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염] 이, 이거 뭐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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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없이 위험한 인간한테 납치당할 뻔했다가 염천에게 구해진 지 사흘째. 무림인답지 않게 본능적인 감이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온은 아무것도 모르고 꽤 편하게 지내는 중이었다.

이곳은 부담스럽게 너는 다음 대 독왕이 될 거라고 치켜세우는 할아버지가 없었다. 그런데 좋은 잠자리도 내주고 삼시세끼 식사도 챙겨 주었다.

자신보다 훨씬 큰 데다 안대까지 쓴 염천이란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무섭긴 해도 그는 바쁜지 자주 나타나지 않았다. 구해준 사람이니 감사해야 하는데, 그 거대한 덩치만 보면 몸이 쪼그라든다.

‘도와준 은혜를 갚아야 할 텐데…….’

염천 님은 뭘 좋아하실까? 온의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도와준 보답은 하고 싶었지만 사파 무림인이 뭘 좋아할지 생각하다 보면 아직 사고방식이 소시민인 온에게는 버거웠다.

‘시, 싫어하는 사람 머리통……이라거나.’

사실 그 정도는 무난한 편이고.

‘적대 문파를 몰살시켜 버리라거나……!’

사파라면 방해되는 놈들을 깡그리 죽이는 일도 흔하다. 생각하니 역시 무서워, 온의 몸이 폭신한 이불로 털썩 쓰러졌다.

“아니야, 염천 님은 좋은 분이셔.”

온이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일단 자신을 구해준 분이 아닌가! 너무 밋밋한 감사 인사일진 모르겠지만, 할아버지한테 부탁해서 돈이나 영약 같은 것으로 사례하는 것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웬만하면 가문의 힘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으나…… 약한 무림인인 온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적었다. 슬픈 일이었다. 정말이지 매일 귀농이나 하고 싶어진다.

그는 분명 천직이 농사꾼인 듯했다.

“저녁 식사를 들일까요?”

“아, 네에.”

침상에 널브러져 꾸물거리던 온이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감사하게도 세 끼를 제공해 주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다. 자신은 구해준 것에 보답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호의를 베풀어 주다니!

사실 농민일 때는 매끼 푸짐한 음식을 먹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매일 새벽같이 나가 밭을 갈고, 잡초를 뽑아도 농사라는 건 하늘이 점지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비가 안 오면 농작물이 자라지 않고, 오히려 많이 와도 꽝이다.

어찌저찌 풍년이 들었다고 해도 관리를 잘못 만나면 세금으로 다 뜯기고 말이다.

무림인으로 다시 태어난 후에는 그거 하나는 좋았다. 대신 언제 죽어도 모르긴 하지만.

‘역시 싫어…….’

그냥 농민 할래!

평화롭게 살래! 속으로 울어도 이미 독왕의 손자로 태어난 이상 그는 끝까지 온에게 다음 대 독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을 터였다.

온이 시무룩해져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한 입 국물을 떠 입에 넣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맛있다.

음, 맛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뭘 넣은 걸까? 분명 좋은 재료로 좋은 요리사가 정성껏 만든 것이겠지. 단순한 온은 금방 행복해져서는 덥석덥석 식사했다.

하나같이 맛있었다.

그런데 너무 들떴던 것일까. 온은 순간 팔꿈치로 그릇을 치고 말았다. 그릇이 휘청이며 뿌연 국물을 절반 이상 바닥으로 쏟아냈다.

“앗!”

온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순히 국물을 엎은 것 때문은 아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작은 지네 한 마리가 근처를 기어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골 초가집에서는 이상한 일도 아니기에 그것도 온을 놀라게 한 건 아니었다.

온이 놀란 것은…….

“왜, 왜 저러지?”

처음 나왔을 때와 달리 거의 식은 국물을 뒤집어쓴 지네가 몹시 괴로워하며 몸을 뒤틀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물 밖으로 나온 생선처럼 팔딱이던 지네는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차갑게 굳었다.

“어?”

죽, 죽은 건가? 온이 젓가락으로 쑤셔봐도 미동이 없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뭐, 뭐지.

이게 뭐지.

온은 이곳에 와서 식사하던 중 처음으로 오싹 소름이 돋았다.

‘……이 국물에 뭐가 들어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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