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서광지
2024.07.13~2024.10.20 매일 글 쓰기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장례를 치르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일정 및 거리 상의 문제로 방문은 하지 못했다. 오늘이 발인이라고 하는데, 문득 내가 경험했던 장례식들이 떠올랐다. 처음 장례식장에 간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한다. 외삼촌은 직업군인이셨고 암 투병 중에 돌아가셨다. 삼촌은 어렸던 우리를 꽤 잘 놀아주셨다. 특히 지금까지도 경운기에 태우고는
나는 노력이 힘들다. 하지만 노력 없이 아무것도 거머쥘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뭐가 될 수 있을까. 하루하루 견디는 삶조차 쉽지 않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다 타버린 재다. 과거엔 내가 그저 게으른 줄 알았다. 근데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가 노력할 힘조차 없는 거더라. 이 점이 내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내 많은 부분이 우울증으로 설명되고 있
나는 세상을 구했다. 내가 뛰어난 사람이라서 세상을 구한 건 아니다. 죽을 때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으로 돌아가게 되어 그 기억으로 조금씩 나아가다 보니 나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륙십 년 전의 이야기다. 재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회귀를 하여 PTSD를 얻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해 영웅대접을 한참 받았다. 그랬더니 어느새 사람들의 환호성
xxxx년 xx월 xx일 오늘은 아가씨께서 피곤하셔서 일찍 잠에 드셨다.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 향을 피워드렸다. xxxx년 xx월 xx일 오늘따라 아가씨께서 이상하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참 두리번거리시질 않나, 갑자기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시질 않나. 엘레나 아가씨, 하고 부르니 화들짝 놀라신다. 벌떡 일어나 거울로 가서 얼굴을 몇 번이고
현대 소설 시장에서 가장 단골로 사용되는 소재를 꼽으라 하면 회귀, 빙의, 환생으로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단골로 존재하던 소재이긴 하다. 그런데 왜 최근에 급부상을 하게 됐을까. 그것은 욕구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취향에 무조건적으로 욕망이 반영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다수가 그것을 원하는데는 공통적인 욕구가 존재할
참 이상한 일이야. 물속에서 살아갈 수 없는 많은 인간들이 바다를 좋아하지. 너무도 깊어 검은빛으로 보일 정도로 가장 큰 물웅덩이. 누군가는 물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바다를 그리워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 애는 그리워하는 쪽이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바닷속에서 살고 싶다나.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바다에서 살아가겠어. ⋄ ⋄ ⋄ ⋄
세상에는 모든 생명들보다도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생명 하나 당 하나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고, 더 나아가 현실에는 없는 존재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세계 명작이 되기도 하고 소소한 팬층을 만드는 작품도 있을 것이다. 아마 빛조차 보지 못하고 사라진 이야기가 더 많으리라. 나는 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
파리 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평소에도 방송을 챙겨보는 사람은 아니라 스포츠 대회도 따로 보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느 종목에서 메달을 따고 어떤 일이 있었는가 정도는 들어서 조금은 파악하는 편이다. 그중 내가 특히 귀 기울여 듣는 종목이라면 역시 양궁이다. 명실상부 한국이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종목, 매번 신기록을 경신하는 종목, 그것이 한국의 양궁이다.
