 이제 먹네?

카페에서 주문하다가 전에는 이것만 마셨는데 이제 다른것도 마시네?

자기가 아는 모습과 다른 모습이 보일 때마다 좀 신기하면서 진짜로 헤어진게 실감날듯

그러다가 단둘이 같은 공간에 있게 되는 상황이 오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친구들 다 모인 날

친구 잘못 사귄 죄로 담타에 둘만 끼지 못하고 덩그러니 자리 지키고 있음

전에는 술 안내켜하더니 이젠 곧잘 마시는 지송이 보면서 동역이 은근 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는데

왜 술 마시지 말라고 안해?

얼굴 벌개진 지송이가 동역이 쳐다보면서 물어봄

동역이는 어? 하면서 순간 당황하지 않을까

내가 뭐라고 너한테 술 마시지 말라고 그르냐?

뭐긴 뭐야.. 전남친이지..

야; 그러면 더 그럼 안되지;

다른사람한테는 잘만 하드니.. 형동생 하자며 그럼 다른사람한테처럼 해줘야지..

알았다; 술 그만 마셔

됏써.. 뭔 상관..

아니; 너가, 어휴 됐다..

나 김치찌개 안좋아하거든? 피자가 더 좋거든?

어 알어

근데 백반집에서 자꾸 마주치는거 보면 모르겠어??

알어

아는데 나한테 왜 그래

아니까 그러는 거야 술 그만 마시고 집에 가 늦었다

걱정하지마 짱나니까..

걱정시키질 말든가

진짜 짜증나 이동역..

이러고 지송이 짐 챙겨서 나감

친구들 담배 피고 들어오다가 뭐냐 둘이 싸웠냐? 물으면

이동역이 어 내가 존나 잘못함 이럴듯


22.12.29

떠돌이 강쥐수인 동역이랑 집에서 자란 햄져수인 지송이로 동지혁성

집에서 금지옥엽 예쁨 받으며 자란 햄져수인 지송이

어느날 주인이가 청소 한다고 문 열어놓은 틈에 팔랑팔랑 날아가는 나비 보고 냅다 쫓아가버림

나비 쫓아서 쫄랑쫄랑 따라가다 정신 차려보니 여기가 어디야?

평소에 교육 잘 받은 지송이 비상연락 팔찌 찾아보는데 어제 샤워하다가 빼놓고 안채웠음

사람들한테 도움요청 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있어야 하지..

일단 그 자리에 멈춰서 두리번거리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너 누구야! 여기 내 구역이거든!!

뒤돌아보니 꼬질꼬질 강쥐수인 동역이 있음

터프(?)해보이는 인상 때문에 겁먹은 지송이 바들바들 떨면서 일단 상황설명함

그러면 가만히 듣고있던 동역이는 대뜸 지송이 데리고 자기 아지트로 감

어? 나 여기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안그래두 돼

안되는데.. 형아가 길 잃어버리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랬는데..

쫌이따 비올텐데?

그럼 잠깐만..

그렇게 동역이네 아지트 들어간 지송이는 말 쫌 해봤다고 편해져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함

이름이 머야?

동역이

나는 지송이! 아까 거기가 동역이 구역이야?

누가 정했는데?

내가

왜?

내가 싸워서 이겼거든

누구랑?

있어 싸나운 고영이 패거리

그럼 이 상처들 다 고영이가 낸 거야?

엉 멋있지?

쳔너는 이런 상처 안내는데..

원래 길에서 사는 애들은 다 그래 싸나워

동역이는?

나도 싸납지 걔네랑 얼마나 싸웠는데

근데 동역이는 착한 것 같애

맘대로 생각하셔

그럼 이것도 고영이가 낸 거야?

동역이 찢어진 귀 가리키면서 물어보면

이건 전에 주인이 머리 잘라주다가 그런거야

동역이도 주인이 있었어? 근데 왜 여기 있어?

주인이랑 놀러나왔는데 내가 놓쳤어 너무 멀리 놀러나와서 집도 못찾아갔어 나도 너랑 똑같은 자리에서 계속계속 기다렸는데 주인도 나를 못찾았나봐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해봤어?

엉 근데 다른데로 보내려고 해서 도망쳤어 나는 주인 기다려야하는데..

우리 형아가 나 찾으러 오면 나랑 같이 가자 우리집은 여기서 가깝거든! 거기서 같이 기다리는거야!

그럴까?

그렇게 빗소리 들으면서 한숨 자고 일어남

맑은 날씨에 동역이랑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보면 사람들 보이겠지 그 사이에 지송이네 형아도 같이 있음

형아!

지송이 어디 갔었어! 찾았잖아ㅜㅠ

지송이가 동역이 손잡고 형한테 가려고 하는데 동역이가 손 뿌리치고 지송이한테 인사함

너 이제 가

어? 동역이도 같이가!

나는 안가 여기서 주인 기다릴거야

우리집 가기로 했잖아..

돼써 너희 주인이 나를 좋아할리가 없잖아

지송이가 형 쳐다보면 형은 난감한 얼굴만 하고있음

동역이 상태 보니까 귀에 있어야할 인식칩도 억지로 빼내려다 찢어진 것 같고, 얼마나 거리를 떠돈건지 꼬질꼬질..

지송이네 형은 진짜 고민고민하다가 동역이한테 손 내밈

이름이 동역이야? 괜찮으면 우리집 가자

동역이 아직도 눈으로는 경계하고 있는데 지송이가 다시 와서 손 잡으면 꼬리 살랑살랑

그렇게 둘이 한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


22.12.29

기념일에 여장해주는 동역이 보고싶음

여장이라고 해봤자 갈색 긴생머리 가발 쓰고 피부화장에 입술만 쫌 바른 수준

쨌든 집데이트 하기로 해서 동역이네 갔는데 그러고 있어서 지송이 떫은 표정 지음

동역이가 이쁘게 웃으면서 오빵♡ 하면 지송이 극혐하는데 귀 빨개져있음

둘이 맛있는거 시켜먹고 영화 몇편 보고 시간 보내다가 지송이가 대뜸 나도 가발 써볼래 이러면?

동역이가 머리 정돈 다 해주고 지송이 보면 뭔가 어울리는듯 안어울리는듯.. 근데 얘 얼굴은 왜케 빨간거임?

지송이 얼굴 빨개져서는 동역이 눈도 못마주치면서 찌그만 목소리로 오, 오빠..♡

동역이 잠깐 얼타다가 빵터져서는 아 귀여워 죽겠네!! 난리법석임

지송이는 그런 동역이 반응 때문에 진짜 부끄러워서 버둥대지만 동역이 절대 안놔주고 얼굴에 뽀뽀만 잔뜩 해줌

아까 발랐던 립스틱 때문에 얼굴에 뽀뽀자국 잔뜩 남으면 좋겠다

지송이 자기만 자국 남으면 억울하다고 자기


22.12.31

하숙집 동지혁성

지송이가 하숙집 아들 젠오형한테 형아라고 부르는거 들은 동역이형

형아?? 혀엉아아???

왜 뭐 왜

헤이 앤뒤 나는?

동역이형이지

나는 왜 형아라고 안해줘

애인한테 찌끄래기라고 부르는 사람한텐 그렇게 불러주기 싫네요

아 왜ㅐ애 찌끄래기 얼마나 귀엽냐

ㅁㅓ래

찌끄래기가 무슨 뜻인지 몰라?

뭔데?

사행시 딱 해준다 운 띄워봐

찌송앙♡

끄암찍한 찌송앙♡

? 끄암찍은 뭐야

깜찍 넘어가

어 그래; 래

래가 사랑하는 찌송앙♡

그만 하면 안돼?

어 안돼

아잇.. 기

기여운 우리 애긔 나도 형아라고 불러주랑♡

싫어

아 왜애!!

사행시가 노잼이었어

하놔 진챠


23.01.08

잠숲공 증후군이라는게 있다고 함 (클라인레빈 신드롬)

그런 의미에서 과수면증 지송이랑 그 곁을 지키는 동역이로 동지혁성 보고싶음

지송이 몇개월에 한번씩 며칠동안이나 잠만 자는데 그때마다 동역이 찾아감

사실 그게 주기적인게 아니라 대충 느낌으로 때려 맞춰서 가는 거임

둘이 같이 사는 것도 아니면서 동역이네 자취방에 지송이 물건 완전 많을듯

지송이가 동역이 찾아오는 이유는 그냥 가장 먼저 떠올라서

동역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 믿음직스러운 것도 아닌데 그냥 가장 먼저 떠올랐음

이거 지짝동임

동역이는 지송이 병을 몰랐어서 지송이가 자기 찾아오고

대뜸 잠들었을때 며칠이나 깨어나지 않으니까 엄청 불안했을듯

살아있는건지 몇분마다 코 밑에 손가락 대보고 목이나 손목 짚어서 맥박 느껴봄

이건 익숙해진 지금까지도 계속하는 행동임

그만큼 지송이가 지나치도록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거임

지송이가 며칠이나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면 방향감각도 좀 잃고 잘 걷지도 못하는데 동역이가 매번 부축해주고 다리 마사지도 해줌

게다가 폭식증에 무기력증도 도져서 그거 케어해주는 역할까지도 동역이가 다 해줌

근데 지송이 매번 동역이한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그게 사랑까지는 가지 않을듯

애초에 동역이가 사랑으로 그 모든걸 해준다는 생각을 못함

지송이에게 동역이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외면 못하는 선한 사람일 뿐임

아마 내가 물에 빠져도 형이 제일 먼저 구하러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하지만 당연히 그게 사랑 때문이라고는 생각이 안듦

그런 지송이 때문에 마음고생 하지만 지송이를 그만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동역이


23.01.08

지짝동 동지혁성 보고싶음

새벽중에 게임 중인데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진동

무시하려는데 계속 울리길래 누구야 하고 확인해보니 지송이?

게임하던 것도 놔버리고 후다닥 폰 확인함

지 할말만 하고 사라진 박지송이때문에 이동역 툴툴거리면서 롱패딩에 모자까지 씀ㅋ

박지송 나 아니면 부를 사람도 없나ㅋㅋ

내가 지금 자고 있음 어쩌려고 이 시간에 연락을ㅋㅋ

하여튼 나 아니면 안된다니까ㅋㅋ

입김 후후 불면서 걸어가는데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조용할듯

..뭔일 생긴건 아니겠지? 발걸음 엄청 빨라짐

그러다가 저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 서있는 지송이 보임

가로등 불빛 아래서 꼼질거리는거 멍하니 바라보는데 지송이가 인기척에 돌아봄

형! 이거봐!

예쁘게 만들어진 눈오리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 얼굴에 동역이 얼굴 빨개질듯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개

눈오리 살포시 내려놓고 꽁꽁 언 손을 동역이 얼굴에 대려는데

ㅊ,추워서 그래!

이러고 모자 푹 눌러씀

이렇게 추운 날에 불러냈으니까 뜨끈한거 하나 사라면서 휘적휘적 앞으로 걸어가는데 진짜 쪽팔려 죽겠음

설마 눈치챘나..?

