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OPRIKA
“가미 씨 감기 오래 가네~” 등굣길에 만난 아케호시가 코를 훌쩍거리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바보. 이건 화분증이다. 감기 같은 게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초겨울의 화분증이라니 말이 안 되는 데에도 정도가 있다. 나는 한 번 더, 코를 마시고 입을 가린 마스크만 당겨 정돈했다. 어느 순간부턴가 내내 앓았다. 콧물이 줄줄
모리사와 선배가 유닛 연습에 빠졌다. 우리는 대장의 부재에 조금 아쉬워했지만 그렇다고 연습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테토라 군도 이제 대장 대리의 일이 몸에 익었으니 유닛 연습은 별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아마도 선배는 보건실에 틀어박혔을 테다. 연습이 끝난 뒤에 혼자 보건실로 향하기로 마음먹는다. 모리사와 선배가 결석한 이유야 뻔했다. 누군가를 대동할
“이거…… 진짜 하는 거야?” “하하. 우리는 꽤 익숙한데, 이런 거.” 망설임 섞인 타카미네의 말에 대답한 것은 마시로였다. 그야, 라비츠의 컨셉은 타카미네도 알고 있다. 토끼를 모티브로 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복장이나 무대는 타카미네도 좋아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문제가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건장한 남학생들이 축제랍시고 라비츠에게나 어울릴
토끼 카페가 여전히 한창인 교실을 나선 뒤에도 모리사와보다 반 걸음 정도 앞서 걷던 타카미네가 모리사와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디 안 갔어요?” 발이 좁은 타카미네도 모리사와나 다른 활달한 친구들에게 끌려다니며 1년을 보낸 뒤에는 별 수 없이 아는 사람이 늘었다. 그러니 어떤 반에서 무얼 한다더라 하는 정보는 대부분 알았고, 덕분에 손님보다는 관계자의 기분
하여튼 제멋대로 띠를 만들어 두르고 자기 생일이라고 노래를 부르며 다니지를 않나 하여튼 짜증나는 사람이다. 그 전학생 선배마저 질색하게 만들 정도였으니 심했다고 생각한다. 테토라 군은 모리사와 선배를 붙들고 한참을 잔소리했다. 하지만 모리사와 선배는 잔소리를 듣는 사람으로 치기에는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모두가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줬으니까. 하지만 축
커피우유로맨스 미도리×치아키 소설+삽화 / 24948자 / 170625 발행 전연령 / 3000P “아, 모리사와 군 왔다.” 방과 후, 잠시 교무실에 다녀 온 모리사와가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한창 이야기 중이었던 하카제와 세나가 동시에 모리사와를 바라보았다. 그 열렬한 반응은 그들로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눈을 동그랗게 뜬 모리사와는 이내 기쁜 표정
“도움을 구하는 이가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는 것이 히어로의 도리!” 모리사와는 크게 외치며 UFO 캐쳐에 동전을 밀어넣었다. 그런 모리사와의 등 뒤에서 타카미네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도움 같은 거 구한 적 없는데요.” “모리사와 들었어? 필요 없다잖아.” 타카미네의 말에 세나가 덧붙였다.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도 모리사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모리사와는
Dear My Hero 미도리×치아키 소설 / 27850자 / 170107 발행 전연령 / 3000P 유성대의 드림페스는 성황리에 마쳤다. 선배들이 보러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기에 미리 연락을 해두었지만, 끝내 그들은 오지 않았다. 아이돌이란 애초에 바쁜 게 축복인 직업이다. 우리도 이제 그들의 사정을 이해해주지 못할 어린아이는 아니었
이십일그램의 우울 미도리×치아키 소설 / 190428 발행 모리사와 선배는 한참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오늘은 다른 활동이 없으니 우리 집에 들르겠다고 했었는데. 남아서 할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한창 하교할 시간도 지났다. 그냥 그와의 약속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모르는 척 돌아갈까 생각했다가도 결국은 그의 교실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이십일그램의 우울 미도리×치아키 소설 / 190428 발행 “이상한 광경이네요.” 침묵이 시작된지 한참만에, 내가 먼저 목을 울렸다. 모리사와 선배가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을 느끼며 나는 한 박자 느리게 말을 이었다. “죽어있는 나를 바라보는 나.” “아직 죽지 않았다.” 내 병상 옆의 보조 의자에 앉아있던 모리사와 선배가 즉답했다. 아마 모리사와 선배