나는 글이라면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한다. 학창시절에는 국어 교과서를 받으면 끝까지 읽고 보는 학생이었고, 특히 중학생 시절에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과 친분이 생길 정도로 도서관을 드나들곤 했다. 활자는 내게 거대한 호수였고 나는 그곳에서 수영하기 좋아했다. 그런 내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지는 좀 오래됐다. 원인은 우울증으로 추정하나 정확하지는 않다
완벽한 것은 없다. 그걸 알면서도 완벽을 바라는 건 어째서일까. 나를 완벽하게 사랑해줄 누군가, 완벽한 내 편, 완벽한 결과물 같은 것들을 바라게 된다. 자연마저 완벽하지 않다.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으니 특별한 것은 없다.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으니 모든 게 특별하다. 아무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외려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얽히
기존 글: https://posty.pe/snmbf5 “신이시여, 어디계시나이까.” “신께 간청하니 부디 저희를 구해주소서.” 이 땅을 창조한 신들은 세상이 멸망하는 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렇게 창조된 세상에서 인간들은 무수한 영광을 일구었다. 그 영광의 이면은 바라보지 않은 값을 받을 때다. 물이 끝없이 차오른다. 육지 생
청춘을 다룬 작품들은 천진난만하고 찬란하다. 그들은 때로는 도전적이고 때로는 맑다. 사람들은 늘 청춘을 갈망하고 청춘을 부러워한다. 작품 속 그들은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종종 그들 사이에 섞이고 싶어진다. 그들 곁에 있으면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무수한 이야기들은 내게 도피처가 되어 준다. 그곳에는 내가 동경하는 세상이 담
세상은 싫은 것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따금 아름답고도 사랑스러운 것들이 존재해서 온전히 미워할 수도 없다. 아름다운 것으로만 눈 돌리고 싶으나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눈을 감는다. 모든 걸 외면하고 나를 지탱하기 위하여.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들이 아름답다. 깎으면 깎는 대로 살아가는 숲이 아름답고 본능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이 아
빌어먹을 자본주의 사회, 대체 돈이란 무엇이기에 이렇게 갈망하게 될까. 뭔갈 하려고 하면 모두 돈이 필요하다. 나중엔 숨 쉬는 것조차 돈이 될까 봐 무서울 지경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이다. 사실 돈이 무엇인지 아예 모르진 않는다. 무언가를 얻기 위한 일종의 교환권임을 안다. 그깟 교환권 따위가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나는 예민하고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늘 할 말도 많은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쉽사리 시작하질 못한다. 게다가 요 며칠 컨디션 난조가 와서 이겨낸다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적었다. 나는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중이다. 분명 나란 사람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자기표현만큼은 하지 못한다. 고집이 강해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 길을
사랑이란 건 무엇인지 오랫동안 궁금했다. 이 이유로 중학생 시절에는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애 감정이란 특정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내겐 그 특정 누군가가 없었다. 그냥 누군가 특별하게 보이는 일은 없었다. 모두를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하면 연애에 큰 관심 없는 사람
사람마다 각자의 삶이 있다. 그 삶만큼 더없이 많은 고민이 있다. 또 그 고민만큼,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나는 타고나길 예민하게 태어나 고민도 문제도 많은 거 같다. 문제가 있으면 그걸 외면하지 못해 끝없이 고민한다. 고민만으로 변하지 않음을 알지만. 예민함을 타고났지만 나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 아니고, 감각에 다소 둔한 편이다. 이런 면 때문에
무수한 갈등이 있었다. 해결 된 일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해소한 갈등들도 많을텐데 이따금 해소된 적 없는 갈등만을 바라보곤 한다. 이럴 때면 나는 생각한다. 아, 정말 엉망진창이야. 무엇하나 꼽기엔 너무 많은 이유가 있던 것 같다. 한없이 나를 탓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세상을 비난하는 날도 있다. 그러다보면 결국 나를 혐오하고 세상을 혐
나는 말이야, 모든 사람들이 소중해서 너도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데 왜 그러는 거야? 성경에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적혀 있던데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게 그 모양인 건가? 사람을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닌가? 자기 자신이 별로 소중하지 않은가? 타인에게 던진 공격이 자신에게 돌아옴을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사람을 미워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
일주일 전이었나, 친구와 사주를 보러 갔었다. 당시 사장님이 내게 가장 많이 하신 말이 까다롭고 고집스럽다는 얘기였다. 사장님은 썩 기분 좋게 말해주시지는 않았지만—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이다 같은 얘기를 바란 것이 아니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다— 이 부분만큼은 공감이 되어 기억에 남았다. 까다로운 성정은 어디서 온 지 잘 모르겠으나 나는 모친을 많
“나 사실, 레즈비언이야.” 이 대사를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아직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친구가 내게 성적 지향성이나 성 정체성을 밝힌다면 녹차 케이크가 좋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대답하고 싶다. 너무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파고들거나, 너무 가볍게 말해서 그 친구를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생각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음식
저기 커플티를 입고 거리를 지나가는 연인이 있다. 강세연과 유화영이다. 물론 지나가는 다수의 사람들은 절친끼리 옷을 맞춰 입었구나 할 것이다. 둘의 왼손 약지에는 꼭 같은 반지가 있음은 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래도 둘은 괜찮았다. 서로가 사랑하는 것은 확실했으니까. 서로가 있으니 세상의 인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존재한다. 적어도 둘은 그걸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살아왔다면 몇 번은 들어봤을 법한 아주 유명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작은 정말 시작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 100일을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러나 단지 시작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살아오며 무수히 많은 생각에 잠긴 나날들이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견딘 무수한 시간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