그런 동역이 뒷모습 바라보던 지송이는 자기가 내려놓은 눈오리 슬쩍 한번 보고는

..저렇게 티가 나는데 누가 모르냐고 내가 진짜 눈오리나 보여주려고 불렀겠냐 바보곰탱이


23.01.11

빌런(?) 콤비 동지혁성

동역이랑 지송이랑 둘이 맨날 못된짓 하고 다니는거 보고싶음

동역이는 손으로 만진걸 솜뭉치로 만들 수 있는 능력, 지송이는 정전기를 일으키는 능력이 있음

둘 다 능력으로만 보면 되게 하찮은데 같이 다녀서 좀 성가심

동역이가 도심 한복판에서 이것저것 만지고 다니면 그게 다 솜뭉치가 되어버리는데 지송이가 거기다 정전기 일으키면 그 주변이 다 짜릿해지는 거임

사람들이 따가워하는거 보면서 골목에 숨어서 킥킥거리는 동지

둘다 능력 등급이 낮아서 너무 크게는 못하는데 그래도 상관없음

지금도 재밌거든

둘이 이런 장난치다가 히어로들한테 걸려서 붙잡힌적도 있고 유치장도 들어가봤음

근데 등급도 너무 낮고 살상력이 없기 때문에 금방 풀려남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만 수십번은 들었지만 우리가 왜? 이렇게 재밌는걸? 이러고 싸그리 무시함

동역이 능력 쓸때마다 머리 퐁실퐁실해지는데 지송이가 그거 엄청 좋아할듯

맨날 퐁실거리는 머리 쓰다듬고 눌러보고 헝클여보고 엄청 만짐

동역이는 그런 지송이 귀여워서 걍 냅둠

머리 셋팅해봤자 능력 쓰면 퐁실해져서 동역이 머리는 항상 생머리면 좋겠다

지송이는 능력 쓸때마다 머리 민들레홀씨 됨

동역이 그거 엄청 좋아해서 사진만 오억장있음

지송이 사진 때문에 클라우드 월정액 요금냄

근데 정작 지송이는 그거 짱싫어해서 맨날 모자 쓰는데 모자 밑으로 머리 뜨는거 다 보임ㅋ

둘이 장난치고나면 하나는 퐁실머리고 하나는 민들레홀씨라 서로 웃김


23.01.19

동거하는 동지혁성 보고싶음 근데 센티넬버스를 섞어서

이동역은 일반인 지송이는 센티넬

지송이 정신계 센티넬임 마인드컨트롤 A급

웬만한 사람들 다 조종할 수 있는 짱쎈 센티넬인데 활동 안하고 그냥 평범하게 직장다님

능력 사용도 잘 안해서 가이딩도 가끔 한번씩 받으러 감

동역이랑 동거하는데 지송이 불안도 엄청 높을 것 같음

애초에 국가 소속으로 안들어가고 활동도 안하겠다고 통보하고 안하는 중이라

포섭하려는 사람들, 그냥 없애려는 사람들 엄청 많이 찾아옴

가끔 죽을뻔하기도 했음

자기가 피칠갑이 되고 깨지고 다쳐도 동역이만은 지키는 지송이

육체는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정신계 센티넬이 육체계 센티넬이랑 정면으로 맞붙은 적도 있었음

물론 능력 써서 죽지는 않았지만 완전 만신창이가 다 됨

남을 조종하는 느낌이 너무 싫어서 능력도 많이 안쓰는 지송이가 거의 유일하게 능력을 쓰는 순간이 동역이를 지키는 순간인 거임

지송이라면 자기 때문에 위험해지는 동역이를 놓아줄 것 같지만 지송이는 동역이를 놓지 못함

지송이가 동역이를 엄청 오랫동안 짝사랑 해왔는데 너무 힘든 마음에 울면서

나 좀 사랑해주면 안돼? 나 좀 사랑해줘 계속 내 곁에 있어줘 사랑해

이래버림

근데 문제는 하필 그때 센티넬 발현이 되어버린거

동역이는 잠시 멍하다가 알았다고 하겠지

지송이는 생각지도 못하게 자기를 받아준 동역이 때문에 엄청 놀랐음

근데 행복해할 겨를도 없이 자기 능력 때문인걸 알아채버림..

자기가 센티넬로 발현했고 방금 능력을 썼다는걸 본능적으로 느낀거

하지만 동역이가 자기를 받아줬다는 자체가 너무 좋아서

차마 동역이에게 다시 능력을 쓰지 못했음

정말 능력 때문에 자기를 사랑하게 된거면 너무 비참하니까..

근데 그러다가 동역이가 다치게 되면 어떡함?

지송이를 해하려던 사람들한테 위협을 받아서 다치게 되면?

그래서 입원까지 하게 된다면?

지송이 처음으로 동역이한테 능력 쓰게 되지 않을까

붕대로 칭칭 감긴채로 침상에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자기 괜찮다고 울지 말라는 그형한테

바들거리는 손으로 그 형 손 꼭 붙잡고 울면서

나 사랑하지마 이제 나 그만 사랑해도 돼 다치지마 형이 행복했음 좋겠어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에 능력을 실어보내면 동역이는 잠시 멍하니 멈춰버림

한참이 지나도 말이 없는 동역이 때문에 지송이는 이제 다 끝났구나 하면서 손 놓고 나가려는데

너.. 그거 진심이야..?

동역이가 손 안놔주면서 묻는 거임

분명히 능력을 썼는데 자길 쳐다보는 그 형의 눈이 너무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는 거임

다시 내 눈 보면서 말해봐 정말 널 사랑하지 않아도 돼?

자기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 눈이 자기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으니 지송이는 마음이 약해지겠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저으면 동역이는 지송이 손 깍지껴 잡으면서

내가 고작 네 능력 때문에 널 사랑했다고 생각하지마 진심으로, 내 의지로 널 사랑해


23.01.19

일반인 동역이랑 빌런 지송이로 동지혁성

지송이 능력 세뇌인데 발동조건이 윙크면 좋겠다

능력 쓸때마다 윙크 해야하는건 아니고 윙크 한번 하면 일정 시간동안 능력 쓸 수 있는거

지속시간은 눈 밑에 하트 점으로 알 수 있음

하트 점에 안면인식 기능도 있어서 아무도 못알아봄

평소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지내다가 가끔 보스 호출 받으면 쫄랑쫄랑 나가는거

근데 다른사람한테 들키면 안되니까 골목에서 셀프로 윙크 한번 하고 스리슬쩍 나타나는건데

윙크하고 있는걸 편의점에서 담배 사고 나오던 동역이가 봐버림

눈 마주쳐버렸는데 그 상태로 안면인식이 발동..

이미 인식한 상태라 동역이는 지송이 얼굴이 정확히 보이겠지

지송이 어쩔 수 없이 동역이한테 세뇌 걸려고 하는데 동역이 일반인이면서 안티능력 보유자라 세뇌 안통함

지송이 당황해서 동역이 기절시켜서 자기 집 데려갈듯

네네 보스 저 지송인데요 저 급한일 생겨서 오늘 못나가여 네네 수고하세요

지송이네 집에서 눈 뜬 동역이.. 진짜 완전 어이없음

동역이랑 지송이 어렸을 때부터 옆집 살아서 집에도 엄청 들락날락 했는데 이게 뭐여

니 지금 뭐하냐

비밀 지켜준다고 약속하면 풀어줄게

어이없게도 이어폰으로 묶여있는 두 손.. 동역이는 폭신한 침대에 잘 앉혀놓고 자기는 바닥에 앉아있음

쫌만 힘줘도 다 끊어지게 생긴 이어폰으로 뭔 협박을 하는겨

협박 아니야 부탁이야

사람 기절시키고 묶어놓고 하는 말이 부탁이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냐

아 됐고 비밀 지켜줄거지?

애기, 형아 믿어?

아 진짜 왜이래(질색)

이거나 풀어~ 형 손 아프다

진짜? 아파? 살살 묶었는데..

뻥이지

아잇 진짜!

동역이 이 찌끄만(아닌디 자기보다 큰디) 옆집동생이 눈 밑에 하트쪼가리나 붙이고 이러는게 앙큼상큼해서 웃기구 귀여워 죽겠음ㅋㅋ

빌런인건 뭐 그닥 중요하지 않고 그냥 놀리고 싶음ㅋㅎ

자기가 안티능력 보유자인거 스스로도 알아서 나대는 거임

어차피 얘는 나한테 해도 못끼칠텐데 뭐

근데 왜 자연스럽게 지송이가 자기한테 함부로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진짜 지송이는 왜 동역이한테 해를 못끼치는지

그건 동역이도 모르고 지송이도 모름


23.01.19 

ㅅㅁ소재 주의

사진작가 동역이랑 부족민 지송이로 동지혁성

지송이네 부족의 마지막 생존자 박지송

전염병으로 다 죽어버리고 혼자 덩그러니 마을을 지키고 있었음

그리고 그 모습을 오지탐험 하다 우연히 발견한 동역이

엄청 넓은 마을에 혼자 남은 그 아이가 이상하게 관심이 갔음

지송이는 혼자서 그 많은 부족민들의 시신을 치우고 장례를 치뤄주고 있었음

인원이 많다보니 엄청난 시간이 들었지

전염병으로 죽은거라 다 화장을 해야했는데 한꺼번에 태우면 그게 무슨 장례야.. 그냥 소각이지..

한사람 한사람 정성을 들여 해주다가 썩는 시체도 나오고 하여튼 되게 상태 안좋았음

그런 곳에서도 마을과 부족민들을 포기할 수 없었던 지송이를 발견한 동역이는 일단 사진작가로서 그 풍경을 한번 찍고 지송이에게 말을 걸었음

당연히 말 안통했지 하지만 손짓발짓표정 다 써가면서 어찌저찌 대화를 나눴음

지송이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반가웠고 동역이는 그냥 호기심이었음

어차피 발길 닿는대로 떠돌던 중이었는데 여기서 좀 더 머문다고 뭔일이 생기는건 아니었음

그래서 동역이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지송이를 돕기 시작함

둘은 서로의 언어를 알려주고 배우면서 함께 지냈음

밥고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대화도 나누면서

텅빈 마을에는 둘뿐이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지

그러다가 동역이가 이곳에 너무 오랜시간을 머물러 버린거임

이제는 돌아가야할 때가 되었음을 지송이에게 전해야 할텐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음

형. 밥. 맛있어.

자기가 해준 밥이 맛있다며 웃는 애를 두고 어떻게 떠나냐고

자기가 가고나면 얘는 또 이 넓은 마을에 혼자 남을텐데

그래서 동역이는 지송이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음

하지만 지송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웃어보였지

여기. 내 집. 내 전부. 미안해.

그래서 동역이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마을을 떠나가게 되었음

자기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지송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목에 걸린 카메라를 들었지

동역이에게 카메라가 뭔지 대충 배운 지송이는 목걸이를 입에 물고 개구진 표정을 지으며 웃었음

몇장의 사진을 찍은 동역이는 지송이를 한번 안아주고 마을을 벗어났음

그리고 지송이는 그 뒷모습을 바라봤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던 지송이는 쿨럭 피를 토하고는 그 자리에 쓰러졌음

마을을 덮친 전염병이 저 사람마저 죽게 하지 않기를

저 사람은 내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만을 기억해주기를

지송이의 소식을 모르는 동역이는 사진 속 지송이를 보며 다시 그를 찾아갈 날만을 기다렸음

다음엔 더 맛있는걸 해줘야지 재밌어 할만한 것도 챙겨가야겠다

보고싶다 지송이


23.01.21

전투에는 쓰잘데기 없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꽃가루 능력자 지송이로 동지혁성

지송이 비전투계 능력자라 이벤트회사 취업해서 꽃가루 날려주러 다니는거 보고싶음

그러다 결혼식장에서 10년전 짝사랑했던 동역이형이 턱시도 입고 서있는거 마주치는 거임

고등학생때 진짜 절절하게 짝사랑했는데 동역이는 모를듯

동역이는 그때도 인기쟁이라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웠거든

물론 둘이 같은 동아리라 친하긴 했다만 그거랑 고백하는건 달랐던 거지

그렇게 동역이 졸업할 때까지 2년간 혼자 끙끙대다가 포기함

근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대

오랜만에 만났다고 엄청 밝게 웃으면서 다가오는데 왤케 울컥하냐..

지송이 괜히 멋쩍게 웃어보이면서 얘기 좀 나누다가 자리 피해버림

그리고 뒤편에서 대기하면서 그형 바라보는데 정말 예쁜 신부님과 행복하게 웃고 있음

이 세상 행복을 다 가진 사람처럼

오랜만에 만나서 괜히 싱숭생숭한 기분이었는데 이젠 뭐 홀가분함

신랑신부가 버진로드 걸어나올때 자기 능력 최대로 방출해서 꽃가루 날려주고 일 끝나자마자 가버림

인사하려고 지송이 찾아다니던 동역이는 지송이 없는거 보고 그냥 아쉬워하면서 다음을 기약할듯

물론 다음은 없음 이게 동지 맞음?


