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생일이면 생일답게

치아키 생일이벤트 소재

하여튼 제멋대로 띠를 만들어 두르고 자기 생일이라고 노래를 부르며 다니지를 않나 하여튼 짜증나는 사람이다. 그 전학생 선배마저 질색하게 만들 정도였으니 심했다고 생각한다. 테토라 군은 모리사와 선배를 붙들고 한참을 잔소리했다. 하지만 모리사와 선배는 잔소리를 듣는 사람으로 치기에는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모두가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줬으니까.

하지만 축하해야 했던 입장에서는 별 수 없이 화가 났다. 상대방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기 전에 먼저 노래를 불러버리는 건 상대방이 노래를 불러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멋대로 띠를 만들어 두른 것은 누군가 띠를 만들어 두었을 것을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두 함께 다른 사람들의 생일을 준비했으면서 자신의 몫이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생일 축하를 받았다. 그 모리사와 선배의 생일이 걸러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 사람의 바보짓이 한두 번 일도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 속이 뒤틀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이해해버리면 상처받을 테니까. 막연하게 그런 것을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지 않거나 ‘오늘의 주역’ 띠를 둘러주지 않는 경우는 대비했어도 그 띠가 끊어지는 일만은 모리사와 선배도 차마 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막 잠에서 깨어난 내 앞에서 포즈까지 취해가며 띠를 자랑하던 선배는, 한심하게도 그 소중한 띠를 찢어먹었다. 아마 개시 후 몇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이는 없었지만 내 앞에서 벌어진 일을 모르는 척 할 수 있을 만큼 뻔뻔한 성미는 못 되었다. 대충 서랍을 뒤져 손에 잡히는 뱃지로 끊어진 부분을 이어주면 모리사와 선배는 눈을 빛내며 좋아했다.

“타카미네는 역시 상냥하구나!”

그가 나의 어디서 상냥함을 느낀 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 띠를 두른 선배와 조금 거리를 두고 등교했다. 간혹 아는 얼굴과 만나면 민망한 일이 벌어졌기에 외면할 셈이었다. 모리사와 선배가 제 생일임을 어필한 것이다. 그 민망한 일들은 깜짝 생일 파티 직전에 전학생 선배가 그를 데리러 갈 때까지도 꾸준히 이어졌다.

당연하지만 우리들 역시 선배의 띠를 준비했다. 역시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모리사와 선배가 띠를 준비한 게 이상한 거니까. 두 개의 띠가 있고 하나가 찢어진 상태라면 다른 띠를 사용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선배는 띠를 갈아치우지 않았다. 선배는 여전히 찢어진 띠를 두른 채,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뱃지를 달고 있었다.

그걸 돌려달라고 하자 선배는 기겁하며 거부했다. 이상할 정도로 격렬한 반응에 의문을 품자 선배가 말했다.

“생일선물을 뺏는 건 히어로의 도리가 아니다!“

지금 상황이 히어로와 상관없는 건 둘째치고, 그 뱃지는 대체 어느 순간부터 생일선물로 바뀌어 있었던 걸까.

생일선물이라니. 결단코 나는 그런 것을 선물할 계획이 아니었다. 대단한 것은 못 되더라도 서랍에서 보지도 않고 대충 집은 것을 물건을 남에게 선물로, 그것도 생일선물로 건넬 정도의 철면피는 아니란 말이다.

신카이 선배의 생일에는 경황이 없어 당일에 선물을 건네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했다. 어쨌든 나는 그에게 도움을 받았고 애정을 받았다. 그것들이 모조리 짜증나고 귀찮을 뿐이라고 해도 당연히 감사하고 있다. 내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그의 생일을 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이 사람은 어째서 당연히 생일선물을 준비하지 않았으리라는 전제로 나를 대하는 것일까. 선물은 여전히 가방 안에서 무게를 더한다. 어깨가 무겁다.

이유를 알고 있다. 이 사람은 우리를 믿지 못하는 거다. 자신이 만든 울타리와 그 안으로 끌어들인 사람들이 사실은 허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내가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세뇌하듯 입에 담는 상냥함 따위로 그를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제멋대로 오해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다.

이 시점에서 나는 다짜고짜 선물을 꺼내 건네줄 것을 고민한다. 무게를 덜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선배가 제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사이에 모든 것이 짜증나고 귀찮아진다. 이 남자는 틈을 주지 않는다. 내가 가방을 열어 선물을 꺼낼 틈이, 우리의 대화에는 없다. 지금에 와서는 차라리 가방 속의 선물이 지금 당장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길 바란다. 내가 그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다.

우리는 2차로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생일 축하를 하는 것 치고는 볼품이 없었지만 그 남자가 좋아하는 음식이 그러니 별 수 없었다. 감자튀김을 잔뜩 시키며 이사라 선배가 이건 제가 사는 거라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모리사와 선배는 당연히 거절했다. 이렇게나 축하해줬으니 오히려 제가 사주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가방의 모서리를 꾹 움켜쥐었다. 어떻게 되어먹은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막 튀겨진 감자튀김은 맛있었고 모리사와 선배가 특히 잔뜩 먹었다. 배가 부르다면서도 열심히 먹기에 나중에 배탈이 나려니 싶었다. 모리사와 선배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나는 제대로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가방이 무거웠던 탓이다. 야속하게도 선물은 아직 물거품이 되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가고 싶었다.

모리사와 선배와 이사라 선배 중 결국 누가 모리사와 선배 몫의 감자튀김을 산 건지는 알 수 없다. 먼저 가게에서 나와버린 건 그걸 모른 채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내 가방 안의 그것이 무색해지는 것은 다를 바 없다. 나는 가방의 무게에 패배한 사람처럼 패스트푸드 점 앞에 쭈그려 앉아 고개를 떨어트렸다.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람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이어지는 것은 보다 단순한 한탄이다.

“집에 가고 싶다…….”

“후후, 그렇게 말하면서도 끝까지 남아줬구나! 역시 타카미네는 상냥하군!”

환청처럼 대답이 돌아와 고개를 들면 모리사와 선배가 서 있었다.

“일찍 나왔네여.”

“음, 그렇지. 다른 녀석들에게 떠밀려서 말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게 안쪽의 상황이 상상이 간다. 이 사람이라면 분명 모두의 몫을 내려 했을 거다. 모리사와 선배는 희미하게 신음하며 제 뒷머리를 흐트러트렸다.

“하지만 역시, 후배들에게 얻어먹는 건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 선배답지 않다고 할까.”

또 그런 소리를 한다. 그가 항상 말하는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 선배가 대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모리사와 선배를 불렀다.

“모리사와 선배.”

“음?”

지금부터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해 선배가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건 상냥함 같은 게 아니다. 선배를 위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거다. 나는 편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상관없이 선배는 앞으로도 몇 번이나 나를 자기가 좋은 방향으로, 이를테면 상냥한 사람으로 오해할 것이다. 그저 귀찮고도 과분한 애정에 안주할 뿐인 나를.

나는 내내 열려있던 가방에 손을 집어넣어, 마침 가장 잡기 좋은 위치에 놓여있던 작은 상자를 쥔다.

“생일이면 생일답게 축하나 받아여.”

모리사와 선배는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을 한다. 아마 나와는 달리 선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일 테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을 한다. 그리고 이내는 얼굴 한 가득 웃는 표정이 된다.

고맙다.

“고맙다!”

타카미네는 역시 상냥하구나.

“타카미네는 역시 상냥하구나!”

정말 질린다. 나는 턱을 괴며 고개를 돌렸다. 그 오해에만은 해낼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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