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100일 챌린지

7일차

이상한 결벽증

 사람마다 각자의 삶이 있다. 그 삶만큼 더없이 많은 고민이 있다. 또 그 고민만큼,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나는 타고나길 예민하게 태어나 고민도 문제도 많은 거 같다. 문제가 있으면 그걸 외면하지 못해 끝없이 고민한다. 고민만으로 변하지 않음을 알지만.

예민함을 타고났지만 나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 아니고, 감각에 다소 둔한 편이다. 이런 면 때문에 주변에서는 나를 둔감한 사람으로 종종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보이려고 하고 있다. 모든 것에 신경 쓰면 피곤하니까,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다 괜찮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며, 잠시 그곳에 안주하다 삶으로 돌아간다.

나의 예민함은 주로 도덕성과 관련하여 일어난다. 누군가 타인을 쉽게 혐오할 때,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이 죽을 때, 자신의 이득을 위해 타인이 짓이겨지는 걸 상관하지 않을 때 나는 그런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나는 특정인을 비하하는 개그에도 기분이 금방 안 좋아진다. 유독 자학개그를 많이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애를 볼 때마다 안쓰러워진다. 그래서 전에 자학개그를 너무 하면 본인에게 안 좋다고 몇 번 이야기를 했고, 최근엔 꽤 줄은 것 같다.

타인이 바라보는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모든 게 이해되고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는 것들로 이뤄져 있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지만 정말 그것뿐이었는지, 꼭 그래야만 했는지 따위를 이해하기 힘들다. 개성을 가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위해를 끼쳐 얻는 세상의 안락함이 그리도 달콤한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나 자신이 타인에게 끼칠 피해가 두렵다.

결벽증은 강박적으로 깨끗하길 바라는 것, 그렇다면 내 도덕성에 대한 생각도 결벽증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깨끗하기를 바란다.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음을 안다. 이걸 바라는 나 자신조차 도달할 수 없음을 안다. 그러면서도 끝없이 갈구하다 보니 도덕적으로 어긋난 것에 동조하지 않고 싶어 회피를 하고, 나 자신이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않음에 자신을 질책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회피적인 사람으로 자란 이유를 알 것 같다.

얻을 수 없는걸 알면서 끝없이 갈망하게 되는 건 무엇일까. 나는 신을 믿지는 않지만 신의 존재는 긍정한다. 신은 그것을 믿는 사람들 안에 분명 존재한다. 난 그런 신에게 무언가 잘못해서 끝없이 벌을 받고 있는 걸까. 차라리 그런 망상을 해본다.

내 예민함은 세상에 불만을 갖게 만들었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게 변하길 바라게 만들었으며, 정말 변화하길 기대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내 예민함이 날 지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예민으로 인해 얻어버린 괴리감에 시도 때도 없이 눈을 감는다. 이런 세상을 방조하기 싶지 않다. 나는 여전히 다정한 세상을 꿈꾼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그대로 존재하는 세상을 바란다. 정녕 어리석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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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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