23.01.22

순간 손 그림자 때문에 시가 들고 있는줄 알았어

조직물 동지혁성 먹어야지

조직 보스의 오른팔 지송이랑 형사 동역이

지송이 대외적으로 알려진건 보스 오른팔인데 사실 조직 실세면 좋겠음

지송이 말 한마디에 조직의 행동이 결정되는거

맨날 시가 물고 보스한테 보고 받는 지송이

행동대장은 아니고 책사 느낌이라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동역이는 지송이 얼굴 알고 있을듯

둘이 예전에 죽고 못사는 연인이었는데 지송이가 조직에 팔려가서 행방불명 되는 바람에 헤어짐

동역이는 사라진 지송이 찾겠다고 경찰 됐는데 한참 뒤에 다시 만난 지송이가 조직 간부래

지송이는 조직에 팔려가서 잡심부름이나 하고 고기방패로 쓰였는데

진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아득바득 살아남아서 조직을 먹어버린거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양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어서 자기 부하 보스로 내세우고 자기는 숨어버림

당연스럽게도 지송이가 먼저 동역이 근황 알았겠지

원래 가수를 꿈꾸던 사람이 경찰이 됐대 근데 그게 옛날에 헤어진 연인이 행방불명 돼서 그런거래 그거 내 얘기잖아

동역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어디서 사는지 알아내는건 지송이한테 쉬운 일이었음

근데 주소랑 전번 다 알아도 찾아가진 못할듯

그러다가 대대적인 조직소탕 작전에서 동역이랑 마주쳐버리는 거임

동역이는 혼란스런 얼굴로 지송이 보다가 차마 체포하지 못하고 돌아설듯

자기를 보고도 다가오지 못하고 말도 걸지 못하면서 뒤돌아 가버리는 동역이의 모습에 지송이 씁쓸하게 웃음

진짜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야

그날 하루종일 시가 피우면서 옛날에 동역이랑 찍은 사진 들여다 봤을듯

이제 다 털어내야지 싶으면서도 차마 지우지 못한 사진들과 잊혀지지 않는 그형 얼굴

형사 되더니 선도 굵어지고 터프해졌더라고

며칠이나 폐인처럼 담배랑 술에 쩔어서 살았음

이렇게 하면 좀 지워져야지 더 선명해지는건 뭔데

동역이가 떠오를수록 자꾸만 치미는 욕심

나도 양지로 돌아가고싶어 그형 옆에 서고싶어

그러다 술에 취해 동역이한테 전화함

너무 보고싶었다고 지금도 보고싶다고 미안하다고 횡설수설

동역이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와서 술냄새나는 발음으로 하는 말을 다 들어줬음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라면서

자기도 보고싶었다고 지금도 보고싶다고 네 얘기가 듣고싶다고 돌아오라고 이런 말을 해주는데 어떻게 버텨

지송이 막 울면서 내가 가도 되냐고 물으면 동역이는 당연하다고 말해줌

통화는 밤새 이어졌고 지송이는 통화가 끊긴 후에 바로 짐 챙겨서 조직을 나와버림

그리고 조직의 모든 정보를 동역이한테 넘겨줌

솔직히 조직을 버리는건데 살려두면 보복 당할게 뻔하니까

그렇게 뒷세계를 주름잡던 조직은 하루만에 괴멸됐고 동역이는 특진

동역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권력을 사용해서 지송이 죄 털어주고 평범하게 지내지 않을까

그토록 바랐던 양지에서


23.01.23

양 수인 지송이로 동지혁성 보고싶음

지송이 평소에 수인화 모습 안보여줘서 주변 사람들 그냥 햄찌겠지? 강쥐겠지? 고앵이일지도.. 짐작만 함

수인 모습 본 사람이 없음

동역이는 아닐 것 같은디.. 하면서 약간 속으로 북극곰 같은거 아녀? 생각하고 있음

왜냐면 동역이가 북극여우거든

같은 지역 출신끼리는 좀 친한게 있는데(극지방끼리 친하고 사막지역끼리 친하고 약간 그런 느낌)

지송이는 이 사람 저 사람 다 친해서 가늠하기도 어려울듯

근데 동역이는 아주아주 확신에 차서 쟤 백퍼 극지방 수인이다!! 하고 있음

근거는? 없음 그냥 자기랑 잘 맞길래 그렇게 생각하는 거임

다른사람들이 보기엔 어이없지 둘이 맞긴 뭐가 맞어 맨날 투닥거리면서;;

하지만 동역이는 꿋꿋하게 지송이 북극곰이라고 생각함

근데 그러다가 동역이한테 수인 모습 들키면?

친구들끼리 술자리 가졌다가 지송이 거나하게 취했는데

동역이가 내가 극지방 피플끼리 챙겨주야지!! 해서 지송이 데꾸감

비틀비틀 잘 걷지도 못하는 북극곰(예상) 데리고 가려니까 힘들지만 귀한 극지방 친군데 뭔들 못하겠음

아무도 가본적 없다는 지송이네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게 된 외부인 이동역군

집 앞에서 지송이 흔들흔들 야야 너네 집이여 비번 머여

지송이 중얼거리는거 듣고 비번 치고 들어가는데

오잉 뭔가 따땃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들어가보니까 무슨 몽글몽글보들보들 인테리어가..

얘는 무슨 취향이 이래.. 하면서 지송이 침실에 눕혀놓고 잠깐 앉아서 쉬는데

지송이가 뒤척이더니 옷 훌렁훌렁 벗는거임

아닛, 야, 잠만! 나 아직 안갔어!

동역이 괜히 당황해서 뒤돌아설듯

금방 조용해지길래 다시 슬쩍 돌아보면 웬 양이 한마리..

뭐야 얘 양이었어?

침대 앞에 앉아서 빤히 쳐다보는데 얼굴이랑 발만 까망곱슬털이고 다른데는 하얀털이 복실복실

지송이 평소에도 하양곱슬머리였는데 이렇게 보니까 양 맞네 싶을듯

얘가 북극곰 아닌건 별로 상관도 안함ㅋㅎ

이와중에 동역이 부들부들한거 보면 엄청 좋아해서 지송이 양털 보면서 군침이 꿀꺽

잠들었으니까 잠깐만 하면 괜찮지 않나..

눈치 슬금슬금 보다가 도롱도롱 자는 지송이 옆구리에 얼굴 부비작부비작

하다보니까 정신 못차리고 수인화해서 몸 부비작거리다가 따끈따끈부들부들 털 위에서 잠들듯

다음날 지송이 일어나면 둘다 옷벗고 자고있어서 당황함

왜 우리 옷 다 벗고 자고 있지?? 뭐지?? 우리 설마 잤나??

아예 필름 끊겨버린 지송이가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이불 끌어안고 있으면

동역이 꿈뻑꿈뻑 눈 뜨면서 어엉 일어낫냐

형.. 왜 옷을 다 벗고 있어..?(제발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해)

지송이 반응 보고 암것도 기억 못하는구나 싶어서

뭐야.. 어제 일.. 기억 안나..? 우리 좋았잖아..

이러면서 상처받은 얼굴로 쳐다보다가 베개에 얼굴 파묻음

지송이 진짜 뭔일 있었구나 싶어서 안전부절

동역이 속으로 킥킥 웃으면서 책임져!!

지송이 뭔일인지도 모르면서 어,어!! 책임질게!!

그 말에 동역이 빵터져서 푸항항 웃어버리면 지송이 잠깐 멍하다가 장난인거 눈치챔

아잇 진짜! 뻥친거지!!

우리 쮜송이~ 무슨 생각한고야~~? 음흉행~~♡

형이 헷갈리게 했잖아!!

지송이 벌떡 일어나서 동역이 노려봄

동역이는 괜히 어제 봤던 보들보들 양 모습 떠올라서 부들부들 하얀머리 쓰다듬어줌

옷은 니가 벗었으니까 괜히 오해마셔~ 해장이나 하러 가자

이러고 자리 툭툭 털고 일어나서 옷 주워입음

양 수인인건 일부러 숨기는건가 싶어서 입 다물어줄듯


23.02.12

지송이 전남친이 갑자기 찾아와서 잠깐 얘기 좀 하자 나 진짜 후회되서 그래 우리 다시 만나면 웅앵웅... 이러면

형 진짜 미안.. 나 신내림 받아서 남자 못만나 비 오는 날에 벼락 조심해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 하는데 진짜 신내림 받은거 보고싶다

전남친은 내가 얼마나 싫으면 그런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하냐.. 알았다 꺼져준다.. 이러고 사라짐

지송이는 진짠뎅.. 이러고 자기 옆에 둥둥 떠서 씅내고 있는 동역이 쳐다봄

야 쟤는 곧 벼락 맞게 생겨서 알려줬드니 왜 저러냐?

솔직히 안믿기긴 하잖아..ㅎ

너는 저런 놈 뭐가 좋다고 사귄거여

너무 뭐라고 하지마.. 지금은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야

지송이 이러면 동역이 표정 사알짝 굳었다가 풀어짐

지송이는 눈치도 못챔

그리고 며칠뒤.. 진짜 전남친이 벼락에 맞아서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짐

근데 비오는 날이 아니라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대

형이 그랬지

형이 그랬잖아

그니까 몬소린데

내 전남친 말이야! 벼락 형이 그런거잖아

엥 나 아님 절대 아님

거짓말 치지말고.. 왜 그랬어?

나 아니라고 했다

형은 진짜 매번..!

나 아니라고! 그새끼가 신의 노여움이라도 샀나보지!!

어디가! 형!!

신계 간다!! 따라올 수 있음 와보등가!!

씩씩대면서 신계 넘어오긴 했는데 진짜 스스로도 답답해 미치겠음

아니 쟤는 왜 그런 놈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짓는데?

자기 행동이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은 못하고 아까 지송이 표정 때문임

뭔가 속상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괜히 더 성질나잖아

한편 지송이는 혼자 남아서 하늘만 쳐다봄

아니 왜 내가 연관되면 그렇게 무리하는데.. 힘도 없으면서...

전남친 따위 알게뭐임 그냥 신력이라곤 쥐콩만한 동역이가 벼락 내리느라 무리한거 걱정 중임

둘이 대화 좀 해라


23.02.13

지송이는 어떤 연구소 소속의 안드로이드임

아직 미완성 단계라 손도 조잡하고 언어능력도 없는데 연구 보조하는 임무 수행중

그리고 그런 지송이를 담당하는 사람이 동역이

동역이는 연구원이 아니라 조교임

지송이 외형은 성인인데 인공지능 교육이 아직 덜 돼서 아직 순수함

밖에 눈 오면 뛰쳐나가서 눈 만지며 놀고 그러는거 좋아함

맨날 산책이나 하고 눈구경 꽃구경 하고 있으면 경비실에서 조교실에 연락해서 동역이 호출하는 거임

이번에도 눈 내려서 지송이가 조잡한 손으로 눈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동역이가 연락받고 나타나서는 지송이 뒤에서 끌어안고 끌고감

근데 지송이가 너무 버둥대서 놓쳐버림

지송이 바닥에 엎어져 있는데 요즘 이래저래 일이 많았던 동역이는 스트레스 만땅 찍어서 씅내면서 가버림

근데 지송이 넘어지면서 무슨 오류가 났는지 일어나질 못하고..

경비실에서는 또 조교실에 연락

방금 조교실 들어온 동역이는 또 호출되서 나감

아직도 못일어나고 있는 지송이 질질 끌어다가 조교실로 데려다놓고

이리저리 살피면서 부품 나간곳은 없나 살펴보고

노트북 연결해서 프로그램 점검도 싹 해줌

말 쫌 잘 들어라 제발 쫌

툴툴거리면서 지송이 제일 많이 챙기는 동역이


23.02 13

어느날 이동역이 사라져서 찾아다니는 지송이 앞에 나타난 이동역이랑 똑같이 생긴 남자..

그냥 이동역 그 자체인 외모 때문에 길에서 마주쳤을때 지송이 자기도 모르게 옷자락 붙잡고 울었음

붙잡으면 사람이 아닐까봐, 자기 환상일까봐 차마 잡지도 못하고 옷자락만..

근데 이동역이었다면 우는 모습에 당장 안아주면서 달래줬을텐데 이 사람은 그냥 멀뚱히 쳐다보다가 인상 구기더니 지송이 손 떼어냄

동역이랑 똑같은 얼굴 하고 있으면서 자기를 향해 인상을 구기니까 마음 북북 찢어질듯

얼굴에 있는 점 세개까지 똑같으면서 왜 다른 사람처럼 구는데

동역이랑 너무 다른 반응과 표정 옷스타일 등등의 이유로 다른사람이라는걸 인정한 지송이는 죄송하다면서 인사 꾸벅꾸벅

그래도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연락처 꼬깃꼬깃 적어서 쥐어줌 제발 연락달라면서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꾸깃한 종이만 슬쩍 쳐다보다가 가버림

연락 안하겠구나 싶음

근데 그날 저녁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한통 띱

이헤챤. 저장하세요.

