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100일 챌린지

20일차

빙의물 로판의 주변인

xxxx년 xx월 xx일

오늘은 아가씨께서 피곤하셔서 일찍 잠에 드셨다.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 향을 피워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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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아가씨께서 이상하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참 두리번거리시질 않나, 갑자기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시질 않나. 엘레나 아가씨, 하고 부르니 화들짝 놀라신다. 벌떡 일어나 거울로 가서 얼굴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시며 어루만지신다. 왜지? 늘 보시던 그 돈 많이 들은 낯짝 그대로신데. 아가씨는 다른 사람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구신다. 자신의 이름을 하루 종일 되뇌시다가 하늘이 무너진 얼굴을 하신다.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시길.

xxxx년 xx월 xx일

아가씨께서 일어나자마자 본인의 성씨를 물으신다. 가문이 가진 힘이 궁금하신가? 알려드렸더니 또 놀라신다. 그러고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하신다. 자기가 황태자에게 죽을 거라는 소리를 중얼거리신다. 아가씨의 악행이야 빈번하지만 죽음으로 죄를 씻게 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아가씨는 소설 좀 그만 보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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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깨우러 갔을 때 이미 일어나 계셨다. 일찍 일어나신 게 아니라 밤을 새우신 것 같다. 자기 몸 상하면 나한테 책임을 지우려고 하시나? 하지만 나는 아가씨를 잘 보필한 게 전부다. 주무실 때 아로마 향을 피워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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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관찰한 결과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신다. 언제나 멋대로고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어야 한다는 듯이 행동하던 아가씨가 사라지셨다. 돌봄을 받으시는 것이 익숙하신 분이었는데, 계속 혼자 움직이시고 오히려 도움을 받으실 때마다 깜짝 놀라신다. 이게 본래 내 일이라고 말씀드리면 아, 으응 그랬지 하시며 어색하게 눈을 돌리신다. 내가 알던 아가씨가 아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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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다. 저분은 엘레나 아가씨가 아니다. 사치품을 그렇게 좋아하시던 분이 보석을 거들떠도 보지 않으신다. 늘 소식하시던 아가씨가 빵집에서 빵을 한 아름 구매하셨다. 심지어는 길가의 어린아이들을 신경 쓰신다. 그 애들에 대해 계속 물어보셔서 가능한 범위 내로 대답은 해드렸지만 그럴수록 다른 사람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누구지? 저토록 완벽하게 아가씨의 외견을 따라 했지만 행동양식은 잡아내지 못한 저 사람은 누구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무슨 목적으로 아가씨 행세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무섭다. 최대한 모른 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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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 사람이 내가 눈치챈 걸 알아내고 말았다. 예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러니 더 무섭다. 왜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거지? 앞으로 그 사람이 아가씨가 아니란 사실을 더 철저하게 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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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모임을 나가신다 하신다. 어떻게 행동해야 더 엘레나 아가씨처럼 보일지 하나하나 알려드렸다. 들키는 순간 내 목숨이 날아가는 것은 아닐까.

(중략)

xxxx년 xx월 xx일

저 사람이 엘레나 아가씨의 몸으로 황태자 전하와 혼인을 올렸다. 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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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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