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연습량에 파묻혔던 나의 어린 시절, 함께 해주었던 이스루기 후타바에게 감사를ㅡ. 명가 당주의 후계자는 기억이 시작되는 나이부터 제 인생이 힘들었다는 걸 알았다. 인사를 제대로 못한다며 맞은 기억, 춤을 추다 부채를 떨어뜨려 쏟아지는 한숨을 받은 기억, 평가의 눈빛, 텅 비어있는 칭찬, 필사적으로 외워야만 했던 수많은 이름들. 그 모든
너와 함께 있으면서 행복한 날들이 많다지만 그렇다고 악몽을 꾸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즐거웠던 꿈속에서 너는, 아주 가끔 날 등지거나 세상을 떠났다. 그런 소식이 들려올 뿐이었다. 네가 나오지 않는 몽계夢界에 나 홀로 무의 세계에서 떠돌다 눈을 뜨면 옷이며 침대보가 축축했다. 오토바이에 타기도 전부터 몸을 기대오는 너에게 어제는 꽂아주지 않았던 빨대
기숙사에 호랑이가 들어왔다. 정확히는 기숙사 앞뜰에. 바구니를 든 쥰나가 빨래를 널기 위해 옆문으로 나왔을 때 호랑이는 늘어지게 누워 따뜻한 햇볕을 쬐며 꼬리를 살랑대고 있었다. 쥰나가 수건을 팡 털어냈다. 소리에 맞춰 꼬리가 바닥을 가볍게 쳤다. 쥰나는 또 수건을 꺼내 팡 털었다. 꼬리가 살랑거리고, 빨랫감 사이에 끼어있던 양말이 팡하는 소리와 함께 한
두개골 안에서 종이 울린다. 철 재질과는 다르게 높고 빠르게 반복되는 소리다. 알람을 끄려 눈을 뜨면 이미 핸드폰으로 향하는 다른 팔이 보인다. 아루루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있던 모양이다. “웬일로 일찍 일어났어?” 미소라가 낮게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을 걸자 아루루는 방긋한 웃음을 지으며 미소라의 품 위로 쏟아지듯 몸을 덮쳐왔다. 여름 이불이 한