진짜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를 수가 있냐

장난기도 없고 다정함도 없는 버석한 말투에 지송이 또 몰래 울었음 그형 보고싶다면서

그날 이후로 지송이랑 헤챤이는 종종 연락을 하면서 지냄

물론 선톡이 오는 경우는 없었음

매번 지송이가 먼저 선톡하고 기다리는 것뿐임

심지어 답장 없던적도 많았음

근데도 지송이는 헤챤이를 놓을 수가 없을듯

솔직히 얘가 동역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그처럼 자길 대해주지 않을 것도 알지만

그 얼굴을 미워할 수가 없는걸


23.02.13

쓰레기 레이더라고 불리는 지송이 보고싶음

지송이 신입생때 어떤 선배가 아무짓도 안했는데 좀 불편해했음

그 선배가 평판도 좋고 소문도 깔끔한 사람이라 다들 지송이를 좀 이상하게 봤지

근데 지송이는 계속계속 그 선배를 불편해하고 꺼려했음

어느날 학교에 어떤 여자가 네다섯쯤 찾아와서는 자기가 그 선배 여친이라면서 난리가 난거

그 선배 다른 학교 학생들하고 오다리를 걸쳤던 거임

그날 이후로 약간 지송이 촉 좋다는 소리 듣긴했는데

지송이가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전부 쓰레기인게 밝혀지기 시작하니까 다들 쓰레기 레이더라고 부름

일단 지송이가 꺼려하는 사람은 아예 평판 나락가는 거고

불편한 기색이라도 비치면 소문 다 남

이런 상황에서 지송이는 너무 난감하지

자기가 뭐라고 이렇게 한 사람의 학교 생활을 좌지우지 하는거야

그래서 괜히 사람들하고 잘 안만나고 쥐죽은듯 지냄

근데 여기서 문제

쓰레기 레이더라고 불리는 지송이가 맨날 마주칠 때마다 도망치는 대상이 이동역이라면?

솔직히 지송이가 사람들 다 피해다니는거 학교에서 다 알음

근데 유난히 자기를 더 피하는 것 같은데 이거 착각이냐?

괜히 쓰레기 레이더가 자기 피한다니까 찝찝하잖아

동역이는 진짜 클린한데

그래서 어느날은 지송이 붙잡고 물어보려고 했음

너 왜 자꾸 나 피하니?

친절하게 물어봤는데 지송이가 진짜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뭐라고 웅얼거리더니 동역이 손 뿌리치고 도망감

그 모습 실시간으로 지켜본 다른 학우들은 수근수근수근수근

아 조졌네..

이대로 소문 만들 수는 없으니까 쫓아감

사람 없는 곳까지 쫓아가긴 했는데 쟤 왤케 빠르니

겨우 따라잡아서 손목 낚아채면 그제서야 멈추는데 잡은 손목이 왤케 또 뜨끈뜨끈하냐

얘 또 도망갈까봐 손 꼭 붙잡은채로 숨 좀 고르고 있는데 지송이 꼼질대는거 다 느껴짐

뭐야 덩치는 산만해서 왜이래

그제서야 얼굴 보면 어라 왜 빨갛냐

진짜 목덜미까지 빨개져서 눈도 못맞춤

동역이 어리둥절해서 얼굴 들이밀고

너 어디 아프냐?

자,잠만ㄴ요.. 너무 가까운데...

어디 아프냐고 얼굴 너무 빨간데

더 뜨끈한 손이 이마 딱 덮는데 진짜 어쩔 줄 몰라하는 거임

반응 보니까 얘 나 좋아하는거 맞지

동역이 실실 광대 올라갈듯

둘이 아무도 없는 건물 뒤편에서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손 꼭 잡고 나왔대요

그리고 지송이가 동역이 피한 이유는 너무 잘생겨서라고 소문이 났다네요


23.02.14

이동역 발렌타인데이 같은거 챙길라고 하면 그런거 다 상술이라면서 자긴 그런거 안챙긴다고 그럴 것 같지

시작도 하기 전에 초치는 남친 때문에 김 빠진 지송이

하지만 굴하지 않고 초콜릿 만든다고 난리부르스

부엌은 엉망이지 완성품은 엉성하지 진짜 스스로 실망

그래도 만든 정성이 있으니까 동역이한테 던져주면 동역이는 아이구 못생겻네~~ 하면서 간식 잘 먹지도 않으면서 다 먹어줄듯

너무 달다면서 툴툴대는데 끝까지 다 먹어주니까 지송이는 또 기분 좋아짐

그리고 동역이는 진짜로 아무것도 안챙겼다고 하네요


23.02.15

어느날 납치된 동역이

눈을 떠보니 손발이 묶여서 의자에 앉혀있음

맞은편엔 금간 가면을 쓴 남자가 앉아있는데 어디서 본듯함

동역이랑 눈 마주치면 남자는 해맑게 웃으면서

일어났어, 피터?

박..지송..?

아, 거기서는 이동역이라고 부르던가?

이게 꿈인지 뭔지 구분도 안감

지송이 목소리로 지송이처럼 말하는데 묘하게 이상함

남자는 묶여있는 동역이한테 다가오더니 손에 망치를 쥐어줌

사실 뭐라고 부르던 상관없어

...?

자, 형에게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어

뒤에서 동역이를 감싸안은 남자는 앞에 놓인 거울을 가리킴

하나는 저 거울을 깨버리고 여기서 나랑 사는거고

이번에는 남자의 손이 동역이의 목에 올라감

다른 하나는 여기서 그냥 죽는거야

낮게 울리는 목소리 때문에 소름이 쫙 돋아버림

뭐야.. 장난치지마 박지송..

떨리는 목소리 애써 감추면서 얘기하면 남자는 그냥 살짝 웃고는

글쎄.. 이게 장난 같아?

동역이는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머뭇대기만 함

솔직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으니 섣불리 고를 수가 없음

형 아무것도 안고르면 그냥 내가 거울 깨버리고 형 머리도 깰 수도 있어 얼른 골라

..거울을 깨면 어떻게 되는데

거울은 형 세계와의 연결통로야 그걸 깨버리면 형은 영원히 여기서 나랑 사는거지

안깨면..

거울을 깰 피터를 데리러 가야지

여기서 동역이가 모르는 사실..

거울을 깨버리면 동역이 세계에서 동역이의 존재는 아예 사라지게 된다는 것

그리고 이곳에 온 '이동역'은 자기 뿐이 아니라는 것

박지송와 똑닮은 이 남자는 이미 죽어버린 피터를 대체할 사람을 찾기 위해 수많은 패러렐을 뛰어넘었다는 것


23.02.15

동갑친구 동역이랑 지송이

근데 동역이가 지송이네 누나 짝사랑중임

얼마나 절절한지 고백 5번 했는데 다 거절당했어도 계속 짝사랑중

그 모습 보면서 징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도 징하게 이동역 짝사랑 중인 박지송

어느날 이동역 왼손 약지에 이름이 새겨지기 시작했는데 ㅂㅈㅅ라고 초성만 적혀있어서 이동역 두근두근

지송이네 누나 이름이 ㅈ1수라서

근데 이와중에 지송이한테도 네임 새겨지는데 너무 대놓고 이동역이라고 새겨져서 기분 좋으면서도 조졌다고 생각함

아니 이동역은 초성만 있으면서 나는 왜..

이동역이랑 자기가 운명이라는건 기쁜데 자기 누나 좋아하는 애한테 너 나랑 운명이랜다 하기가 쫌 찝찝함

진짜 초성만 보고 ㅈ1수누나랑 운명 아니야? 이러면서 행복해하는데 어케 얘기하냐고

그래서 지송이 눈물 머금고 숨기기로 함

어차피 이동역은 초성만 아니까 나만 모른척 하면 돼..


23.02.15

네임버스 동지혁성22

오래 사귀다가 헤어진 동지

깨붙깨붙 하다가 결국 완전히 깨진게 사귄지 6년 넘어서였을듯

하도 많이 깨붙해서 기념일은 딱히 안챙겼는데 깨진동안에도 안빼던 커플링(1주년에 맞춤)을 이제 완전히 뺌

반지 자국도 허옇고 왼손 약지만 유난히 얇을듯

이제 슬픔도 뭣도 안남았을때

각자 손가락에 다른 사람이랑 나눠낀 반지가 있을때

반지 아래에 서로 네임 새겨지면 어떡함

동역이는 네임 발견하자마자 웃겼을듯

자기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해서 5살 딸램도 있는데

이제서야 박지송 이름이 새겨진다고 장난하냐

요즘이야 네임이 이혼사유도 된다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던 동역이는 네임 숨기고 그냥 살듯

아직도 아내랑 딸이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무슨

근데 그러다가 우연히 지송이 마주치면?

완전 딱 맞닥뜨린 것도 아니고 그냥 스치듯 지나친거면?

근데 심장이 쿵 하면서 너무 떨려오면?

애써 무시하려고 해도 자꾸만 떠오르면?

이제 인정하라는듯 아내와 딸이 사랑스러워보이지 않으면?

결국 이혼하고 지송이 찾아간 동역이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운명이라는거 진짜 개같지 않냐.. 이럴듯


23.02.18

이런거 있으면 반정부 동역이랑 정부군 지송이 먹어야지!!

근데 막 센센까지 섞어먹으면 너무 맛있겠다

다중능력자 동역이

약간의 폭발 능력이랑 약간의 가속 능력 있음

근데 둘다 진짜 '약간'의 능력이라서 그닥 공격으로 쓰기엔 적절하진 않은데

각고의 노력과 뛰어난 센스로 반정부군 내에서도 탑급의 자리에 올랐을듯

원래 야구선수라 야구공 무기로 쓰면 진짜 너무 좋을듯

원래도 빠른 야구공을 가속능력으로 더 빠르게 이동시켜서 목표지점에서 폭발하게 하는데

웬만한 총알만큼 빠른데다가 그보다 더 크게 터지니까 당해낼 수가 없는거임

원체 행동이 빠르고 흔적이 안남으니까 정부군은 골치 좀 아플듯

그리고 해킹도 어지간히 해서 제거 리스트 1순위임

그리고 그런 동역이를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이 지송이

둘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는데 그때는 사이 좋았을듯

같은 동아리 부원이기도 했고 그냥 둘이 쫌 친했음

거의 사귀는거 아니냐는 소리 들었는데 실제로 비밀연애 짧게 했을듯

그래서 서로 사소한 버릇같은 것도 다 알고 있음

정부군이 반정부 세력의 탑급 인물을 저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이유가 지송이 때문임

원래 흔적을 잘 안남기는 동역이는 정부군에서 정보가 거의 없었는데 지송이가 동역이의 버릇을 알아보고 보고를 올린 거였음

듈이 사귀던 사인데 왜 보고를 올렸냐면 지송이 세뇌 당했거든

지송이는 원래 정부군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음

근데 센티넬로 각성하고나서 등록 절차 밟으러 갔다가 정신계 센티넬에 의해 세뇌 당했을듯

지송이 능력은 무효화면 좋겠음

시선이 닿는 모든 능력이 무효화 됨

그게 능력을 쓴 센티넬뿐만 아니라 능력 그 자체마저도 무효화시킴

그러니까 동역이가 능력을 실어 날린 야구공도 쳐다만 보면 평범한 야구공이 되어버리는 거임

동역이 때문에 골치 깨나 아프던 정부군 입장에서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지송이를 영입했어야 했고 그 방식이 단지 세뇌였을뿐임

그렇게 정부군의 개가 된 지송이를 마주한 동역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송이는 동역이에 대한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만 감정을 모두 잃은 상태임

그래서 동역이를 볼때마다 불쑥 튀어나오는 이상한 감각에 인상을 구겨댈듯

그리고 그런 표정을 본 동역이는 마음 한구석 아파오고..

동역이는 반정부군으로서 정부군의 개를 죽여야할 의무가 있지만 그럴 수 없겠지

어쩔 수 없이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공격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차마 죽을 수 있을만큼의 위력은 사용하지 못할듯

그리고 지송이도 무효화를 사용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의 동역이를 죽여야만 하는데 이상하게도 죽일 수 없을듯

눈이 마주칠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져서 시선을 피해버리는 거임

지송이가 시선을 피하면 동역이는 가속 능력으로 도망침

그렇게 절호의 기회를 빈번히 놓치게 되니까 정부군에서는 지송이의 쓸모를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상부의 회의가 이어진 끝에 지송이를 버리기로 결정이 나게 된다면?

