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길 잃을 때 하늘은 운다
명조: 워더링 웨이브 ― 음림
1
음림이 순찰자로서의 자신의 기록을 찾으려고 시도해 본 날이 있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햇빛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도 처음부터 자신의 기록이 복구 가능한 범위에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인형장이는 많은 걸 할 줄 알았지만, 거짓말쟁이는 아니었다. 그는 명실상부한 기술자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기록을 삭제했다고 하면, 믿는 편이 믿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시도해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적어도 한 번은 해봐야 했다.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신분은 널려 있었다. 위장은 완벽했고 실패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뭔가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그 시절을 놓아주는 것은 고통스러웠으니까. 하지만 예상대로였다. 예상했던 놀라움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아무도 그녀를 알아채지 못했고, 그녀의 순찰대원 시절에 관한 기록도 없었다.
“알고 지냈던 분이신가요?” 책상에 앉아 있던 사무원이 물었다.
몇 번 본 얼굴이었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입 안이 씁쓸했다. 어쩌면 그게 그녀의 벌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동료들에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인 적이 없었다. 그 시절 음림에게는 다른 목표가 있었다.
“신경쓰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그녀는 비탄을 삼키며 사무실을 나섰다.
은신처로 돌아가는 길은 평소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그녀의 다리는 더 무거웠다. 한 걸음 내딛을 뿐인데도 너무나 많은 힘을 써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지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지만, 인정하지 않는 한 끌어다 쓸 기력은 언제나 있었다.
인형장이도, 그의 꿈 때문도 아니었다. 그녀는 부모님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아직 쉴 때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는 완전히 확신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들과 대화도 없고 활동도 없었다. 부모님의 얼굴이 어떤지도 몰랐다. 그녀의 부모님이 묘지에서 돌아올 수 있다 해도 가족이 ‘예전처럼’ 모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현사, 어떻게 생각하니?” 그녀는 벗처럼 여기는 인형을 바라보았다.
침묵만이 돌아왔다.
“그래, 내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건 고마워. 그래도 이번엔 의견이 듣고 싶은데.”
여전히 답이 없었다. 당연하지만 현사는 인형일 뿐이다. 인형이 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녀가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는 잠시 한숨을 쉬고, 쉬기에 좋은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덕에서 야영하면 딱 적당할 것 같았다. 습격당할 가능성도 크지 않고, 하룻밤을 보내기에 좋은 선택일 듯 했다.
불을 피우기 위해 나무를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바위에 앉아 장작이 타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아늑함이나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추방자들이 불을 보고 다가오는 것일 수도 있었고, 잔상들이 근처를 배회하던 것일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편안함으로부터 벗어나 날카로워진 채 주위를 살폈다.
현사가 전기를 띄고 푸르게 빛났다. 숲을 통해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인간형 물체가 낼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소리는 아니었다. 훨씬 큰 것.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 중 안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멈추지 않는군.” 그녀는 부드럽게 불평했다. 공기를 진동시키며 위협적인 울부짖음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도 이길 거야. 예외는 아니지.” 음림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위협은 가까이에 있었지만, 현사가 더 가까이에 있었다. 그거면 그녀가 이길 이유로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늑대가 으르렁거리며 나타났다. 깊고 붉은 에너지가 그것을 에워싸고 있었다. 포악해 보였지만 바로 달려들진 않았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늑대는 한 번 힘껏 깨무는 것만으로 뼈를 아작낼 터였다. 전황을 몇 초만 유리하게 만드는 것으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계획에는 두 가지 큰 결함이 있었다. 하나는, 음림의 전략이 똑같았다는 것. 그녀에게는 가능한 한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시간을 끄는 게 불리하다는 건 분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야영지에서 일부러 조금 떨어져 나와 있었다. 당연히 늑대가 그걸 알 리는 없었다.
비구름이 가득한 하늘에 늑대가 낮게 울었다. 직후 사냥감을 물기 위해 덤벼들었지만, 늑대가 모르는 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음림이 훨씬 더 노련하고 뛰어난 포식자라는 점이었다.
2
예측했던 대로, 그녀가 다시 이겼다. 어렵지도 않았다.
현사는 반항도 못 하는 늑대 위를 떠다녔다. 그녀는 자신의 길이 올바른 지 고민할 지언정 기술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았다. 음림의 사냥에는 세 가지 황금률이 있었다. 그녀는 사냥감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휴식을 취하고, 희망을 갖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순찰대원 시절에 배운 게 아니긴 했지만, 여전히 그녀가 살아남는 데 그보다 도움 되는 건 없었다.
“이상하네.”
음림은 옅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 앞의 잔상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그리고 평소와 달리 바로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있지, 현사. 내가 뭘 놓치고 있을까?” 그녀는 다시 인형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야영지로 돌아갔다. 아무런 위험이 없더라도, 비를 오래 맞는 건 해로울 수 있었다. 감기에도 쉽게 노출될 테니까.
