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감쟈
총 6개의 포스트
2022. 11. 25 둔탁한 마찰과 함께 쏟아낸 분노는 사그라들 것이라 여겼으나, 오히려 기폭제라도 된 듯 공기를 진동시키고 열기를 폭발시켰다. 지나치게 선명한 화재경보음과 소란은 그를 더 혼돈 속으로 내던졌다. 불길을 제어하려던 시도는 자꾸 헛손질만 할 뿐. 회로가 꼬인 신경이 제 것이 아닌 감각에 억지로 숨을 들이킨다. 덜덜 떠는 손끝으로
2022. 11. 21 . . .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레프 중위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네요." 무력한 목소리가 주변을 울린다. 그 무엇도 적실 수 없을 메마른 소리는, 유독 악셀의 귀에만 끈덕지게 늘어졌다. 그는 저조차도 틀린 줄 몰랐던 거짓말을 뱉어낸 죄로 마지막이란 선고를 받는다. 어째서 후회는 반복되는 것인지. 마
2022. 11. 21 돌아간 고개. 화끈거리는 뺨. 흔들린 시야. 초점이 돌아오고서야, 분노와 실망으로 들끓던 머리가 진탕되고서야. 무엇인지 인지한다. 바닥에 닿은 머리가 통통 외따로 굴러가는 것만 같다. 입술을 잘근 깨문다. 터진 입안의 피를 삼켜내고 시선만 굴려 바라본다. "... 대체 왜. ... ... ... 내가 왜 그렇게 본다
2022. 11. 19 77% 군화소리가 복도를 울리고 벽을 치고 다시 공명한다. 건들거리는, 어슬렁대는 걸음이 목적없이 움직이는것 같다가도, 시선은 곧게 뻗어 목적성을 담고 있었다. 물기가 가시지 않은 적색을 대충 털고,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걸어간다.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습관적으로 씹으며. 익숙하기도, 낯설기도한 문 앞에서야
2022.11.08 열린 창 안으로 들어오는 늦가을의 밤공기는 누군가에게는 선뜩함을, 누군가에게는 싸늘함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 제게는 그저 봄바람의 살랑거림과 다를 바 없다 하더라도. 흐린 달은 미동없이 떠 있고,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까만 하늘 위로 흰 담배연기만 대신해 수놓아진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천천히 왼눈을 감으면, 조금 더 뿌
2022.11.02 눈앞의 이가 상관이니 자신의 행동이 명백한 상관 폭행에 해당하는 것임을 인지는 했다. 그래, 인지만 했다. 악셀의 불 같은 성미는 늘 그랬다. 인지, 판단 이전에 행동. 그리고 결과. 그 증거로 실적 이력만큼이나 화려한 징계 이력이 있었다. 참고 넘어가는 것은 외려 드문 일이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순전히 내켜서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