지송이가 결코 완수할 수 없는 임무를 단독으로 보내버린다면?

홀로 적진 한가운데 남겨진 지송이는 아무리 능력을 써도 사각은 생기기 마련이기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겨우 도망친 곳에서 동역이와 마주하게 된다면?

피 질질 흘리며 도망치는 지송이를 반정부세력은 당연히 쫓을 수 있었지만 동역이의 명령으로 중단한 거였음

단둘이 마주한 둘은 서로를 한참이나 바라보겠지

지송이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동역이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 여기며 체념한듯 눈을 감았음

그런 지송이를 세게 끌어안으며 자기와 함께 가자고 하지 않을까

그러면 지송이는 아무 감정도 기억나지 않는 주제에 울면서 끄덕일듯


23.02.21

오늘 노래 듣다가 생각난건데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이유는 없어

이 대사 동역이는 진심으로 할 것 같고 지송이는 거짓으로 할 것 같지

동역이는 하얀 거짓말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로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때 할 것 같음

오래 사귀다가 권태기라도 오면

정말로 사랑스럽던 그 아이가 사랑스러워보이지 않으면

마음은 아프겠지만 솔직하게 말할 것 같음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변명 같은걸 할 수도 있었겠지

덜 상처받게 돌려 말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다른 이유를 갖다붙이는 순간 그건 지송이한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거니까

끝까지 동역이는 거짓말만은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음

이제껏 그래왔듯이 진실되고 솔직한 진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

지송이도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차마 동역이를 붙잡지 못할듯

애초에 이런 말을 거짓으로나 홧김에 할 사람이 아니라는걸 너무 잘 아는 거임

짓궂긴 하지만 속깊고 다정한 사람이라는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이런 자신의 진심을 꺼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망설였을지도 아는거임

동역이를 너무 잘 아는 지송이는 겸허히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반면에 지송이는 하얀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잖아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는게 중요한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아마 자신의 존재 또는 자신과의 관계가 동역이한테 폐가 된다고 생각할때 할 것 같음

저런 모진 말을 지송이가 진심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음

이런건 또 클리셰로 재벌공 서민수 느낌으로 먹으면 맛있는데 너무 안어울려서 포기

오히려 동역이가 제 주제에 안맞게 지송이한테 맞추려다 무리하는게 더 어울릴듯

무리하는게 뻔히 보이고 갈수록 만신창이가 되어가니까

그걸 못견딘 지송이가 말할 것 같음

이제 그만해 나 형을 사랑하지 않아

근데 동역이라면 이게 거짓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겠지

애초에 지송이가 거짓말을 잘 못하기도 하고 이런 말을 할 성격이 못된다는걸 너무 잘 아니까

그렇다고해서 붙잡을 수 있을까?

얘가 이런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놓아주려는데?

솔직히 무리라는거 스스로가 제일 잘 알겠지

놔줄때 놓는게 맞음

동역이는 둘 중 하나일 것 같음

일단은 지금 지송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손을 놓을 수 있음

하지만 나중에 어떻게든 아득바득 올라와서 다시 지송이 손을 붙잡을 것 같음

아니면 지송이가 놓으려고 해도 절대 안놓고 아득바득 버티거나

이러나저러나 결국엔 지송이 곁에 남을 것 같음


23.02.21

사실 졸업식 시즌은 지났지만.. 졸업할때 명찰 달라고 하는거 보고싶었음

근데 달라고 하는게 졸업생인 상황

동역이 졸업하면 후배들한테 꽃다발 엄청 받을 것 같지

꽃다발 바리바리 들고가는데 우물쭈물거리는 지송이 발견

부모님한테 꽃다발 다 맡기고 저기 후배랑 얘기 쫌 하고 온다고 할듯

지송이는 꽃다발 준비도 못해서 교정에 핀 동백꽃 하나 주워왔음

근데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동역이 못찾고 있었음

그걸 동역이가 발견하고 뒤에서 와락 껴안음

지송이 심장 떨어질뻔 했다가 겨우 붙잡고 동역이 떨떠름하게 쳐다볼듯

이 표정은 사실 조건반사 느낌으로 튀어나오는 표정임

지송이가 동역이 짝사랑하는데 티내기 싫어서 표정 구기다가 버릇들었음

근데 동역이는 또 이 표정 되게 좋아함

쨌든 보고싶은건

지송이 손에 들린 동백꽃 뺏어서 가슴팍 주머니에 꽂는데 명찰이 있어야할 자리가 휑함

이제 졸업이니까 명찰 달라고 하고싶었던 지송이는 이미 늦었구나.. 싶어서 입술 삐죽

나 너 명찰 줘

엥.. 왜요?

나 졸업하잖아

원래 졸업생이 주는거 아닌가..

나 명찰 없어 잃어버렸어 너꺼 줘

동역이 명찰 잃어버린지 오백년이라 누구 준거 아니고 걍 없는 거였음

그래서 지송이 가슴팍에 달린 명찰 쏙 빼감

그리고는 잠깐 눈동자 도록도록 굴리더니 두번째 단추 뜯어서 쥐어줌

자 이제 물물교환한 거다~

이러고 슝 가버림

진짜 어이없고 짱나는 지송이

두번째 단추 주는건 어디서 알아왔는데..

그리고 슝 도망친 동역이

쟤는 붉은 동백 꽃말이 뭔지나 알고 준비한 거냐고..

얼굴 빨개져서 지송이 명찰만 만지작거릴듯

붉은 동백 꽃말

당신을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23.02.23

소재 주의

이 사진 꼭 어느 한 시점에 멈춰버린 동역이 같지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가는데 동역이의 시간은 멈춰버렸음

동역이의 시간이 멈춘 날은 지송이의 심장이 멈춘 날..

교통사고였음

눈이 많이 오는 시기도 아닌 2월 초에 이상하게도 눈이 많이 와서 차가 미끄러졌음

모처럼 하는 데이트였는데 뭐가 좀 안맞아서 살짝 다툰 바람에 조금 떨어져 걸었지

차라리 내가 뒤에서 걸을걸

그럼 앞서 나가던 지송이를 차가 덮치기 전에 당겨줄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은 거라던가

이미 가버린 지송이는 돌아오지 못했음

아니 분명 그랬어야 했지

거의 실신하다시피 울다가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날짜가 그대로였음

폰에는 지송이한테 연락이 와있고 참 이상한 일었지

그렇게 그 하루를 반복하는 동역이

처음에는 신께서 주신 기회인줄 알았음

지송이를 살릴 수 있게 하늘이 내린 기회..

하지만 지송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날 죽음을 맞이했고 동역이는 그걸 막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나중에는 이건 저주라고밖에 생각이 안들었음

왜 이런 하루를 반복하게 하는데 왜

지송이의 죽음을 수십번이고 반복하고나니 동역이는 점점 지쳐갔음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젠 그냥 수십번 돌려본 영화를 또다시 보는 기분임

그토록 사랑했던 지송이인데 이젠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을듯


23.06.06

권태기 동거동지 보고싶음

둘이 사귄지 7년째인 장수커플인데 그중 3년을 같이 살았음

볼거 못볼거 다 봤고 한창 뜨겁던 것도 미지근해진 상태

데이트 나간지는 언젠지도 기억 안나고

집에 같이 있어도 각자 할일만 함

이제는 이게 사랑인지 정인지 구분도 안감

주말에 할일 없길래 소파에 늘어지게 기대서 각자 폰이나 만지는 중인데

동혃이 갑자기 이게 맞나.. 싶을듯

그러고보면 예전에는 주말에 뭐라도 같이 하려고

데이트, 드라이브, 정 안되면 산책이라도 나갔는데

요즘은 그런거 1도 없고

아예 각자 약속이 있거나 해서 스케줄이 안맞음

술 약속 생기면 가지말라고 떼도 써보고 싸우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냥 잘 다녀와 이러고 끝

술자리 때문에 늦게 들어오면 맨날 잔소리하고 투덜거렸는데 이젠 안함

이젠 애교 같은건 찾아볼 수도 없고 스킨십도 그닥

이런거저런거 다 합치니까 예전이랑 뭐 같은게 하나도 없네

사랑이 좀 식은 것 같아

그렇게 곰곰히 머리 굴리던 동혃이 대뜸 지셩이한테

지셩아 나 사랑해?

..? 갑자기 왜?

아냐 아무것도

짧게 얘기해보니까 확실해짐 사랑이 식었음

그렇게 하루종일 별다른 대화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다가

저녁시간 되니까 자연스럽게 각자 먹을거 시킴

동혃이가 시킨 김찌가 먼저 왔길래 식탁에 세팅하고 지셩이 음식 기다림

지셩이가 시킨 마라탕도 도착해서 서로 마주보고 앉아 밥 먹음

이번에도 먼저 다 먹은 동혃이가 지셩이 먹는거 기다림

지셩이 다 먹으면 식탁 싹 치우고 방에 들어가려는 지셩이 다시 의자에 앉힘

잠깐 얘기 좀 하자

뭔데? 오늘 형 좀 이상한거 알아?

어엉 아니까 얘기 쫌 하자고

그렇게 또 마주보고 앉은 동혃이랑 지셩이

먼저 얘기하자고 한 사람이 입을 열길 기다리는데

동혃이는 자기 쳐다보는 지셩이한테 대고

우리 그냥 룸메 할까

뭐?

솔직히 우리가 지금 연인같진 않잖아 그냥 룸메 할까?

동혃이 말에 어처구니 가출한 지셩이

동혃이 얼굴 뚫어지도록 쳐다보다가(거의 노려보는 수준)

갑자기 눈물 고이기 시작함

왜, 왜 울어?? 어??

동혃이 오랜만에 당황해서 허둥지둥 휴지 가지러 가는데

형은 무슨 헤어지자는 말을 그딴식으로 해!?

이러고 서럽게 엉엉 울어버림

우는 애를 두고 가기는 좀 그래서 그냥 지셩이 어깨 토닥여줌

안아주기는 좀 민망해서

아니이.. 내 말 좀 들어봐

우리가 솔직히 예전같진 않잖아

사실 지금 내가 너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단 말이야

근데 아까 너도 내가 나 사랑하냐고 물어봤는데 대답 안했잖아

그래서 너도 같을 줄 알고..

구구절절 자기가 왜 이런 얘기를 하게 되었는지 읊기 시작함

그거 가만히 듣고 있던 지셩이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고

데이트는 우리가 둘 다 직장 다니니까 주말엔 피곤하니까 쉬자며!!

술 약속은 사회생활이니까 어쩔 수 없다며!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늦게 들어오는걸로 피곤하게 하지 말라며..

이해해달래서 다 이해해줬는데 왜 이제와서 사랑이 식은 것 같대..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때문에 동혃이 심장 쿵 떨어짐

그러고보니 전부 자기가 이해해달라고 했던 것들이라서

멍청한 자신 때문에 이미 상처 받아버린 지셩이를 어떻게 달래야할지 감도 안잡힘

어.. 미안....

이따위 말밖에 못하는거임

근데 지셩이는 그런 동혃이 찌릿 한번 노려보고는

우리 사과할때 하기로 한 것도 까먹었어?