그녀는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보았지만, 불행히도 일반적 늑대와 다른 게 없었다. 가능한 논리적 대답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 늑대는 평범한 늑대였다. 그게 데이터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직감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 늑대는 평범해 보였지만, 분명 전투 중 평소와 다른 게 있었다. 상반된 해석 두 개가 있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음림은 직감을 선택했다. 어쩌면 메시지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어떤 신호를 보낸 것일 수 있었다. 그 의미를 알아내야만 했다.
우선은, 스스로 안전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 다음엔 시간이 필요했다. 그 후,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녀는 수수께끼를 푸는 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매달렸다. 방금 전의 그것은 분명 다른 늑대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일원이 아니었다.
마침내 그녀는 그 메시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깨달았다. 음림 자신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당시 그녀는 자신이 그들의 이상을 공유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왜 순찰자가 되고 싶어했었나. 답은 간단했다. 그녀는 부모님의 길을 걷고 싶었다. 그녀는 부모님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들의 이상이 바로 그녀의 이상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행동은 그녀의 꿈과는 정반대의 길을 향해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받은 메시지의 의미였다.
“친절하기도 하지.” 음림은 쓰게 웃더니 밖으로 나섰다. 메시지의 발신인과 대화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었다. 그 사람이 그녀를 먼저 찾고 있었으니까.
“실망시켜드리지 않았길 바라요.”
“전혀요.”
야영지 밖에는 여성이 하나 서 있었다. 머리카락이 두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여성이었다. 연홍과 순백. 자주 볼 수 있는 색이 아니긴 했지만, 정말로 놀라운 부분은 머리 색깔이 아니었다. 한쪽 팔의 색이 기이했다. 붉었다. 페인트를 들이부은 것마냥 새빨갰다.
“오늘 밤에는 산을 구경할 참이었어요. 마감까지는 훨씬 더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여성이 느리게 웃었다.
“오늘 실패했다면요?” 호기심은 있었지만,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까진 없는 사항이었다.
“솔직히 그런 건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이미 얻은 지식은 잊을 수 없으니까요.” 여자는 마치 늑대처럼 천천히 다가왔다. 음림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현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직후, 예상 외였지만 나쁘지도 않은 일이 일어났다.
“장리라고 합니다. 이름은 처음 들으시겠지만, 영윤에게 선생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시겠지요?”
“보아하니 그 선생 본인이신 것 같은데요.” 음림은 장리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는 건 정말 어려웠다. 설령 영윤이라 해도 그게 쉽게 느껴질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맞아요. 하지만 저는 상담만 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여러 가지에 능숙해요. 제 능력을 낭비할 수는 없는 법이죠.”
“예를 들면요?” 음림은 질문하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장리는 기다렸다는 듯 즐겁게 웃었다.
“그림자 순찰대에게 임무를 배분하는 것도 그 중 하나지요.” 음림에겐 처음 듣는 표현이었다. ‘그림자 순찰대’. 장리의 태도는 그녀가 지금 음림의 처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실제로 음림은 과거 자신에 대한 기록과 팀원을 잃고, 집이라고 부를 곳이 없이 홀로 남겨져 있었다. 인정하지 않으려 애쓰긴 했지만, 그녀는 정말로 지쳐 있었다.
“모든 사람이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조명 위에서 일하진 않아요. 어둠 속에서 그 목적을 위해 봉사하기로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지요.”
장리가 제안한 건 두 가지였다. 첫째, 그녀는 임무에서 완벽한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지 자기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권리가 있었고, 아무도 그녀의 결정에 간섭할 수 없었다. 다만 둘째, 동시에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해야 했다. 일이 틀어졌을 때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틀림없이 위험한 일이었다. 일이 잘못될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없었다. 그녀의 상상 밖의 일이 뭐든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부모의 이상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녀의 부모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무엇을 할 지는 뻔했다.
“자리 좀 주시겠어요?” 음림은 격식을 갖추어 말했다.
“이미 하나 있어요. 아실 줄 알았는데.” 장리가 옅게 웃었다. “무엇을 사냥할 지는 스스로 고르면 돼요. 준비되면 시작하시죠.”
그게 유일한 지시였다. 그거면 충분했다. 음림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 바로 옆에 행동의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이 있었다. 인형장이.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망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미 피해자가 나오고 있었다. 그걸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장리와의 만남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기록을 되찾지 못했다. 그녀는 순찰대원들에게 여전히 외부인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임무는 재개되었다. 그녀의 제복은 여전히 그들의 것과 달랐지만, 그녀의 생각은 더 이상 그렇지 않았다.
음림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밝게 빛났다. 밤이 시작할 땐 비가 오고 있었지만, 끝날 무렵엔 맑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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