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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겐 전기가 흐른다

명조: 워더링 웨이브 ― 남성 방랑자 / 음림

“동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음림이 느리게 웃었다. 그녀는 가능한 한 정중하게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방랑자는 그녀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음의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는 대답했다. 그녀가 왜 그렇게 이상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30분 동안 오리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으니까. 추가 정보가 없다면 그의 행동은 분명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녀는 동물의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이야. 자기가 만든 모듈을 사용하면서 데이터를 모아 달라고 했지.”

현음이 자기 발명품과 실력을 굳게 믿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방랑자는 그 신뢰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듈이 워낙 조잡해서 동물에게 말이 전해지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적어도 신뢰할 수 있는 번역기는 아니었다.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지 않아?” 방랑자가 느긋하게 말했다. 음림은 아무 말 없이 미소지었다. 동의해주길 바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그저 무관심해 보였다.

“당신이 동물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고양이처럼. ” 방랑자가 덧붙였다. 대답 삼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동물을 좋아한다는 건 사실이지. 전혀 다른 문제야. 내 집에서 고양이가 하는 말을 이해한다면, 어쩐지 키워야 할 아기도 있을 것 같잖아.”

그녀는 그의 주변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에게 아기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틀림없이, 그건 방랑자가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확정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는 결국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대답을 시작했다. “내가 아이를 낳는 게 아니잖아. 난 그저 파트너에게 제안하는 역할을 할 뿐이야.”

어느 면에서나 납득할 만한 대답이었지만, 음림은 부드럽게 볼을 부풀렸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단말기에서 벨이 몇 번 울렸다. 그는 녹음을 멈췄다. 현음이 무언가 다른 걸 관찰해달라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리액션 같은 것으로. 연구 결과는 믿지 못해도 전문가로서의 그녀의 경력은 존중하는지, 그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리에게 스튜를 주고 그들이 먹은 후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았다. “아직 잘 안 되네. 설지나 모르테피는 잘 알 것 같은데.“

그 아이디어는 훌륭했지만, 그 두 사람에게 여유가 있다는 전제 아래서만 의미가 있었다. 설지는 오늘 하루 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을 테고, 사실 야생 오리보다는 포포의 데이터를 선호할 게 뻔했다. 모르테피 역시 늘 바쁜 사람이었다. 그는 며칠 째 시청에서 열리는 피해 보고 청취에 참여하느라 바빴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그는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번역 결과 전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개에서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으로 모듈을 시도했지만, 논리적인 결과를 얻은 경우가 없었다. 이 모듈이 안전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것은 신기할 지경이었다.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그리고 필요성이 아주 많아 보였다.

방랑자는 생각에 너무 깊게 잠긴 나머지, 왼쪽 뺨에 손가락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누군가를 무시하고 있진 않아?" 음림이 마침내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 말이 맞았다. 그는 그녀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 뒤에서 현사가 스파크를 풍기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주인 대신 불평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미안.” 그는 쓰게 웃었다. “내가 잘못했어.”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지?” 그녀는 옅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내게 충분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뿐이야. 모듈 좀 봐도 돼?”

“물론이지. 왜 안 되겠어." 그는 그녀에게 단말기를 건넸다. 단말기를 받은 후, 그녀는 옵션을 바꾸기 시작했다. 만약을 대비해 그녀의 손을 주의 깊게 살폈다. 비록 그녀를 믿긴 했지만, 그녀를 완벽히 믿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믿음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긴 해도.

"모듈이 불완전해서 생기는 문제는 아냐. 언어 모델이 필요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음림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미 샘플이 충분해. 작은 것부터 시작해봐.”

음림은 단말기의 설정을 바꾸더니, 다시금 활성화해볼 것을 제안했다. 의심과 기대를 동시에 하면서 그는 버튼을 눌렀다.

“인간, 잘 한다!” 오리 중 하나가 낮고 두꺼운 목소리로 꽥꽥거렸다. 아까의 기록 중 하나를 번역하는 중인 듯했다. “요리 좋아. 빨리 더 줘.” 부탁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윗사람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다른 오리들도 일제히 맞장구쳤다. 방랑자는 좀 전에 녹음하는 과정에서 고기 꼬치를 줬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확실히 뭘 좀 아는 오리들이었다.

“흥미로운걸.” 음림의 미소는, 그녀가 웃을 때 늘 그렇듯, 어쩐지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다. “칭찬을 해주면 먹을 걸 더 줄 거라고 생각하나 봐.”

“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데?” 방랑자로서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말해줄 생각이 없긴 했지만, 정 궁금하시다면 다른 방법이 없지.” 음림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자기들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나 봐. 말투가 딱 그 모양이거든.”

“설마, 그럴 리 없잖아.” 그는 어쩐지 달갑지 않아졌다. 말투엔 약간의 실망이 담겨 있었다. “동물들의 모든 말을 이해하는 게 생각만큼 좋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당연히 아니지.” 음림은 방랑자의 손을 잡아 쥐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그녀의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비밀이 많았고, 항상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의 따뜻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슬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아무래도 초조해 보이거든.” 나지막이 한 줄을 더 덧붙였다.

사실이었다. 그는 이 작업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너무 낙관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결국 상대는 오리일 뿐인데도. "당신 말대로 해야겠어. 조금만 쉬자." 방랑자는 한숨을 쉬었다. 다른 종족의 언어를 번역하는 것이 쉬울 린 없었다.

“여기, 내가 만든 자두 차.” 그녀는 그에게 음료수 병을 건넸다. 그의 눈이 평소보다 몇 배나 빠르게 깜빡였다. 의도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대답을 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써야 했다.

“직접 만든 거야?” 그의 말 속에는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다.

“물론이지. 난 기술이 많은 여자야.” 웃음소리. “마셔 봐, 후회 안 할 테니.”

그의 머릿 속에 호기심 하나가 떠올랐다. 중요한 것이어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걸 마시는지는 어떻게 알았어?”

“지난 번에 무료 바디워시 세트 때 날 만났었지?”

“그랬지.”

“내가 당신을 부르기 전에, 당신 뭐 마시고 있었어?”

“자두 차였지.” 그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그는 그녀를 응시했고, 그녀는 얼굴을 숨기지 않고 그의 시선을 즐겼다. 그녀의 손은 전혀 떨리지 않았다. 음림은 언제나처럼 느긋했다. “그런 것까지 외우고 있는 거야?”

“내가 가진 모든 의도를 말할 필요는 없어.” 그녀가 감정을 숨겨야 할 때 항상 쓰는 대사였다. 그는 그녀의 방어를 어떻게 깨야 할지 아직 알지 못했다. 지금으로선 그녀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선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탐구 주제야. 더 많이 발견할수록 더 즐겁거든.“

“그건 그렇지.” 그는 가볍게 인정했다. 대신 그녀의 오른손을 꽉 잡았다. 조금은 아프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의 계획을 모두 듣고 말 거야. 장담할게.”

그녀는 손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그의 힘 때문이 아니라 그의 순수함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눈동자 속에선 결심과 배려가 함께, 투명하게 보였다. 더 많은 것을, 더 깊은 것을 기대하게 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왼손 검지손가락을 그의 입술에 대었다. “어쩌면 그 날이 올지도 몰라. 하지만 그 때까진 잘 기다리도록 해.“

그는 그것을 예상했다. 그는 그것에 대해 결코 실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키는 대로 모습을 감출 수 있었지만, 언제나 결국 그에게 돌아왔으니까. 그는 기다리는 것에 결코 질리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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