이러면서 두 팔 벌리고 기다림

그러면 동혃이 좀 어색해하다가 슬쩍 지셩이 안으면서

사랑해 지셩아

동혃이 말에 그제서야 지셩이도 웃으면서 꼬옥 안아주는 거임


23.06.07

센티넬버스로 연구원 동혃이랑 센티넬 지셩이 보고싶음

근데 지셩이 능력이 너무 위험해서 격리소에 갇혀있는 상태인걸로

보통 센티넬들은 자기 능력을 제어할줄 알기 때문에

능력과 그 숙련도로 등급이 매겨지는데

지셩이는 능력으로는 S급인데 숙련도가 F급이라 격리됐을듯

자신의 능력을 제어할 수 없는 센티넬은 센터와 국가 입장에서는 지뢰 같은 거였으니까

그래서 담당 연구원 붙여서 능력 조절하고 폭주 막는거 연구하는데

지셩이 담당이 동혃이

보통은 등급이 낮은 가이드가 연구원으로 붙는데

동혃이는 걍 일반인임

그래서 매번 위험하긴 한데 뭐 어떻게 잘 해냄

이번에도 위험등급 A급의 지셩이를 맡게 된 동혃이는

강화 케이스에 구속되어 있는 지셩이 보면서 의외네 싶음

얼굴은 순딩방딩한데 위험하다니까 뭔가 이질적임

그래서 일단은 케이스 앞에 서서 손 맞대는데

지셩이는 한걸음 물러남

자기가 위험한거 아니까 그러는 거임

그거 보면서 동혃이는 씩 웃음

자기가 위험한 것도 알고

다른 사람을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려는 의지도 있고

연구하기 수월할 것 같음

오께이 이번 케이스는 깔끔하게 6개월 간다

그리고 6년동안이나 붙어있게 됨

연구가 힘들거나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던건 아니었음

오히려 지셩이가 고분고분해서 쉬웠지

근데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는 거임

능력 제어도 아슬아슬한데 폭주만 했다하면 인격이 바뀌는 것마냥 다 때려부수고 난리도 아님

그동안 인명피해도 어느정도 있었고 케이스는 5번이나 바꿨음

동혃이가 어떤 방법을 써도 제어가 안되는거임

이제껏 맡아온 다른 센티넬들 떠올리면서 온갖 방법을 다 써도 소용이 없음

그나마 오래 보긴 했다고 폭주할 기미 보이면 바로 기절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긴 했음

센터에서는 더는 안된다고 폐기처분 해야한다고 하는데

동혃이는 절대 안된다고함

솔직히 처음엔 오기 비슷한 거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 붙었고 희망도 보이니까

포기할 수가 없을듯

그래서 막 온갖 근거를 다 가져오고 안되면 핑계라도 대면서 지셩이 연구 강행했음

센터는 동혃이가 실력이 좋은 연구원이기도 하고

지셩이도 버리긴 아까운 센티넬이니까

일단 지켜보기는 하는데

6년이나 지났는데도 진전이 없으니까 더는 안된다며

동혃이의 아이디 카드를 막아버림

지셩이 방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동혃이가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발 동동 구르며 초조해함

사실 배정된 센티넬이 폐기 되는거? 전에도 몇번 있었음

근데 왜 지셩이한테만 이렇게 초조해지는지 모르겠음

지셩이랑 연결된 워치에서는 지셩이의 파동이 급격히 치솟는게 보이는데

정작 자기는 문앞에 서있는 것밖에 못함

이번에도 폭주하면 진짜로 사살될 거야..

입술만 짓씹으며 괜히 문고리 덜컥거리면서 열어보려 하지만 열릴리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안쪽에서 큰 폭발음이 들림

폭주가 시작됐음

오랫동안이나 굉음이 울려퍼졌음

지셩이의 능력이 S급인만큼 사살하는데 오래 걸렸다는 뜻이었지

어차피 죽을 거라면 빨리 죽는게 더 나았을텐데..

주변이 조용해지니까 괜히 울컥해서 눈가 벅벅 문지를듯

담당 연구원은 배정 센티넬에게 정을 주어서는 안되는데

이미 너무 많은 정을 줘버렸음

여전히 열리지 않는 문에 머리를 대고 숨죽여 울었음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보게 해주지..

그리고 그 순간 문이 열렸고

동혃이가 놀라서 물러서면

만신창이가 된 지셩이가 비틀대며 걸어나와서

동혃이에게 폭 기대어 쓰러짐

그리고 지셩이 너머로는 처참하게 부서진 내부가 보였음

사실 대응팀이 지셩이를 폐기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섰을때

동혃이가 하던 것처럼 먼저 기절을 시키려고 했음

근데 지셩이가 기절을 안하는 거임

아무리 공격을 해도 기절을 커녕 꿈쩍도 안함

지셩이는 공격을 어떤건 맞고 어떤건 피하면서

동혃이를 찾아 두리번거렸음

형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폭주 직전의 센티넬은 이성보다는 본능이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자기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극단적인 정신력으로 기절을 안하고 버틸 수 있었음

근데 지셩이는 매번 동혃이 앞에서 기절을 해왔으니까

그 점을 대응팀이 고려를 못한거임

그렇게 대응팀은 전멸하고 케이스도 부서짐

지셩이는 간당간당하게 이어진 이성의 끈을 붙잡고

그냥 동혃이 향이 나는 곳으로 걸었음

감각이 지나칠 정도로 예민해져 있어서 머리가 아프고 눈도 뜨지 못하겠는데도

그냥 향기를 따라 걸었고

문을 열었고

그 향기에 파묻힌채 기절했음

그게 지셩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동혃이는 모를테지만

아직은


23.06.08

천사 동혃이랑 백조 지셩이 보고싶음

동혃이가 어쩌다보니 아기백조 한마리 키우게 됐는데

애가 찌끄매서는 하도 돌아댕기고 사라지길래

천사형(소위 말하는 수인)으로 보이게 하는 권능을 썼음

이름도 원래는 먼지야~ 이러다가

먼지덩어리라고 지덩아~ 이러다가

지셩이로 정착함

쨌든 그렇게 지셩이랑 같이 사는데

어느날 지셩이가 나는 언제 날개 그렇게 커져? 이럴듯

동혃이는 천사라서 날개죽지에 날개가 돋아있고

지셩이는 백조라서 허리께에 날개가 돋아있는데

자기보다 훨씬 큰 동혃이 날개 보면서

나는 언제 저렇게 커지지? 위치는 어떻게 바뀌지? 아픈가..? 이러고 있었음

그말 들은 동혃이는 어... 나중에 크면~ 이러고 얼버무림

사실대로 나는 천사. 너는 백조. 언더스탠? 이러면 되는데 못했음

속으로는 아.. 왜 입이 안떨어지냐.. 이러면서 괜히 지셩이 머리만 쓰담쓰담

그러면 지셩이는 얼만큼 커야하는 거야..

이제 키도 형보다 커졌는데.. 이러고 부리 내밀고 툴툴댐

그러면 동혃이는 삐쭉 나와있는 부리에 뽀뽀쪽 갈길듯

그럴때마다 지셩이 파드득 놀라면서 아 하지마아!! 이러는데

동혃이는 그 반응 엄청 좋아함ㅋㅋ 귀엽잖어ㅋㅋ

어려서부터 뽀뽀나 포옹 같은거 엄청 했는데

얘도 뭔 사춘기 같은게 있는지 어느날부터인가 저럼

근데 사실 지셩이 삐약이 시절에는 자기 돌봐주는 동혃이 아빠인줄 알았을듯

지셩이가 동혃이랑 살게 된 것도 가족 잃어버렸을때

동혃이 날개 보고 엄마인줄 알고 쫓아간 거였단 말임

그러니까 당연히 엄마 아니니까 아빠! 라는 결론이 내려진 거였음

그래서 전에 삑삑댈 때는 아빠라고 불렀을듯

근데 천사형으로 모습 바뀌고 보니까 뭔가 아빠라는 말이 선뜻 안나오는거임

아ㅃ.., 아니, 형..?

이렇게 어색하게 굴다가 결국 형으로 정착함

천사인 동혃이 입장에서는 동물 말도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전에는 아빠라고 부르다가 이젠 형이라고 부르니

회춘(ㅋㅋ)한 것 같아서 쫌 기분 좋을듯(?)


23.06.14

서민갑부 동지 보고싶음

동혃이 완전 대놓고 돈 밝히는 티 많이 낼 것 같음

처음엔 지셩이가 부자인줄 모르고 호감 가져서 가까워진건 맞는데

지셩이가 부자인거 알게된 순간부터

순수한 마음으로 지셩이 못대할 것 같음

너가 좋아 근데 돈이 더 좋을 뿐이지

근데 지셩이 입장에서는

동혃이가 자기 돈 보고 접근한건 일단 아니니까

괜히 되도 않는 내숭 부리는 것보다는 솔직한게 나으니까

그냥 동혃이가 해달라는거 다 해줄듯

솔직히 서민 축에도 못끼는 동혃이는 완전 땡잡은 거임

동혃이는 바라는게 많았고

지셩이는 그걸 다 해줄 수 있을만큼 돈이 많았음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동혃이가 진심이 되어버리면 어떡함

그러니까 돈보다 지셩이가 더 좋아지면?

솔직히 사랑하는 사람한테 빌붙어 사는게..

동혃이가 아무리 쫀심없이 살았다고 해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 들겠지

그래서 점점 지셩이한테 요구하는 것도 적어지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었음

근데 그 사이에 지셩이도 진심이 되어버려서

동혃이가 점점 거리 둘때마다 초조해짐

형이 해달라는거 다 해줄 수 있어

갖고 싶은거 다 사줄 수 있어

형도 내 돈이 좋다 그랬잖아

나는 그대로인데 왜 형은 점점 멀어져..?

지셩이가 울먹이면서 말하면

동혃이는 그제서야 첫단추부터 잘못 끼웠음을 알듯

이미 지셩이의 사랑 방식은 동혃이에게 맞춰진 상태였고

사랑을 돈으로 증명하려 했음

그런 지셩이를 보며 동혃이는 죄책감 들듯

내가 아니었다면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제대로 된 사랑을 했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더는 지셩이 곁에 머물 수가 없었음

왜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건지 알겠네..

그리고 지셩이는 자신을 떠나려는 동혃이를 붙잡으면서 빌었음

가지마

나 형 없으면 못살아

해달라는거 다 해줄게

사달라는거 다 사줄게

돈 달라면 돈 주고

카드 달라면 카드도 줄게

전부 해줄테니까

그냥 내 옆에서 사랑만 해줘

아니 그냥 옆에 있어만 줘

형이 없으면 안돼

제발..

울면서 말하는 지셩이를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지만

애써 모른척 하며 자신을 붙잡은 손을 떼어냄

지셩아

그래서 내가 떠나는 거야


23.06.16

지갑 속에 동혃이 사진 넣고 다니는 지셩이 보고싶음

사실 이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냥 어느날 보니까 지갑에 있었음

동시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누런 흑백에다가 바래고 낡은 사진이었는데

기억이 안나니 버릴까 싶다가도

왠지 버리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넣어놓고 다닐듯

누구한테든 물어보면 답이 나올까 싶은데

선뜻 물어보기 어렵겠지

교통사고 때문에 기억 못한다고 생각할테니까

지셩이는 그런 사람들의 눈빛, 말투, 표정을 전부 싫어했음

괜히 동정받는 것 같아서

분명 그러지 않았던 누군가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 역시 기억은 나지 않았음

그냥 대부분의 기억은 다 있는데

꼭 이렇게 찜찜하게 기억 안나는 부분이 있었지

근데 그게 엄청 중요하거나

많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건 또 아니라서

그냥 다 기억하는척, 이제 전부 괜찮아진척 사는 거임

근데 그러다가 길거리에서 그 사진 속 주인공이랑 마주치면?

어, 잠깐만요, 저기요!

사진이랑 분위기는 많이 달랐지만 그 사람이 분명했음

그냥 느낌이 찌르르 왔으니까

지셩이가 그 사람을 붙잡으려 하는데

그 사람은 잡히지 않았지

어, 분명 팔을 잡았는데..

못들은척 무시하려던 동혃이가 멈춰서서 지셩이를 바라봤음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와중에

동혃이와 지셩이만 멈춰서서 서로를 바라보겠지

그, 사진! 사진 속에 있는 사람 맞죠?

어 맞아 근데 그거 버려

왜, 왜요?

이미 뒤진 사람 사진 오래 갖고 있음 안좋아

네?

그래서 사고도 한번 당했잖아

이러고 홀랑 가버리는데

그 자리에 남겨진 지셩이는 괜히 코가 시큰해져서 입술만 짓씹었음

우리 무슨 사이였어요?

왜 당신을 보니까 마음이 괴롭죠?

그런데도 그리운 마음이 드는건 왜일까요?

나는 당신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데

당신은 왜 그런 표정으로 날 봤나요


23.06.16

동혃이가 인별에 갑자기 이런 사진 올리면서

럱진이 태그해서 분위기 싸해지는거 보고싶음

이유: 동지 싸웠는데 이동혃이 럱진이랑 밥 먹으러 감(럱진이는 그걸 몰랐음..)

동혃이랑 싸우고 너무 속상해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불 다 꺼놓고 감성플리 듣던 지셩이

를 꺼내와서 맛있는거 먹이고

기분 전환시켜주던 쟤밍이의 폰에 알림이 떴고

뭐 잘못 눌려서 인별에 들어가졌고

들어가자마자 저 사진이 떴고

하필 옆에 있던 지셩이가 그걸 봤고

어웅.. 큰일났넹?

