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 판타지 뭐시깽이
서서히 저물고 있는 태양을 배경으로 고대 문자가 벽돌마다 빼곡히 적혀있고 황금색 넝쿨이 그 외벽을 휘감고 있는 높이 솟아오른 탑이다. 이 세계의 시작을 알리지만 동시의 세상의 중심인 탑, 그 창 안으로 날짐승 하나가 날아들어왔다. 그것은 제 날개를 고이 접고 긴 목을 앞으로 숙이며 자신의 주군에게 예를 표하였다. 온 몸에 새하얗게 불타오르는 깃털을 두르고 있는 그들의 주군은 작고 붉은 날짐승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단단한 비늘과 발톱으로 덮인 발을 하나하나 옮겨 붉은 날짐승에게 다가갔다.
“엠페서스여, 고개를 드세요.”
엠페서스라 칭해진 붉은 날짐승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고개를 들었음에도, 여전히 주군의 키에 한참을 못 미쳤다. 주군은 제 덩치에 비해 한없이 자그마한 머리를 살짝 흔들더니 눈을 살포시 감은 채 붉은 짐승에게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푸르고 긴 머리장식깃이 옆으로 흘러내린다.
“오로지 당신을 위한 엠페서스, 제노. 인사드립니다.”
“무슨 일로 오셨지요?”
제노는 샛노란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가느다란 동공이 잠시 넓어지고, 곧 한 마디 한 마디 힘을 주어 답하였다.
“…마젠타에 대하여 보고드리고자 하는 바가 있어 급히 올라왔습니다.”
“아, 그 아이 말이군요.”
주군은 따스하게 웃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 뒤 그녀의 폭신한 날개를 살짝 펼친 채 바닥에 배를 깔고 앉았다. 제노는 제 주군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은 뒤 말을 이어갔다.
“마젠타의 성장이 놀라울 정도인지라… 이런 식이면 얼마 못 가 감옥이 버티질 못할 거 같습니다. 이를 보강할 마법사를 구하거나 차라리 서둘러 사형을 집행하시는 것이….”
“불쌍한 아이에요, 마젠타는.”
주군이 제노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 그리 갇혀있어서는 안 되는 아이지요. 무럭무럭 자라나 이 불안정한 세계를 뒤이어 줄 아이. 모야의 기운을 받은 아이. 한 마디로, 후계자지요. 불행히도 알이 새어나가 그리 다쳐버렸지만….”
“그저 어린 아이로 치부하지 말아주십시오. 마젠타는….”
“제노.”
주군이 제노의 이름을 불렀다. 보통은 직위로 부르는 그녀가 이렇게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기에 제노는 바짝 긴장하였다.
“내 숨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네?”
“내가 재가 되어버리면 이 곳에 큰 바람이 불 거에요. 그 때, 마젠타와 함께 세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약속해 주겠어요?”
“싫습니다. 보셨잖습니까. 마젠타는 어린 나이에 나라 하나를 멸망시켰습니다. 그런 난폭한 녀석과 세상을 재건하라니, 게다가 폐하의 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하지만 그게 전지전능 하신 오라버님의 뜻이니까요.”
제노는 도대체 제 주군이 무슨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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