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비달
언젠가 완성하면 다시 내림...
그토록 강했던 너는 한 순간에 재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일주일 전 너에게 언성을 높인 일이 후회된다. 너의 의지가 아니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3년의 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내 꿈이 짓밟힌 게 서러워서, 사랑에 고난이 찾아온 게 화나서, 그래서 너에게 투정을 부리고 말았다. 여전히 난 나약한 사람이다. 너가 죽음을 맞이하고, 나는 도망치려
하늘이 핑하고 돈다. 알코올에 잔뜩 젖어서인지 세상이 어지럽게 느껴진다. 비틀거리며 한 발자국 내딛었지만 혼자 힘으로 가는 것은 무리일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누군가의 번호를 꾹꾹 눌렀다. 숫자에 취약한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전화번호. 신호음이 가고 달칵,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부드럽고 조금 낮으나
서서히 저물고 있는 태양을 배경으로 고대 문자가 벽돌마다 빼곡히 적혀있고 황금색 넝쿨이 그 외벽을 휘감고 있는 높이 솟아오른 탑이다. 이 세계의 시작을 알리지만 동시의 세상의 중심인 탑, 그 창 안으로 날짐승 하나가 날아들어왔다. 그것은 제 날개를 고이 접고 긴 목을 앞으로 숙이며 자신의 주군에게 예를 표하였다. 온 몸에 새하얗게 불타오르는 깃털을 두르고
사이렌이 복도에 울려퍼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는 조그마한 창에 발을 딛고 웅크린 채 그들을 바라본다. 그의 오른손에는 천으로 된 가방 하나가 들려있다. 쇠창살이 구부러진 채 방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건물 안 쪽에서 울음소리인지 비명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움찔하며 건물 안 쪽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이내 그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산에 울려퍼진다. 조금 꾀죄죄하고 길게 늘어진 망토를 얼굴까지 가려 입은 사내가 말을 멈춘다. “..도착이다.” 그는 말에서 내려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 작은 집 몇 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 그의 눈에 비친다. 사내는 말 안장에 걸려있는 조그마한 가죽 가방에서 접혀 있는 종이를 펼쳐들었다. 그는 종이와 마을을 번갈아
온 난리통이 한바탕 지나가고 그야말로 그간의 질서란 것이 흔들리는 때가 있었다. 웬 어중이떠중이들이 저를 양반이라 떠벌리고 다니지를 않나, 집안이 풍비박산하여 양반이란 지위가 허울뿐인 양놈이 수두룩한 혼돈, 그 자체였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집안의 명예를 지켜온 양반이 있으니, 그가 바로 공조참의 백수환이다. 수환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다섯에 소학을
삐리리리리리. 삐리리리리리. 아침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칼로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제 휴대전화를 찾으려 손을 더듬거렸다. 그러다 찹, 하고 무언가 말랑하면서도 묵직하고 단단한 것이 손에 닿는 게 느껴졌다. 칼로는 우리 집에 이런 물건이 있었나 싶어 다른 한 손으로 눈을 비비고는 가자미마냥 게슴츠레 떴다.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어떠한 물건
만약 리안이가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면 만약 카린이 마음을 밝혔다면 사실 그냥 둘이 꽁냥거리는 걸 보고 싶었습니다 워낙 옛날에 썼기도 하고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고.. 더 이상 안 이을 거 같아서 걍 미완성인 채로 올려요~~~ “형님, 안에 계세요?” 바깥쪽에서 조금은 하이톤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 방 책상에 앉아 독서를 하던 형님이라 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