실시간으로 표정 싸해지는 지셩이를 보니

이건 자기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

형 저 이만 갈게요

이러고 지셩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남

쫌만 더 있었으면 기분 풀렸을텐데

하필 그 순간에 사진을 올리고 난리야 이동혃은..

마치 지셩이 자기가 낳은 것처럼 아끼는 쟤밍이는 마음에 안듦

인별 계정도 없는 지셩이는

자기가 쟤밍이랑 있지 않았다면

동혃이의 그 사진도 못봤을 거라고 생각이 들겠지

그런 생각 하다보니 점점 화가 남

나랑 싸웠잖아

나는 그거 때문에 아직도 속상한데

형은 친구랑 고기나 먹으러 가?

너무 화나고 속상해서 견딜 수가 없음

또다시 방에 틀어박혀서 노래도 안틀고 가만히 누워있을듯

자기 감정을 추스르고 생각 정리하는 중임

알고보면 둘이 싸운것도 별거 아닌거였는데

하지만 형이 먼저..!

그러고 한참 있다가 보면

도어락 띠리릭 열리는 소리 들림

싸우기도 했고 괘씸하기도 해서 들은체도 안함

근데 내 방문이 왜 열리지

싸우고 각방 쓰던 중이었는데(3일째)

갑자기 방문 열리니까 순간 당황해서 자는척 해버림

그런 지셩이 옆에 와서는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서 지셩이 쳐다봄

지셩아앙~ 횽 왔는데 인사 안해주꺼야?

으 술냄새; 지셩이 꿋꿋하게 자는척함

형이 미아내~~ 눈 쫌 떠봐 웅?

이러면서 지셩이 손바닥에 뽀뽀함

간지러워서 푸흐흐 웃어버리면

동혃이가 지셩이 와락 껴안고는 얼굴에 뽀뽀갈김

아 술냄새나!

잉주니랑 한잔 마셧쥐~

형은 나랑 싸웠으면서 술이 들어가? 사진도 찍고 재밌었어?

이잉 속상해서 그랫쥐~

퍽이나 속상해보인다..

그러면서 동혃이 편하라고 옆으로 슬슬 자리 비켜줌

찰싹 달라붙어 누워서는 지셩이 꼭 껴안고 뽀뽀나 계속함

지셩아 형이랑 반지 하나 하까?

뭐ㅎ 뭐 할건데

그으, 기억 안나

크X하츠?

응! 그 정도는 해야쥐

아 좀 빡센데

그럼 웨딩링은 다른데서 하구.. 약혼링으로 하까?

응???

그럼 반지 두개 맞추는겅가..

지금 먼소리 하는지 알아?

겨론하자구우...

이러고 동혃이 곯아떨어져서 지셩이만 뜬눈으로 지샘

아니 이 형은 무슨 프로포즈를 술먹고 와서 해..

무드없게..


23.06.20

좀비가 되어버린 지셩이와 그를 포기할 수 없는 동혃이

좀비사태가 터지고 어찌저찌 살아가던 동지

어떻게 잘 버텨왔는데 지셩이가 그만 좀비한테 물려버렸음

서서히 좀비화가 되어가는 지셩이를 보면서

동혃이는 항상 둘이서 하던 약속을 떠올렸음

우리 둘 중 하나가 좀비가 되면 바로 죽이기로 하자

맨날 자기 전마다 하던 약속이었지

좀비가 되어 형을 못알아보고 결국 상처주게 되는게 죽는 것보다 싫다던 지셩이는

좀비가 된 후 악을 쓰며 동혃이를 기억하려 했지만

조금씩조금씩 기억은 소멸되어갔음

형이 좋아하던 음식이 뭐였더라

형 생일이 언제였더라

형이랑 어떻게 만나게 됐더라

.

.

.

형 이름이 뭐였더라

아직 이성은 남아있지만 더는 동혃에 대해 아는게 없었음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형이라고밖에 못부름

그걸 동혃이도 눈치챘지만 애써 모른척 했음

그러다가 어느날 지셩이가 울면서 말함

나 더는 안되겠어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나를 죽여

안그러면 내가 형을 해칠지도 몰라

제발 나를 죽여줘

그 말에 동혃이는 그냥 지셩이를 안아줌

알았어

그래도 오늘은 같이 자자

오늘 마지막으로 같이 자자

이렇게 말하는 동혃이한테 안겨서 지셩이는 한참을 펑펑 울었음

그리고 그날 저녁, 지셩이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림

품에 안겨 자던 지셩이가 발작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동혃이는 숨죽여 울었음

내가 어떻게 너를 죽이겠니

지셩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동혃이는 지셩이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음

그래서 어디서 주워온 입마개를 씌우고 지셩이를 데리고 다님

완전히 좀비가 되어버렸지만

순한 성정은 어디 안가는지 지셩이는 동혃이를 잘 따라다녔음

이따금씩 동혃이를 손톱으로 긁기는 했지만

그렇게 몇달을 같이 다녔는데

맨날 그륵거리던 지셩이가

도..혀기..형...

이렇게 말하면 동혃이는 지셩이를 끌어안고

응, 지셩아. 형 여기 있어

희망을 품게 됨


23.06.20

동혃이 어느날 지셩이한테 향수 사줌

지셩이 인생 첫 향수

동혃이가 자기 생각해서 향 골라왔을거 생각하니까

지셩이 엄청 기뻐할듯

근데 동혃이 그거 자기 여친이 뿌리는 향수랑 같은 향이면 어떡함

+)여친 몰래 지셩이랑 사귀는(!) 동혃이

여친이 향수 뿌리면 아무래도 지셩이가 알아챌테니까

같은 향으로 선물해주는..


23.06.22

전염병 아포칼립스 이후

사회가 붕괴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을때

기적적으로 면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음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자발적으로 모여 연구에 참여했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구에는 큰 성과가 없었고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은 실망했음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면역자들의 피를 일정량 이상 수혈하면

병이 사라지는게 밝혀졌고

면역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나눠주었음

하지만 면역자의 수에 비해 감염자들의 수가

과도하게 많았고 피는 점점 부족해짐

수혈 계획을 진행한 연구소와 병원은

거의 정부급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피가 부족해지니 권력을 조금씩 잃어갔음

그래서 연구소는 면역자들을 가두고 죽지 않을만큼씩

매일같이 채혈을 하기 시작했음

면역자들은 매일 피를 빼앗기니 점점 야위어갔음

제대로 된 식사나 운동도 없이 그저 피만 빼갔으니까

그러다가 면역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오히려 병에 걸린 사람도 있었음

동혃이는 자신이 전염병에 걸렸다는걸 바로 알 수 있었음

하지만 같은 병실에 있는 지셩이를 두고

쫓겨날 수는 없었지

지셩이는 아직 너무 어리고 여렸으니까

하지만 매일같이 상태를 체크하는

연구원들의 눈은 속일 수 없었음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동혃이를 억지로 빼내려고 했을때

동혃이는 폼으로 갖다놨던 화병을 깨고

사람들을 위협했음

다가오지마

박지셩 건들기만 해봐

다 죽여버릴거야

그래봤자 병걸린 사람.. 게다가 혼자

사람들은 동혃이를 쉽게 제압했고

지셩이와 억지로 떨어트림

사람들이 동혃이를 기절시켜 데리고 나가는데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 시작함

형 건들지마요..

동혃이가 깨트린 화병으로 사람들 푹푹 찔러버린 거임

그리고 피투성이가 되어서는

동혃이 데리고 방 나감

연구원 중 한명 아이디카드 가져다가

주사기랑 식량 조금 훔치고

동혃이 셀프치료 해서 밖에서 살게됨

물론 주사기 잘못 찔러서 바늘자국 숭숭 나긴 했음


23.06.22

동혃이는 가만보면 힘들거나 우울한거 티를 많이 안내는데

그래서 억지로 텐션 올린적도 있을 것 같음

그리고 그런 동혃이의 억텐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지셩이가 보고싶음

동혃이가 왠지 텐션이 떨어지는 것 같을때

지셩이는 괜히 뭘 묻거나 하지 않고

그냥 옆이나 앞에 오도카니 있을 것 같음

그러고 좀 있으면 동혃이가 먼저 툭 기대어 오는데

그때 부둥부둥해주면서

종알종알 시덥잖은 얘기 해줄듯

오늘 점심으로 김찌를 먹었는데

저번에 형이 해준게 더 맛있었다 그런거

그렇게 한참을 혼자 떠들고 있으면

동혃이가 지셩이 얼굴 쪼물거리다가

입술에 뽀뽀쪽 해주는데

그러면 동혃이 좀 괜찮아진 거임

그때 동혃이 데려다가

밥시간이면 김찌 백반 먹이고

간식시간이면 초코비 하나 먹이고

잘 시간이면 침대에 꼬옥 붙어 누워서 자장자장해줌


23.06.22

지셩이도 힘들거나 우울할때 티 안낼 것 같은데

평소에도 얌전한 애라 다른사람들이 눈치채기 진짜 어려울듯

사람들이랑 잘 얘기하고 떠들고 있었는데

대뜸 동혃이가 그럴듯

너 괜찮아?

그러면 지셩이는 또 괜찮다고 하는데

동혃이는 듣지도 않고 지셩이 데리고 감

정신 하나도 없게 여기저기 끌고다니면서

이 옷이 어울리나 저 옷이 어울리나

귀도 안뚫었으면서 피어싱이 뭐가 예쁜가

머리 어질어질하도록 이 향수는 어떤가 저 향수는 어떤가

온갖 쇼핑을 잔뜩하고

노래방 가서 동혃이 노래실력 구경도 좀 하고

네컷사진도 정신없이 찍고

체력 후달릴때쯤 집 들어감

온집안 불 다 꺼놓고 빔프로젝터로

지셩이가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 틀어주고

좋아하는 과자도 잔뜩 꺼내주고

조용히 옆에 있어줌

그러면 영화보면서 그냥 한껏 울어버리고

우울했던거 다 털어버림

그리고 지셩이 마카롱 눈 되면

동혃이 실컷 놀리면서 눈가에 뽀뽀해줌


23.06.24

동갑동지

졸업식날 교복에 한마디씩 적어주기로 약속한 3학년들

진짜로 졸업식날 다같이 교복에다 한마디씩 적어줌

친했던 안친했던 전부

인기쟁이 동혃군은 집에 가서 적혀있는거

찬찬히 구경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냅다 뛰쳐나와서 어디로 뛰어감

그리고 도착한 집에서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초인종 뿌셔질듯이 눌러대는 바람에

안에서 허겁지겁 문 열어줌

아니.. 먼일이야?

지셩이 진짜 황당하단 얼굴로 동혃이 쳐다보는데

동혃이는 대뜸 밀고 들어가서

지셩이 벽에 몰아세우고 물어봄

나 이제는 안좋아해?

아닣; 먼 소린데;;

동혃이 대답도 안하고 지셩이 빤히 쳐다보기만 함

........좋아해.......

지셩이가 마지못해 찌끄만 목소리로 말하면

동혃이는 지셩이 와락 안으면서

나두♡

해줌

동혃이가 본거: 교복셔츠 오른쪽 날개뼈 쪽에 적힌

'좋아했어, 잘 지내'

근데 내가 쓴거 어케 알았어..?

(내가 니 글씨를 어케 모르냐)그냥~ 감이쥐~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셩이랑 똑같이 쓴 사람이 오백육십명이었는데

지셩이 것만 보여서 냅다 뛰어갔다고 하네요


23.06.27

전남친 뒷조사 하려고 탐정 찾아간 해곰이(?)

따땃한 햇볕 냄새나는 것 같은 사무실 들어가니까

웬 곰돌이 같은 사람이

모야? 의뢰?

고개 끄덕이면 동혃이가 자리 안내하고 물 한잔 줌

그리고 한참이나 아무말도 안하길래

어.. 탐정님..?

하면

엥 나 탐정 아닌디 탐정은 저쪽이여

고개 돌려보면 웬 애가...

아니 쟤는 넘 어리잖아요ㅜㅠ

그래도 실력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니 믿고 맡겨보려는데

아니 진짜로 실력 좋은 탐정 맞냐고ㅠㅠ

계속 허둥대고 덜렁대서 사고만 침..

그거 수습은 동혃이가 다 함

이정도면 그냥 이동혃이 탐정인거 아님?