이십일그램의 우울 미도리×치아키 소설 / 190428 발행 긴 잠에서 막 깨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들이마신 숨이 폐를 가득 채웠다. 나는 풍선이 날아가지 않도록 손에 쥔 채 느리게 바람을 빼내는 것처럼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아주 많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양의 공기가 어쩐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산소를 연료를 하는 인형처럼
이십일그램의 우울 미도리×치아키 소설 / 190428 발행 모리사와 선배와 함께 있어봐야 하는 일이라고는 전대물의 DVD를 보는 정도였다. 선배는 유령인 나와 함께 봤던 작품이라며 DVD를 꺼냈다. 유령에게까지 전대물을 보여줬다니 정말 징한 인간이다. 우리는 아주 익숙한 시간을 함께 보냈고, 작별의 시간은 금방 다가왔다. 돌아가던 DVD는 재생을 멈추
담배는 싫다. 혼자 피우는 것은 신경 쓸 범위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담배 냄새를 풍기는 건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단 말이다. 길에서 피우는 것은 용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고 욕할 수 있는 성미는 아니었으니 흘겨보기나 했고, 전철 옆자리에 담배에 찌든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앉으면 싫은 티를 내며 자리를 옮기곤 했다. 담배를 피우
감기가 심했다. 열이 펄펄 끓었고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필 오늘, 아빠가 가게 일로 자리를 비운 탓에 엄마가 가게를 봐야 했다. 형은 내가 눈을 뜨기도 전인 아침 일찍부터 도서관엘 간 터라 내가 아픈 것도 모를 터였다. 이렇게 아플 때 아무도 나를 살펴주지 못한다는 것이 어쩐지 서글퍼 눈물마저 날 것 같았다. 울컥 솟아오르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삼켰지
내 이름은 타카미네 미도리.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이며, 어떤 라이트노벨의 주인공이다. 순식간에 평범하지 않은 것 같은 설명이 되어버렸지만 내가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인 건 사실이다. 라이트노벨 주인공이라는 것은 중2병에서 비롯된 망상은 아니고 그냥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 세계는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써내려져가는 거구나, 하고. 내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구나!” 학교를 마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나 함께 집으로 향하곤 했다. 집으로 간다고 해봐야 방향은 우리집 쪽이고, 모리사와 선배는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나를 데려다주는 것에 가깝다. 예전에도 곧잘 함께 하교하곤 했지만 우리의 관계가 변한 뒤로는 거르지 않는 일과가 되었다. 모리사와 선배가 부장이나 유닛 리더로서의 스케줄이 있을 때는
해피엔딩 알고리즘 미도리×치아키 미도치아 짝사랑 앤솔로지 낮달 수록 소설 / 19962자 / 190217 발행 전연령 / 2000P “좋은 아침입니다! 타카미네와 시험 공부를 하러 왔습니다!” 토요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모리사와 선배가 찾아왔다. 부끄러울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가 아래층에서부터 들려와 당황하며 눈을 떴다. 가게를 보고 있던 부모님은 그의
“히어로가 되지 않겠나!” 다짜고짜 그런 말을 들었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지나가던 몇몇 학생들의 흘끗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도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눈에 띄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희미하게 인상을 찌푸린 나는 나보다 살짝 낮은 곳에 위치한 남자의 앳된 얼굴과 그의 녹색 넥타이를 살폈다. 그 다음엔 무심코 턱을 당겨 내 넥타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