근데 뭐... 둘이 좋다니까 할말은 없음

전남친 뒷조사 하러 갔다가

탐정이랑 탐정보조 연애질하는 것만 잔뜩 보고 옴


23.06.29

동혃이 과외해주는 지셩이

근데 연반 아님

동혃이 완전 양아치였어서 고등학교 자퇴했음

그러고 그냥저냥 되는대로 살다가

부모님이 검정고시 보자고 어르고달래서 준비하게 됨

학원이나 독학은 못해먹겠어서 과외쌤 구하는데

다 맘에 안들어서 퇴짜놓길 7번째

지셩쌤 보자마자 수업 받기로함

지셩이 고딩도 아니고 성인 과외하는건 또 처음이라

쫌 긴장했을 것 같음

동혃이 삼백안 보고 좀 무섭다고 생각했음

근데 생각보다 수업도 성실하게 따라오고

숙제도 잘 해오고

자기보다 어리다고 무시도 안하고

쌤~ 쌤~ 하면서 선생취급도 해주니까

점점 생각 바뀌게 됨

사실 동혃이 입장에서는

지셩이가 너무 완식이라 계속 보려고 그러는 거임

어려운 문제 맞추면 잘했다고 박수 쳐주는거나

질문 하면 방긋 웃으면서 대답해주는거나

숙제 잘해오면 사탕 하나씩 쥐어주는게

너무 귀엽잖아

다른 학생들처럼 고딩도 아닌데 그러는게

갈수록 마음에 들어서 큰일임

근데 지셩이도 동혃이가 나쁘진 않은지

과외를 하는게 아니라 뭔 썸을 타고 있음

이 문제 맞추면 1분만 손 잡고 있음 안돼요?

90점 넘었는데 한번만 안아주면 안돼요?

백점 맞으면 데이트 해주나?

동혃이가 이렇게 말해도 지셩이 다 들어줌

대신 엄청 부끄러워함

동혃이는 그거 보고 엄청 귀여워하고

지셩이 채점할때 빨간색 두꺼운 펜으로 하는데

틀린 문제는 작게 체크표시 해줌

근데 동혃이가 그거 보고

이건 나를 향한 하트인가?

이러고 느끼하게 쳐다보면

그런거 아니거든?

이러면서 바로 얇은 펜으로 바꿈

근데 귀는 엄청 빨개져있음


23.07.01

어느날부터 비가 내리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지셩이

처음엔 갑자기 귓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에

너무 놀라고 무서워했음

하필 천둥치고 난리인 날이라서

근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노래 흥얼거리는 거였음

이와중에 노래 엄청 잘 부르고

지셩이가 좋아하는 노래라서

들으면서 잠듬

그리고 다음날에는 비가 개어서 들을 수 없었음

그냥 피곤해서 환청을 들은건가 싶기도 하고

그 노래 엄청 반복재생하던 시기라

자기도 모르게 귀에서 재생된(ㅋ)건가(ㅋ) 싶기도함

그러고 며칠이 지났는데

비가 내리니까 또 목소리가 들리는 거임

이번엔 뭐라 종알대는 중이었음

요즘 드라마가 재밌는게 없다느니

무슨 영화가 개봉한다는데 보고싶다느니

김치찌개 먹고싶다느니

진짜 쓰잘데기 없는 말들이었음

근데 심심하던 차에 그런 얘기 듣고 있으니까

쫌 재밌는거임

그래서 반응은 안하지만 잠자코 듣고 있었음

근데 그러다가 궁금해지는 거임

이 사람도 내 목소리가 들리나?

그래서 다음에 비오는 날에 말걸어봄

어.. 안녕하세요?

아미친깜짝이야뭐야?

어.. 저는 지셩이라고 해요 박지셩

...어 그래 나는 이동혃

둘이 그러고 말 터가지고 비오는 날마다 얘기나눔

솔직히 비가 맨날 오는것도 아니라서

가끔씩밖에 얘기 못하는데

그 순간마다 너무 즐거울듯

비 오는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비만 기다리고 있음

둘이 대화한지도 1년쯤 됐는데

그동안 동혃이 별 쓸데없는 티엠아이는 다 말해놓고

뭐하는 사람인지, 어디 사는지

그런건 절대 말 안해줌

지셩이도 좀 궁금하긴 한데

말하기 싫을수도 있는 거니까..

굳이 물어보진 않을듯

그리고 장마가 시작돼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지셩이 동혃이랑 얘기 나누면서

집 들어가고 있었는데

순간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날뻔했음

진짜 코앞에서 멈춰가지고

다행히 다치진 않았는데

정신 차리고보니

웬 모르는 사람이 옆에 서있음

..누구세여?

야 괜찮아?

어라 이 목소리는..?

동혃이 형..??

어어 너 괜찮냐고

으응, 괜찮은데..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어? 너 나 보여??

어??

잉??

귀신 동혃이를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지셩이의 운명은..!!

(뒷이야기 없음)


23.07.08

너드동이랑 발랑까진 지

둘이 그냥 대학동기.. 같은 학과...

동혃이 맨날 뿔테안경에 과잠 같은것만 입고 다녀서

존재감 없는 동기1 정도될듯

그리고 지셩이는 딱히 인싸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귀여움 많이 받는 애 정도

근데 어느날 지셩이가 동혃이 맨얼굴 보고

꽂혀버려서 엄청 꼬셨음

동혃이는 좀 당황스러웠을듯

친구 많고 인기 많은 공대 햄찌가 왜 나한테....??

그치만 마성의 쮜.. 야생의 동혃이를 꼬시는데 성공했다!

둘이 어찌저찌 사귀게 됨

그리고 뭐 데이트(같지도 않은 데이트)도 좀 하고

잘 지내는데

어느날 둘이 데이트하다가 집 들어가는 길에

비가 쏟아진 거임

둘다 우산 없어서 쫄딱 젖었는데

거기다 대고 동혃이가

어.. 우리 자취방 여기 근처인데 옷 말리고 갈래?

이래서 지셩이 진도 뺄 생각하면서 오케이함

그리고 도착한 동혃이 자취방..

내어준 욕실..

건네받은 동혃이 옷..(좀 작음)

지셩이 일단 욕실 들어가서 씻을 준비하는데

밖에서 동혃이가 또 그럼

어.. 라면 먹고 갈래?

이거 설마 고전수법인가 싶어서

지셩이 냅다 그러겠다고 대답함

그리고 뽀송하게 씻고 나오는데

코끝을 스치는...

내가 뭘 바래 저 곰탱이한테...

지셩이 맛있게 라면 먹고 같이 넷플 보다가 집에 감

그날 이후로 동혃이 자취방에서 라면 자주 먹었을듯ㅋㅎ

둘이 과제도 같이 하고

그러다 넷플도 좀 보고

낮잠도 자고

어쩌구저쩌구

홈데이트가 더 익숙해졌을 무렵에는

둘이 진도 뽀뽀까진 함ㅋ 입술뽀뽘ㅋ

그것도 지셩이가 슬금슬금야금야금 동혃이 꼬셔서 하는거임

동혃이 할때마다 엄청 부끄러워함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소나기와

쫄딱 젖은, 간만에 야외데이트 한 동지

이번에도 옷 말리고 가라는 동혃이와

그거 수락한 지셩이

도착한 동혃이 자취방..

내어준 욕실..

건네받은 동혃이네 두고 간 지셩이 옷..

지셩이 오늘은 뭐 볼까하면서 씻는데

밖에서

..라면 먹고 갈래?

쟤는 뭘 새삼스레 물어?

지셩이가 그러자고 대답하고 뽀송하게 씻고 나왔는데

라면 냄새가 안남

엥 뭐지.. 하는데 동혃이가 자기도 씻고 나오겠대

씻고 나와서 끓이려나보다~ 하고 넘어감

지셩이 혼자 침대에 기대앉아서 넷플 뒤적거리고 있는데

동혃이가 씻고 나와서는 지셩이한테 뽀뽀함

근데

근데 혀가 들어온다..?

지셩이 너무 놀라서 굳어버리는데

이와중에 동혃이 키스 잘할듯(재능충임)

그러고 지셩이 침대로 발랑 눕혀버리는데

지셩이가 너무 얼빠진 얼굴로 쳐다보니까

동혃이가 머쓱하게 마주보면서

..라면 먹고 갈래가 이런 뜻이라던데...


23.07.11

동지 동거하는데 싸워가지고 냉전상태임

이와중에 동혃이 중요한 약속있어서 나가는데

지셩이 배웅도 안해주고 흥, 이러고 있음

이번에 동혃이가 쫌 잘못한 부분이라

어휴 몰라 이따가 집 가면 사과해야지 하는데

볼일 마치고 집 가보니까

곰돌이 얼음이 토마토주스에 반쯤 잠겨있음

무슨 의미로 해놓은건지는 알겠는데

너무 귀여워 가지고 푸핰 웃음 터져버림

아직도 심통나서 부리 내밀고는

자기 쳐다보지도 않는 지셩이

냅다 덮쳐서는 꽈악 끌어안고 움쪽쪽 뽀뽀해줌

으유 박지성 겁나 귀엽네 진짜!

미안해 형이 잘못했어 응?

아오 진짜 요 귀염댕이 어떡하냐

아 머래 저리가

지셩이 툴툴대고 있긴 한데

동혃이가 먼저 사과하면서

뽀뽀도 많이 해주니까 좀 풀려가지고

입꼬리 씰룩거리면서 슬쩍 올라감

그거본 동혃이는 귀엽다면서

난리부르스를 치며 뽀뽀 왕창 해줌


23.07.13

3개월 해외출장 잡힌 동혃이가

지셩이한테 이거(가방임) 주면서

나 잊으면 안돼....

하는 상상

3개월 뒤

지셩이가 동혃이보다 가방을 더 좋아하는거 보고

동혃이 질투하는 상상


23.12.27

우주떠돌이 이동역의 피터606(우주선)을 들이박은 초보비행사 박지생..

쾅하더니 피터606 기우뚱하길래 돈 없던 이동역 마침 잘 됐다면서 뒷목잡고 간이호흡기 쓰고 나감

진짜 처참할 정도로 망가진 우주선 살피다가

아 즈기요 잠만 나와바여 아니 들이박앗음 나와서 사과를 해야지

조종칸 앞유리 콩콩 두드리는데

요즘 우주선사생활보호필름 겁내 잘돼있어서 안에 하나도 안보임

아 즈기요!! 나오기만 해봐 머리 빡빡 밀어버릴겨

어.. 저 나와있는데여

으악미친깜짣이야왜갑자기튀어나오고난리에요!!

네?

지생이는 동역이 우주선 들이박자마자 보험사 부르고 반대편 살피고 있었음

아 멀라 이거 엄청 비싸게 주고 산건데 어쩔 거예여?

아.. 일단 죄송해요.. 보험사 불렀으니까 금방 올거예요

이게 아닌데.. 싶어지는 동역이

아니 애초에 우주비행사들은 거의 떠돌이가 많고

다들 그지라서 보험같은거 안든단 말임

보험이 개비싸기도 하고..

근데 그 보험을 들었다고.. 혹시 호구..?

땡잡았다 싶어지는 동역이 막 지생이 손 끌고가서

이거봐라저거봐라 이거어쨌다저거어쨌다

와다다 고칠거 말해주는데 박지생 거기다대고

아.. 네에.. 거기도요.. 네에...

이래갖고 되는대로 말하던 이동역 이마 팍팍침

얘 진짜 이래갖고 어케 우주비행하냐 다 털리고 다닐게 뻔하네

그래서 저멀리 호갱님 부르셧나효^^하는 얼굴로 다가오는

보험사 직원 멱살 짤짤 잡아서 혼내주고 보험 환불 받아줌

으디 순진한 사람 등골을 빼먹을라고!!(지도 그러려고 했음)

근데 사실 지생이 완전 갑부라서

보험료? 껌값이네ㅋ 이런 느낌이었단 말임?

그래서 이 상황 어리둥절할듯

그러고 막 왁왁 설교하는 동역이한테

환불받은 보험료 다 주고 합의보기로 하는데

암만 생각해도 이동역 이 아이가 불안함

어디 가서 못된 사람 만나서 또 다 털릴 것 같애

그래서 으휴! 어쩔 수 없지! 내가 도와준다! 이러면서

지생이한테 자기자신을 강매함(?)

이런 일 또 생기면 도와줄테니까 먹여주고 재워달래

피터606도 고쳐주고

? 그러죠 머

혼자 우주여행하는게 심심했던 지생이는 그렇게 친구(?)를 얻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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